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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ctor's prologue

블랙홀군, 2013-04-18 22:29:52

조회 수
285

*경고 : 여러분 제 필력은 그냥 눈물나는 정도가 아니라 눈에서 쓰나미가 뙇. 이므로 주의하세요... 


-이쪽이다! 


꽤 젊어보이는 두 남녀가 숲을 가로질러 달리고 있었다. 둘은 어린 나이에 결혼했는지, 서너살 쯤 돼 보이는 아이를 데리고 뛰어가고 있었다. 


"엄마, 엄마! "


아이는 정신없이 엄마를 불렀지만, 엄마는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며칠 전부터 사람들의 낌새가 이상했을 때 도망쳤어야 했어. 주여, 왜 이런 아이를 제게 주셨나이까. 그녀는 지금 머릿속이 후회와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내가 왜 이런 곳에 살게 됐을까, 다른 곳에서 살 수도 있었고 그랬다면 내 아이도 충분히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었다. 아니야, 머리칼이 붉다고, 오드아이라고 아이를 마녀로 몰아간 그 사람들이 잘못이야... 여자는 속으로 자신을 달래며 뛰었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멈출 수 없었다. 


"엄마- 아! "


나무 뿌리에 걸려 넘어진 아이를, 남자가 달려가 안고 달렸다. 그리고 두 사람과 아이는 숲의 밖으로 나가는 문에 다다랐다. 이제 끝이야, 두 사람이 안심한 순간... 


"악! "

"여보! "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은 여자의 등을 제대로 명중시켰다. 하얀 옷에 아이의 머리만큼이나 붉은 피가 번져나갔다. 


"여... 여보! 도, 도망쳐요...! "

"당신은 어쩌려고! "

"나, 난 괜찮아요! 금방 따라갈게요! "

"하지만......! "

"어서요! "


하지만 남자는 여자를 뒤로 하고 달릴 수 없었다. 

그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녀를 사랑했고, 그래서 결혼했다. 평생 지켜주겠다는 약속도 했었다. 그랬기에 그녀를 저버리고 갈 수 없었던 그녀는, 아이를 내려놓고 근처에서 누군가가 베다 만 굵은 나뭇가지를 들었다. 


"녹타비안 씨, 이제 포기하시죠. "

"안돼! "

"그 아이는 마녀입니다. 여기서 없애버리지 않으면, 당신도 해를 입을 지 모른다고요. "

"그렇다고 해도 이 아이는 내 아이야, 당신들이 없앨 권리는 없어! "

"주교님의 명령을 거부할 생각이십니까? "

"...... 설령 파문을 당할지라도, 거절하겠어. "

"그렇다면 할 수 없죠... "


사람들을 이끌고 온 남자는 아이를 막아선 남자의 가슴팍을 노리고, 창을 단단히 고쳐쥐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남자는 결혼하기 전까지 기사였다. 그리 쉽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설령 내가 죽더라도 아이와 여자만큼은 지키리라, 남자는 아이를 죽이러 온 마을 사람들과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정말 저희와 싸우실 생각입니까, 녹타비안 씨? "

"내 여자와 아이는 지킨다, 이게 당신들이 믿는 신을 걸고 아내에게 했던 맹세이다. "

"...... 전부 없애버려! "


사람들이 달려들었지만 남자는 아이를 막아선 채 한참을 싸웠다. 

창칼을 막아서던 그 때. 


"여, 여보! "

"안돼! "


화살을 맞고 쓰러져있던 여자의 등을 날카로운 칼이 베고 지나간다. 아프다는 것도 느낄 수 없게, 빠른 속도로. 


"여보, 아... 아이를, 아이를... 부탁해요...... 제발...... "

"안돼! 조금만 버텨, 조금만! "

"으윽, 아아...... 아, 아가...... 엄마가...... 사랑...... "

"어, 엄마...? 엄마- "


이제 아프지 않아. 

여자는 아이를 보고 마지막으로 따뜻한 미소를 보여준 뒤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남자가 잠시 멈칫한 사이, 칼날은 남자의 옆구리를 빠르게 베었다. 


