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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는 계속 비가 오고 있고, 일주일 내내 이어질 거라고 하네요.
이런 낮에 생각나는 게 하나 있어요.
경직된 관료주의의 극치 중의 하나인,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의 살수차의 운용행태가 바로 그것인데,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노면이 얼어서 물을 뿌려서는 안되는 상황이 있든, 살수차에 물이 들어있고 운전수도 준비되어 있는데다 차량의 상태가 온전한 이상 매일 정해진 시각에 정해진 만큼 예외없이 도로 위에 물을 뿌린 뒤에 돌아가는 것으로도 악명이 높아요.
정말 할짓없어 보이는 이런 상황이 대체 무슨 코미디인가 싶지만, 요즘은 그것을 비웃을 수만도 없어 보여요.
요즘 경제의 여러 방면에서 보이는 조세정책의 방향이 그러하거든요.
세금을 징벌이나 제재의 수단에 준하여 생각하는 그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일까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꽤 많고, 풀어 놓으면 상당히 길고 복잡해지겠지만, 간단히 말하면 이러해요.
케인즈 경제학에서 말하는 "정부는 시장의 실패를 해결할 수 있다" 라는 담론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지, 시장의 실패가 반드시 정부의 정책이 만능이라는 것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시장의 실패" 라는 것을 누가 어떻게 얼마만큼 판단하는가의 문제가 명확히 정의되어 있지 않는 한은 따져봤자 의미가 없어요. 그러니 세금을 올려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것은 실패하면 했지 성공할 수는 없어요.
그리고, "내 급여 빼고는 모든 게 오른다" 라는 인플레이션 상황이 지속되면 경제에 일어나는 일은 이것. 금융자산에서 실물자산으로 부의 재분배가 일어나거든요. 즉 계좌에 돈을 두고 있는 것보다는 부동산이나 귀금속 등의 실물자산을 가지는 것이 더욱 유리해질 것이라는 학습효과가 발생하고, 세금으로 그것을 막으려고 해봤자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서 더 높은 가격에 실물자산을 매입하려 드는 수요는 많아질 것이 명백하니까요. 즉 이것은 조개 양식장이 불가사리에 피해를 입었다고 분노한 나머지 그 불가사리를 모조리 토막쳐서 다시 바다로 던져 버리는 것처럼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되어요.
또한, 주식 및 각종 금융상품에 대해서도 세금 관련으로 말이 많았는데, 이것 또한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어요.
증권거래세의 인하는 장기 가치투자보다 단타매매를 권장하는 방향으로 흐르기 쉬워요. 게다가 양도차익 과세를 높인다는데 그것을 줄이기 위해서는 또 어떤 회피수단이 나올지 알기 힘들 정도. 사실, 주가가 하락했을 때 증여한다든지 하는 방법은 이미 오래전부터 정착해 있는데다, 그게 아니더라도 무기명으로 발행되는 양도성예금증서 같은 것도 있다 보니 금융전반에 루프홀은 정말 많이 존재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결국 세금을 인상해봤자 경제정의가 실현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국론만 분열되고 말았어요. 앞으로 정책으로 집행된다면 관청이든 납세자든 정치권이든 고심할 것이 비약적으로 늘 것이고, 제도를 잘 이해하고 이것을 경제활동의 영역에 포섭해 두고 있는 극히 일부의 사람들만 이득을 보겠죠.
과거의 "증세 없는 복지" 라는 슬로건이 "증세, 없는 복지" 로 읽히기도 하며 지탄의 대상으로 자리잡혀 있어요.
하지만 이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요?
그런데,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도그마가 지배하는 이상, 최소한 반복되거나 확대재생산되는 길로 갈 것 같네요. 그래서 모스크바 시내의 살수차의 운용행태를 비웃기에는, 이건 아닌데 하는 우려가 더욱 짙어질 따름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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