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이 방이라니…….’
에스텔은 자신에게 배정된 방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눈 앞에 펼쳐진 방의 풍경은 솔직히 말하면 다른 소여 저택의 방과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화사했다.
연보라색을 기반으로 아름답게 장식된 벽면. 단순히 훑어보기만 해도 주문 제작한 고급품이라는 걸 알 수 있는 가구. 넓다 못해, 사람이 아닌 코끼리나 곰을 위해 준비한 것이 아닌가 의심되는 실크 이불 침대. 그리고 특수한 마법을 더한 강화 수정으로 만들어진 대형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달빛까지.
모르는 이가 보더라도 귀족 가문의 규수를 위한 방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으리라.
하지만 에스텔에게 있어서 이 방은 최악이었다. 이는 그녀가 기사라서도 아니고, 귀족 영애답지 않기 때문도 아니다.
이곳은 그녀의 어머니가 살던 방이었으니까.
리슬 소여.
소여 백작의 정실이자, 어느 이름 있는 귀족 가의 소생이었던 여인. 하인들에게 듣기로 처음 소여 가문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활달한 귀족 아가씨 그 자체였다고 한다.
만약 그녀가 평범한 귀족 가에 시집왔다면, 적어도 즐겁게 살 수는 있었겠지.
하나, 그녀가 시집온 곳은 소여 백작가였다.
에스텔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내들조차 장기 말로 밖에 보질 않았다.
가문을 위해 더 나은 후계자를 낳고 길러내기 위한 도구.
정략결혼이긴 했으나, 자신의 남편과 사랑을 나누길 원하던 에스텔의 어머니도 그 환경 속에서 조금씩 미쳐갔다. 본래라면 그 증오는 소여 백작을 향할 터. 하지만 소여 백작을 만나기도 힘든 그녀의 광기가 향할 곳은 어린 시절의 에스텔 밖에 없었다.
‘쓸모없는 년!’
어머니는 무언가 마음에 안 들 때마다 에스텔을 이 방으로 불렀다.
3살의 에스텔이 식사를 하다 실수를 하자, 포크로 손을 찔러 관통했다.
5살의 에스텔이 어려운 정치철학 서적의 내용을 이해 못 했다는 이유로, 잠도 재우지 않고 책을 외우게 시켰다.
‘처음 검을 잡았을 때도 그랬지.’
로즈마리에게 수련을 받던 도중 실수했다는 이유만으로 검을 들고 직접 에스텔을 찌르려고 했을 정도.
만약 그 자리에 로즈마리가 없었다면, 에스텔은 중상을 입고 가문의 집중치료를 받아야만 했으리라.
에스텔이 어떻게든 좋은 아이가 되려고 노력해 보아도 리슬의 광기는 도저히 나아질 기미를 보이질 않았고, 유감스럽게도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낫지 않았다.
‘너는 꼭 네 아버지의 마음에 들어야 해! 그게 네 유일한 가치야!’
사신의 손길이 침대 곁에 와있었건만, 리슬 소여는 에스텔의 손을 잡고 그렇게 외쳤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
자신의 바람을 유언으로 남긴 채, 그녀는 이 방에서 임종을 맞이했다.
그래, 바로 이 방에서.
‘쓸모없는 년!’
방에 원념이라도 서린 것인지, 에스텔의 귓가에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평소의 에스텔이라면 이전처럼 소리를 질러서라도 이 소리를 막았을 터. 하지만 지금 그녀는 어째서인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인 건 사실이니까.
고개를 슬쩍 돌려보니 시녀들이 꾸며낸 자신의 모습이 거울에 비치고 있었다. 평소의 기사 제복과는 전혀 다른, 아름다운 드레스. 은은한 색조 화장. 마법적인 쓸모가 전혀 없는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귀걸이와 목걸이.
“쓸모없는 년인가…….”
사도가 되지 못한 자신은 기사도 아닌, 그저 가문을 위해 몸을 팔 뿐인 인형이나 다름없는 것일까?
“나는 대체 뭘까?”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지만, 답이 돌아올 리는 없었다.
아니, 없었어야 했다.
“저의 신부이지요.”
이 남자가 갑자기 나타나기 전까지는.
“무슨 일입니까?”
어느새 그녀의 뒤에 다가온 보어헤스 백작을 돌아본 에스텔의 입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목소리에 담긴 뜻은 분명한 축객령.
오랜 기간 사교계에 몸담은 보어헤스 백작이 이를 모를 리 만무하건만, 그는 어깨를 한 번 으쓱거리고는 에스텔에게 더 다가올 뿐이다.
“신랑이 신부를 한 번 보겠다는데 딱히 문제라도 될 게 있습니까?”
“아직 저와 당신은 결혼한 사이가 아닙니다.”