"으윽! "

"마지막입니다, 녹타비안 씨. 잘 가시죠. "

"아, 아가...... 도망쳐! "

"아빠...... 아빠-! "

"아이를 없애라! "


치명상을 입었으니 얼마 못 갈것이라 판단한 사람들은 아이를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다. 

고작 네 살짜리 아이다. 마녀로 몰려서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 그건 그 사람이 그렇게 태어난 게 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부모를 죽였다. 단지 내 머리가 붉다는 이유로, 오드아이라는 이유로. 


"용서 못 해...... "

"잘 가라, 꼬마야. "

"용서 못 해! 전부 죽어벼려! "

"!!"


분명 남자는 칼로 아이를 내려치기 위해 팔을 앞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그의 팔은 그의 뜻대로 돼지 않았다. 이상하다, 나는 분명히 팔을 앞으로 돌렸다. 그런데 그의 팔은 앞이 아닌 뒤로 돌아가고 있었다. 우드득, 돌아가다 못해 뼈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까지 들린다. 


"!!"

"전부... 전부 죽어버려! "

"크... 크아악!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

"왜 그래, 제퍼슨? 빨리 끝내버리지 않고! "

"파, 팔이 움직이지 않아! 으으... 아아악! "


오른쪽 어깨가 완전히 탈골됐다. 왼팔로 검을 들고 아이에게 덤벼보지만, 그 팔마저 순식간에 뒤로 돌아가더니 부러졌다. 


"물러서, 내가 없앨테니까. "

"이루나 씨! "

"저런 아이 하나조차 없애지 못 하고... 쯧쯧. 다들 뭐 하는거야? "

"이루나 씨, 조심해요! 가까이 다가가면 위험하니까요. "

"그래도 이루나 씨라면, 금방 끝낼 수 있을거야. 이름난 마법사니까. "


그래, 이루나라면 단번에 끝내버릴 수 있을거야. 아루나는 마을에서 이름난 마법사니까. 사람들은 그렇게 믿었다. 


붉은 로브를 입은, 붉은 머리의 여자. 어라, 저 사람도 붉은 머리인데 왜 추앙을 받을까? 나는 왜, 똑같은 붉은 머리인데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거지? 멍하니 생각하는 사이, 여자는 불덩이를 만들어 날렸다. 이 정도 불덩이만 있어도 충분해, 로브 밑으로 미소가 보였다. 


"너도 붉은 머리인데 왜 나만 이런 일을 당해야 하지? "

"!!"

"너도 부모님을 죽인 사람들과 한패인거지? "

"자, 잠깐만! "


분명히 나는 아이에게 불덩이를 날렸다. 마을 최고의 마법사인 내가 불덩이 따위를 맞추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불덩이는 아이가 아닌 아이 옆의 거대한 거목에 옮겨붙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

"전부, 사라져. "

"도망쳐! "

"마을로 불이 옮겨붙기 전에 막아야 해! "


사람들이 뒤로 한발씩 물러나더니 뒤를 보고 뛰었다. 


"마음대로 안 될걸. "


그리고 불꽃은 보통으로 번지는 것 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었다. 도망치는 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거목에서 옮려붙은 불은 순식간에 숲 전체로 번져가고 있었다. 거기다가 바람까지 불어오고 있었던 터라, 사람들이 숲 입구에 도달했을 때 입구는 이미 불바다가 돼 있었다. 나무가 타면서 나는 매캐한 연기까지, 숲은 마치 안개가 낀 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다들 죽을지도 몰라, 이루나는 서둘러 물을 만들어봤지만 이미 불은 크게 번지고 있었다. 


"으악, 피해요! "


불이 붙어버려 더는 매달려 있을 수 없는 가지들이 하나, 둘,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사그러 들 생각이 없어보이는 불꽃은 나뭇잎을 하나씩 태우면서 땅으로 꽃잎처럼 떨어진다. 


