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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H] 28화 - 뒤쪽 조심!

시어하트어택, 2020-07-10 07:00:15

조회 수
130

“너희들, 모두우우우웃!”
큰일났다. 완전히 포위당해 버렸다! 문은 덩치 큰 리나의 몸에 완전히 가로막혀 버렸다. 그렇다고 벽에 기댈 수도 없다. 수많은 유리관과, 우리들 때문에! 수많은 동물들의 시선이, 일제히 현애와 하야토를 향하고 있다. 순간적이나마, 보인다. 문앞에 선 리나의 눈빛과, 동물들의 눈빛은,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현애는 태세를 취하기 시작한다. 안 그래도 서리가 끼기 시작한 창문에는 서리가 더 많이 달라붙고, 방 안에 있는 동물들은 분주히 움직이다가도 움직임이 둔해지기 시작한다. 하야토는 양팔을 양손으로 비비면서, 불안감으로 눈을 떨며, 눈앞의 방문에 서 있는 리나와, 자기 바로 앞에 선 현애를 번갈아 본다.
이윽고, 리나가 방문을 넘어, 현애와 하야토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리나가 마치 맹수 같은 눈을 한 채 가까이 다가오자, 현애는 안 그래도 말라붙은 입안이 더 말라붙어, 삼킬 침도 없을 정도다. 거기에다가, 리나는 오른손을 뒤로 숨기고 있다. 이건 도대체 무엇인가? 설마, 저 큰 덩치 뒤에 숨긴 손에는 흉기를 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여기에까지 미치자, 현애는 주먹을 꽉 쥐고 싸울 태세를 취한다. 눈으로도 보일 정도의, 강한 냉기가 현애의 온몸을 두른다. 여차하면 이 방 안을 전부 얼려 버리고 리나와 동물들도 전부 얼려 버릴 준비가 되었다. 이제, 한 발만 더, 한 발만 더 가까이 다가오면!
리나가, 이윽고 뒤로 숨겨 두었던 오른팔을 내밀기 시작한다. 현애와, 하야토를 향해. 마치 칼을 뽑는 것과도 같이. 물러설 수 없다, 이제. 저쪽에서 뽑아들었으면 이쪽에서도 뽑아야...

