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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기묘한 교통카드사정

마드리갈, 2020-05-14 13:40:57

조회 수
146

은행, 대학, 교정시설, 해외 음악작품의 번역제목 등 일본의 각종 기묘한 문물에 대해 부정기적으로 다루어 왔는데, 이번 글에서는 교통카드 관련을 다루어 보도록 할께요.

일본의 교통카드는 한때 수많은 규격이 난립했다가, 1997년에 홍콩지하철 옥토푸스카드를 필두로 실용화된 소니(SONY)의 기술규격인 펠리카(FeliCa, 소개 웹사이트(일본어))가 2001년부터 JR동일본이 스이카(Suica)에 채택되면서 서서히 이 규격으로 통합되어, 2010년대에는 이 규격이 일본내의 교통카드의 사실상의 표준으로 정착하는 가운데에 몇몇 지방교통회사가 전용규격을 채택하는 등의 패턴으로 고착되어 있어요.
이 상황은 아래에 소개되는 관계도로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어요.


650px-ICCard_Connection.svg.png

이미지 출처 바로가기


가운데의 파란 윤곽선 내에 있는 것들이 이른바 메이저한 것들로, 모두 FeliCa 규격을 따른 것.

JR계열에서는 JR북해도의 키타카(Kitaca), JR동일본의 스이카(Suica), JR도카이의 토이카(toica), JR서일본 및 JR시코쿠의 이코카(ICOCA), JR큐슈의 스고카(SUGOCA)가, JR 이외의 경우에는 수도권 사설철도연합의 파스모(PASMO), 나고야 광역권의 마나카(manaca), 오사카 광역권의 피타파(PiTaPa), 후쿠오카의 서일본철도(통칭 니시테츠)의 니모카(nimoca), 후쿠오카지하철의 하야카켄(はやかけん)이 해당되고 있어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파란색 사각형 내에는 있지만 분홍색 내부에는 포함되지 않은 PiTaPa.

타사발행 교통카드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미리 충분히 충전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PiTaPa 등을 쓰는 교통회사, 일례로 오사카지하철의 역구내의 발권기에서는 타사발행 교통카드를 충전할 수가 없어요. 이 경우에는 JR의 역구내 발권기를 이용하거나, 가까운 편의점에서 충전해야 하죠. 아예 기술방식이 다른 것도 아닌데도 이렇게 제한을 걸어놓는 것은 좋게 보이지 않고, 저 또한 오사카에서 이런 문제를 겪어봤다 보니 곱지 않은 시선은 지금도 해소되고 있지 않아요.

JR서일본과 JR시코쿠는 같은 이름의 교통카드인 이코카(ICOCA)를 도입하고 있지만, 이것에도 묘하게 차이가 있어요.
JR서일본의 것과 달리 JR시코쿠의 것은 시코쿠 이코카(SHIKOKU ICOCA)라는 보다 긴 이름의 다른 도안의 교통카드만 있고, 기명식으로 발행되는 어린이용 카드 및 신용카드로 이용가능한 스마트 이코카는 사용은 가능하지만 발매는 하지 않고 있어요. 이것은 시코쿠의 교통사정상 혼슈와의 철도접점이 JR서일본의 오카야마역(岡山駅) 단 하나라서 어지간한 것은 오카야마역에서 다 대응이 되니까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또한, JR서일본의 역인데 JR큐슈의 시스템이 설치된 경우가 있어요. 시모노세키역(下関駅)이 바로 그 사례.


구입도 충전도 모두 발권기에서 대응되고 반환 등의 경우에만 창구를 이용하게 되는 FeliCa 규격의 교통카드는 최대충전한도가 20,000엔으로 되어 있어요. 이것은 확실히 고액이긴 하지만, 일본의 높은 교통비를 생각하면 다소 부족하게 여겨질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이것은 적용 에리어 이내의 이동가능범위 및 분실했을 때의 손해 등을 감안하여 JR동일본을 필두로 교통회사들이 관행적으로 설정한 것으로, 기술규격에 의한 제한은 아닌 것. 그렇다 보니 소프트웨어적으로 한도를 간단히 조정할 수 있고, 실제로 쇼핑몰체인 이온(AEON) 등에서 발행하는 것은 상한이 50,000엔으로 설정되어 있는 등 교통카드의 것보다 한도가 높게 되어 있어요.


일본에서 이런 교통카드를 사용할 때에도 기묘한 점이 있어요.

첫째는, 금액충전을 가리키는 용어. 차지(チャージ―), 입금(入金, 뉴킨)이라고 하지 충전(充電, 쥬덴)이라고는 하지 않아요.

둘째는, 이용할 경우 태그하면 처음에 기본료가 차감되는 시스템이 아닌 것도 특기할 점. 들어갈 때의 태그는 출발점 기록의 기능만 있고, 나갈 때의 태그에서 비로소 출발점에서부터 정산된 금액의 차감이 한꺼번에 이루어져요. 그래서 잔액이 없더라도 일단 개찰구를 통과한 뒤에 그 안쪽의 정산기를 이용하거나 창구에서 직원에게 정산을 의뢰하여 지불하는 것도 가능해요. 이것은 일본의 버스 및 무인역에서의 열차 이용의 방법인 승차시 정리권 뽑기 및 하차시 정리권의 번호에 맞게 표시된 운임 지불방식을 그대로 전자화한 것이죠.

셋째는, 여러 철도회사가 한 역에 있을 경우 출구를 잘못 선택해서 나갔을 때의 대책. 이 경우에는 정산창구 직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교통카드를 제시하면 직원이 카드 사용이력을 조회해서 임시통과권을 발행해 주기도 해요. 물론 사정설명을 일본어로 할 수 있다는 전제는 필요하지만...

넷째는, 일본국내사양 노트북의 경우 FeliCa 리더가 내장된 경우가 있고, 이 노트북에서는 FeliCa 규격의 교통카드 사용이력조회가 바로 가능하다는 점. 이 기능은 이미 2000년대 후반부터는 보편화되어 있어요.



이렇게 일본의 기묘한 교통카드사정을 알아보았어요.

직사각형의 얇은 플라스틱 카드에 담긴 특유의 사정만큼은 역시 깊다는 것이 여러모로 느껴지고 있어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마키

2020-05-14 21:44:06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을 정도로 난잡하다 보니 적어도 수도권이라면 지역 불문하고 물건 구입부터 대중교통 이용까지 한번에 다 해결되는 티머니가 얼마나 편리한 문물인지만 알거같은 기분이에요.

마드리갈

2020-05-14 22:03:07

역시 그렇게 보셨군요. 사실 그렇게 보시는 게 지극히 자연스러울 거예요.


엄밀히 따지자면 특정 권역내의 교통카드에 한정하면 한국이나 일본이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아요. 그런데도 일본의 방식이 유독 복잡하게 보이는 것은 이런 차이에 있어요. 우리나라의 경우는 독립된 교통카드 사업자가 여러 교통회사들을 가맹점으로 모집하는 형태인데, 일본의 경우는 각 교통회사가 독자적으로 교통카드를 발행하되 기술방식을 가장 많이 보급된 소니의 FeliCa로 하다 보니, 교통카드의 종류는 많은데도 기본적으로는 동일 기술기반이되 소프트웨어적인 조절로 몇 가지 차이를 둔다든지 하는 등의 분화가 일어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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