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창작물 또는 전재허가를 받은 기존의 작품을 게재할 수 있습니다.
정식 연재 시작합니다. 전에 올렸던 선행공개 버전과는 몇 군데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2화는 토요일에 업로드됩니다. 이후 당분간 매주 수, 금 저녁에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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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아침 8시 10분. 미린고등학교 1학년생 조세훈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서서, 지하철역을 나와 학교를 향해 걷고 있다. 아직은 좀 이른 시간이라 그럴까, 하얀 상의와 보라색 하의의 미린고 교복을 입은 사람들은 그다지 많이 보이지 않는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고개를 돌리면 2,000m도 더 되는 RZ타워의 꼭대기가 보일 정도다. 바람도 살랑살랑 부는 게 마치 얼굴을 쓰다듬는 듯하다. 기분도 최고, 날씨도 최고, 모든 게 최고다.
“좋은 아침이야.”
세훈은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한다. 가벼운 한 마디라도, 세훈에게는 결코 빈말이 아니다. 개학 이래로, 세훈은 이 정도로 발걸음이 가벼웠던 적이 없었다. 3월 한 달은 ‘빈센트 클라인’과 그의 패거리들의 난데없는 공격에 시달렸다. 그때 세훈은 미린고에 초능력자가 그렇게 많은지를 처음 알았다. 한 달도 안 되는 시간에 몇 년에 걸쳐 겪을 만한 일들을 겪어 버린 건 덤이다. 다행히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서 세훈은 그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거기서 끝이면 좋았을지 모르겠지만, 4월 초에는 초능력이 발현해 버렸다. 사실 세훈에게 발현한 그 초능력이라는 것도 다른 능력들에 비하면 별것 아니다. 남들에게 말하면 믿지 못할 정도로, 세훈의 능력은 정말 남들이 보면 하찮다 못해 쓸데없다고 생각할 정도의, 그런 능력이었다. 하지만 세훈에게는 그 보잘것없다는 능력도 신기했다.
거기에 얽힌 이야기는 조금 길지만, 아무튼, 그러한 이유로 또 4월 한 달이 정신없이 지나갔고, 4월 말이 되어서야 겨우 여유를 되찾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고 나서 처음 맞이한 금요일. 그래서 세훈의 한 마디는 더 무게가 있다.
마침, 오늘은 전학생 한 명이 온다고 했다. 누군가에게는 가끔 있을법한 일이고, 별로 기대할 만한 뉴스가 아닐지라도, 세훈에게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뉴스다. 어제 전학생이 온다는 소식을 듣자 하루 내내 그 생각이 떠나지 않을 정도였다. 두 달 내내 이런저런 일로 시달렸던 세훈에게는, 특히 더 그렇다. 과연 누가 온단 말인가??
이럴 때는 인공지능이 꽤 유용하다. 세훈은 자신의 인공지능 *나라에게 물어보기로 한다. 아마 *나라는 인공지능 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대략적인 사실을 알려 줄지도 모른다... 물론 그 사람의 인공지능과 서로 우호적이라면. 이런 기대를 하며 세훈은 손목에 찬 AI시계를 본다.
[A.P 999년 5월 2일]
[전학생 정보 없음]
이게 무슨 말인가? 정보가 아예 없다니? 당황한 세훈은 AI폰을 꺼내 자신의 개인용 인공지능 *나라에게 묻는다.
“*나라, 시계에 표시된 게 무슨 말이야? 정보가 없다니?”
“AI시계에 표시된 그대로예요, 세훈 님.”
*나라는 세훈의 질문에 바로 대답한다.
“어떤 정보도 얻지 못했어요. 그 전학생에 대해서는요.”
“하, 그게 가능해?”
“불가능한 건 아니죠. 가령, SNS 같은 걸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든가, 집에 틀어박혀 공부만 했든가. 그런 경우는 드물지는 않아요.”
“아... 그래.”