“응?”
현애의 눈에 보인다. 뭔가, 이상한 게 리나의 손에 들려 있다. 식칼이나 망치 같은 건 아니다. 초록색과 흰색이 섞인, 원통이다. 뭐란 말인가, 이건?
그리고, 리나의 입에서 나온 말...
“손을 소독하고 만져야지!”
리나가 내미는 것은 다름아닌 손 소독제.
“저런 동물을 만지려면 손을 깨끗하게 하는 건 기본 중 기본이야!”
휴...
현애와 하야토는 안도와 허탈함의 한숨을 내쉰다. 잔뜩 각오하고 있었더니만, 공격이 아니라니... 리나가 소독제를 내밀자, 현애와 하야토는 손을 내밀어 소독제를 손 구석구석 바른다. 조금 전보다는 살짝은 풀어지기는 했지만, 리나는 핏기가 풀리지 않은 얼굴을 하고는 현애와 하야토를 보고 씩씩대며 말한다.
“그리고, 아무리 궁금하다고 해도 남의 방에 이렇게 허락도 안 받고 들어와서 보는 거 아니야!”
“아, 미, 미안...”
현애와 하야토는 어색하게 머리를 긁는다.
“너희들 내가 키우는 동물들이 궁금한 건 알겠는데, 정 궁금하면, 나한테 먼저 허락을 받고 들어가야 할 거 아니야! 맞아, 틀려?”
“마... 맞아!”
“맞아요, 선배님!”
다행이다! 의심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그 순간, 방 안에 퍼져 있던 냉기가 싹 사라진다.
“좋아. 그럼 내가 여기 아이들을 소개해 줄게.”
리나의 얼굴이 완전히 아까의 싱글싱글거리는 얼굴로 돌아온다.
“내가 미트소스 파스타 해 놨으니까, 내려가서 같이 먹자. 알겠지?”
현애와 하야토의 입에, 언제 그랬냐는 듯 군침이 돈다. 리나의 옆에는 어느새인가 고양이 루디아가 따라붙었다. 리나는 바로 옆에 있는 유리관에 손을 넣어, 털로 덮인 검은 거미를 꺼낸다.
“자! 이 아이는 누구냐면, ‘도미닉 블랙’이라는 종의 ‘레티’라는 아이야. 겉으로 보기에는 무섭게 보여도, 한번 정을 주면 이렇게 친해질 수 있지.”
리나가 손을 내밀자, 레티는 아주 자연스럽게 리나의 손 위로 올라와, 이리저리 몸을 흔든다. 현애에게는 그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직 풀지 못한 의심이 남아 있다.
“그런데, 너, 이 동물들, 혹시 무슨 다른 이유가 있어서 기르는 건 아니야?”
“무슨 소리야?”
리나가 바로 반문한다.
“다른 이유가 있겠어? 이 동물들이 좋고, 사랑스러우니까.”
그제서야, 현애는 완전히 의심을 거둔다. 현애의 얼굴도 한층 더 밝아진다. 리나는 어느새 손 위에 앉아 있는 새를 보여 주며 말한다.
“원래도 동물을 좋아했는데, 초능력이 생기고 나니까 동물들과 더 친해지더라고.”
“초능력? 설마...”
현애는 이미 짐작하고 있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확인은 해 봐야겠다.
“언제쯤 생긴 건데?”
“저번 주 토요일이었나? 저녁에 공원 산책을 하다가 이상한 남자하고 만났는데, 그 녀석이 나를 갑자기 쏘고 도망가는 거야. 그다음 날부터 초능력이 생겼어. 동물들의 말도 들리는 것 같고, 또 동물들이 내게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저절로 나한테 몰려오고, 그러더라. 뭐라고 할까, 좀 언짢기는 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좋았지.”
“어... 그래?”
역시나. 또 그 후드 쓴 남자임이 분명하다. 현애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순간 싹 사라진다.
“왜, 왜 그래?”
“아, 아니야. 혹시, 그 녀석, 좀 자세히 본 것 없어?”
“어, 전혀. 그때는 저녁이었고, 게다가 어두운 산책로라서 통 보이지 않았거든.”
“아... 그래? 뭐... 알겠어.”

오후 5시 40분, 리나의 집 앞. 현애와 하야토가 대문을 나선다. 정원까지 나와서 손을 흔들어주는 리나와, 문 바로 앞까지 따라 나와서 마치 풀밭이 자기 담요인 양 벌러덩 누운 고양이 루디아를 뒤로 하고서.
“아- 미트소스 파스타 잘 먹었네요.”
“그래, 오늘은 저녁 안 먹어도 되겠어.”
미린역 쪽을 향해 걸어가려다가, 문득 뭔가가 생각났는지, 현애는 주위에 보이는 저택들을 돌아본다. 그러고 보니까, 리나의 집 바로 옆집이 하야토가 잘 아는 집이라고 했는데...
“그런데, 너 여기 어떻게 안다고 했더라?”
“아, 제 동생 친구가 리나 선배님 옆집 살거든요.”
“그래?”
현애는,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한다.
“네 동생도 혹시 초능력자야?”
“네, 맞아요. 제 동생 친구도요.”
“우리 학교야?”
“네, 미린초등학교 다니는걸요.”
“거 참 신기하네. 형제자매 중에도 초능력자가 있고 아닌 사람도 있는 게 말이야.”
“뭐, 그럴 수도 있죠.”
하야토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한다.

