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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케이크 결투

시어하트어택, 2020-09-06 21:33:38

조회 수
138

후, 여름은 역시 덥다. 저 쨍쨍 내리쬐는 햇볕은 밖에 나가기도 귀찮게 만든단 말이지... 그렇다고 집에만 처박혀 있을 수도 없고.
그나마 여기 카페에 들어오니 좀 낫다. 시원한 카페의 창가에 앉아서 바깥의 수변공원을 내려다보는 상상을 하기만 해도,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아참, 내 소개를 하자면, 내 이름은 남궁현애, 고등학교 1학년이다. 5월에 이 근처의 미린고등학교 1학년 G반에 전학 왔다. 스타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잘 지내고 있다. 그리고 나는 초능력자다. 그것도 냉기 능력자. 내가 원하던 초능력은 아니기는 하지만, 여러모로 잘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더운 날이면 컵에 얼음도 만들고, 집적대는 녀석들도 혼내 주는 등, 쓸데는 많다.

아무튼, 여기 카페 ‘솔 데 메디오디아’는 정말 괜찮은 곳이다. 위치도 괜찮고, 내부 분위기도 괜찮고, 직원도 친절하다. 2층과 3층에서 내려다보는 뷰도 괜찮고. 덕분에, SNS에서도 나름 알려져 있다. 또 저연령대의 입맛에 잘 맞는, 여러 가지 맛있고 독특한 디저트를 많이 파는 덕분에, 반쯤은 우리 학교나 근처 초중고등학교의 사랑방처럼 되어 있기도 하다.

이런 곳인데, 오늘도 아무도 안 만난다는 게 이상하다. 특히 토요일 낮에는 더더욱.
아이스 아메리카노 빅사이즈를 들고, 3층에 올라가 좋은 자리를 잡고 막 앉았다. 마침 3층에는 한두 명 정도밖에 없었다. 아이스 커피와 함께 뭔가를 먹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막 들려는 찰나.

“어라.”
높은 음의 남자애 목소리가 들렸다. 딱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딱 들어보니, 나를 찾는 목소리.
돌아봤다...
“현애 누나잖아.”
금발에 가까운 머리를 꽁지머리로 묶은, 딱 봐도 부잣집 도련님처럼 보이는 남자애가 딸기망고셰이크를 들고 서 있다. 이 애의 이름은 독고민. 미린초등학교 5학년 H반 반장이고, 꽤 괜찮은 집안의 막둥이다. 그리고, 매우 강력한 염동력 능력자다. 언제부턴가 친해졌는데, 자기 염동력을 가지고 가끔 장난을 걸어 온다.?

오늘도, 민이는 나한테 장난스러운 얼굴을 하며 내 옆에 앉아서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누나 케이크 먹을 거지.”
“응, 먹을 건데.”
“그럼, 나하고 내기할래?”
“무슨 내기를 하려고, 또.”
“내가 특대형 레드벨벳 케이크를 주문했는데 말이야.”
특대형 레드벨벳 케이크라니? 한 사람은커녕, 두 사람이 먹기에도 턱없이 많은 양 아닌가? 거기다가, 이 카페에서 가장 비싼 메뉴인데! 하긴, 민이라면 눈 깜짝도 안 하고 살 수도 있겠다.
“여기 직원 형한테는 말했거든? 내기에서 지면 돈 내는 걸로.”
그때, 남자 직원 한 명이 쟁반에 얹은 케이크를 들고 올라와, 내가 앉은 테이블에 놓았다. 몇 번 인사도 나눈 직원이다. 내 입을 자극하는 진홍색과 분홍색, 흰색의 조합에 한번 놀라고, 그 터무니없음에 또 한 번 놀랐다.
“자! 현애 누나, 잘 들어. 규칙은 간단해. 서로의 방해를 뚫고, 케이크를 먼저 한 입이라도 먹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알겠지?”
민이가 장난스럽게 한번 웃어 보였다. 악의가 있다거나 하는 건 아닌데, 그 눈을 보면 왠지 모르게 ‘질 수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도전하기로 한 것이다.

삽화1.jpg


서로, 지지 않겠다는 눈빛을 교환했다.
“절대 봐주지 않을 거야.”
“좋아.”
일단 케이크칼을 들어 한 조각씩 잘라 각자의 앞에 놓았다.
그리고...
케이크를 향해 포크를 든 손을 뻗었다.
이 정도 지척이면, 못 닿을 것도 없다만, 내기라니까 왠지 비장하게만 느껴졌다...
닿으려는데... 닿으려는데...
“엑, 뭐야?”
케이크가 담긴 접시가, 스스로 발이 달린 듯 달아났다! 이유야 당연하지만, 민이가 염동력을 내 케이크에다가 썼기 때문이다. 질 수 없다. 히히덕거리며 케이크로 손을 뻗는 민이에게, 이번에야말로 패배감을 선사해 주어야지...
그렇게 생각하고는,

얼어라...
얼어라...
얼어라!
얼었다!