세훈은 조금은 실망이 섞인 대답을 한다. 나름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나라도 아는 데 실패했다니... 하는 수 없다. 그래도 이따가 가 보면 알겠지.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대로변 안쪽으로 들어가니, 정원 딸린 저택들이 있는 주택가다. 좀 걷다 보니, 길 한쪽에 경찰차가 한 대 주차되어 있다. 세훈이 경찰차 앞으로 다가서자, 경찰관 한 명이 경찰차에서 내린다. 경찰관이 세훈을 보자, 반갑게 손을 흔든다.
“어? 진언이 형이지?”
이 경찰관의 이름은 독고진언, 3개월 차 신임 순경으로 세훈과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다.
“어제 야간근무 선 거야?”
“아, 맞아.”
“밤새우면 안 힘들어? 다른 건 둘째 치더라도...”
“아, 괜찮아. 내가 선택한 길인데.”
진언은 태연한 얼굴로 말한다.
“그건 그렇고, 너 이렇게 웃는 얼굴 오랜만에 본다.”
“아, 별걸 다 가지고 그래.”
“메이링 씨가 너 걱정 많이 하더라. 오늘 보니까 내가 다 마음이 놓인다고.”
“에이, 별거 아니라니까.”
“그래, 알았어. 또 봐!”
세훈은 진언에게 다시 손을 흔들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렇게 또 얼마쯤을 갔을까. 이제 교문이 점점 가까워진다. 시간은 오전 8시 20분. 아직 꽤 이른 시간이지만, 이제 슬슬 붐비기 시작할 시간이다. 저 멀리 지하철역 출구 근처에서 교복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이 시간쯤이면 주리나, 다른 친구들이 오고 있을 터다. 교문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카페 앞에서, 세훈은 발걸음을 잠시 멈춘다. 그리고 친구들을 기다려 보기로 한다.
그때였다. 왠지 모르게, 시원한 바람이 분다고 생각했을 때.
“저, 혹시...”
누군가가 부른다. 세훈의 바로 뒤다.
돌아본다.
본 적 없는 여학생이다. 갈색의 머리에 약간은 창백한 피부, 그리고 어딘가 차가워 보이는 눈매까지. 미린고의 교복을 입고 있는 건 맞는데... 한두 번이라도 어렴풋이 봤던 얼굴은 아니다. 세훈은 잠시 머리를 갸우뚱하다가, 이윽고 확신한다. 전학생이다. 오늘 온다고 했던, 바로 그 전학생!
“나... 나 부른 거지?”
세훈은 조금 더듬으며 말한다.
“그래, 너.”
여학생은 대뜸 말한다.
“1학년 G반, 맞지?”
“아, 맞아.”
세훈은 살짝 기분이 언짢다. 처음 보는데, 원수진 것도 아니고, 왜 저렇게 말투가 차갑지? 마치 고드름 같은 이 느낌... 아래에서 뭔가 끓어오르려는 것을 누르고, 다시 말한다.
“그런데 너, 말은 좀 부드럽게 할 필요가 있겠어.”
“아, 그건...”
전학생이 뭔가 더 말하려 한다. 하지만 말투는 여전히 차갑다. 세훈은 참다못해 전학생의 말을 가로막고 말한다.
“변명은 하지 마. 이런 말이 있어.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고. 그런 거, 주변 사람들한테 안 배웠어?”
“......”
“너, 남들 앞에서 그러면 안 돼. 남들이 부모도 없냐고 그럴 수...”
말을 끝내기도 전에, 세훈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직감한다. 순간적으로, 무엇인지 모를, 어디에서 왔는지 모를 오한이 세훈을 엄습한다.
이... 이 오싹함은...
이 오싹함은...
도대체...?
“너... 방금 뭐라고 했냐?”
전학생이 부들부들 떨며 말한다. 방금 전과는 확연히 다른, 힘이 들어간 목소리. 이럴 수가. 세훈에게 처음 전해져 온다. 뜨거우면서 차갑다... 이 양립이 힘든, 모순된 것을, 세훈은 지금 몸으로 느끼고 있다!