“거기, 너희들!”
누군가가, 현애와 하야토를 부르는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바로 앞에, 잿빛의 후드티를 입고 후드를 푹 눌러 쓴 한 사람이 서 있다. 현애는 순간 뜨끔하며 놀란다. 저 후드 쓴 사람, 분명 그럴 일은 없겠지만, 설마 현애에게 요즘 심히 신경 쓰이는 그 ‘후드 쓴 남자’는 아니겠지... 성별부터가 다른데. 그래도 후드 쓴 모습만 봐도 괜히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놀란다는 말처럼 심장이 두근거린다.
다행히, 그 후드 쓴 사람은 앞에 현애와 하야토가 서 있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신속하게 후드를 벗는다. 드러난다, 고동색 단발머리의 여자의 얼굴이.
“네가 현애구나.”
“아, 네... 맞아요. 어떻게 저를...”
“메이링한테서 들었지. 이번에 미린고에 새로 전학 왔다고 말이야.”
“맞아요.”
“내 이름은 독고반디야. 대학원생이지.”
“아, 그러면 혹시...”
반디의 이름을 듣자 현애의 머릿속에 누군가가 딱 떠오른다.
“미린경찰서에 독고진언 씨하고는 혹시...”
“아, 진언이는 내 조카야.”
“조카요?”
“그리고, 여기 하야토는 내 동생 친구의 형이고.”
잠깐만, 분명 진언은 조카라고 했을 텐데, 반디 씨의 동생 친구의 형이 하야토라고?
“저, 혹시 뭔가 잘못 말한 것 아닌가요...”
“아닌데? 나는 분명 제대로 말했어.”
“저... 정말요?”
이상하다. 잘못 들은 건 아니라고? 이상하다. 설마 조카하고 동생을 거꾸로 말한 건 아니겠지...
”그래. 아무튼, 만나서 반가워.”
“네... 반가워요, 반디 씨.”
반디가 웃어 보이자, 현애의 얼굴도 조금은 풀어진다.
“그런데 여기는, 무슨 일로...”
“아, 저기가 우리 집이야.”
“네? 반디 씨 집이라고요?”
반디가 가리킨 집은, 리나의 집만큼 넓은 정원이 있는, 넓은 유리창과 붉은 벽돌의 조화가 이루어진 3층 규모의 저택이다.
“정말요?”
“아, 맞아.”
“그런데, 전혀 저런 집에 사는 사람같이 보이지 않는데...”
“뭐, 그거야, 요즘 논문하고 학회 준비하느라 바쁘니까 그렇지.”
“정말요?”
현애는 놀람 반, 신기함 반의 얼굴을 하지만, 하야토는 이미 알고 있는 듯,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다. 현애에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전에도 몇 번 느낀 것 같은, 불길한 느낌. 누군가 자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듯한 이상한 예감. 혹시...?
“위험했어.”
순간, 반디가 입을 연다.
“네? 위험했다니요.”
“누군가가 먼발치에서 너를 노리고 있는 것 같더라.”
“저... 정말요? 또...”
“하지만 지금은 안심해도 돼.”
“저, 정말요? 어떻게 했죠?”
“내 능력을 좀 사용했지.”
“느... 능력이라니요?”
“아, 그런 게 있어. 네가 갈 때까지는 붙잡아 놓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는 마.”
또 누군가의 공격인 거냐... 지겹다. 현애의 머리가 또 지끈거린다.

한편 그 시간, 반디의 집 근처.
누군가가 천천히,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으며 주택가를 배회하고 있다.?
“저 애였지. 분명 저 애야. ‘그 사람’이 말한 대로, 갈색 머리에, 도도해 보이고 어딘가 거만해 보이기까지 한 자세. 딱 맞아. 바로 찾았다고!”
그 발걸음의 주인공은, 딱 멈춰선다. 현애와 하야토, 반디가 있는 곳을 불과 10m 정도 두고서. 그리고 남자는 묘하게 손바닥을 펴고서는, 노려본다. 현애가 있는 곳을 향해.
“내 능력이라면, 바로 원거리에서 제압할 수 있지. 네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든, 상관없다. 내가 여기서 바로 너를 제압해 버리면, 그만이란 말이다!”
그때.
남자는 주위를 돌아본다.
뭔가 이상하다.
분명, 3초 전만 해도 앞에 현애가 보였는데.
안 보인다. 어디로 간 것인가!
그리고 여기는, 5분 전에 있던 근린공원일 텐데...
“뭐... 뭐야.”
분명히, 조금 전에 그곳에 정확히 서 있을 텐데.
“어떻게 된 거야?”
그는 머리를 긁고는, 다시 그 주택가를 향해 걸어간다. 분명, 붉은 벽돌의 그 집 앞에 서 있을 것이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이제 금방이다. 이 코너만 돌면, 바로 나온다!
“무슨 속임수를 썼는지는 몰라도, 이번에야말로 제압해 주마. 네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안전한 거리에서 말이야! 자, 받아라!”
손바닥을 뻗는다. 하지만.
“어? 뭐야?”
다시 또 1분 전 근린공원 그 자리.
그는 그러기를 몇 번을 더 반복한다. 하지만 계속 쳇바퀴 돌듯 그 시간만을 반복할 뿐. 결국, 그는 포기하고 돌아간다. 오늘은 말이다. 그리고 내일을 노리기로 한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0-07-10 13:26:47

