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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H] 47화 - 후드의 그녀석(4)

시어하트어택, 2020-09-02 08:18:04

조회 수
138

앙드레의 말대로다. 어느새 현애의 무릎까지 올라온 물기둥이, 현애를 단단히 묶고 있다. 빠져나가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말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데크의 펜스 양옆에도, 물기둥 2개가 또 버티고 서 있다. 마치 범죄자를 잡으러 온 2명의 경찰처럼 말이다.
“어제 너한테서 배웠지. 참 좋은 걸 가르쳐 줬단 말이야!”
“앙드레 너, 이 자식...”
앙드레에게도, 현애에게서 오는 아우라가 와닿는다.
“하하하, 주위를 얼리려고? 하지만 불가능해.”
앙드레는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조금이나마 묻어나왔던 초조함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네가 조그만 수작이라도 벌이려는 그때, 네 팔이며 온몸을 저 물기둥들로 붙잡아 버릴 테니까 말이야! 알겠어?”
현애는 앙드레를 노려다본다. 앙드레가 한눈을 팔 때를 노리는 거다... 잠시 후. 앙드레가 잠시 옆을 본다. 그 순간, 왼손을 들어...
“어쭈?”
순간, 잡혔다... 왼손이! 뭔가 해 보려고 하기도 전에, 잡혀 버렸다!
“소용없다니까? 소용없다는데 이제 그만 하지 그래?”
“아무렴...”
잠시 말이 없던 현애가 입을 뗀다.
“내가 그만둘 것 같냐? 가능성이 있는 한 멈추지 않을 거라고!”
“호오... 그러냐!”
그동안 호기롭게 말하던 앙드레의 얼굴이 다시 일그러진다. 동시에 다른 물기둥 하나가, 무섭게 현애를 향해 다가온다.
“좋아. 그럼 아예 두 번 다시 그딴 소리 나오지 못하게...”
하지만...
물기둥들이 앙드레의 조종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 것인지, 앙드레의 조종이, 통 들어먹지 않는다!
“어떻게 된 거야, 이게...”
앞을 본다. 어느새 현애가 다시 두 발을 딛고 데크 위에 서 있다. 분명히 물기둥에 묶였을 왼팔도 자유롭다. 여전히 데크 양옆에 버티고 선 물기둥은 그대로인데...
“물기둥 끝이 좀 보기 싫어서 말이야.”
자비에가, 씨익 웃으며 말한다.
“내가 좀 끝을 예쁘게 잘라 줬지. 어때, 보기 좋지?”
문득 보니, 앙드레의 눈에 보인다. 자비에의 손에 물이 흠뻑 묻어 있는 게.

