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는 대표적으로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
그래서 여름에 강수량이 집중되는 동아시아의 몬순기후대 지역이 재배에 적합하여 중국과 인도가 매년 전세계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등 재배지의 편재도 또한 높고, 국제적인 유통량 또한 밀, 옥수수, 콩 등의 다른 곡물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기도 해요.
게다가, 밭벼같은 비전통적인 경작방법도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통상적으로 재배하기 힘들거나 불가능한 상황하에서의 고육지책인 터라 밭벼의 위상은 절대적인 재배면적에서도 단위면적당 산출량에서도 크게 낮아요. 2019년 쌀 생산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의 논벼 재배면적은 729,591ha이고 10a당 생산량은 현백률 92.9% 9분도 기준 513kg, 밭벼 재배면적은 229ha에 10a당 생산량은 같은 기준 254kg로, 밭벼는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논벼만큼의 수율은 기록하지 못하는 마이너한 방식이라 물 부족 지역에서의 벼농사란 불가능하게 여겨지는 것만도 사실이었어요.
하지만 이 상식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될 예정이네요.
사막서 벼 농사를? 농진청 기술로 꿈이 현실로, 2020년 4월 29일 서울경제 기사
농촌진흥청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사막에서의 벼 재배가능성이 열렸어요. 게다가 5월 5일에 수확이 예상되는데, 10a당 생산량이 763kg으로 전망되고 있어요. 이것은 국내 논벼 평균보다 48% 이상 많은 수치이기도 해요.
물론 이것이 바로 상업적인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어요. 재배지에 불투수층을 형성해 둘 것도 필요하고, 물을 많이 요구하는 특성상 현재로서는 채산성이 부족한 문제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것은 앞으로도 계속 연구해야 할 사항이긴 한데, 이렇게 사막에서 재배가 성공했던 것만 해도 큰 진전이 아닐 수가 없어요.
이렇게, 이전의 상식이 깨지려는 조용한 변화가 어느새 실현가능한 범주에 들어와 있어요.
이것이 우리가 사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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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키
2020-04-29 20:24:55
한때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 바이오 스피어 2(1은 다름아닌 지구 그 자체)라는 폐쇄형 인공 생태계를 조성하는 실험을 했었었죠. 비록 실험 자체는 여러가지 문제로 절반 정도의 성과를 거두고 종료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라는 답을 얻어냈었죠.
한반도 기후도 사실 벼를 재배하기엔 썩 좋은 기후는 아니라고 들어 배웠는데, 그럼에도 수천년 동안 이 땅에서 벼를 기르며 먹고 살았던 그 근성과 노하우 앞에서는 제 아무리 추운?만주 벌판이든 햇볓 쨍쨍 내리쬐는 중동의 사막이든 벼를 심어 싹을 틔우기만 하면 기술로 어떻게든 된다는거겠죠. 실제로도 중동 지방은 대부분 오일머니의 부국이다보니 사막의 강렬한 일조량과 적은 강수량을 오일머니의 힘으로 파훼해버리더라구요. 요 근래 유행어인 "돈으로 안되는게 있다면 네가 가진 돈이 부족한게 아닌지 생각해보자"는 밈을?진짜로 만들어내는?현실이란...
마드리갈
2020-04-30 00:22:43
아직 가야할 길이 많긴 하지만, 북방의 한랭지에 이어 이제 열사의 중동사막에서도 벼농사가 가능하다는 것이 정말 놀랍고, 역시 도전은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어요. 이 쾌거가 사막의 땅에 풍요를 가져다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미 사우디아라비아가 해수담수화로 확보한 담수 및 오일달러의 힘으로 관개농업을 수년째 이어 나가고 있지만 그것은 그나마 고온건조한 기후에서도 잘 버티는 작물 위주였지만, 이번 건은 벼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어요.
앞으로도 발전은 많이 있을 거예요. 그리고 우리는 그 시대를 현실로서 체험하고 있어요.
Lester
2020-04-30 17:54:03
갈수록 넓어진다는 사막이 황금빛 들판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만... 한편으론 기묘하기도 하네요. 사막에 벼를 심는다고 해서 환경까지 보전이 되던가요?
마드리갈
2020-04-30 21:37:33
사실 환경의 보전이라는 용어의 정의가 선결과제이긴 한데...
만일 있는 그대로 놔둔다는 개념으로 정의할 경우에는 이런 농업실험은 보전이 아니고 변형, 즉 훼손이 되어요. 게다가, 보다 생명이 살기 좋은 방향으로 변모시킨다는 개념으로 정의할 경우에라고 하더라도 인위적인 방법이 가해지는 점에는 하등의 차이가 없어요. 그래서, 이것의 의의를 최대한 고평가하려면 "보전" 보다는 "사막화 방지(Anti-desertification)" 의 관점을 취해야 할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