이런 반전이 있을 줄이야!!

게다가 들고 온 물건이 현애와 하야토를 해치기 위한 흉기같은 게 아니라 손 소독제였고, 리나는 동물의 안전과 동물과 접하는 사람들의 안전도 같이 생각해서 그렇게...

읽다가 그게 떠올랐어요. 죠죠의 기묘한 모험 4부에 나오는 토니오 트루사르디가 혼자서 운영하는 트라토리아. 그 식당의 홀 및 주방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사건들을 수상하게 여긴 히가시카타 죠스케가 주방에 잠입했다가 그의 배후에 격노한 토니오가 커다란 벽돌같은 항균비누를 내리찍듯이 들이밀고는 손을 씻으라고 소리치는 것처럼...


저도 동물을 좋아하고 동물이 저를 잘 따르는 경우가 있지만 리나처럼 거미나 뱀 등을 기르지는 못할 듯...

어릴 때 살던 집 마당에 간혹 두꺼비나 뱀 등이 나타나면 개가 그걸 보고 눈이 뒤집히듯이 짖기도 하고 그래서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었던 게 다시금 생각나고 있어요.


독고반디 또한 초능력자군요. 그리고 그녀의 능력은 문제의 남자의 시도를 무력화했고...

시어하트어택

2020-07-10 23:21:42

사실 이 에피소드는 그 죠죠 4부 토니오의 에피소드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구성이 좀 비슷해 보일 수밖에 없지요. 쉬어 가는 에피소드로서의 성격이 있다 보니 더더욱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저런 동물은 키우라고 하면 못 키우겠습니다. 개미 같은 곤충은 그나마 키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SiteOwner

2020-07-11 14:56:40

갑자기 섬뜩해졌다가 겨우 진정했습니다...

역시 저 상황에서는 작품 안의 현애와 하야토에게도, 리나에게도, 그리고 작품 밖의 독자도 안심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꽤나 더운데 읽다가 갑자기 한기를 느낄 정도로.


동물은 기르는 사람을 닮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예전에 마당 있는 집에서 살 때는 오랫동안 개를 길렀는데, 같이 살았던 개들이 역시 동생과 오랜 시간을 보냈다 보니 동생과 꽤나 비슷한 성격을 지녔던 게 생각나기도 합니다. 리나와 그녀의 동물들이 일제히 현애와 하야토를 응시하고 있다면 정말 보통 담력이 아니면 못 견딜 듯 합니다. 그나마 이후의 상황이 위협적인 것이 아니어서 천만다행입니다.


친척관계가 뭔가 이상하군요. 이것은 또 어떻게 된 것인지...

게다가 독고반디의 능력은 굉장하게 보이는군요. 원거리의 적의 수상한 행동을 차단한 것은 물론, 죠죠의 기묘한 모험 3부의 디오의 스탠드 더 월드라든지 5부의 디아볼로의 스탠드 킹 크림슨같이 보이기도 한 것은...

시어하트어택

2020-07-11 23:10:18

친척관계라면... 가끔 가다 보면 삼촌이 조카보다 어린 경우가 있죠. 그게 재미있어서 한번 써 본 겁니다.

반디의 능력은 전작에도 나왔었죠. 시간을 1분 이내에서 원하는 만큼 되돌립니다. 그렇게 무한루프(?)에 갇혀 버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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