“이것들이 정말...”
조금씩 흔들리던 앙드레의 눈이, 다시 또렷해진다.
“이제는 봐주지 않겠다! 1대 3, 1대 4, 아니 1대 100이라도 신경 쓰지 않아! 나를 상대하는 녀석들이 몇이건, 나는 그만큼 더, 방해하는 녀석들을 넘고, 강해지겠다!”
앙드레의 목소리가 단호해진다. 꽉 악문 턱에는 힘이 들어가 있고, 꽉 쥔 오른손은 금방이라도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낼 것만 같다. 현애의 눈에도 들어온다. 평소에 봐 온 앙드레의 모습, 그리고 적으로써 만났을 때의 앙드레의 모습을 겹쳐 봐도, 지금처럼 진중한 모습은, 없었다.
“나를 방해하는 놈은 어떤 놈들이든, 숙청이다아아앗!”
앙드레가 외치자마자, 약해져 있던 물기둥들이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는 듯하더니, 솟구쳐오른다. 5m 정도의 높이로. 거기에다가, 물기둥이 두 개나 더 생겼다! 마치, 다섯 마리의 용이 물 위에 홀로 뜬 배를 둘러싼 것과도 같다. 현애, 세훈, 니라차, 자비에 네 명에 각각 물기둥 하나씩, 그리고 하나 더!
“보여, 보여. 너희들의 흔들리는 눈이 말이야!”
앙드레의 목소리에는, 아까 같은 경박함 대신, 바위와도 같은 진지함이 강하게 묻어난다.
“인제 와서 울고불고 빌어봤자 소용없어. 내 물기둥들이, 내 의지를 충실히 전달해 줄 테니까! 각오는 됐나?”
앙드레의 말처럼, 물기둥들은 데크 위를 한 바퀴 휘감은 것도 모자라, 일행의 바로 위에 도사리고 있다. 마치 용의 입김 같은 물안개가 주위에 보이는 건 덤이다.
“뭐, 맞네. 물기둥들이 바로 네 뜻이라는 건.”
바로 자신을 집어삼킬 듯한 물기둥들을 양옆에 두고도 현애가 비꼬듯 한마디 하자, 앙드레는 발끈했는지 더욱 주먹을 꽉 쥔다.
“아직도 우쭐댈 힘이 남아 있냐!”
앙드레는 물기둥 하나를 움직인다.
“내가 공격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내 공격은 이미 끝나...”
하지만, 앙드레의 물기둥은, 더 움직이지 못한다.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리려는 순간이면, 그 앞에서 멈춰 버리는 것만 같다. 앞을 보니, 현애의 바로 앞에서, 얼음조각들이 부스스 떨어지고 있다.
“끝나기는 뭐가 끝나?”
현애가 또 다른 물기둥들에 냉기를 불어넣으며 말한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고! 몰라?”
“좋아, 그렇단 말이지...”
앙드레는 잠시 이를 갈더니, 곧 또다시 눈을 번뜩인다. 방금 전까지도 데크를 둘러쌌던 물기둥들이, 모두 데크 아래로 사라진다.
“위험해! 물기둥들이 묘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자비에가 소리지르는 순간. 현애, 세훈, 니라차도 데크 밑에서 불길한 예감을 느낀다...
“뛰어, 다들!”
세훈이 소리지른다. 하지만 미처 어떻게 대응해 보기도 전, 발밑에서 뭔가 올라오는 느낌이 확 올라오고...
그 순간!

쾅-

굉음이 울리고, 물기둥이 솟구친다. 방금 전까지 데크가 있었던 곳에, 한 갈래의 큰 물기둥만 보일 뿐! 앙드레의 눈에, 그 방해꾼들이, 보이지 않는다!
“하... 좋아.”
앙드레는 안도 섞인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녀석들은 어디 갔는지 모르겠지만, 시야에는 안 들어오는군. 됐어.”
제대로 한방 먹였다. 앙드레의 앞길에 가장 방해되는, 그 녀석에게!
하지만.
앙드레는 여전히 불안하다. 시야에서는 없어졌어도, 여전히 그 느낌만큼은 남아 있다. 시야에서는 없어졌지만, 여전히 이곳에 있는 듯한 예감... 무엇인가, 이 예감은? 어째서? 분명 눈앞의 데크가 뻥 뚫린 자리에 있었고, 물기둥이 솟구칠 때, 다 같이 하늘로 날아올랐을 텐데?

