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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판타지 1의 GBA판에는, 각 스토리 보스를 쓰러트리면 하나씩 열리는 이른바 "소울 오브 카오스" 던전이라는 게 존재하죠.
보스들은 다른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보스들이 나오고, 가장 쉬운 "대지의 은혜의 사당"에 나오는 보스들조차도 즉사기를 아무렇지 않게 날려대기 때문에 첫 보스를 잡은 시점에서는 상대하기 힘들죠.
심지어 몹들도 은근히 강한 편이고 좋은 아이템들도 잘 나오기 때문에 이 던전들에 적응되면 스토리진행이 너무 편해질 정도로 캐릭터가 강해져있고, 최종보스마저도 간단히 썰려버리죠.
소울 오브 카오스 던전은 총 네가지가 존재하는데, 다음 네가지에요. 각각 특이한 플로어가 존재하죠.
- 대지의 은혜의 사당 : 총 5층, 사막을 돌아다니면서 길을 찾는 특수 플로어나, 고정 인카운터 적들을 쓰러트려가면서 길을 나아가는 플로어 외에는 특이한 기믹이 없어서 간단하게 돌기에는 좋아요.
- 타오르는 불의 큰 구멍 : 총 10층, 빠르게 돌아다니는 NPC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는 플로어가 나오는데 짜증나죠.
- 치유의 물의 동굴 : 총 20층. 반짝이는 투명한 발판을, 반짝이는 위치를 기억해서 밟으면서 이동해야하는 공중정원 맵이 특징. 사실 이 던전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서도 악명높은, 본 게임에서도 클리어하기 힘든 두 보스인 "오메가"와 "신룡"이 최종보스로 있는 던전이죠.
- 그리고 본 글에서 논할, 40층 길이에 그만큼 재미있는 기믹도 많은 "바람이 속삭이는 동굴".
마법 상점 플로어에요.
온갖 마법사 NPC들이 돌아다니면서, 본편에서 나온 Lv8까지의 마법 및 마법무기, 마법 아이템들을 판매하는 플로어.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Lv8 마법을 판매하는 NPC와, 마법내성 아이템인 커튼류를 파는 NPC.
사실 둘 다 스토리 내에서도 만날 수 있긴 한데, 마을에서 은근히 깊숙히 들어가야 나오는지라 첫 플레이때는 전혀 몰랐었죠.
특히 Lv8 마법을 파는 NPC가 문제인데... 딱 봐도 마을 출구로 보이는 곳이 사실은 출구가 아닌지라, 그쪽으로 그냥 쭉 걸어가면 동떨어진 위치에 마법가게가 있더라고요. 공략 보고서야 알았어요.
암튼 그렇게 해서 저는 저 플로어에서 Lv8 마법 (특히 부활마법인 아레이즈)을 처음 구매했기 때문에, 저 플로어가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네요.
몬스터가 전혀 나오지 않기에 은근 평화로운 건 덤.
로봇 마을 플로어.
여기저기에 반파된 로봇이 가득하고, 그나마 반파되지 않은 로봇은 둘 뿐에 한 로봇은 망가진 상태라 반파된 로봇에서 잔해를 찾아서 갖다줘야하죠.
세기말적인 분위기가 맘에 드는 플로어였어요.
드워프들의 마을 플로어입니다.
잠깐 옆길로 새자면 일본쪽 이야기로 알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가 있다고 해요. 지푸라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답례로 물건을 받고, 그걸 다른 사람과 교환해서 결국에는 엄청 귀중한 걸 얻게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이 플로어가 딱 그런 구조에요.
한 드워프의 문제점을 해결해주면 아이템을 받고, 그걸 다른 드워프에게 줘서 그 드워프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주면 다른 아이템을 받고, 그걸 또 다른 드워프에게... 이걸 반복해서 "스타루비"를 얻고, 그것으로 골목을 막고 있는 골렘을 비켜나게 하는 구조에요.
로봇 마을 플로어도 그렇고, 몬스터 배틀 외의 퍼즐적인 요소를 도입해서 다른 재미를 도입했다는 점이 재미있어요.
죽은 몬스터들의 영혼들이 있는 플로어입니다.
지금까지 플레이하면서 죽여온 몬스터들의 영혼이 있고, 말을 걸면 한마디씩 하면서 성불하죠.
고스트는 "제발 디아는 쓰지 말아줘!" (디아 : 聖 속성 마법) 라고 하면서 성불하고, 어떤 몬스터는 "사실은 인간이 되고 싶었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몬스터는 "그냥 우리 공주님 좀 보려고 나왔다가 죽었어"하면서 한탄하기도 하고...