“엇, 뭐야.”
포크로 얼어 버린 케이크를 쿡쿡 찔러대는 민이의 당황한 얼굴, 당황한 목소리! 성공이다. 이 틈에, 이 틈에 얼른 케이크로 손을 뻗어야 한다! 돌발상황에 한눈팔고 있을 시간에 말이다!

됐다...
됐다...
됐다!
됐...

“안 되지. 뭐 하려고?”
케이크가, 내 눈앞에서, 천장을 향해 솟구쳤다. 케이크뿐만 아니라, 그릇, 부스러기 모두! 마치 다들 날개가 달리기라도 한 듯,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 말이다! 당황했던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팔을 좀 더 높이 뻗었다. 포크도 좀 더 끝으로 잡고 휘둘렀는데...
더 높이 올라갔다. 마치 나를 거부하는 듯이 말이다. 의자에 올라갔을 때는 천장에 거의 붙을락 말락 하며, 나를 필사적으로 피했다. 팔을 휘두르면, 또 휘두르는 대로...
“헤헤- 내가 먼저 먹어야지-”
“야! 너... 너!”
또다시, 민이는 내가 천장 위의 케이크에 한눈을 판 사이, 케이크를 먹으려고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아예 염동력으로 케이크를 자기 앞으로 가져와서 먹으려고 했다. 안돼! 막아야 해! 어떻게든 못 먹게 해야 한다... 되는 대로 능력을 사용했다. 먹으려는 케이크 조각, 그 자체를 얼려 버렸다. 막 먹으려는 순간, 얼음의 찬 기운을 입 바로 앞에서 느끼고는 당황하는 민이의 얼굴을 보며,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현애 누나, 설마...”
하지만 바로 그때, 민이의 장난스러운 웃음 섞인 말이 들려왔다.
“그런다고 해서 내가 못 먹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아뿔싸... 민이는 어느 새, 케이크에 달라붙은 얼음을 염동력으로 하나하나 떼고 있다. 그것도 마치 건물을 해체하듯 조각조각 나누어 공중에 띄워 놓고, 이제는 케이크로 바로 손을 옮기고 있다!
그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게 하나 있었다.?
“절대 안 되지!”
그것은 바로, 민이의 앞에 놓인 딸기망고 셰이크, 그리고 거기서 흘러나오는 물기! 내 자리 앞에 놓인 커피잔에서 흘러나오는 물기도!
회심의 일격이다!
테이블에 묻은 물기, 그리고 공기 중에 조금씩 있는 수증기를 합쳐, 얼음을 만들었다. 그걸 그대로, 민이의 바로 앞에 떠 있는 케이크 위에!
툭-
케이크가 테이블에 떨어졌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끌어모았다. 케이크 위에 놓인 얼음을 더 크게, 크게, 크게! 키웠다! 테이블의 반을 덮을 정도로, 케이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얼음기둥 안에, 넣어 버렸다! 완벽하게 합쳐 버렸으니, 분리하려고 해도 다시 얼려 버리면 그만이다!
됐다! 공중에 뜬 케이크를 집어다 먹으면, 승리다!

승리다!
승리...
하지만....

또 내 손은 허공만 휘저을 뿐...?
그것뿐만이 아니다...
내 몸이 어느새 3층을 둥둥 떠다니고 있다... 내려갈 수도 없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고... 허공을 그저 휘젓는 것밖에는...
주변도 마찬가지다... 의자도 떠 있고, 테이블도 떠 있고, 아무튼 보이는 웬만한 건 다...
공중에 둥둥 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케이크가...
케이크가...
내 케이크가!

허공을 날아, 민이의 손 앞에!
“야! 너 왜 내 케이크를 먹으려는 거야!”
나도 모르게 소리 질렀다. 하지만 민이의 얼굴은 싱글싱글.
“왜? 케이크를 먼저 먹으면 된댔지 자기 앞에 놓인 걸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없었잖아?”
“아니... 너... 너 정말...”
손만 놓고 있던 건 아니었다. 내 돈이 아까워서라도, 발악은 했다. 냉기를 사용해서 춥게 만들기. 하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전세는 기울어져 있었다...
“아... 하하... 내가... 내가 이겼어... 내가! 내가 이겼다고!”
그렇게 해맑을 수 없었다. 민이의 얼굴이.
그렇게 밝을 수 없었다. 민이의 목소리가.
“자! 현애 누나! 먹는다!”

그때.

