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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H] 63화 - 도깨비불이 너무해!

시어하트어택, 2020-11-11 07:54:31

조회 수
137

푸른 불꽃 같은 게 떠 있다. 아파트 8층 정도 높이에서 빛나고 있다.
틀림없이, 이전에 보이던 그 도깨비불이다. 그 도깨비불을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확실히 믿기지는 않지만, 저것만 봐서는 크게 실감은 안 나는데요.”
주리가 도깨비불을 보며 말한다.
“저것만 봐서는 그냥 이벤트 조명 같기도 하고요.”
“뭐? 이벤트 조명?”
듣고 있던 시저의 목소리가 올라간다.
“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 거야!”
“아니, 내가 뭐라고 했다고...”
“다른 사람들은 그냥 지나가는 조명 정도로 생각할지 몰라도 겪는 사람들은 얼마나 신경질나고 답답한지 알아? 공황장애 올 것 같단 말이야!”
“아, 그래. 미안.”
그렇게 말하고서, 주리는 다시 위를 올려다본다. 여전히 위에 떠 있는 푸른 불꽃은 그대로 있는데...
“저기! 저기!”
촬영장비를 갖춰 놓고 찍던 마르코가 다급하게 소리지른다.
“하나 더 있어!”
“어?”
마르코가 가리킨 방향은, 일행이 첫번째 도깨비불을 보고 있는 방향의 정반대편, 아파트 25층 정도 높이에 떠 있다.
“한 개가 아니잖아!”
“이제 시작이네.”
메이링이 나지막이 말한다.
“이제 한 30분 정도 기다리면 절정이려나...”
“네, 변호사님.”
앨런이 홀로그램에 나온 데이터 그래프를 보고 말한다.
“제가 가진 정보가 맞는다면 저녁 7시 30분 정도에는 이 주변에 약 100개 정도의 도깨비불이 돌아다닐 거예요. 딱 여기서 죽치고 기다리고 있으면 그 도깨비불을 쓰는 녀석이 누군지도 알아낼 수 있겠죠.”
“오늘 잡아낼 수 있으면 좋겠는데.”
메이링이 한숨을 쉬며 말한다.
“빨리 이딴 사소한 것들 치워 버리고, 밀린 소송 업무 좀 해야겠어.”
“오! 잠깐, 잠깐만요!”
여전히 카메라에 눈을 박고 있는 마르코가 뭔가를 본 듯 소리지른다. 모두의 눈과 귀가 마르코에게 쏠린다. 설마 뭐 특별한 걸 보기라도 한 건가?
하지만...
“메이링 씨였죠? 거기 가만히, 눈 떼지 말고 있어 봐요!”
“아니, 내가 왜? 딴 데 보고 있으면서!”
메이링이 마르코를 돌아보며 뭐라고 말하려는데...
“아, 왜 고개 돌려요!”
오히려 마르코가 성질을 부린다.
“기껏 초점 잡아 놨는데!”
“아니, 네가 촬영하는 데에다 초점 잡으면 되지 왜 나보고 성질이야? 카메라도 내가 보는 데하고는 반대쪽이면서!”
“저 지금 메이링 씨의 눈으로 보고 있거든요?”
“에, 뭐?”
메이링은 순간 말문이 막힌다. 내 눈으로 보고 있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내 눈으로 보고 있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예요. 제 능력으로 메이링 씨의 시야를 공유해서 보고 있었다고요! 다른 곳에서 혹시 도깨비불이 오고 있나 해서요!”
“뭐야, 너도 초능력자였냐.”
“아... 네, 그렇죠.”
“그 능력은 언제부터 생긴 건데?”
“한... 한 달 정도는 됐을걸요.”
“한 달이라...”
메이링의 목소리가 심란해진다. 한 달 전이라고 하면, 누구한테 능력을 받은 거란 말인가? 앙드레한테서 받아낸 정보나 다른 조사원들이 보내 준 정보에는 마르코 같은 초능력자는 없었는데... 일단은 적대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으니 다행이기는 하지만.
“그건 그렇고... 꽤 특이한 능력이네. 일단 알겠어.”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오, 이제는 한눈에 30개씩 보이는데.”
벤치에 앉아서 위를 올려다보던 현애가 공중에 떠 있는 도깨비불들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말한다. 그새 많이 늘어난 도깨비불들은 마치 풍등처럼 둥둥 떠서 푸르게 빛나고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풍등을 보는 사람들은 대체로 즐겁겠지만, 이 도깨비불들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다는 것, 그리고 아무 사람들이나 쫓아다니기도 한다는 것.
“저런 게 사람들을 쫓아다니기도 한다고?”
“그... 그렇다니까! 좀 지켜보라고!”
시저가 답답하다는 듯 말한다.
한편 옆에서는 마르코가 계속 도깨비불들을 촬영하고 있고, 메이링과 앨런은 홀로그램에 나온 그래프를 보며 옆에 띄워진 영상과 대조하고 있다.
“잠깐...”
메이링이 그래프 중간쯤을 가리키며 말한다.
“이때가 도깨비불이 사람들을 쫓아다니기 시작하는 때였지?”
“네, 맞아요.”
“그래. 딱 지금쯤이잖아.”
현애, 주리, 시저, 마르코의 귀가 메이링에게 쏠린다.
“다들 눈 똑바로 뜨고 봐. 도깨비불이 너희들을 쫓을지도 모르니까!”
메이링이 그렇게 말하는 찰나.

