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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H] 25화 - 그 남자는 어디?

시어하트어택, 2020-07-01 07:08:27

조회 수
137

5월 14일 수요일 저녁, 미린구 북쪽에 있는 레이라 강변공원 미린지구. 산책로를 따라, 누군가가 잰걸음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다름 아닌, 후드를 쓴 그 남자. 늘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뭔가를 찾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하지만, 남자의 걸음걸이는, 평소와 달리 무겁다. 평소 열 걸음을 걸을 정도의 시간에, 오늘은 여섯 걸음 정도밖에 걷지 못한다. 무엇 때문인지, 그는 걷는 도중에도 자꾸 한숨을 푹푹 내쉰다.
“한 발... 왜 한 발만 남은 거냐.”
남자는 진홍빛이 감도는 탄환을 손에 들고 탄식하듯 말한다.
“어느새, 한 발밖에 안 남았다니...”
남자는 터벅터벅 걸으며, 자꾸 한숨만 내쉰다.
그렇게 어느 정도를 걸었을까.

“한심한 녀석 같으니라고. 쓸데없는 걱정만 하는 거냐!”
그때, 뒤에서 들리는 누군가의 호통치는 목소리. 그 톤도 후드 쓴 남자보다 좀 더 높고, 더 우렁차다.
“뭐 하고 있나 했더니만...”
그는 마치 밖에서 큰 사고를 치고 온 사고뭉치 자식을 보는 듯, 쯧쯧 하고 혀를 찬다.
“뭐, 뭐야, 당신은!”
후드 쓴 남자는 신경질을 내며, 뒤돌아본다.
“당신이 뭔데,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만 다음 순간, 후드 쓴 남자는 무엇을 봤는지는 몰라도, 갑자기 말을 멈추고 뒷걸음질한다.
“아... 아...”
그의 눈앞에, 조금 떨어진 눈앞에, 누군가가 서 있다. 역광 때문에 자세한 모습은 안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확실하다. 그와 비슷한 키에, 비슷한 체격. 하지만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신비롭고도, 위압적인 분위기. 알겠다!
“다... 당신이었군요!”
후드 쓴 남자는, 바로 그 그림자의 아래에 넙죽 엎드린다.
“몰라뵈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렇게 낭비하고 다니니까 탄이 다 떨어지는 거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당신의 깊은 뜻을 미처 몰랐습니다! 다시 한번, 한번만 기회를 주신다면,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그자를 숙청하는 데 큰 힘이 되겠습니다!”
“그 태도가 아주 마음에 들었네. 다시 한번 기회를 주마.”
그림자의 남자는 근엄하게 말하며, 자신의 주머니 안에서 뭔가를 꺼낸다.
“단! 이번에는 딱 7발만 준다. 신중히 잘 써라. 저번처럼 아무 데나 쏘고 다니지 말고!”
그림자의 남자의 목소리가, 거기서 다시 확 높아진다. 후드 쓴 남자는 바닥에 더욱더 넙죽 엎드려 벌벌 떨며 말한다.
“다... 당신의.... 말씀... 며... 명심...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그렇지.”
그림자의 남자는 흡족하게 말하며, 후드 쓴 남자의 앞에 진홍색의 탄환 7발을 내민다. 후드 쓴 남자는 공손하게 두 손을 벌려 그것을 받는다.
“좋아. 이만 가보겠네.”
그림자의 남자는 뒤돌아서려다가, 다시 후드 쓴 남자를 뒤돌아보며 말한다.
“내가 너를 선택한 건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뭔지 알겠지?”
“자...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정말 간다.”
그림자의 남자가 어둠 저편으로 사라지고 나서도, 후드 쓴 남자는 몇 분간을 벌벌 떨며 그대로 땅바닥에 엎드려 있을 뿐이다. 이윽고 시간이 흘러 일어나면서도, 남자는 몇 번이고 다리를 후들거리며, 온몸을 떤다.
이윽고 남자는, 마치 사냥개가 되기라도 한 듯, 다시 목표를 찾아 나선다.

