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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이 정말 필요하긴 한가...

마드리갈, 2020-06-17 23:44:52

조회 수
139

포럼에는 어문정책 관련으로 여러 글이 올라와 있죠.
그 중에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정말 필요하긴 한가 싶을 정도로 형편없는 국립국어원의 문제.

사실 비판하려면 밑도 끝도 없지만, 대표적인 것을 좀 추려볼께요.
제가 생각하고 있는 국립국어원의 문제점은 이렇게 요약가능해요.
  1. 어문정책의 담당기관이 반드시 국립국어원의 형태로 있어야 하는가?
  2. 세계 각국의 문물이 왕래하는 시대에 언어만 순수성을 가지는 게 가능한가?
  3. 제시하는 어휘가 외부에서 차용한 경우, 이것이 외래어와 다를 것이 있긴 한가?
  4. 규칙을 위한 규칙이 의미는 있는가?
  5. 언어를 담당하는 기관이 언어의 속성과 현실을 무시하는 모순은 인식이라도 하는 것인가?

대략 이 정도로 대부분의 문제점이 포괄된다고 보고 있어요.

우선 국립국어원의 형태에 대한 비판.
국립국어원에서 결정하는 사항은 구속력이 있는 법령이 아니죠. 그렇다면 굳이 국가기관의 형태를 띠지 않아도 되는 것이고, 정부가 출자한 독립법인 등의 형태 등의 다른 형태라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영국의 경우 옥스포드 대학의 출판부에서 발간하는 영어대사전을 기준으로 영어의 표준형이 정립되어 있다든지, 프랑스의 경우 부르봉 왕조시대에 세워진 아카데미 프랑세즈(Académie Française)가 프랑스어의 발전과 향상에 공헌하는 인물로 구성되어 계속 명맥을 잇는다든지 하는 것이죠. 특히 프랑스의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국적보다 프랑스어 그 자체에 집중하니까 오히려 이 점에서는 국가기관의 형태로 있는 국립국어원의 구성원이 이미 국적으로 제한되는 것보다 더욱 유연하다고 할 수 있어요.

언어만의 순수성의 고집 및 차용된 어휘에 대한 비판도 해 볼께요.
세계 각국의 문물은 모두 동질적이지만은 않아요. 즉 다른 것들이 있기 마련이죠. 거창한 것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캐나다에는 비닐봉지로 포장되어 판매되는 우유가 있고, 벨기에에서는 감자튀김에 찍어먹는 소스가 케찹보다 마요네즈가 주류인 등의, 국내에서는 생소한 것들이 세계 각지에 널려 있어요. 이런 것들을 나타낼 때 전량 국어에서만 의존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해요. 당장, 인도네시아의 콩 발효식품인 템페는 한국에서는 보급은 고사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것을 "인도네시아식 콩발효떡" 이라는 순화어를 제시할 건가요. 게다가 인도네시아라는 국명은 어떻게 순화할 건가요. 문물이 왕래하면 언어도 왕래하기 마련이고, 그래서 외래어를 배제하는 것도 불가능하죠. 이게 가능하려면, 백야의 시베리아평원을 누비고 다니는 목도리도마뱀이나 전구간이 물 위에서 벌어지는 파리-다카르 랠리 등을 더 빨리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게다가, 국립국어원이 기관 밖에의 어휘를 가져온 것이나, 한국어 화자가 해외의 문물에서 유래한 어휘를 가져온 것이나 다를 게 뭐가 있나요? 결국 본질적으로 같은 행위가 누가 했다고 정의이고 다른 누가 했다고 불의이고 할 사안이 아닌 것은 이렇게 명백한데.

규칙을 위한 규칙, 그리고 언어의 속성과 현실 무시에 대한 비판도 물론 빼놓을 수가 없어요.
사이시옷, 중국어 우선주의, 아무도 쓰지 않는 순화어, 기술분야에 대한 무지 등등의 온갖 문제점과 논란은 결과적으로 국립국어원이 언어를 다룰 자격이 없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데, 그런 현실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이 없는가 보네요. 그럼 할 수 없죠. 현실도 국립국어원을 무시할 수밖에.


국립국어원 새말모임이 내놓은 결과를 볼 때마다, 존재가치가 계속 하락하는 게 보여요.
게다가 존재가치란 유한할테니, 언젠가는 그것도 고갈되겠죠. 아무도 아쉬워하지 않은 채로.
마드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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