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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H] 3화 - 꼴사나운 습격

시어하트어택, 2020-04-15 10:30:24

조회 수
139

“남궁현애랬지?”
남자는 얼굴 가득 불길한 웃음을 띠며 태연히 말한다. 이 처음 보는 남자가, 현애의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단 말인가?
“무슨 수작하러 여기...”
“아, 그건 지금 당장은 알 필요 없고.”
남자는 현애의 말을 가로막는다.
“오늘 전학을 왔지? 미린고등학교 1학년 G반에 말이야.”
“내 이름하고, 몇 학년 몇 반인지를, 어떻게 알아? 나는 그쪽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현애는 언짢은 얼굴을 하고, 팔짱을 끼고서, 남자를 똑바로 노려보며 말한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너 누구냐?”
“하하하, 당장 알려 주지는 않을 거야.”
남자는 비웃는 얼굴을 풀지 않는다. 마치 조각상을 보는 듯, 처음의 그 눈빛 그대로다.

남자는 그 얼굴 그대로, 입을 연다.
“사람이 사람에게 지켜야 할 예절이 있지. 가령 서로 처음 만났으면 예의를 차려 인사를 해야 하는 법이고, 특히 어떤 곳에 새로 들어온 사람이 기존에 있던 사람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는 예의란 건 더욱 중요한 법이야.”
현애는 남자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팔짱을 낀 삐딱한 자세를 풀지 않는다.
“전학생이 기존에 있던 학생에게 지켜야 할 예절도 있지. 그건 뭐라고 생각하지?”
“아, 있기야 있겠지. 그런데 그쪽한테 지켜야 할 예절 같은 건 없을 것 같은데.”
“전학생이라면 말이지, 일단 존중의 자세를 보여야 하는 법이야. 학교의 전통에 대해 잘 알고 학교 내적, 외적 관계에 대해 잘 아는 재학생들에 대한 존중 말이지.”
“그래서 나보고 뭐 어떻게 하라는 거야? 응? 이래 놓고 존중이란 걸 할 수 있겠어?”
현애는 다리의 상처를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인다.
“네가 공손한 자세를 안 보여서 그렇잖냐!”
남자는 이제 씩씩거리며 말한다.
“존중의 자세를 좀 보이란 말이다! 조오오온주우우우우웅!”
“말했지.”
현애는 천천히, 또박또박 말한다.
“그쪽한테 지켜야 할 예절 같은 거, 없어.”
“아아, 그으래애애?”
남자가 눈을 별안간 치뜨는 듯하더니, 표정이 일그러지고, 혈관이 기괴하게 두드러져 보이기 시작한다. 현애가 보기에, 남자의 손에서 뭔가가 빛나는 듯 하더니...

퓍-

“읏...”
현애의 오른쪽 다리에 나 있는 상처 아래에, 또다시 빨간 줄이 그어져 있다. 또다시, 뜨끔거린다. 잊고 있었던 조금 전의 상처까지도 함께 뜨끔거린다. 숨을 돌리려 할 때, 뭔가 계속 다가온다는 예감이 든다. 현애는 직감적으로 몸을 뒤로 피한다. 현애의 바로 앞에서 공기를 베는 소리가 계속 들려 온다. 남자는 계속 손을 휘두르고 있다. 거칠게. 그러나 굉장히 어색하게. 초능력자나 숙련된 사람이 휘두르는 게 아니다, 이건!
현애는 혼란스럽다. 뭐지, 이 사람? 분명 우리 학교 학생은 아닌 것 같은데, 나를 어디서 본 것 같은 말을 하고... 도대체, 뭐야, 저 사람!
그때다. 남자의 주위에 한기가 돌기 시작한다. 남자의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게 보인다. 일단은 성공이다. 이런 능력을 사용하는 건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쓸 때는 써야 한다. 이제 1분도 안 되어 남자의 주변은 영하의 온도가 될 것이다. 남자가 마구 손을 휘둘러대는 틈을 타, 옆으로 피한다.
남자로부터 잠시 피한 사이, 다리의 상처들을 본다. 그중 아래에 생긴 상처를 보니, 검은 잉크 같은 게 묻어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남자가 휘두른 건 펜이라는 건데... 펜이 칼보다 날카롭다는 말은 많이 들어 봤지만, 물리적인 날카로움을 직접 겪어 보니, 가슴이 더욱 철렁거린다.
남자의 움직임이 둔해지기 시작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어... 뭐야?”
남자는 현애를 향해 더욱 광폭하게 달려든다. 추위 따위는 자신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마치 추위를 먹고 더욱 강해지는 괴물처럼, 달려든다. 펜을 든 오른손을 아무렇게나 휘둘러대는 모습은 마치 수백 년 동안 같혀 있었다가 풀려나온 괴물과도 같다.
멈춰야만 한다. 멈춰야만...