다음 날 아침 8시 30분, 미린고등학교의 등굣길. 여느 날과 다름없이, 길가에는 등교하는 학생들, 그리고 가끔 보이는 산책을 나오거나 하는 주민들로 활기가 넘친다.
그 사이를, 세훈이 걷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평범히 걸어가고 있지만, 사실 속으로는 걱정이 좀 많다. 현애는 어제 외제니한테 공격을 크게 받았다는데,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건지. 또 그 후드 쓴 녀석이 세훈 자신을 직접 공격해 오지는 않을지...
세훈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오늘 아침, 세훈은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시끄러운 메시지 알림음과 함께 메시지를 받았다. 모두 진언이 보낸 것으로써, 새벽에 아파트 단지에서 폭발 사건이 2건이나 일어났다는 것이다. 진언은 어제 당직이었다. 처음은 새벽 1시에 일어났는데 한 아파트 단지의 담배꽁초 쓰레기통이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그렇게 현장을 확인하고 다시 순찰차를 타고 막 경찰서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3시. 그대로 자리에 앉으려는데, 또 신고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또 다른 아파트 단지. 그대로 아까 갔던 선배와 함께 다시 순찰차를 타고 그리로 갔다. 두 번째로 간 곳은, 분리수거장, 그것도 유리병 수거함이 터져서 유리 파편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진언은 그때 어느 놈인지 정말 잡히기만 해 봐라 하고 이를 갈 정도였다고 한다.
머리가 아프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머리가 아프다. 그렇게 생각에 막 잠기려 하는 그때...
“안녕, 좋은 아침이야!”
누군가가 세훈의 옆을 지난다. 돌아본다.
“앙드레잖아!”
역시나, 앙드레는 늘 그랬던 것처럼, 조금 벌게진 얼굴에, 이마에는 땀을 흘리고, 입에서는 거친 숨을 내쉬고 있고, 손에 든 생수병은 반쯤 비어 있다.
“참 대단하네. 운동부도 너같이 열심히 하지는 않을 거다.”
“하, 다들 그렇게 말하던데? 어쨌든 고마워.”
“좀 쉴 때는 쉬어 가면서 해. 그러다가 몸 버릴 수도 있어.”
“그래도 새벽에 이렇게 운동을 하고 나면 보람이 있잖아. 안 그래?”
“그... 그렇지.”
“자, 그럼 나는 먼저 간다!”
앙드레를 먼저 보내고, 또다시 혼자서 길을 걷는다. 문득, 또 걱정된다. 현애 진짜 괜찮기는 한 건가? 보일 때가 됐는데...
어?
세훈의 눈에, 조금 멀리 보인다.
현애의 모습이.
그리고, 다행이다!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여전히 활기찬, 어제의 그 모습 그대로다.
다만, 어제하고는 달리, 두 사람을 양옆에 끼고 있다.
세훈은 그 얼굴들을 바로 알아보고, 피식한다. 그럼 그렇지...
현애의 양옆에 있는 동급생들은, 다름아닌 E반의 조제와 외제니. 둘 다, 고개를 푹 숙인 채 현애를 따라 걷고 있다. 세훈도 은근슬쩍 현애 옆에 따라붙는다. 세훈이 손을 흔들자, 현애는 입을 툭 내미는 듯하면서도 장난스럽게 웃는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거야?”
“왜 없겠어.”
현애는 고개를 푹 숙이고 걷는 외제니를 흘끗 돌아보며 말한다.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기나 해?”
“아... 그런 것 같기는 하네.”
“그럼 저기 카페로 갈까? 주리도 온다고 했고, 시간은 아직 좀 있으니까, 저기서 얘네들 이야기나 좀 들어 보자고.”

카페 ‘커피콩밭’의 야외 테라스. 마치 피의자 심문을 하듯, 현애와 세훈, 주리, 그리고 조제와 외제니가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다.
“그 후드 쓴 녀석 있잖아.”
현애가 맞은편에 앉은 조제와 외제니를 보고 묻는다.
“뭐 혹시 더 자세한 인상착의 같은 거 생각나는 거 있어?”
“이... 인상착의?”
조제와 외제니는 그 말이 나오자 다시 한숨부터 쉰다.
“하... 왜 말한 거 또 말해야 하는 건데.”
조제는 짜증이 난다는 듯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말한다.
그러자, 가만 듣고 있던 현애가 갑자기 폭발하듯 소리를 내지른다.
“야! 조제 엔히크스! 이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지!”
“아, 아니... 나는 그게 아니고...”
“얼굴도 모르는 녀석의 사주를 받고 남을 공격하려 한 게 어디서 말이 많아!”
조제의 얼굴, 그리고 온몸에, 한겨울과도 같은 추위가 엄습해 온다. 하지만, 이상하다. 분명, 씽씽 불어오는 바람처럼 추운데도, 한편으로는 은근히 따뜻하다! 뭐란 말인가, 이 모순되었지만, 전혀 모순되지 않은 상황은?
“아, 알았어, 가만히 있을게!”
조제는 한편으로는 놀라며, 또 저번 토요일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는 팔뚝 대신 양손을 모으고 공손한 자세로 말한다.
“그러면 가만히 있어. 우선은 외제니하고 이야기할 테니까.”
현애는 이번에는 외제니를 돌아보며 말한다.
“자, 말해. 그 후드 쓴 녀석에 대해 뭔가 생각나는 거 있어?”
“뭐... 뭘 말하면 되는 거지?”
“너, 저번 주 금요일 날 산책하다가 그 후드 쓴 녀석 만났다며? 좀 가까이서 만났으면 뭐라도 기억이 날 거 아니야?”
“아, 맞아! 그러고 보니까, 똑똑히 기억이 나는 것 같아.”
외제니가 입을 열자, 현애뿐만 아니라 세훈, 주리도 외제니의 입을 주목한다.
“내가 아는 목소리야.”
“뭐... 뭐엇?”
“다시 한번만, 아는 목소리라고?”
이번에는 세훈이 목소리를 높여 말한다.
“누구 목소리였어? 우리 동급생? 아니면, 선배나 후배? 그것도 아니면?”

