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주영상에서는 꽤 독특한 점이 보이고 있어요.
바로크오케스트라라는 이름답게 정격연주(Authentic Performance), 즉 악곡이 만들어진 시대의 악기의 진품 또는 동일 설계의 복제품을 사용하고 당시의 연주방법, 공연문화 등을 재현하는 연주 그 자체는 새롭지는 않아요. 하지만 보통 바로크 시대의 악기는 음색 자체는 섬세하지만 크고 강건한 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아서 대규모의 실황공연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연주단체에 따라서는 별로 활력이 느껴지지 않는 연주를 선보이기도 해서 정격연주가 2류 연주자들의 그럴듯한 자기합리화로 보인다는 비판을 받는 경우도 있다 보니 정격연주도 얼마든지 이렇게 생기있고 멋지다는 점이 이렇게 증명되는 것이죠.
또 하나는 트럼펫의 형상.
말려 있어서 호른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음역, 음색 및 마우스피스의 형상에서 트럼펫임이 드러나고 있어요. 사실 트럼펫과 호른은 그 기원이 같은데다 스페인어에서는 트럼펫이 트롬페타(Trompeta), 호른이 트롬파(Trompa)로 어휘의 형태가 유사한 데에서 그 기원의 동일함이 엿보이기도 하죠. 그렇다 보니 이 영상은 저렇게 말린 관의 트럼펫이 연주에 사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귀중한 것.
연주자들 중에서 동양인이 꽤 많이 보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특이점.
바이올린 연주자 중 남성은 일본의 테라카도 료(寺神戸亮, 1961년생), 여성은 토모에 바디아로바(Tomoe Badiarova)이고, 오보에 연주자는 아라이 고(荒井豪). 특히, 토모에 바디아로바는 테라카도 료의 제자이며 일본과 네덜란드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어요. 이렇게 사제가 같이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어요.
이렇게, 식후에 텔레만의 식탁음악을 듣고 있으니까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후가 더욱 풍요롭고 활기차게 느껴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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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20-05-10 03:26:50
식탁음악이면 식탁에서 듣는 음악일까요. 레스토랑을 가 본적은 없지만 레스토랑에 어울릴 거 같기도 하네요.
사실 식탁음악이라는 단어를 눈여겨보지 않았었는데, 그 때는 레스토랑보다는 뭐라고 해야하나, 느긋하게 몸 이완시키기 좋은 곡이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곡조는 신나는데 전체적으로 몸이 이완되는, 마음이 평온해지는 좋은 기분이에요.
마드리갈
2020-05-10 22:12:44
서양음악이 중세에는 교회 위주로 발전했다가,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로 이행해서는 유럽 각지의 왕조, 귀족가문 등지에서 음악활동에의 투자가 성행하고 직업음악가가 탄생하면서 각종 행사를 위한 음악이 많이 만들어졌어요. 이렇게 텔레만의 식탁음악처럼 식사, 연회 등의 상황에서 연주되는 것도 있고, 행사의 배경음악으로서 연주되는 여흥곡(Divertimento, 디베르티멘토) 등도 있고, 무도회를 위한 각종 춤곡, 그리고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한 음악극인 오페라 등이 용도에 맞게 생겨나서 널리 사랑받게 되었어요.
식탁음악은 일상 속에서 기분좋게 접할 수 있는 음악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죠. 청아하고 편안하여 삶의 매순간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게다가 텔레만의 음악의 경쾌함은 현대에도 이어져야 할 아름다운 바로크 음악의 정수. 이 음악을 마음에 들어하신 점에 깊이 감사드려요. 역시 소개하길 잘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