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의 관계를 껄끄럽게 여기는 사람들이 이런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상식이 통용되는 것 같으면서도 어떨 때에는 의식적으로 거부하는 것 같은 입장이 보인다나요.
그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모종의 경계심이라는 게 있어서 늘 대비하다 보니 의외의 반응이 나올 때에도 별로 당황하지 않고 상대를 서슴지 않고 되받아치는 경우도 있어서입니다.
웃어른을 공경하라는 상식을 존중하고 그렇게 실천해 왔습니다만 그런 게 몇 번 짓밟힌 적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학교에서 교사에게 인사를 했는데 교사가 대뜸 욕설로 대꾸하는 경우.
"안녕하십니까?" 의 대답이 씨가 발아하느니 어쩌니 하는 욕설에서부터 개의 성기로 나발을 부니 어쩌니 하는 욕설을 듣고 자랐으니, "웃는 낯에 침 뱉으랴" 라는 속담이 얼마든지 틀릴 수 있다는 것도 확실히 배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사를 제대로 받아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예 인사하지 않습니다.
뭔가를 권유하기가 상당히 힘들다는 말도 듣습니다.
사실 그것도 그럴 것이, 저에게 불쑥 접근하여 감언이설을 늘어놓는 사람 치고 제대로 도움이 된 적이 없어서입니다.
예전에 종종 걸려왔던 자칭 여동생 컨셉트의 어학잡지 구독권유전화, 종교단체의 권유 같은 것에 대해서도 번번이 쳐냈습니다. 그것도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방식으로.
관심없다는데도 계속 끈덕지게 달라붙는 사람이 있길래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요, 당신은 당신 하고 싶은 대로 말하세요.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거절할테니까."
야박하다고, 피도 눈물도 없다고, 여자의 눈물에 조금도 흔들릴 줄도 모르는 박정한 남자라고 막 욕을 퍼붓길래 이렇게 말을 더 했습니다.
"처음부터 말 안걸었으면 됐을 거고, 당신이 어떻게 됐든 내 알 바 아니오."
어차피 감언이설이고 읍소이고 간에 목적은 뻔합니다. 저의 돈주머니를 털어가는 것이지요.
그것을 위한 술수인데 그것에 어떻게 놀아나겠습니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렇게 상식과 속담이 틀리는 경우를 경험하고 자란 게 인간의 이해심이나 방심하는 상황 등을 노린 악덕상술 등에의 방어에는 확실히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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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柔夜
2020-03-02 23:14:13
저도 적으신 내용과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요. 상식에 대해서 생각하며 마음 속으로 물음표를 띄우는 일이 잦아요. 다만 다른 점은 상식을 거부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혹은 거부한다는 것이 타인에게 실례라는 사회적 통념에 꽤 강하게 묶인 사람이라서 상식과 맞지 않는 부분이 그다지 주변에 드러나지 않았다는 거에요.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지나고, 저 자신 하나도 챙기기 어려워진 때에 제가 가진 가치관대로 행동하며 거부하는 법을 배우고 실행하기 시작했어요. 저마다 반응이 제각각이더라고요. 그런 반응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 않았어? 하는 반응이 가장 많았지만 그래도, 몇 명에게선 드디어 싫은 걸 싫다고 하는 법을 배웠다는 말을 들었어요.
세상은 당연히 그러라는 것에 대해서 굳이 어길 이유가 없다면 따르지만, 납득할 수 없거나 저 자신에게 당장 피해가 오는 경우라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싫은 걸 싫다고 하는 게 뭐가 이상한 걸까 하고서, 다들 당연히 여기는 것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스스로를 진단하게 되는 그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뭔가 적으면서 계속, 하고자 하는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고 댓글을 쓰고 있는 걸까? 싶어 몇 번을 읽고 또 읽고 다듬었지만 아직 애매한 거 같아요. 근래 소위 말하는 핑퐁, 즉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조금 고장난 걸 느끼고 있어서, 혹여나 핀트가 어긋난 댓글이라면 사과드려요.
SiteOwner
2020-03-05 18:20:32
같은 강물은 두 번 흐르지 않고, 같은 사람이라도 어제와 오늘이 다르듯 오늘과 내일이 또 다른 법입니다.
그러니 상식 등이 언제나 똑같을 수는 없을 것이고, 그것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와 행동이 언제나 같을 수는 없겠지요. 단지 중요한 것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할 경우, 연역적인 일관성보다는 귀납적인 일관성에 의존하고, 설사 반례가 등장하더라도 큰 틀에서 볼 수 있는 아량이 되겠지만요.
좋은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과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이렇게 여러 관점을 접하고 배울 수 있는 것은 좋은 기회입니다.
대왕고래
2020-03-30 00:05:01
친절이 친절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는 많죠. 근데 언급하신 경우는 진짜 이상하네요. 세상은 넓고 이상한 사람은 많지만 저 정도로 이상한 사람도 있는건가 싶네요.
열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는 없다지만, 그건 도끼가 멀쩡하게 생긴 도끼일 때 이야기죠. 딱 봐도 "이걸로 넘어가면 내 인생 내내 부끄럽겠지?"싶은 이상한 도끼, 아니 도끼인지도 모를 뭔가에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죠.
SiteOwner
2020-04-05 23:33:39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작정하고 이상하게 나오는 사람들이 워낙 많이 있었다 보니 매번 신경쓰이더라도 잘 살아남기 위해서는 계속 조심하고 경계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완전히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최소한 두고두고 이상한 상황하에 놓이지 않을만큼은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타의에 마구잡이로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도 조심해야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