※ 주의 : 이 날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매우 충격적인 장면이 포함되어 있으니 PTSD가 있거나 비위가 좋지 않은 분이시라면 생략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섯번째 날 (2020/01/22)에는 아우슈비츠 및 비르켄아우를 방문합니다.

▲작지만 아늑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던 숙소 내 식당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합니다.

▲ 30분 정도 걸어서 크라쿠프 중앙역에 도착합니다.

▲ 크라쿠프 버스터미널은 크라쿠프 중앙역 바로 뒤편에 있습니다.

▲ 매표소에서 오전 8시에 출발하는 오시비엥침 직행버스표를 삽니다.?

▲ 크라쿠프 버스터미널의 노선망은 북해도시인 포즈난까지 이어질 정도로 열차 못지 않게 화려합니다.

▲ 8시 5분 전에 오시비엥침 행 직행버스가 플랫폼으로 들어옵니다.

▲ 폴란드 버스 좌석은 한국의 그것이 매우 편할 정도로 비좁은 간격을 자랑합니다.

▲ 한국 시골에서의 직행버스처럼 큰 읍면에 정차합니다.

▲ 오시비엥침 초입 표지판을 보며 머리털이 쭈뼛해집니다.

▲ 1시간 20분만에 아우슈비츠 박물관에 도착합니다.

▲ 나치 독일이 패망한 지 70년이 넘었지만 우울한 흔적은 그 때로 얼어붙어 있는 아우슈비츠의 아침 풍경입니다.

▲ 아침 9시까지는 무료로 자유 입장이 가능하지만, 그 이후에는 유료 가이드를 대동해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카운터에서 영어 가이드비를 지불하고 몸 수색 및 짐 검사를 통과하여 들어갑니다.

▲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아우슈비츠 공인 영어 가이드를 주변으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입니다.

▲ 이 날의 영어 가이드는 친구 같은 친근함과 선생님 같은 엄중하고 진지한 면을 고루 갖춘 폴란드 사람이었습니다. 수고비로 팁 몇 즈워티라도 건네주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 70년 전의 그 슬픈 역사를 따라 아우슈비츠 가이드 투어를 시작합니다. 이 날은 유럽 각지에서 온 사람을 비롯하여 저를 제외한 한국인 6명 및 일본인 4명이 한 팀이 되었습니다.? ?

▲ 노동이 그대를 자유롭게 하리라...... 아우슈비츠의 본래 의도를 역설적으로 간파하게 하는 표어가 나붙은 정문에 들어섭니다.

▲ 정문 초입에는 당시 수감자로 구성되어 SS 및 독일군의 명령대로 음악을 연주해야만 했던 '죽음의 음악단'이 열렸던 장소가 있습니다.

▲ 수감자들의 생활 및 희생자들의 영정 사진이 있는 7번 막사에 들어섭니다.

▲ 아우슈비츠를 다룬 매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다중 침대로 이뤄진 숙소는 아우슈비츠 중반기부터 설치되었다고 합니다.

▲ 맨바닥에 지푸라기만 얕게 깔린 초기의? 숙소에서 인간으로서의 대우 따위는 하나도 없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 항상 부족한 이 변소와 세면대마저 나치는 사용 시간을 굉장히 짧게 주어 수용자들이 전염병에 걸려 죽거나 배설물로 점철된 비참한 몰골이 되게 하여 스스로의 삶을 포기하게 하였습니다.

▲ 수감자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던 '카포'의 방은 만화 '쥐'에서 언급한 대로 수용자의 숙소와 매우 큰 대조를 이룹니다.

▲ 7번 막사의 양 벽면에는 아우슈비츠에서 숨진 폴란드인과 유태인의 영정사진이 있습니다.

▲ 농부, 이발사, 제화공, 운전수, 학교 선생님 등 출신 지역만큼 아우슈비츠에 오기 전의 직업도 다양합니다.??

▲ 이 사진들이 찍힐 당시의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요??

▲ 나치 독일은 폴란드의 결집력을 꺾기 위하여 그 결집력의 중심이 된 폴란드 신부 및 공무원 등을 우선적으로 학살하였음을 이 분들의 영정이 말해 주고 있습니다.?