"콜록, 콜록- 다들 괜찮아? 주교님은 괜찮으십니까? "

"난 괜찮네. 이루나, 어서 물을! "

"알겠습니다! 아악- "


다시 물을 만들려던 이루나는 어디선가 날아온 나무에 머리를 정통으로 맞고 쓰러졌다. 


"이루나! 정신차려! "

"틀렸어요, 이미 정통으로 맞고 죽은 것 같아요... "

"다시 밖으로 나가봐요! "

"콜록, 콜록... 전 안될 것 같아요... "

"밖으로 나가면 살 수 있어, 다들 일어서! "

"안돼겠어요, 다들 먼저 나가요! 난 이미 한계가 온 것 같아요... "


사람들은 다시 숲 밖으로 나가려고 했으나, 아이는 여전히 출구에 서 있었다. 아까보다 키가 조금은 큰 것 같다. 


"역시, 이 녀석은 마녀였어... "

"능력을 쓰게 돼면 성장한다더니, 그 말이 맞았군! "

"여기까지 도망 오느라 수고했어. 그런데 어쩌지? "

"!!"

"숲은 당신들을 내보낼 생각이 없다는데... 아니, 정확히는 불이지... "

"네녀석......! "

"우리 부모님을 죽여놓고, 뻔뻔하게 살아나가려고 했단 말이지? 당신들, 정말 구제불능이구나? 나까지 죽이고 나면, 어머 마녀였네? 아싸 땡잡았다! 주교님 덕분이예요 흐흐. 아니면 아닌대로 그렇게 태어난 게 잘못이야... 정말, 뻔뻔한 인간들이야. 한 부부의 생을 이렇게 끝내놓고도, 한 아이의 삶을 이렇게 만들어놓고도 당신이 살아나갈 수 있을 것 같아? "

"허튼 소리 지껄이지 마라! 넌 고작 마녀일 뿐이야, 이 괴물! "


-쉬익


순간 무언가가 아이를 스쳐지나갔다. 이상한 화살표. 그리고 아이의 뒤에선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아직도 마녀 사냥을 하는 마을이 있다니, 이거 영 아닌걸? 역시, 인간들은 자기와 다른 것들을 배척하려 할 뿐이지... 유구한 세월을, 우리 마녀들은 네놈들이 만들어낸 헛소문때문에 괴로워하다 죽어갔다. 그런데 뭐? 이제와서 괴물? "

"!!"

"날 괴물로 만든 건, 네녀석들이야. 알아? 그딴, 주교니 뭐니 하는 것, 전부 사이비라고. "

"주교님을 모독하지 마라! "

"모독한 적 없어, 있는 그대로를 까발렸을 뿐이야. 자, 불이 났는데, 당신의 권능대로라면 이런 불 정도는 끌 수 있는 거 아냐? 아니면 아까 머리에 정통으로 맞은 마법사, 한번 살려내보지 그래? "

"부, 부활은 교리에... "

"교리에 맞지 않는다고 할 셈이었나보지. 아니, 애초에 죽은 것을 되살리는 건 불가능해. 가능했더라면 이 두 인간을 살려내고 우리가 잘못했다고 무마했더라면 됐을 것을. "

"네... 네녀석!! "

"자, 그렇다면 물을 만들어서 불을 꺼 봐. 네녀석 재주 한 번 볼까? "

"그래요, 주교님이라면 불을 끌 수 있어요! "

"주교님! "

"아, 알겠네...... "


자신 없는 표정으로 마볍을 시전해보지만, 애초에 주교라는 자에게 사상 결계는 없었다. 얄팍한 교리라는 명목 하에 사람들을 자기 수족처럼 부리고 돈을 착추했던 주교의 본모습은, 결계도 없는 탐욕스러운 늙은이에 지나지 않았다. 