순간.
풍덩-
앙드레의 왼쪽에서, 뭔가가 물에 내려치는 소리가 들린다.
돌아본다.
뭔가가 있다.
앙드레의 눈이, 순간, 휘둥그레진다.
“뭐, 뭐야.”
호수에, 난데없이 빙판이 하나 떠 있다.?
앙드레는 보고서도, 자신의 눈을 의심한다.
빙판, 빙판이라니...
이곳 세라토시는 아열대 기후. 거기다가 5월 중순이다. 최고 기온은 26도까지 오르고, 최저 기온도 23도다. 한창 더워질 때라는 것이다. 저기 극지방에나 있을 빙판이, 이곳에 있을 일은, 결코 없을 텐데! 앙드레는 다시 본다. 사람 네 명이, 빙판 위에 올라타 있다! 한 명은 위에서 균형을 잡고 있고, 다른 세 명은 빙판 위에 납작 엎드려 있다. 현애, 세훈, 니라차, 자비에, 맞다. 저 네 명!
“이 자식!”
앙드레가 가운데서 양팔을 벌려 균형을 잡는 현애를 보며 고래고래 소리지른다.
“물기둥에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왜? 그냥 좀 얼렸을 뿐인데.”
앙드레가 다시 보니, 빙판 옆면에는 세로줄 무늬가 새겨져 있다. 그것은 즉, 물기둥이 솟구치자마자, 그 윗부분을 통째로 얼려 버렸다는 뜻이다!
“하... 그 상황에서도 순간적으로 판단해서 윗부분만 얼릴 수 있다니. 대단해.”
앙드레는 겨우 평정심을 지켜 가며 말한다.
“하지만, 네 능력은 빙판을 만드는 정도는 아닐 텐데?”
“뭐, 여기 도와주는 사람도 있지.”
현애가 빙판에 납작 엎드려 있는 세훈을 가리키며 말한다.
“빙판 정도라면 못할 것도 없어.”
“그래...”
앙드레는 한번 심호흡을 한다.
“하지만 네 능력의 약점은 다 파악했지.”
“어제도 내가 가로등을 얼릴 때까지 못 알아챘으면서 뭘 안다고?”
“그건 말이야.”
앙드레의 눈이 다시 빛나고, 목에는 다시 힘이 들어간다.
“다가가지 않으면 그만이란 말이다!”
“그래, 큰 발견을 했네.”
“잊지 마라. 여기는 나의 무대다!”
그리고 또다시, 물기둥이 올라오는 게 보인다. 앙드레가 선 데크 주위, 옆의 데크가 있었던 부분, 나무조각들이 둥둥 떠다니는 수면, 그리고, 빙판 주변까지! 어느새, 어림잡아도 스무 개는 넘어 보이는 물기둥들이, 빙판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
앙드레가 결심한 듯 외친다.
“지금이야말로, 내 앞길을 가로막는 방해꾼은, 숙청할 때다!”
순간, 빙판을 에워싸듯 물 위에서 올라온 물기둥들이, 일제히 빙판을 향한다. 성난 용들이, 하나의 목표물을 향해, 일제히 달려들듯이 말이다. 쏴아아 하고 파도가 밀려오는 소리가 들리며, 물기둥들이 다가온다! 네 사람을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것만 같이!
그때다. 자비에가 막 빙판에 두 발을 딛고 선다. 자신을 향해 바로 달려오는 물기둥들을 보자, 자비에는 망설임도 없이, 손으로 날을 세운 다음, 물기둥들에 대고 팔을 휘두른다.
휭-
자비에가 팔을 공중에 한번 휘두르자.
풍덩-
빙판을 향해 덮쳐오던 수많은 물기둥들이, 마치 목 잘린 뱀처럼, 동강이 나 호수에 풍덩 하고 떨어진다. 거기에다가, 떨어지는 물기둥의 ‘목’들은, 현애가 보는 족족, 얼려서 호수 위에 떨어뜨린 다음, 빙판에다 붙이고 있다.
“이대로 빙판을 데크에다가 붙여서, 너한테 다가가 주겠다!”
물기둥들이 힘없이 쓰러지고, 거기다가 빙판은 점점 앙드레가 선 데크에 가까이 다가간다. 빙판의 가장 앞에 선 현애에게서 내뿜어지는 찬 기운이, 점점 앙드레의 얼굴에 가까워진다. 앙드레의 눈앞이, 마치 한순간에 겨울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앙드레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거기에다가 그의 손은, 또다시 묘하게 움직이고 있다!
“내가 말했지.”
앙드레가 눈앞에까지 다가온 현애를 보고 말한다. 전에 없이 단호한 그의 목소리!
“결심했을 때는, 공격은 이미 끝나 있다고!”
그 말대로다. 또다시, 현애의 발은 움직일 수 없다. 또다시, 묘한 물줄기가, 두 발을 온통 휘감고도 모자라, 무릎까지 감고 올라왔다. 거기에다가, 두 손도 움직일 수 없다! 완전히, 빙판 위에 묶여 버렸다... 물론 능력을 사용하는 데 꼭 손을 써야 하는 건 아니지만...
데크가 있었던 곳에서, 물줄기가 올라온다. 아까 보인 물줄기들의 3배 정도는 커 보이는 물줄기가!
“드디어 마치게 됐군. 너의 숙청으로 향하는 여정을 말이지!”
앙드레가 결연히 말한다.
“마무리다. 받아라!”
물줄기가 막 빙판을 향해 달려드는 그때.
앙드레의 손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판타지 소설의 악령이나, 어느 행성에 있다는 ‘잠식충’에 팔이 먹혀 버린 것만 같다. 앞을 본다.
니라차가!
“현애만 신경쓰느라 나는 안중에도 없었던 거 아니야?”
“너... 니라차... 너 이 자식!”
“네가 네 입으로 말했지? 결심했을 때는, 공격은 이미 끝나 있단 말이지!”
“도대체 뭘 하려고...”
“그 물기둥, 너를 향해 쏴라!”
앙드레가 손을 거두려고 하지만, 이미 오른손은 앙드레의 얼굴을 똑바로 향하고 있다.
그리고...
푸확-
순식간에, 물기둥을 타고, 앙드레의 몸이 날아오른다!
“니라차 이 배은망덕한 자식... 선물을 준 은혜도 모르다니...”
앙드레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현애뿐만 아니라 빙판에 올라탄 4명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다행이네... 이렇게 빨리 끝날 줄이야.”
세훈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한다.
“다음은 녀석한테 가서, 꼬치꼬치 캐물으면 된단 말이지.”
“그러게. 꽤나 허무하게 말이야.”
니라차도 세훈에게 맞장구친다. 현애는 아무 말이 없기는 하지만, 세훈과 니라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그런데.
자비에가 뭔가 이상한 낌새를 직감한다.
“얘들아, 잠깐...”
자비에가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한 목소리로 말한다.
“앙드레 녀석, 아직 포기하지 않았어!”
“네?”
“뭐라고요?”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SiteOwner