외제니는 잠시 석상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 없다가, 잠시 후 입을 연다.
“그... 그러니까, 서... 선배였던 것 같기도 해. 아니면 동급생... 이었던가.”
외제니는 확신하지 못하는 듯, 말을 흐린다. 끝은 아예 들리지 않을 정도로, 목소리가 확 기어 들어간다.
“하지만... 이건... 확실해. 아는... 아는 목소리야...”
“야! 좀 똑바로 말해!”
현애가 마치 볼륨을 확 올리는 것처럼 목소리를 확 높인다. 눈보라 같은 찬 바람이 외제니의 얼굴을 때린다.
“뭐라고 하는 건지, 하나도 못 알아먹겠으니까.”
“그러면 내가 어떻게...”
“또박! 또박! 말하라고오오오오!”
“아... 알았어!”
외제니는 잔뜩 겁에 질려, 부자연스럽게 목에 힘을 주어 말한다.
“그 후드 쓴... 후드 쓴 남자는, 우리 학교 안에 있어! 이 미린고등학교 안에!”
“확실해? 정말이야?”
세훈과 주리가 동시에 묻는다. 외제니는 말없이 눈물을 핑 돈 얼굴을 하며 고개를 흔든다.
“야! 너희들 좀 적당히 해라.”
그때 한 여학생의 목소리가 들린다. 현애와 세훈, 주리 모두 그쪽을 돌아본다. 야구모자를 푹 눌러쓴 여학생과 그 옆에 지나가는 미린중학교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보인다.
“뭐야, 나타샤하고 하야토네.”
나타샤는 푹 눌러쓴 모자를 벗어 보이며 장난스럽게 웃는다.
“좀 적당히 봐 주면서 하라니까!”
“알았어, 알았어.”
세훈은 나타샤에게 가까이 다가가 귓속말로 뭐라 속삭인다. 나타샤는 손을 내저을 뿐. 세훈은 고개를 끄덕인다. 나타샤는 다시 모자를 눌러쓰고 학교로 향하며 말한다.
“늦겠다, 너희들! 벌써 8시 50분이야!”
“아, 알겠어, 알겠어!”
나타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나서, 현애는 다시 조제와 외제니를 무섭게 부릅뜬 눈을 하고 돌아보며 말한다.
“너희들, 앞으로 또 이러면 어떻게 할래?”
“하루종일 얼음상이 되어 서 있을게! 정말이야!”
외제니가 먼저 사색이 되어 말한다.
“그러니까... 한번만, 한번만!”
조제도 외제니를 따라, 넙죽 엎드리며 말한다. 그런 조제와 외제니를 보고는, 현애는 팔짱을 끼고 둘을 노려보며 말한다.
“좋아, 두고 보겠어. 여기 세훈이하고 주리도 들었으니까, 발뺌해도 얼음상으로 만들어 버릴 거다. 알겠지?”
조제와 외제니는 마치 큰 은혜를 지기라도 한 듯 굽신거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한편 그때, 카페 커피콩밭 옆을 지나는 누군가가 있다. 미린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다른 여학생들보다 덩치가 2배는 커 보이는 여학생이다.
“저 애였구나, 남궁현애가... 알겠어, 알겠어.”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3 댓글

SiteOwner

2020-07-01 21:57:32

후드 쓴 남자 또한 누군가의 하수인에 불과했군요.

게다가, 다른 곳에서는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폭발사고가 일어나고, 정말 정신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후드 쓴 남자가 미린고등학교의 학생이라니, 그렇다면 주인공 및 주변인물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있다는 의미로군요. 갑자기 무서워집니다. 이렇게 그가 지근거리에 있는 자일 줄이야...


또 새로운 캐릭터가 나오는군요. 거구의 여학생이라...역시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겠습니다.

마드리갈

2020-07-02 13:12:16

문제의 후드 쓴 남자도 누군가의 의지에 부려먹히는 자였나요...

이런이런...그야말로 위의 사람에 치여서 아래의 사람을 마구잡이로 닦달하는, 중간관리직의 가장 나쁜 형태군요. 그나저나 그 목적이라는 게 그렇게 이루어야 할 지고지선의 것인지, 동의는 조금도 못 해주겠지만...

조제와 외제니의 진술에서 또 놀랐네요. 문제의 후드 쓴 남자는 교내의 인물...

혹시, 아주 활달하고 사교적인 인물이 아닌가 싶네요. 그래야 완벽하게 위장될테니...


다른 여학생들보다 덩치가 2배는 되어 보이는 여학생...고도비만인 것일까요, 오래전에 구미에서 봤던 고도비만 여학생이 생각나기도 하네요.

시어하트어택

2020-07-02 23:34:41

일단 저 '그림자의 남자'는 1부에서는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을 겁니다. 일단은 저 후드 쓴 남자의 이야기가 끝나야 나올 테니까요. 일단은 후드 쓴 남자의 정체는 계속 비밀로 해 두겠습니다.


저 덩치 큰 여학생 에피소드는 기대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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