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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급여삭감으로 재난지원금을 마련한다?

마드리갈, 2020-08-22 21:02:06

조회 수
134

어떤 국회의원이 "공무원 급여삭감으로 재난지원금을 마련하자" 라고 주장한 것을 비판해 볼께요.
참조한 것은 아래의 기사.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의 주장은, 공무원 급여의 20%를 삭감하여 2차 재난지원금에 충당하자는 것이고, 또한 고통분담의 사회전체로의 확대와 공동체 차원의 희생 및 세금을 내는 사람과 쓰는 사람의 차이가 커진 것을 취지로 하고 있는데, 이 주장의 타당성을 전면적으로 인정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있기 마련이예요.
첫째, 그렇게 삭감하여 재난지원금에 충당한다 하더라도, 가처분소득의 총량이 늘지 않는 것.
둘째, 고통분담 담론의 모호성.
셋째, 납세자와 공무원을 별개의 존재로 상정하는 오류.

첫째 문제점을 조금 더 풀어서 말해볼께요.
가처분소득의 총량이 늘지 않는다면 결국 현상유지 아니면 행정비용의 지출로 인해 다소 줄어들게 되는 것밖에 답은 없어요. 그러면 소비진작을 통한 경기부양은 포기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게 되어 있어요. 공무원의 소득에서 얼마를 공제해서 공무원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이전한다고 한들, 총량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소비가 얼마나 늘어날지는 의문이죠.

둘째 문제점은, 담론 자체는 아름답고 고상하게 들리지만 정작 의미없는 소리인 점.
"열정페이" 라는 신조어로 대표될 정도로 정당한 대가 없이 그럴듯한 명분으로 노동력을 무단이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데, 그것을 아무리 미화해 봤자 본질이 달라지지 않아요. 이번의 코로나19 판데믹 사태를 통해 세계적으로 알려진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경우 격심한 노동강도에 그렇게 시달리는데도 제대로 처우받기는커녕 오히려 급여가 삭감당해 있는 상태. 이것이 옳은 것일까요? 최근에 일어났던 춘천 의암호에서의 공무원 순직사고같은 일이 일상화되면 더욱 고통분담이 잘 되겠군요.

셋째 문제점은 마치 공무원이 면세대상인 것처럼 호도하는 측면도 있어요.
국민은 통치자이면서 피치자. 그리고 공무원도 그러해요.
또한 국민은 의무를 부담하면서 또한 동시에 권리를 향유하고 있어요. 공무원 또한 다를 바가 없어요.
그래서 세금을 내는 사람과 쓰는 사람의 차이 운운하는 것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일뿐만 아니라 국민을 또 편가르기하는 것인가 하는 의혹도 떨칠 수 없을 정도로 조악한 논리가 아닐 수 없어요.

공무원이 세금도둑인데다 그 공무원을 공격하면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낡은 사고방식에 기반한데다, 설령 그 사고방식에 기반한 주장이 옳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렇게 문제점이 한두가지가 아닌데, 과연 제대로 작동될까요? 설령, 공무원들에 대한 급여삭감조치가 단행되었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요. 다음 총선에서는 그 조치를 지지한 의원들에게만큼은 표를 주지 않을 확률이 높아지니까요.
사실 더 확실한 방법이 없는 건 아니예요.
지금 당장이라도, 초법적인 조치, 그러니까 1970년대의 긴급조치 같은 걸 내려서 대기업의 자산을 무상몰수하면 되는 것이죠. 그게 금액도 더 크고 현실성도 높아요. 게다가 확실한 경제정의실천의 방법이자 재벌해체를 통한 경제질서의 재편으로서 확실히 지지를 받을 수 있어요. 게다가 재벌가는 공무원가족보다 훨씬 적어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훌륭한 사례가 되겠네요. 물론,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당하리라는 보장은 없어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대왕고래

2020-08-29 23:54:25

공무원 돈을 깎아 재난지원금으로 쓰자고 하면 어떤 공무원이 찬성하고, 어떤 공무원이 좋다고 할까요.

국민 전체를 위해서 한 집단을 희생시킨다니, 무슨 산제물 바쳐서 지내는 기우제같은 느낌이 드네요. 산제물은 무슨 죄로...

마드리갈

2020-08-30 13:08:39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한다" 라는 말은 아름답거나 숭고하게 보이는 대의명분으로 포장되기 쉬워요. 하지만, 누가 대의 입장에 서고 또 누가 소의 입장에 서는가에 따라 가치판단이 얼마든지 뒤집어지기 쉬운 것이니까 또한 가장 추악해질 수도 있어요. 이미 역사 속에는 누군가를 희생할 소로 지정했다가 결국 최악의 결과가 나온 경우가 부지기수이고, 누구를 희생양 삼는 방식이 이미 구시대의 악습이자 정책결정권자의 책임을 전가하는 치졸한 수단이라는 점에는 어떠한 달라짐도 없는 것이죠.


그런 구시대의 악폐습에 기대지 않는게 진정한 개혁이고 진보일텐데, 철저히 외면할 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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