“어? 뭐야?”
카페거리 쪽에서 세훈의 목소리가 들린다.
“저기, 현애 아니야?”
“맞아. *하나가 오라고 해서 와 봤는데...”
주리의 목소리도 들린다.
“빨리 도와야 해!”
다행이다... 도울 사람이 있다는 건! 물론 그중 하나는 도와 준다고 해도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하지만 그 도움을 받기 전에 뭐라도 해야 한다... 이 찰나의 시간이라도, 저 남자를 멈추지 않으면, 위험하다!

그 사이, 남자는 펜을 휘두르며 현애의 코앞까지 다가온다. 이제 정말 코앞이다. 더 이상 생각을 하고 뭐고 할 시간조차 없다. 지금, 지금 어떻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왔다. 바로!
먹이를 얻은 맹수가 눈앞의 먹이를 향해 입을 벌리듯, 눈앞에!
남자가 가슴팍의 높이로 펜을 휘두르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현애는 몸을 숙인다. 머리 위로, 휭 하고 남자가 휘두르는 펜이 스쳐 지나간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남자의 뒤로 돌아간다. 당황한 남자는 급히 몸을 뒤로 돌리려 한다. 하지만 남자가 한발 늦었다. 이미 남자의 펜을 든 오른손은, 움직일 수 없다. 오른손목이, 현애의 손에 꽉 붙들려 있다. 남자는 고개를 현애 쪽으로 돌린 채로 현애를 노려본다.
그 눈빛. 똑같다. 처음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너무도 이상하다. 아까 전의 가식에 가득 찬 얼굴에서 보였던 눈과 지금의 광포해진 상태의 눈이, 하나도 다르지 않다. 조각상 같다는 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이... 이 자시이이이이익...”
남자는 입에서 거품 끓는 소리를 낸다.
“너, 누군지는 몰라도.”
현애는 남자의 오른손목을 꽉 쥔다. 현애의 손에서 냉기가 뿜어져 나오자, 냉기에 바로 닿은 손목은 금세 뻘게진다. 남자가 오른손을 비틀며, 신음을 흘리며, 왼손을 뒤로 뻗어 현애의 멱살을 잡으려는 순간.
“꼴사나워.”
어느새 남자의 턱 바로 아래로 들어온 현애의 왼손이다. 거기서 그대로, 수직으로, 남자의 턱을 강타한다.
“컥...”
제대로 된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남자는 눈을 까뒤집고, 바람 빠진 풍선이 된 것처럼, 온몸에 힘이 빠져 그 자리에서 축 늘어진다.
“후-”
남자가 완전히 바닥에 널브러지자, 현애는 그제야 둑 터뜨리듯 큰 숨을 몰아 내쉰다.
“괜찮아?”
“어떻게 된 거야?”
세훈과 주리가 일제히 현애에게로 달려온다. 주리는 현애의 다리를 보더니 얼굴이 시퍼레져서 목소리가 올라간다.
“너, 그게 뭐야? 괜찮아?”
“어, 괜찮아.”
현애는 무덤덤하게 말한다.
“일단 여기 이 사람 좀 붙잡고 있어 줘.”
세훈은 한숨을 내쉬며 남자의 상반신을 붙든다. 주리 역시 남자의 두 다리를 붙들고는, 한층 더 시퍼레진 얼굴로 현애를 보며 말한다.
“내가 볼 때는 안 괜찮아 보여. 그건 그렇고, 어떻게 된 거야?”
“카페거리에서 막 나왔을 때, 갑자기 상처가 하나 생기더니, 이 사람이 나와서 ‘전학생의 예절’ 같은 말을 하던데, 이 사람 혹시 알아?”
세훈은 쓰러진 남자의 얼굴을 슬쩍 본다. 아는 사람은 아니다. G반에도 이런 얼굴은 없었고, 전에 상대했던 클라인의 패거리 중에도 이런 얼굴은 없었다. 아무튼, 세훈이 아는 얼굴은 아니다.
“이 사람이, 너보고 ‘전학생’이라고 했다고?”
“뭐, 그렇게 말했지.”
현애는 차분한 목소리로, 그러나 아직 아까의 언짢음이 채 없어지지 않은 얼굴을 하며 말한다.
“그러더니 갑자기 펜을 휘두르다가 이렇게 된 거야.”
“아, 알겠어. 일단 내가 메이링 씨한테 연락해 볼게.”
주리는 곧장 AI폰을 꺼내 전화를 걸어 본다. 하지만 계속 연결음만 들린다.
“무슨 일이 있나, 왜 전화를 안 받지?”
“그럼 내가 진언이 형한테 연락해 볼게.”
이번에는 세훈이 AI폰을 들고 전화를 걸어 본다.?