“자... 잠깐!”
촬영을 하던 마르코가 외친다.
“저기 도깨비불이 누구 쫓아가고 있는데...”
마르코의 말대로다. 공중에 떠 있던 도깨비불들 중 하나가 여대생으로 보이는 가방을 멘 20대 여자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여대생은 뒤에 뭐가 쫓아오는지도 모르고 길을 걷다가, 등뒤에 뭔가 화르륵 타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자, 뒤를 돌아보더니 급히 도망가기 시작한다.
“저기, 저기!”
“봐봐, 움직이지?”
시저와 마르코가 다급하게 말하자, 앨런이 곧장 그 도깨비불을 쫓아간다. 앨런이 속도를 내서 달림에도, 도깨비불의 속도는 어째 좁혀지지가 않는다. 아니, 앨런의 걸음걸이와 호흡을 알고 있다는 듯, 앨런이 조금 걸음걸이를 늦추면 천천히 가고, 다시 뛰면 또 빨라진다.
“내가 그렇게 놔둘까 보냐...”
한편 현애가 올려다보니, 도깨비불이 하나 더 내려오고 있다. 가만히 보니, 아무래도 정면에 보이는 유치원생 정도 되는 꼬마와 엄마를 쫓아갈 작정이다. 곧장 그 도깨비불의 뒤를 쫓는다. 역시나, 현애의 걸음걸이에 맞춘 듯 도깨비불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현애를 농락한다.
“그런다고 내가 잡을 수 없을 것 같아?”
역시나, 그걸 써야겠다. 초능력을 발동할 준비를 한다. 현애를 피해 달아나는 도깨비불을 응시하고, 도깨비불 쪽에 냉기를 주입하려는데...