저 영혼들 중에는 초반에 상대했던 보스몹인 아스토스나 뱀파이어도 있고, 말을 걸면 복수하려고 싸움을 걸기도 하죠. 그래봤자 이젠 잡몹수준이라...
여태까지 플레이해오면서 만난 몹들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 꽤 인상적이었어요.
그 외에도 여러 플로어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것들은 저것들이네요.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바로 아래 플로어, 3번째 보스가 나오는 30층 고정 이벤트.
30층에 도착하게 되면 파이널 판타지 1 게임오버 BGM이 들려오면서, 저주받은 마을에 도착하게 됩니다.
마을 사람들은 전부 저주인지 뭔지 모를 것 때문에 피부가 하얗게 변해버렸고 말을 걸면 도와달라면서 신음하죠. 몇몇 사람들은 아예 돌이 되어 굳어버렸어요. 그야말로 끔찍하고 처참한 광경이에요.
모든 것의 원인은 중앙에 있는 집 안에 있는, 본 던전 3번째 보스 때문에 벌어진 것. 주인공들은 저주받은 마을 사람들을 뒤로 한 채 이 사태의 원인인 3번째 보스에게 도전합니다.
(이미지 출처 : https://blog.naver.com/mins_up/130011577315)
그 정체는 파이널 판타지 6의 마열차.
저는 무슨 미친 악마나 뭐 그런 걸 생각했는데, 뜬금없이 열차가 나오더라고요. 정말 희안했어요.
대체 왜 마열차가 마을에 나타난건지, 이 열차가 무슨 짓을 했길래 마을이 저 지경이 되었는지 등등이 의문스러웠지만 앞서 마을 분위기에 압도된지라 신경 안 쓰고 보스전을 치루었죠. 그랬더니...
저주받은 마을에는 꽃이 피고, 마을 사람들은 석화에서 풀려나고 다시 생기를 되찾았죠.
오히려 이게 던전 마지막 보스한테 가야했던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던 보스 이벤트였어요.
바람이 속삭이는 동굴을 좋아하는 이유가 여러가지 있는데, 그 중에서 이 플로어가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에요.
단순히 몬스터만 잡는 던전이 아닌, 퍼즐적인 요소도 있고, 재정비할 수 있는 구간도 있는데다가, 인상적인 보스 이벤트까지 있는 던전.
그래서 다른 소울 오브 카오스 던전보다 바람이 속삭이는 동굴이 좋더라고요.
저는 대왕고래입니다. 대왕고래는 거대한 몸으로 5대양을 자유롭게 헤엄칩니다.
대왕고래는 그 어떤 생물과 견주어도 거대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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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마드리갈
2020-06-28 17:34:32
옛날의 게임은 정말 대단해요.
당시에는 플랫폼도 성능이 참으로 낮았는데 이렇게 게임 내부의 환경을 정교하게 구현해 놓은 것은 그야말로 장인정신의 극치. 게다가 첨부된 영상을 보고 있는데 음악도 참 훌륭해요.
저주받은 마을, 정말 끔찍하네요. 이 부분의 음악도 그래서 단조의 어두운 분위기...
마열차는 19세기의 미국 각지의 괴담에 나오는 유령열차같네요. 19세기 후반의 미국에서는 눈보라 치는 산간의 철도를 달리는 열차의 정면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증기기관차가 돌진해 오다가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소멸하고 나중에 그 장소를 수색해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는데...
보스전에서 이긴 결과가 원상회복이라는 게 참 마음에 들어요.
보상 등도 중요하겠지만, 원상회복만큼 좋은 건 없으니까요.
SiteOwner
2020-06-28 20:49:11
파이널 판타지...
여러 경로로 엔딩영상, 음악 등을 접해 보기는 했는데 정작 게임은 해 볼 기회가 없었군요.
게다가 여러모로 즐길 거리가 많다는 게 좋아 보입니다. 게임의 초창기였던 그 때에도, 게임이 하나의 산업이자 문화분야로 대중화된 지금도.
임의로 붙이신 명칭, 센스가 상당히 좋습니다.
증기기관차는 처음 등장했을 때 공포와 경악 그 자체였습니다. 굉음과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고속으로 달리는 기관차는 두려움의 대상이자 신문물의 전파자로서 영국 전역을, 유럽대륙을, 그리고 미주의 땅을 달리면서 표준시 개념, 행정학 등의 것도 창안해 냈습니다. 그렇다 보니 기관차는 평온한 삶의 파괴와 더 나은 미래에의 전진을 나타내는 이중적인 존재라서 그렇게 등장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