“아니, 내가... 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 봐!”
전학생의 목소리가 땅속 깊은 곳에서 치솟는 마그마처럼 폭발한다. 순간, 세훈의 오른쪽 뺨에 불꽃이 번뜩이고, 세훈의 몸이 잠시 붕 뜨더니, 곧바로 땅바닥에 털썩하고 널브러진다. 세훈은 머리를 흔들고는 몸을 일으킨다. 이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인가... 세훈의 머릿속에 결심이 선다. 아무리 전학생이라도, 공격을 당했다면 반격을 해야 한다. 능력을 사용해야 한다...
잠깐...
뭔가 잘못되었다... 아차... 깜박했다... 그간 안 쓰고 있어서 깜박 잊어버렸다... 춥다... 그것도 그냥 추운 게 아니다! 코트... 코트! 이가 부딪힌다... 손끝과 발끝이 굳어가는 것 같다... 마치 빙하 지대 한가운데에 떨구어진 것만 같다... 이 추위는... 이 추위는...!
“뭐야, 내 능력은 이 정도까지는 아닌데.”
전학생은 의아함과 놀라움이 섞인 얼굴을 한다.
“완전히 여기 겨울이잖아.”
“아... 맞지. 내 능력... 왜 하필 이럴 때...”
세훈은 얼어붙어 가는 입으로 차가운 한숨을 내쉰다. 역시 그랬다. 세훈의 능력은 남들하고 싸울 때는 썩 좋지가 않다. 남들의 초능력을 강화해 주기만 하는 게 무슨 대단한 능력이란 말인가. 아무튼 세훈은 덜덜 떨며, 얼어가는 팔다리를 겨우 움직여 가며, 일어선다.
“전혀... 매너 있는... 행동이... 아니야. 이건...”
세훈이 덜덜 떨며 겨우 말하지만, 전학생은 다시 조금 전처럼 폭발 직전이다.
“됐고, 지금 네가 할 건...”
바로 그때.
“거기까지만. 세훈이, 현애, 너희 둘 다 적당히 해.”
누군가가 전학생을 제지한다. 세훈이 보니, 갈색 생머리의 미린고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다.
“어? 주리... 너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이 여학생은 공주리. 어릴 적부터 세훈의 소꿉친구다.
“그런데 너... 이 애를 알아?”
세훈은 현애라는 전학생과 주리를 번갈아 보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분명... 오늘 처음 봤을 텐데?”
“아... 그건...”
주리와 현애가 뭔가 말하려는 그때.
“마침 여기 다 있었네.”
세 사람의 옆에, 어느새 보라색 야구모자를 쓰고 캐릭터가 그려진 민소매 셔츠, 검은 핫팬츠를 입은, 어깨 정도 오는 머리를 뒤로 묶은, 세훈과 전학생의 또래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와 갈색 머리의 검은 조끼와 남색 셔츠를 입은 키 큰 남자, 그리고 금발의 흰 셔츠를 입은 중간 정도 키의 남자가 서 있다.?
“어? 메이링 씨, 여기는 어떻게...”
보라색 모자를 쓴 여자의 이름은 무룽메이링. 변호사로, 세훈과 주리와는 아는 사이다.
“걱정되니까 살짝 따라와 봤지.”
세훈은 문득 깨닫는다. 이제 더 이상 춥지가 않다. 어떤 냉기도 세훈의 주위에서 느껴지지 않는다. 다행이다.
“아니, 그런데 메이링 씨, 사무실에는 안 가고...”
“가야지. 가는 길에 잠깐 들른 거야.”
갈색 머리의 남자가 말한다. 이 남자의 이름은 앨런 에반스. 메이링의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이다.
“아니, 사무소는 여기서 좀 가야 하지 않아요?”
“아, 그런 일이 있어.”
앨런은 싱글싱글 웃으며 얼버무린다. 그런데, 그 뒤의 금발의 남자는... 누구지? 세훈과 주리 모두, 처음 보는 얼굴이다.
“저... 메이링 씨, 그런데 저분은 혹시 누구죠?”