▲ 혐오의 광기 속에 억울하게 생을 마친 모든 이들의 명복을 빌며 다음 막사로 향합니다.

▲ 보기만 해도 홀로코스트를 주제로 다룬 여러 영화가 연상되는 건물들을 지납니다.

▲ '죽음의 방'으로 불리는 11번 막사 일부(지하층)는 희생자들의 존엄을 지키기 위하여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 11번 막사 내부에는 각 국 저항운동에 가담했거나 탈주를 시도한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즉결심판이 열렸던 공간과, SS친위대원의 사무실이 위치해 있습니다.

▲ 수용자들이 '죽음의 벽' 앞에서 총살당하기 전 옷을 벗었던 탈의실입니다.

▲ 매달기 고문, 총살 등 잔혹한 행위로 말미암아 숨을 거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죽음의 벽 앞의 위령 제단에서 잠시 묵념합니다.

▲ 4번 막사에는 아우슈비츠-비르켄아우로 오기까지의 이동 경로 및 아우슈비츠에서의 참상을 고발하는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 짧게는 오시비엥침부터 멀리는 노르웨이 및 그리스까지 전 유럽의 유태인 및 반 나치운동가들이 이 무저갱(無底坑) 으로 끌려왔습니다.

▲ 소련군 포로들의 피와 살, 그리고 목숨으로 1941년 지어진 아우슈비츠 및 비르켄아우는 처음부터 끝까지가 살육의 장이라는 취지에서 시작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 아우슈비츠 가동과 더불어 무수한 게토가 폐쇄됨에 따라 각 유럽에서 유태인들이 끌려오는 모습입니다.?

▲ 이 비탄의 행렬에는 남자, 여자, 어린이, 늙은이 모두 예외가 없습니다. 가이드가 손으로 가리키는 사진 속 사람들 중 일부는 여자, 노인, 어린아이들로서,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부 가스실에서 생을 마쳤습니다.

▲ 인간 이하의 취급은 아우슈비츠로 오는 기차 안에서부터 시작됩니다.

▲ 어머니와 아이들로 이뤄진 이들에게 놓여진 유일한 길은 오직 죽음 뿐......

▲ 수감자들 중 일부로 이뤄진 특수임무반(존더코만도)가 극비리에 촬영, 폴란드 저항조직을 통하여 알려진 아우슈비츠의 사진들입니다. 발가벗겨져서 가스실로 끌려가는 수감자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 가스실에서 살해당한 후 특수임무반(존더코만도)에 의해 근처에 있는 화장터에서 화장되고 있는 희생자에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 겉만 보면 평범한 공장처럼 생겼지만 사람을 죽이는 인간백정의 공장인 가스실의 내부 모형이 놓여 있습니다.

▲ 희생자들은 목욕탕처럼 꾸며진 이 건물 지하부로 들어와, 샤워장처럼 꾸며진 가스실에서 묵숨을 잃고 지상부에 위치한 소각장에서 한 줌 재로 삶을 마감하는 흐름도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 원래는 살충제 및 살서제(쥐약)으로 쓰였으나 아우슈비츠 및 비르켄아우에서 대량 살인수단으로 쓰인 치클론 B의 실제 모습입니다.?

▲ 하나의 둔덕을 이룬 치클론 B 깡통에서 인명경시의 참혹함을 적나라하게 느낍니다.? 4번막사의 일부 구역 (여성 희생자들의 머리카락 및 그 머리카락으로 만든 카펫이 있는 구역) 역시 희생자들의 존엄을 지키기 위하여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 SS 친위대에서 '캐나다 1', 캐나다 2'로 불렸던, 아우슈비츠와 비르켄아우에 각각 1곳씩 위치하여 수감자들의 물품 약탈 및 분류 등을 맡았던 물품 분류장입니다.?

▲ 5번 막사에는 수감자 및 희생자들의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 초입에 있는 수많은 안경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희생당했는지를 보여 줍니다.

▲ 유태인 여성들이 기도할 때 머리에 썼던 숄의 일종인 탈릿들입니다.

▲ 이제는 주인을 찾을 수 없는 장애인들의 보형물들 앞에서 같은 인간이라는 것이 부끄럽다는 마음에 눈물을 삼켜야 했습니다.?