♩♪♬♩♪♬♩♪♬

“여보세요?”
세훈의 전화 너머로 진언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 진언이 형? 혹시 지금 어디야?”
“응? 여기 너희 학교 근처인데.”
“그럼 혹시 여기 카페거리 쪽으로 와 줄 수 있어? 진언이 형이 와 줬으면 하는데...”
“알았어. 금방 갈게.”
세훈이 전화를 끊자, 남자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으음... 으...”
남자는 아주 조그맣게 뭐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런데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미세하게 웅웅거리는 소리 때문에 뭐라고 하는지 들리지 않는다.
“뭐라고 하는 거야? 크게 좀 말해 봐!”
세훈에 이어, 현애도 남자의 앞으로 와서 남자를 재촉한다. 남자는 눈을 뜨지 못한 채, 매우 조그만 목소리로 입술을 파르르 떨며 뭔가 말하려 한다.
“으... 으...”
“하... 이거 뭐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네.”
세훈이 남자를 강제로 일으켜 세우려던 그때.

“잠깐!”
주리가 세훈을 제지한다.
“누군가 이쪽으로 달려오는데...”
주리의 말대로다. 짙은 피부의 붉은 트레이닝복을 입은 3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 한 명이, 마치 고삐 풀린 말이라도 되는 듯,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다. 여자 한 명만이 아니다. 여자의 앞에서 달려오는, 여자가 든 개줄에 묶인, 개도 함께다. 이빨이 드러나고 입이 큰, 험상궂어 보이는 개다!
“크르르르르르...”
현애는 개와 여자를 번갈아 본다. 눈빛이 똑같다. 어쩌면 저렇게 똑같을까! 그리고, 깨닫는다. 조금 전에 상대했던 이 남자와, 똑같은 눈을 하고 있다!
순간, 현애와 여자의 눈이 마주친다. 여자는 마치 맹수가 포효하는 듯,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고, 눈에서 마치 빛을 뿜어내듯 현애를 노려보며, 소리 지른다.

“너어어어... 예절을 지켜, 저어언하아아악새애애앵의.... 예에에에에에에저어어어어어얼!”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3 댓글

마드리갈

2020-04-15 13:23:04

불쾌함 뒤에 갑자기 들이닥치는 공포...

비교적 온화한 오늘 낮이 이렇게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참 고약한 텃세네요. 예절 어쩌고 하는 그 남자는 자신은 그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인지...게다가, 어떻게 개인정보를 알아낸 건지는 몰라도, 생면부지의 타인이 자신의 신상을 훤히 꿰고 있다는 것은 불쾌하기 짝이 없어요. 아무튼, 제압당한 뒤의 그 남자는 굉장히 꼴사납게 되어 버렸어요.

숨을 돌리기가 무섭게 어떤 여자와 맹견이 돌진중...

어우, 현실이 아닌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여겨질 정도의 끔찍한 상황이예요.

SiteOwner

2020-04-15 19:48:49

문제의 남자, 아주 꼴사납게 제압당했군요. 저런 자에게 줄 동정심이 있다면 그냥 버리는 게 낫겠습니다.

저런 사람을 실제로 본 적이 있다 보니 더욱 실감나게 읽힙니다.

그러고 보니, 모 전직 정치인 중에 전학생을 "마을의 정기를 세운다" 는 명목으로 괴롭혔다가 징계를 받아서 마을의 길을 막고 무력시위를 벌였다는 사람이 있었지요. 그걸 자랑이라고...


나쁜 일은 역시 세트로 몰려오는군요. 정말 싫은 상황입니다.

시어하트어택

2020-04-15 23:40:25

네, 저도 저런 일이 연속으로 벌어진다면 과연 정신줄을 제대로 잡을 수 있을지나 모르겠군요.

작중에 벌어지는 저 사건에 대해서는 다음 화에서 전말을 파악할 수 있으니, 기대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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