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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L WARS! - OPEC과 러시아의 석유싸움

마드리갈, 2020-03-10 13:46:27

조회 수
174

제목의 유래는 토요다 타쿠미(豊田巧, 1967년생)의 라이트노벨 및 이에 기반한 동명의 애니메이션인 RAIL WARS! - 일본국유철도공안대.

예전에 포럼에서 석유관련으로 쓴 글에서도 언급되었지만, 과점체제는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어요.
과점체제의 존속목적은 이득에 있고 협력체제의 유지가 이득이 되지 않거나 다른 선택지가 더 큰 이득을 보여준다면 과점체제는 언제든지 형해화되든지 아예 붕괴해 버릴 수도 있어요.
세계최강의 불패 카르텔로 여겨졌던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볼께요.
일단 내부사정부터.
이미 2019년부터는 카타르가 탈퇴해 버린데다 회원국 중의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발전용 가스를 미국에서 수입한다든지 하는 기묘한 사태가 줄줄이 이어진데다 아랍에미리트와 이란에서 새 유전이 발견되어서 석유공급량 면에서 여력이 생겼어요.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뿌리깊은 적대관계가 이어지고 있고...
외부상황은 더욱 적대적이예요.
육운, 해운 및 항공에서는 내연기관이 주류이다 보니 석유에의 의존이 절대적이기는 하지만 그 이외의 분야에서는 에너지자원의 다변화 및 에너지효율의 증대 등으로 석유 자체의 수요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요. 게다가 교통분야에서도 석유에의 의존은 줄일 수 있는 분야부터 고효율 엔진, 전기추진 등의 기술적인 방법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니 석유의 입지가 늘 일보다는 줄어들 일만 쌓여 있는 것.
여기에 더해 미국이 세계제일의 산유국의 지위를 찾은데다 가이아나같은 신생 산유국도 등장했고, 어차피 OPEC의 밖에 있으면서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했던 러시아로서는 OPEC과의 연대보다는 독자노선이 더욱 유리하다고 판단할 여지가 크겠지요.

관련 언론보도를 볼께요.
Oil plunges 25%, hit by erupting Saudi-Russia oil price war, 2020년 3월 9일 로이터통신 기사, 영어

그러니 OPEC과 러시아의 석유 시장점유율 확대를 둘러싼 싸움은 현재진형형인데다 좀처럼 끝날 일도 없을 것 같아요.

석유 시장점유율을 방어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OPEC의 필두회원국이자 친미외교노선을 유지중인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초강대국의 지위 회복을 노리며 반미기조를 관철중인 러시아는 이미 호황기에 벌어들인 부를 산업투자 등에 쓰지 않고 탕진해 버려 경제의 건전성 자체가 극도로 취약해졌다 보니 가격방어를 통해 1루블이라도 더 벌어야 하는 입장. 이렇게 대척점에 있는 양국이 협력하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싶네요.


섣부른 판단으로 여겨질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어떤 경우라도 불리한 쪽은 러시아라고 보고 있어요.

우선, 러시아는 신뢰할 수 없는데다 적이 너무 많아요. 게다가 그나마 협력관계가 가장 많은 중국조차도 확실히 신뢰하는 파트너는 아닌데다 러시아의 정책결정을 따를만한 나라들은 구소련 구성국들의 일부 정도에 지나지 않고, 그래서 좋든 싫든간에 러시아가 쓸 수 있는 선택지는 OPEC 회원국을 비롯한 다른 산유국들의 것보다 적을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러시아는 석유생산 및 수송의 비용이 꽤 높은 국가.

특히, 러시아 극지방에서 채굴된 석유의 정제를 위한 한계비용은 배럴당 120달러로 세계최악. 게다가 해운을 쓰기 힘든 국토사정으로 인해 석유의 수송은 파이프라인이나 철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극심한 연교차를 기록하는 극지방이든 고온건조하지만 일교차가 심한 중앙아시아의 사막지대이든 수송체계에서 발생하는 고비용은 어쩔 수가 없어요.

이렇게 극복하기 힘든 페널티를 같이 안고 있는 이상 이미 1998년에 발생했던 러시아발 모라토리엄이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어요. 그렇게 되면, 장례에 쓸 비닐백조차 못 구하는 게 아닐까 싶네요. 소련붕괴직후 러시아에서는 장례를 치를 때 관을 구하지 못해서 그나마 큰 비닐백을 구해 관으로 썼다는데...



예전에 썼던 글 링크를 아래에 소개해 두겠어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3 댓글

마드리갈

2020-04-14 21:18:43

2020년 4월 14일 업데이트


한달을 넘게 끌어온 석유를 둘러싼 산유국간의 분쟁은 진정되는 듯 했지만 결국은 또 혼란상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어요.

감산합의를 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에는 할인가격으로 석유를 공급하는 반면, 유럽 및 미주에는 비싼 가격으로 공급하기로 했어요. 게다가 이렇게 되니 가격방어가 될 리도 없어요.


아래의 보도를 참조하셔도 좋아요.

사우디, 감산합의에도 亞 석유 공급가 낮춰..."점유율 지키기" 포석, 2020년 4월 14일 조선닷컴 기사

Saudi Aramco will lower oil prices in Asia to near 2-decade lows, even after global powers agree to historic production cut, 2020년 4월 13일 Markets Insider 기사, 영어

마드리갈

2020-04-16 21:25:34

2020년 4월 16일 업데이트


미국의 대표적인 원유인 WTI가 배럴당 20달러선을 오르내리고 있어요.

WTI는 Western Texas Intermediate의 약자로, 미국 내에서만 소비되지만 뉴욕 상품거래소(New Yok Mercantile Exchange, 약칭 NYMEX)에서 거래되는 석유의 기준가격이 되고 있어요. OPEC+의 감산 노력이 가격방어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도리어 이렇게 끝없는 추락을 가져오고 있으니, 이 석유싸움에 승자가 있을지도 의문이 되고 있어요.


석유 거래가 정보는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실 수 있어요.

Oil Price Chart, 영어

마드리갈

2020-04-17 12:55:39

2020년 4월 17일 업데이트


결국, 처음에 예측한 대로 석유싸움에서 러시아가 불리할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화되었어요.

게다가, 러시아에 걸린 기본부하(基本負荷, Base Load)는 꽤 크다 보니 배럴당 최소 45달러 수준으로의 가격방어가 절실한 형편이었는데, 석유의 수요 자체가 급감해 버린 상황하에서 이 목표는 달성할 여지 자체가 말살되어 버렸어요. 다른 산유국도 많은데다 미국, 캐나다, 영국, 노르웨이같은 선진국이면서 동시에 산유국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 보니 그런 국가들이 석유를 구매한다면 자국 석유산업 유지 및 적절한 외환보유를 위해 자국산 석유를 우선 구매하지 신뢰할 수 없는 적성국인 러시아의 석유를 비싼 값으로 구매해야 할 이유는 없어요. 그러니 결국 이 석유싸움에서는 러시아는 처음부터 승산이 없었고, 그래서 결과도 쉽게 예측이 가능해져 있어요.


관련 보도로서는 아래에 소개된 기사를 참조하실 수 있어요.

사우디와의 오일전쟁서 꼬리 내렸다, 푸틴의 치명적 실수, 2020년 4월 16일 조선닷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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