2020-09-11 22:34:08

얼음은 물에서 나왔지만 물과는 또 다른 것. 액체상태인 것과 고체상태인 것이 여러모로 물성이 다를 수밖에 없고, 액체상태의 물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앙드레라고 하더라도 얼어서 고체가 되어 버린 얼음을 통제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여기서 현애가 앙드레를 제대로 무력화시키는군요.

게다가, 앙드레의 능력이 그를 향한 이상, 능력의 발동은 자신을 향한 물대포가 되어 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까지 혼났는데 포기하지 않았다면, 어쩔 수 없겠습니다.

몸이 부서져서 돌이킬 수 없을 지경이 될 때까지 고생하는 것밖에 더 있겠습니까. 자초한 운명이니 동정은 안하렵니다.

시어하트어택

2020-09-15 23:28:41

물과 얼음이라는 건 정말 본질은 같으면서도 겉으로 표출되는 건 확연히 다르죠.

인식되는 것도 그렇고요.


앙드레의 입장에서도 이판사판이니 저렇게 끝까지 발악하려는 거겠지요.

마드리갈

2020-09-14 14:25:34

아무리 물을 잘 다루는 앙드레라고 해봤자, 다룰 대상이 없어지면 의미가 없죠.

게다가 앙드레가 말한 "공격은 이미 끝나 있다" 는 그대로 족쇄가 된 듯 하네요. 이미 끝났으니 다음에 쓸 것이 없다...그러면 이제 반격당해서 비참한 패배를 맛보는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대체 무슨 뾰족한 수라도 있을지...없을 것 같은데요.

시어하트어택

2020-09-15 23:34:56

사실 '공격이 이미 끝나 있다'는 건 죠죠 5부 페시의 대사를 조금 변용한 거죠. 앙드레의 오만한 성격을 나타내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지만요. 그러니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기도 합니다. 뭔가 자신의 공격이 '효과가 크다'라는 걸 봐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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