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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하지요.
이처럼, 기원이 같더라도 어느 풍토에 뿌리를 내리는가에 따라서 완전히 달라지는 것은 자연물은 물론이고 인공물에도 있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원형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달라지는 경우는 더욱 많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번 시리즈의 키워드는 얀데레(ヤンデレ), 즉 병적으로 상대에 집착하고 상대를 좋아하는 성향입니다.
그리고 소개하려는 노래 또한 얀데레스러움을 아주 잘 대변하는, 섬찟하게도 느껴지는 것. 그런데 이 노래의 원곡은 또 그렇지 않다는 것에서 여러모로 놀라게 됩니다.
그러면 일단 원곡부터 소개합니다.
It Hurts to Say Goodbye.
이 곡은 미국인 아놀드 골랜드(Arnold Goland, 1928년생), 필 스펙터(Phil Spector, 1939년생) 및 제이콥 골드 잭(Jacob "Gold" Jack, 1921-1991)이 만들어서 1967년 영국의 가수 베라 린(Vera Lynn, 1917년생)이 발표했습니다.
이것이 다음해 대서양을 건너 프랑스에서 이렇게 달라졌습니다.
프랑스의 가수 프랑소와즈 아르디(Françoise Hardy, 1944년생)의 1968년 발표곡인 Comment te dire adieu. 제목의 의미는 대략 "어떻게 이별의 말을 건넬까" 정도입니다. 영어 가사와 거의 비슷한 취지의 프랑스어 가사는 프랑스의 뮤지션 세르쥬 갱스부르(Serge Gainsbourg, 1928-1991)가 붙였습니다. 국내에서도 인기있는 이 노래는 광고나 배경음악 등에도 상당히 잘 쓰이는, 프렌치 팝의 최전선을 장식했던 명곡 중의 하나였습니다. 영국인 가수가 불렀던 노래가 농밀하고 미련과 회한이 가득 남는 감각이라면, 이 프랑스 가수가 부른 노래는 청춘의 한 단면인 사랑과 이별을 풋풋하게 그려내는 듯한 감각, 이렇게 바다를 건너서 한번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이 곡은 유라시아 대륙을 건너 일본에서 또 크게 바뀌어 버립니다.
현재의 마츠토야 유미(松任谷由実, 1954년생), 결혼 전의 아라이 유미(荒井由実)는 프랑소와즈 아르디의 팬이기도 했고, 그래서 이 곡을 대폭 개조하여 일본 음악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것이 바로 1976년 미키 세이코(三木聖子, 1956년생)의 노래로 발표된 마치부세(まちぶせ). 매복이란 뜻의 이 제목을 채택한 범상치 않은 노래를 들어 보겠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이 미키 세이코의 노래가 발표된 그 해에 당시 편곡가가 마츠토야 마사타카(松任谷正隆, 1951년생). 아라이 유미와 마츠토야 마사타카가 결혼했고, 이후 아라이 유미는 개명한 이름인 마츠토야 유미로 활동하게 됩니다.
이 노래는 1981년, 또 다른 가수인 이시카와 히토미(石川ひとみ, 1959년생)가 발표하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게 됩니다.
일본 커버판 중 가장 처음 알았고 가장 친숙한 것이 이 이시카와 히토미의 노래.
특히 귀여운 외모와 목소리, 보다 현대적으로 다듬어지고 풍성해진 반주가 인상적입니다만...
가사가 참으로 무섭습니다.
"우연을 가장하여 귀가길에서 기다릴 거예요" 라고 하는 데에서는, 귀여운 목소리라서 더욱 섬찟합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아라이 유미 본인이 1996년에 셀프커버곡을, 결혼전의 이름인 아라이 유미 명의로 냈습니다.
분명히 1996년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흑백영상에서, 저는 광기에 찬 얀데레를 보았습니다.
귤이 단지 회수를 건너기만 해도 탱자가 될 뿐인데, 미국에서 시작하여 대서양을 건너 영국으로, 도버해협을 건너 프랑스로, 그리고 유라시아 대륙을 건너 일본으로 건너가니 이렇게 몰라볼 정도로 전면적으로 환골탈태했습니다. 게다가 원곡을 부른 가수 베라 린은 103세로, 지금도 현역입니다.
토요일 새벽에 거실에서 이 노래들을 들으며 글을 쓰고 있으니까, 동생이 무섭다고 합니다.
역시 얀데레는 무섭습니다.
다음 시리즈의 키워드는 수퍼스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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