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쯤이면 지금 사는 곳에서 새로운 곳으로 거의 반강제로 이주해야 하는 상황이라, 원래 패닉 상태였지만 요즘 들어 더더욱 혼란스럽네요. 성남으로 옮긴다고 해도 요즘 상황에 일자리가 많은 것도 아니고, 찾아보면 있기는 있겠지만 저한테 맞는 일자리가 있을지 굉장히 의문이죠. 그렇다고 지금 다니는 회사가 제 장래에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느냐고 한다면 또 굉장히 의문스럽고요. 전공부터 지금 하는 일까지 하나도 제 적성과 맞지 않으니...
그리고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확인한 거지만, 벌컥벌컥 짜증을 내는 일이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귀담아듣지도 않는 식으로 별 타격이 없었는데, 근래 들어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게임에서도 짜증나는 일이 있으면 욱하고 올라오는 경향이 생겨서.... 이걸로 큰 사고가 터진 건 직장에서 한 번 있습니다만, 요즘 갈수록 신경질이 너무 쉽게 나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쉽게 지치고.
코로나는 걸리지 않게 조심하면서도, 이 판데믹이 사람을 정말 정신적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살기 팍팍한데 더더욱 힘들어지고, 그런 와중에 어디 자유롭게 나가지도 못하게 하니 사람이 점점 좁은 곳으로 처박히게 된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렇습니다.
불과 지난주에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 저녁 먹으면서 그럭저럭 활기찬 에너지를 얻어갔는데, 그 사이에 이런 꼴이 되어버렸네요. 참 막막합니다.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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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드리갈
2020-09-22 20:19:13
요즘 뭐랄까, 그런 경우가 많이 보이죠. 사람들이 이상할 정도로 날이 서 있다든지 하는 것이.
그래서 요즘은 정기적으로 가는 곳조차 사람들이 그나마 좀 모이는 시간대를 피한다든지 하고 있어요. 편의점에서 로또를 살 때조차도, 늦어도 목요일까지는 구매해 두고 금요일 및 추첨당일인 토요일은 피하는 방향으로...
여러모로 운신의 폭이 좁아져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참고 견뎌야겠죠.
그리고, 그렇게 견딜 수 있는 여유를 포럼에서 가지셨으면 하고 바라고 있어요.
Lester
2020-09-23 14:46:50
날이 선 것도 그렇지만 인터넷으로 갈수록 '응 아니야'로 대표되는 '조롱'이 굉장히 널리 퍼져 있어요. 어차피 노력해도 안 바뀌는 세상에 대한 자조인 건지 그냥 마지막까지 한 번이라도 더 놀리려는 놀부 심보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속된 말로 미쳐돌아가는 판국입니다.
견딜 수 있는 여유라... 잘 모르겠습니다.
SiteOwner
2020-09-25 20:24:26
요즘 세태가 워낙 괴이한 터라, 말씀하신 것처럼 신경질적으로 되는 게 결코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저도 그런 것을 겪어봤습니다. 13년 전의 이맘때였습니다. 몸은 이미 성하지 않고, 배신당한 것에의 상처는 깊고, 모든 것이 부조리에 가득차 있는 듯했습니다. 그때 동생이 없었더라면 이미 그때 삶이 끝나 있었겠지요. 그 시기를 지나면서 일종의 자기방어기제가 작용해 버렸습니다. 감정 자체가 배제된, 그래서 자신의 일인데도 전혀 자신의 것같지않고, 스크린 너머의 상황을 보는 듯한...
Lester님께서 혼자 두기보다는 이렇게 포럼에서 이야기해 주신 것이 편이 더 좋은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결국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인간은 항상성의 존재입니다. 이렇게 문제의식을 갖고 말씀해 주신만큼 더 잘 극복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셔도 좋다고 봅니다. 모든 것은 지나가고 또한 지나간 것은 그리워질 것이기에.
Lester
2020-09-25 22:06:04
그나마 주변에 긍정적인 사람이 없진 않아서 그들로부터 에너지를 받아가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체적이지 못하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지금에선 그냥 배부른 소리죠. 하지만 지금 상황이 답답한 건 마찬가지라... 정말 막막합니다. 이러는 상황에도 시간은 흘러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