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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 전기고래P - 쿠네루 엔게이저

대왕고래, 2020-05-10 04:38:01

조회 수
166

세상에는 여러 노래가 있고 여러 가사가 있죠. 그 중에는 스토리를 담은 가사도 있어요.

그 중에 곡과 가사의 분위기가 반대되는 느낌이 들면 그것만큼 재미있는 곡도 없죠.


이전에 소개드린 "토루리리"의 전기고래P, 이 사람의 곡 중에 이런 곡이 있어요.

쿠네루 엔게이저(ク?ネル?エンゲイザ?, 食う?る?エンゲイザ?) 라는 곡.

곡은 전자음 기반으로 신나고 귀여운 곡에 PV도 캐릭터들의 도트 애니메이션이 귀여운 곡인데, 가사는 정반대로 지구가 얼어붙은 세계에서의 일상을 노래하고 있어요. 소름끼치죠.


바로 아래 곡입니다. 소개드립니다.



세상이 얼었어

미증유의 추위 그 아래서

도로도 하늘도

파랗게 하얗게 얼·어·었·


너무나 조용해서

생각없이 숨을 들이킨 사람은

차가운 밤이 폐에

깨져서 흩어졌어


두사람은 그런

밖의 광경을 보고 무서워져서

하얗고 얕은 호흡을 하는거야

히포, 히포, 세-제-


콘포타쥬 만들어

창문 틈새로 추위가 들어와

추억도 꿈도 머지않아 얼어 붙을텐데.


돌고 도는 밤중에

두사람이 흥얼거리는

노래도 붙잡혀서 사라졌으니


오늘도 두사람은

코타츠에서 귤을 까먹으면서

다음 계절이

돌아오지 않으니 울고 있는거야

냉기가 만연해

세포 단위로 종말을 맞이하고서

별이 떨어지는 지금이야

쿠네루 엔게이저


밥을 해 먹어,

슬프지만은 나름 맛있어.

그리고 잠드는 걸

계속 반복해

바깥을 바라보면

역시나 세상이 잠들지 않았다면

정말 좋아한다고 말해줘도 괜찮아


오늘도 두사람은

코타츠에서 귤을 까먹으면서

지나간 계절들의

추억들을 그리워 하고 있어

너무 절대적인

생물학적 종말을 마주하고서

완고하게 손을 서로 붙잡는

쿠네루 엔게이저



그런 생활이 갑자기 너무나도 슬퍼져서

2층의 창문을 열었더니 마지막.


나는 차가운 공기를 정면으로 들이마셔서

오른손과 폐와 마음이 얼어버리고 만 거야


밤은 모형정원, 노래의 분자마저도

3미터에서 얼어붙으니


오늘도 두사람은 (있지, 너무 추워.)

코타츠에서 귤을 까먹으면서 (하지만 너에게는 말할 수 없어)

다음의 계절엔 (나의 오른손은)

무엇을 할까 꿈을 꿔보는 거야 (파랗게 얼어서 금까지 가버렸어)

그리고 먹고, 자고 (차갑게 얼은, 마음은)

창문 밖을 함께 바라보면서 (차갑게 박동하면서)

너무 차가운 손을 비벼보는

쿠네루-엔게이저


[잔혹하게도 결국엔]

[기운이 희미하게 얼어붙었어]

미안해, 이제 나는 / (오무하카바루즈)

아니야, 괜찮아. / 사실은 알고 있어

두사람은 같이

이제는 잘 시간이야.

[두통과 호흡마저 무뎌져서는]

[팔꿈치도 오싹하게 얼어붙는]

쿠네루 엔게이저.


전기, 끊어졌어.


후반부 가사는 인터넷상에서 찾았을 땐 독음이 뭉개진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저는 니코동쪽 코멘트를 보고 해석했습니다.

해당 부분은 PV에서도 말풍선 안에 갈겨적은 듯이 되어있는데, 대괄호 표시한 부분입니다.


사실 잘 들어보면 대괄호가 아닌 부분에서도 다른 쪽 보컬에는 다른 가사를 부르고 있습니다. 슬래시 뒷부분입니다.

니코동에서도 무슨 가사인지 못 알아듣겠다고 하는 말도 있는 걸 봐서는 정말 의도적으로 못 알아듣게 한 건가봐요.

나름대로 해석하거나, 발음이라도 받아적은 코멘트가 있어 그걸 넣었습니다.


곡은 귀엽고 재밌지만 가사는 비극적이고 슬픈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다루고 있어요.

빙하기의 비극 이야기가 인상적이라서 올려봤습니다.

대왕고래

저는 대왕고래입니다. 대왕고래는 거대한 몸으로 5대양을 자유롭게 헤엄칩니다.

대왕고래는 그 어떤 생물과 견주어도 거대하다고 합니다.

4 댓글

마드리갈

2020-05-10 10:25:31

운영진 권한으로 영상 임베드 문제를 해결했음을 먼저 알려드릴께요.

내용에 대해서는 오후에 별도의 코멘트로 작성하겠어요.


그럼, 오후에 다시 올께요!!

마드리갈

2020-05-10 22:23:07

그럼 이제는 내용에 대한 코멘트.


제목에 "쿠네루(ク?ネル)" 라는 표현이 있어서 일본의 만화 먹고 자는 마르타(く?ねるまるた)가 생각났어요. 이것의 일본어 원제 발음이 "쿠-네루 마르타" 라서 혹시 이것 또한 먹고 자는 이야기인가 싶기도 한데, 가사를 보니 정말 먹고 자는 이야기네요. 그런데 통상적인 세계가 아니라, 대빙하기가 도래하여 갑자기 모든 것이 얼어붙은 혹한의 세계...

이렇게 귀엽게 노래하는 세계가 사실은 대빙하기가 도래한...갑자기 오싹해지고 있어요.


그리고 이제 전기마저 끊어졌으니 남은 건 영원한 잠과 그 직전에 바라본 세계...

대왕고래

2020-05-11 21:09:00

집 안은 평온하지만 집 밖은 지옥. 평화롭지만 뭔가 찝찝한 평화로움이죠. 그래서 오히려 마음에 드는 스토리구나 하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곡이 좋고 말이죠.

SiteOwner

2020-05-12 21:51:52

노래가 귀여워서 그런지 가사가 역으로 더욱 무섭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로버트 실버버그(Robert Silverberg, 1935년생)의 1964년작 장편소설 대빙하 생존자(Time of the Great Freeze)가 생각나는 것 같아서 섬찟합니다. 그 세계도 꽁꽁 얼어 있어서 북미는 지하에 들어가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만 살아있고 문명은 싱가포르나 브라질같은 적도에 걸친 국가에서만 제대로 돌아가는...

그리고, 마지막 가사에서는, 이 모든 즐거움도 어느 순간에 예고없이 단절될 수 있다는 게 보여서 갑자기 한기가 듭니다.


답례로 노래를 한 곡 소개해 드립니다.

ZARD의 1999년 발표곡 新しいドア~冬のひまわり~(새로운 문 -겨울의 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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