“아, 우리 사무실에 새로 온 자비에 씨라고 해. 인사해.”
세훈과 주리는 자비에라는 사람과 어색하게 인사를 나눈다. 세훈의 눈에는, 자비에라는 사람의 인상은, 왠지 익숙하다.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마치 어린 시절부터 봐 온 것만 같은 얼굴이다. 친근해 보이니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 자비에라는 사람도 세훈과 주리에게 웃어 보인다.
“참, 그리고 사실은 이것 때문에 온 건데 말이야.”
메이링은 주위를 한 번 돌아본다. 아직 미린고 학생들이 그렇게 많이 지나다니거나 하지는 않은 시간이다. 메이링은 현애를 돌아본다. 메이링은 목소리를 낮춘다.?
“너, 남궁현애라고 했지.”
“맞아요. 그런데 절 어떻게 아세요?”
“그건 좀 나중에 말할 테니까...”
메이링은 AI폰을 꺼내 사진 하나를 보여 준다. 후드를 써서 얼굴 전체가 드러나 보이지는 않지만, 입을 굳게 다문, 인상이 사나워 보이는 남자다.
“일단 이 사람을 조심해. 조만간 만나게 될 테니.”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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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0 22:03:14
신작 초능력자 H의 출범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감상평도 남기겠습니다.
선행공개에서도 느꼈습니다만, 이번에는 세훈의 말실수가 만든 상황은 물론 이전에 미처 포착하지 못했던 정보화사회의 두 얼굴에 대해서도 공포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세훈이 분명 경계심을 안 가질 수 없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뭐랄까, 텃세나 지적질로 보일 수 있는 여지 또한 충분히 많고, 그래서 말이 헛나왔습니다. 게다가 저 또한 전학생 남궁현애의 입장이 되어 본 적이 있다 보니까, 현애의 분노에 공감하고 싶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언급하고 싶은 정보화사회의 두 얼굴은 바로 전학생의 정보.
학교를 거치지 않고도 전학생에 대한 정보가 유통된다는 건 걱정이 안 될 수는 없어 보입니다.
누가 어떤 입장에 섰는지 분명하지 않으면서, 중재자가 등장함으로서 이야기가 확대되는 이 방식이 흥미진진함을 유발시키기에 좋다고 봅니다. 이 시도가 기대됩니다.마드리갈
2020-04-11 15:47:29
선행공개하셨던 신작 초능력자 H의 제1화를 이렇게 부분적으로 고쳐 올리셨군요.
연재 시작을 축하드려요. 그리고 끝까지 재미있게 잘 쓰시기를 기원할께요.
2년 전에 도쿄를 여행했을 때가 생각나네요. 센소지(?草寺)가 있는 아사쿠사에서 보이던 높이 634m의 도쿄스카이트리는 정말 이 세상의 건축물이 아닌 것 같았고, 마치 우주공간에 와 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했어요. 2,000m의 RZ타워는 그 이상의 것이겠죠. 그 높은 빌딩이 한 눈에 전부 다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장관이겠어요.
생면부지의 여학생과 세훈이 저렇게 마주쳤는데, 세훈이 너무 나갔어요. 부모가 어떻니 하는 건 아무리 의도가 좋더라도 오해를 사기 마련이죠. 주리가 정말 현명하게 둘 사이에 잘 개입했어요.
상대의 능력을 강화시켜 주는 능력이 과연 쓸모가 없을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겠죠. 죠죠의 기묘한 모험 5부에서 사물을 작게 만드는 스탠드이자 포르마조가 가진 능력인 리틀 피트는 별로 쓸모가 없다고 여겨졌지만, 암살에는 굉장히 무서운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으니까요.
시어하트어택
2020-04-12 15:03:29
일단 두 분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도 학창시절에 동급생들이 아무 생각없이 내뱉는 말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보니까 더 실감나게 쓸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본의아니게 다른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었지만요.
이제 회차가 거듭될수록 더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질 것입니다. 계속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