“엇, 뭐야!”
뭔가 현애의 어깨에 부딪힌다. 큰 충격은 아니다.
하지만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옆에서 ‘윽’ 하는 조그만 신음소리가 들린다. 도대체 누가 부딪쳤단 말인가?
“아, 죄송합니다.”
남자의 공손한 목소리가 들린다.
돌아본다.
머리를 산발한 남자.
머리 모양만 봐도 알겠다.
“뭐야, 잘나신 드릴맨 작가님 오셨어?”
“너였냐.”
공손하던 수영의 말투가 퉁명스럽게 변한다.
“그래, 작가님, 하필이면 또 왜 여기서 만나는 거야.”
“하... 저기 앨런 씨가 불러서 왔어.”
수영은 도깨비불을 뒤쫓는 앨런을 가리킨다.
“작품 취재하러 온 건 아니고?”
“그것도 맞는데.”
“그건 그렇고, 왜 그렇게 나를 보자마자 또 그래.”
“아니, 먼저 부딪혀 놓고서는 왜 그렇게 말해? 잘했어?”
수영을 보는 현애의 표정이 또다시 일그러진다.
“그리고 너 때문에 도깨비불 놓쳤잖아! 어떻게 할 거야!”
“뭐? 나 때문에 놓쳐?”
“그래. 네가 내 어깨만 안 쳤어도 정신이 안 흐트러질 수 있었잖아!”
“야, 남궁현애.”
수영이 현애를 똑바로 본다. 목소리는 전에 들었던 것보다 확실히 짙다.
“내가 너한테 훼방이나 놓으려고 여기 온 줄 알아?”
“아, 아니야! 나도 아닌 건 아는데...”
수영의 진지한 목소리를 듣자 현애도 얼굴이 벌게지며 손을 내젓는다.
“그럼 잘 들어. 사실 너도 나하고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거든. 내 능력을 발동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네가 지나갔단 말이야. 알겠어?”
“저 도깨비불을 베껴서 써 보려고 했단 말이야?”
“그래.”
수영이 숨을 돌리고 말한다.
“저 도깨비불이 아무래도 초능력이라고 판단되니까 해 봤는데...”
“해 봤는데?”
“하려는데 네가 끼어든 거 아니야!”
수영의 목소리가 다시 커진다.
“내가 웬만해서는 소리 안 지르고 싶은데...”
“거기 그만, 그만!”
앨런이 둘을 제지하며 가까이 다가온다.
“쓸데없는 걸로 그만 싸우고 얼른 저 도깨비불에 대처할 방법이나 찾아요들!”
“후...”
현애와 수영이 한숨을 푹 내쉬며 잠시 서로를 노려본다. 문득 현애가 위를 올려다보니, 도깨비불이 몇 개는 더 생겼다. 그 중 하나가 또다시 아래로 내려오려는 듯,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
“그만 싸우고, 하려던 거 다시 해 보자고.”
그렇게 말하고서, 현애는 막 내려오려는 도깨비불을 응시한다. 만약 저 도깨비불의 온도가 높고, 얼릴 수만 있다면, 잘 하면 저 도깨비불을 없애 버릴 수 있고, 못 하더라도 어느 정도 속도는 늦출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도깨비불이 있는 위치에 냉기를 조준하고, 발동하는데...
“어? 뭐야.”
현애가 얼려 보려던 도깨비불은 없어지거나 느려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빠르게 향한다. 시저와 마르코가 있는 곳으로. 그러건 말건 촬영에 열심인 마르코와 달리, 시저는 얼굴색이 파랗게 되며 소리지른다.
“저... 저게 나한테 오고 있잖아! 왜 하필 나한테 오는 거냐고!”
“거 참 신경쓰게 하네.”
옆에서 듣고 있던 주리가 한마디 한다.
“말만 그렇게 할래? 지금 저게 나를 쫓아오고...”
막 시저가 목소리를 높이려는데...
멈췄다.
막 시저를 쫓아오던 도깨비불이.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이리저리 비틀거리기만 할 뿐.
“공주리라고 했지? 저거 어떻게 한 거야?”
“내가 좀 정지시켜 놨는데. 왜?”
“후... 심장이 다 뽑히는 줄 알았잖아.”
“뭘 저런 걸 가지고 심장이 뽑힐 정도로 무서워해?”
“저런 녀석들이 네 꽁무니 뒤를 쫓아와 봐. 안 무섭겠냐? 그리고 나는 아무 초능력도 없다고! 너희들보다는 불리하단 말이야!”
“시저, 정 무서우면 한번 이리 와 볼래?”
주리와 시저가 막 말다툼을 벌이는데, 메이링이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 왜요. 저를 어떻게 도와 주기라도 할 거예요?”
시저가 퉁명스럽게 말하며 메이링 쪽으로 가보는데...
안 온다.
도깨비불들이!
어쩌다 이쪽으로 오는 것도, 메이링의 주위에 오자 사라져 버린다!
“아, 아니, 뭘 어떻게 한 거예요.”
“내가 초능력을 발동하면, 내 주변에 있는 초능력들이 모두 없어져.”
“정말요?”
시저의 목소리가 갑자기 밝아진다.?
“그럼 이 주변에 도깨비불들 없애는 건 시간문제잖아요!”
근처에서 촬영 중이던 마르코는 메이링의 시야가 사라지자 ‘시야를 확보해둔 게 왜 또 없어졌냐’며 투덜대지만, 그 불평은 메이링과 시저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맞아, 내 능력이 영향을 미치는 주변은 그렇기야 하지.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것들을 없애려면, 이 도깨비불을 가지고 노는 녀석을 찾아내야 해.”
“그렇... 겠죠?”