“저기, 손님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봤다.
아까 케이크를 가지고 온 직원이다. 우리 둘을 번갈아 보고, 한숨을 푹 쉬고, 그는 말했다.
“노는 것도 좋은데, 좀 적당-히, 적당-히. 알겠죠?”
마치 철부지 아이들에게 부모가 이르는 듯한 목소리.
“아... 네.”
“3층에 손님들이 거의 없어서 망정이지, 사람들이 많은 데 그랬어 봐요. 어쩔 뻔했어요?”
“네... 네.”
“그리고요.”
직원은 나와 민이를 한 번 더 보며, 살짝 웃음을 지었다. 어느새, 케이크는 방금 막 잘린 상태로 돌아가 있고, 얼음도 없어졌다.
“3층에 있는 동안은 초능력 쓰면 안 돼요.”
“네...”
직원은 손을 한번 흔들고는, 다시 3층을 내려갔다.

“내가 좀 과격했나?”
민이가 염동력으로 흐트러진 테이블과 의자들을 원위치하고는, 머리를 긁으며,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3층을 다 뜨게 하는 건 좀 아니었던 것 같네...”
“뭐... 좋아.”
나도 벌게졌던 얼굴을 좀 풀고, 숨을 크게 한번 내쉬고 말했다.
“네가 이겼으니까... 내가 낼게. 먹자.”
“아니, 현애 누나. 그냥 재미로 하자고 한 건데, 내가 낼게. 어차피 나 돈 많으니까.”
“아니. 네가 이겼잖아. 네가 이긴 건데.”
그렇게 잠깐의 실랑이 아닌 실랑이 끝에...
“좋아. 그럼 반반씩 내자.”
민이가 자리에 앉으며, 나를 보고 다시 장난스럽게 웃었다.
“대신 다음에는 절대 안 봐 준다. 알겠지?”
“언제든 좋아. 나도 기대할 테니까.”
그렇게 말했지만, 나도 실실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서 자리에 앉아서, 밖을 내다보며 케이크를 먹는데 어쩌면 그렇게 맛있던지! 바깥 풍경, 아이스커피, 그리고 레드벨벳 커피까지, 최고였다.
문득 생각났다. 케이크는 더 시원하게 먹어야지. 컵의 물기로 즉석에서 얼음을 만들어 케이크 위에 올려놨다. 민이가 그걸 보며 나를 향해 씨익 웃어 보였다. 민이의 케이크 위에도 얼음을 올려놔 줬다.
맛도 좋고, 즐겁고, 잊지 못할 시간이다.
절대 잊지 못하겠다.

--------------

이번에는 가벼운 분위기로 한번 써 봤습니다.
그렇게 여운을 준다든가, 교훈을 준다든가 이런 걸 바라고 쓴 건 아니니까 재미있게 읽어 주셨으면 그걸로 좋습니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0-09-15 13:10:24

이번 편은 현애가 주인공인 일상단편이네요.

읽으면서, 의외로 귀여운 데가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면서 가볍게 웃고 있어요.


학생 때 저런 가게가 있었다면, 그리고 저렇게 장난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하고도 생각해 보고 있었어요.

고등학생 때까지는 집과 학교를 오가는 정도의 생활만 유지했는데다 도시 지역으로 이사한 건 고등학생 생활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라 주변여건이 안 되었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과외교사나 주식투자같은 부업을 했으니까 경제력에는 여유가 있었는데 정작 즐길 시간은 거의 없었죠. 그래서 묘사된 상황으로 대리만족을 하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요즘은 동성로나 수성못 인근 등도 거의 가지 않고 있네요. 요즘 상황이 상황이라서...

시어하트어택

2020-09-22 23:13:38

웃어 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제가 이걸 쓰면서 생각한 분위기가, 마드리갈님이 말씀하신 바로 그런 분위기죠. 본문에 나온 것 같은 스케일이 큰(?) 장난은 아니더라도, 같이 장난치고 놀 친구와 함께 평화롭게 시간을 보내는 건 상상만 해도 즐겁습니다.

SiteOwner

2020-09-18 22:39:24

재미있군요. 그리고 별것을 갖고 다 경쟁한다는 것도 보이고...


"○○라고는 말 안했다" 라는 화법, 정말 편리합니다. 역시 인간은 자기합리화의 동물이다 보니, 순간적으로 그렇게 반응하기도 하고, 심사숙고하여 그렇게 결론을 내리기도 하고, 그래서 이렇게 소소한 일상 차원에서도 어떻게든 안 지려고...

그나저나, 이 세계는 초능력이 보편적인 현상 중의 하나인가 봅니다. 카페의 직원이 정숙을 당부하며 저렇게 초능력을 쓰지 마라고 말을 남긴 것을 보니...살짝 무서워지기도 하면서 또한 신기합니다.

시어하트어택

2020-09-22 23:15:35

매우 강한 능력으로 쓸데없는(?) 경쟁을 하고 적당히 즐기고 끝내는 것, 본작에서는 그런 방향으로 묘사되었습니다. 보통 강한 능력을 가지면 '시리어스한' 일에 휘말리는 게 정석(?)이다 보니 이런 분위기의 작품도 한번 써 보면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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