"무, 물이 생기지 않는 걸 보니, 축복을 내려야겠네... "

"축복? 하, 애초에 사상 결계가 없는 인간은 마법을 쓸 수 없어- 그게 네녀석들과 우리의 차이야. 자, 죽음 직전에 진실을 알아버린 소감이 어때? 즐겁지 않아? "

"...... 사상 결계가 없다고...? 지금까지 우리를 속여왔던 건가요? "

"아, 아니, 난... "

"뭐야, 그럼 지금까지 우릴 가지고 놀았던거야? "

"당신의 그 망할 축복인가 뭔가때문에 순결을 뺏겨버린 내 딸은 어떡할건데! "

"나도! "

"나도! "

"난 당신때문에 집을 잃어버렸어! "


갑자기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한때 주교로 추앙받았던 노인을 일제히 때리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발로 밟고, 어떤 이는 발로 마구 걷어찼다. 


"역시, 인간이란 무섭군...... 전부, 이만 사라져. "


그리고 그녀의 뒤쪽에서 수많은 화살표들이 튀어나와 그대로 푹, 관통해버렸다. 아이는 여자의 목에 걸려있던 로켓을 빼 손에 쥐었고, 숲의 출구를 빠져나왔다. 


"하아, 너도 몇 안 돼는 마녀인가보구나. "

"...... "

"하긴, 갑작스레 성장했으니... 거기다가 눈앞에서 부모를 잃었으니, 충격을 먹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안심해, 난 네 적이 아니야. "


그녀의 까맣고 긴 머리에 머리 양쪽에는 양처럼 휜 뿔이 있었다. 부잣집에서 귀하게 자랐는이 뽀얀 피부에, 선명한 보라색 눈이 신비한 느낌을 자아냈다. 그녀는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양, 아이를 보며 웃었다. 


"오드아이... 너, 정말 힘들었겠네. 난 스카일라야. 너와 같은 마녀지. 넌 이름이 뭐니? "

"이름이 없어. "

"성은? "

"성이 뭐야? "

"으음...... 저, 아버지의 이름이 뭐니? "

"힌델 녹타비안. "

"좋아, 그럼 앞으로 네 성은 녹타비안이야. 이름은 뭐가 좋을까...... "

"벡터. "

"벡터? 좀 더 예쁜 이름 없어? "

"그냥 그걸로 할래. "

"그래, 그럼 앞으로 네 이름은 벡터 녹타비안이야. "

"벡터 녹타비안... "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이 지어준 이름을 되뇌어본다.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마녀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박해를 당할까. 


"미안하지만 나도 지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같이 갈 수는 없어. 나중에 또 만나길 빌게. "

"응, 스카일라. "

"그럼, 무운을 빌어. "

"잘 가. "


자신을 스카일라라고 소개한 여자를 뒤로 한 채, 벡터는 그렇게 긴 여정길에 올랐다. 

블랙홀군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4 댓글

대왕고래

2013-04-19 21:26:03

마녀로 몰려서 부모가 죽은 아이로군요. 불쌍하네요...

벡터와 스카일라의 이야기군요. 수학적이에요 ㅇㅅㅇ

블랙홀군

2013-04-21 18:58:27

스카일라는 스칼라가 아니라 어떤 만화에 나왔던 주인공 이름이예요. 


저 스토리 라인 짜면서 정말 울컥했습니다...

글을 쓰면서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할 때가 있어서요.. 

마드리갈

2018-08-17 23:45:26

저도 읽고 울컥해 버렸어요.

모발색으로 차별받은 적이 있었다 보니, 게다가 어릴 때에는 모발에 붉은 빛이 많았다 보니 별별 이상한 소리를 다 들었거든요. 그 중 "부모님의 그곳이 녹슬었나?" 운운은 인간의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 싶을 정도로...


세계에는 별별 이유로 차별과 반목, 증오를 양산하죠. 이런 것 없이 살면 안되나 싶기도 하고, 차별을 받았을지언정 저렇게 살해당하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인가 싶기도 해요.

SiteOwner

2019-10-14 23:59:59

끔찍하기 짝없는 상황에 등 뒤가 서늘하게 느껴졌습니다.

좋아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지만, 싫어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다는 생각도 나고, 게다가 그 차별의 원인이라는 것도 결국 차별의 원인이 그것이라서가 아니라 그 속성을 가진 사람의 지위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있습니다.


문명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차별이 사라지나 싶은데 오히려 옛날보다 나았다는 말을 하기 민망할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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