“어때. 좀 알 수 있을 것 같아?”
조그만 도깨비불을 만들어내서 조종하는 수영을 보고 현애가 장난조로 묻는다.
“도깨비불을 직접 만들어 보면 뭐가 나올 것 같다며.”
“그래, 조금 알 것 같아.”
수영은 약간 말끝을 흐리기는 해도 자신감을 놓지는 않는다.
“이 골드스타 단지 안이나 멀지 않은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 같아.”
“같은데?”
“문제는 이거지.”
수영은 한숨을 푹 쉬고 말한다.
“이 단지에는, 숨어 있을 곳이 너무 많아. 많다고.”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0-11-12 22:00:41

문제의 도깨비불이라는 게 그냥 이상한 불빛이 하나 둘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게 아니었네요.

100개 정도나 되는 것이 몰려다니면 이건 공포가 아닐 수 없는데...


타인의 시야를 공유하는 마르코의 능력은 신기하면서도 무섭다는 생각이 드네요. 타인의 시야를 공유하면서 정신세계에 침투하려 드는 건 아닌지, 그것 또한 꺼려지니까 일단 유해하지는 않더라도...

수영은 상황판단을 하는 건지, 반풍수 볼기짝 맞는 형국을 자초하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현애에게 목소리를 높이는 게 영 좋게 보이지 않아요.

시어하트어택

2020-11-15 21:42:41

시야를 공유하는 능력은 사실 즉석에서 생각해낸 거죠. 그런 것치고는 이 에피소드에 잘 맞았습니다.

SiteOwner

2020-12-25 18:26:19

그냥 도깨비불이라는 괴이한 것이 떠다녀도 무서울 것인데, 떼로 몰려다니고 게다가 마치 지능을 가진 듯이 움직이는 것이 무섭습니다. 군집드론의 쇼 같은 건 드론을 사람이 조종하거나 인공지능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보는 것이니까 신기하게 여기며 볼 수라도 있지만 이건 공포 그 자체...

그러고 보니, 개를 기를 때의 일이었는데, 밤중에 개가 눈에 불을 켠 것을 처음 봤는데 집에 같이 사는 동물이 맞나 싶은 공포가 살짝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변함없이 사랑스러운 동물가족이고 밤중에도 저와 동생을 보고 꼬리치고 안기고 했습니다만...


역시 아파트단지는 은신처가 많지요. 게다가 일일이 수색할 수도 없고, 정보의 비대칭성이 거의 완벽하게 유지됩니다. 전쟁광이나 맹목적인 의지만 충천한 인물이 아닌 한 단지 전체를 파괴한다는 선택지는 절대 시야에 못 넣겠지요.

시어하트어택

2020-12-25 20:54:07

저 정도라면 확실히 '신기함'보다는 '두려움'의 단계가 더 커질 수밖에 없겠죠. 게다가 사람들을 위협하는 게 확실하니까요.


시가전이란 건 확실히 유리함도 있지만 불리함도 그만큼 큰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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