▲ 한 때는 어떤 가정에서 가족들이 화목하고 유용하게 사용했지만, 이젠 되돌릴 수 없는 시간에 얼어붙어 있는 각종 생활도구들입니다.?

▲ 고인이 되어 사용할 수 없는 주인을 기다리는 가방들......

▲ 어른들의 야만 속에 짧은 생을 마쳤던 아이들의 옷가지......

▲ 주인 잃은 신발과 화장용품 및 일상용품 등에서 혐오가 불러오는 파멸의 참 의미를 깨닫습니다.

▲ 전기 철조망을 따라 이 곳의 수용소장이었던 루돌프 회스의 처형장으로 향합니다.

▲ 처형 후 70년이 지났지만 오욕의 장소로 존재하는 루돌프 회스의 처형 장소입니다.

▲ 이윽고 가스실 앞에 도착합니다.

▲ 가스실 내부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는지를 직접적으로 말해 주는 수많은 자국들이 있습니다.

▲ 최근 복원된 치클론 B를 투하하는 죽음의 구멍입니다.

▲ 시체를 소각하는 소각로 앞에서 가이드를 제외한 모두가 할 말을 잃었습니다.

▲ 가스실을 마지막으로 아우슈비츠 관람을 마치고 퇴장하고 싶은 사람은 퇴장을, 비르켄아우까지의 가이드 투어를 계속하려면 대기했다가 다음 셔틀버스로 같이 이동을 선택하라는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비르켄아우로의 일정 신행을 선택합니다.

▲ 셔틀버스로 비르켄아우까지 이동합니다.

▲ 비르켄아우는 약간의 생존 여지라도 있었던 아우슈비츠보다 더 생존률이 낮았던 절멸수용소입니다.?

▲ 폴란드 어린이들이 있었던 막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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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부에 보존 처리되어 있는 이 그림에서 희생된 어린이들에 대한 비애와 이러한 기만으로 인명천시를 정당화하려 한 당시 세력들에 대한 큰 분노가 동시에 가슴 속을 채웁니다.?

▲ 폴란드 어린이들은 즉시 살해 대상이었던 유태인 어린이들에 비하면 살 가능성의 여지가 있었으나, 열악한 환경 및 추위 등으로 어른 못지 않은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 곳곳마다 수용자들을 가두던 막사 및 가스실들의 잔해들이 보입니다.

▲ 비르켄아우로 이송될 때의 수감자들이 처음 목도한 이 철길 앞에서 당시 그들이 느꼈던 오만가지 감정을 이해하려고 애써 봅니다.?

▲ 나치가 증거 인멸을 위하여 파괴한 가스실 잔해 근처에 영어, 폴란드어, 히브리어 등 23개국의 희생자 출신 국가에서의 언어로 추모비가 놓여져 있습니다.

▲ 또 다른 가스실의 잔해들은 이 곳에서의 일들을 함축적으로 이야기하는 듯 합니다.

▲ 파괴된 가스실 근처에 현재도 검은 잿빛으로 남은, 화장 후 그 재와 유골을 버린 연못이 있습니다. 이 곳에서 가이드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끝으로 각자 작별합니다.

▲ 이 날의 견학을 마치며 혐오가 불러오는 폭력의 결과는 반드시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분이 없는 모두의 파멸로 종결되며, 현재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 현장들이 남기는 교훈은 인종과 이념 간에 상관없이 그러한 혐오를 교묘하게 부추기고 양산하는 자들을 알고 배척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을 진솔하게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 아우슈비츠로 복귀하는 셔틀버스에 올라타며 세상에서 가장 짧지만 길었던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 슬프고 진지한 마음으로 크라쿠프에 가는 버스로 갈아탑니다.?

▲ 크라쿠프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도 여러 생각에 몸은 피곤하지만 잠이 전혀 오지 않습니다.

▲ 오후 4시에 크라쿠프 버스터미널로 도착합니다.

▲ 도저히 걷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이 날만큼은 전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옵니다.

▲ 몸과 마음은 지치고 힘들지만 오늘 배운 모든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 전파하자는 각오를 다지며 전날 들렀던 케밥집에서 케밥과 팔라펠을 사 와 저녁식사로 깨작이며 하루를 마칩니다.

다음은 크라쿠프 소금광산 및 크라쿠프 항공박물관을 다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