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멜로디의 다른 노래 2. 크루세이더의 기묘한 여행
이전에 예고한 것처럼, 이번에는 양파의 노래(Le chant de l'oignon, Chanson de l'oignon)를 다루어 보겠습니다.
이것은 프랑스의 군가로, 양파튀김을 예찬하면서 사자처럼 용맹해질 수도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오스트리아인을 노골적으로 "개자식" 취급하며 증오를 표출하는 상당히 기묘한 노래. 프랑스의 민요에서 유래한다고 알려진 이 곡은 대략 18세기말에 등장한 것으로 보이며, 에티엔 니콜라 메율(Étienne-Nicolas Méhul, 1763-1817)의 1797년작 오페라 젊은 앙리 왕의 사냥(La Chasse du Jeune Henri)의 서곡에도 비슷한 멜로디가 나옵니다.
우선, 남성 제창곡으로 들어보겠습니다.
그런데, 이 노래는 세계 각국에 동요로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당장 프랑스 본국에서도, 귀엽게 편곡되어 "클라리넷에서 도 소리가 안 나(J'ai perdu le do de ma clarinette)" 라는 동요로 널리 쓰이는 것은 물론이고 스페인, 포르투갈이나 스웨덴 등지에서도 다른 가사가 붙은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의외로 일본에서도 꽤 유명한데, 1963년에 NHK 모두의 노래(みんなのうた)에서 "클라리넷을 망가뜨렸다(クラリネットをこわしちゃった)" 라는 제목으로 프랑스 동요 가사를 최대한 따른 것이 소개되어 큰 인기를 끌기도 하였습니다.
이번에는 프랑스 동요판.
사실, 군사문화의 일부분이 아동문화로 편입되는 것 자체는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복식에서는 해군수병복인 세일러복이 아동복으로 채택되어 있고, 완구에서는 각종 전투원들의 모습을 본떠 만든 것들이 많습니다. 병정놀이에 쓰이는 인형 같은 것들이 그 대표적인 예. 게다가 각급학교의 운동회에서 잘 불렸던 응원가 중에도 국내외의 각종 군가가 꽤 있는 것을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이해가 빨라질 것 같습니다. 전근대의 유럽사회에서 아동의 사회화가 각 가정이나 동네의 교회 레벨로 이루어지다가 근대에 들어 그 역할이 공립 또는 사립의 각종 학교로 이관된 것을 봤을 때 군사문화를 유용하는 편이 꽤 유리했을 거라고 볼 수도 있으니까요.
양파의 노래는 최근의 영상물 중 걸즈 & 판처 최종장 제2편에서도 나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프랑스군 전차를 운용하는 BC자유학원의 주제가가 되어 있는 이 노래는 여기에서는 여성 제창.
동생도 이 노래를 좋아합니다.
후렴구에서 "오빠 오빠 오빠" 하는 것이 특히 마음에 들어서라고 그럽니다. 단 동생은 군가판보다는 동요판을 더 즐겨 부르고 있습니다. 이 편이 가사가 더 귀엽고 프랑스어 가사 발음이 더욱 매력적이라고.
다음 시리즈의 키워드는 아시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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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20-03-29 22:58:14
힘찬 군가가 편곡을 다르게 했더니 완전 동요가 되어버렸네요.
그것도 가볍고 발랄해서 듣기 재밌는 곡이 되었어요. 확실히 발음 느낌이 더 좋기도 하네요. 게다가 진짜 오빠 오빠 하네요. 재미있어요.
SiteOwner
2020-03-31 22:29:11
세계의 여러가지가 변화할 때마다 그 모습이 경이롭지만, 형태가 없다가 연주하면서 비로소 생명을 얻어 살아나는 음악의 변화는 특히 그 경이로움의 정도가 큽니다. 군가가 동요로 변신한다든지...
또 재미있는 것으로, 보병의 영어 어휘인 infantry 및 아기의 프랑스어 어휘인 enfant 모두 어원이 같습니다.
이 노래의 존재를 알게 된 뒤로, 동생이 저를 부를 때 저 노래의 동요판을 잘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프랑스어 발음을 잘 살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