“결혼식이란 그저 대대적인 선포에 불과하죠. 소여 백작님과 저 사이에 협정이 끝난 이상, 당신과 저는 이미 부부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니,”
말을 잠시 끊은 보어헤스 백작의 입가에는 음흉한 웃음이 맺혀 있었다. 마치 독사가 먹잇감을 바라보는 것 같은 그 표정에 에스텔은 왠지 본능적인 불쾌감을 느꼈지만, 무례를 범하지 않으려는 생각에 조용히 상대를 응시했다.
하나, 상대는 무례를 범하고 싶은 모양이다.
“조금 이른 첫날 밤을 즐기는 것도 괜찮겠죠.”
그 말이 귓가에 닿는 것과 동시에 에스텔은 일어나서 검을 뽑았다.
지잉.
푸르게 빛나는 마력 칼날이 자신의 목 한 치 앞에 놓여 있건만, 보어헤스 백작은 조금도 움직일 생각을 않았다. 오히려 그의 입가에 걸린 능글능글한 웃음기만 더 강해질 뿐.
“호오, 절 베실 생각입니까?”
“못할 것도 없지.”
에스텔의 말과 함께 움직인 마력 칼날이 피부의 생채기를 냈건만, 여전히 보어헤스 백작은 뒤로 물러설 줄 몰랐다. 아니, 그걸 넘어서 오히려 앞으로 나설 뿐.
“당신은 절 못 벱니다.”
그 말을 하는 그의 눈은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정말로 에스텔이 절대로 자신을 죽일 수 없으리라는 믿음.
그 믿음을 부수기 위해 에스텔이 검을 든 손에 힘을 주려는 찰나,
“그것이 소여 백작님의 뜻이니까.”
그녀는 검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백작님의 뜻에 따라야 한다.’
그것이 그녀가 쓸모없는 이가 되지 않기 위한 조건.
“빠르게 끝내 주십시오.”
여전히 느껴지는 거부감에 입술을 꽉 깨물면서도 에스텔은 저항을 포기하고 침대에 몸을 기댔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보어헤스 백작은 서 있던 자리에서 움직이질 않은 채 그녀를 지켜볼 뿐.
“이건 마음에 안 드는 군요.”
조금 전까지 웃고 있던 모습과는 다르게 싸늘하게 식은 표정.
마치 자신이 원하던 장난감이 예상과는 다르다는 사실에 흥이 식은 아이처럼 그는 에스텔에게 향하는 관심을 끊었다.
“뭐, 인형일지도 모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래서야 굳이 먼저 취할 필요도 느끼지 못하겠군요.”
“인형……?”
“아닙니까? 가주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인형.”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빛은 즐거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에스텔을 살아있는 고깃덩어리 그 이상, 그 이하로도 여기지 않는 눈빛.
“흥이 식었습니다. 재능은 있으나 굳이 먼저 취할 만한 이는 아니군요. 나중에 형제들과 함께 맛보도록 하죠.”
미련 따위는 없다는 걸 보여주듯, 보어헤스 백작은 에스텔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방을 떠났다.
“인형인가…….”
결국 자신이 방에 홀로 남겨졌다는 것을 깨닫자 에스텔은 공허한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인형. 기사가 아닌 단순히 무언가를 모사한 것에 불과한 존재.
‘그게 나인가…….’
“이래서야 그레고르도 환멸 할지도 모르겠군.”
기사가 된 이후 처음으로 생긴 자신의 동료를 떠올리고 있음에도 그녀의 입가에 깃든 웃음은 메마르고 공허하기 그지없었다.
그 순간,
“아가씨, 다과입니다.”
익숙하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은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로즈마리?’
에스텔은 로즈마리의 예기치 못한 방문에 눈살을 찌푸렸다.
로즈마리가 받았던 임무는 에스텔의 귀환.
해당 임무 완료 이후, 각자 새로운 임무를 맡은 이상 더는 서로가 마주할 일이 없어야 했다.
‘거기에 다과라고?’
차야 자주 나왔지만, 가문에서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다과가 나온 적이 있었던가?
기억의 공책 속에서 그런 추억이 있는지 확인해보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떠오르진 않는다.
‘그렇지만 로즈마리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찾아오진 않았겠지.’
“들어오게.”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에스텔은 로즈마리의 출입을 허가했다.
이윽고 문이 열리며 모습을 드러낸 것은 로즈마리와 연회 시에만 쓰이는 천이 달린 수레.
에스텔이 수레의 정체를 묻기도 전에 로즈마리는 문으로 들어오지도 않은 채 그것을 힘껏 방으로 밀어 넣었다.
쿵!
이어지는 작은 충돌.
마도기사인 로즈마리의 완력에도 불구하고 수레가 부서지진 않았지만, 그 몸체가 기우뚱하는 것만큼은 피할 수 없었다.
결국, 자신을 지탱하지 못한 수레는 바닥에 엎어졌고,
“우왓!”
동시에 익숙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레……고르?”
조금 전 자신이 떠올리고 있던 동료.
“그럼 느긋하게 즐기시기를.”
당황한 에스텔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문이 닫히며 로즈마리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윽고 방에는 두 사람과 어색한 분위기만이 감돌았다.
?
***?????? ***
?
로즈마리의 도움으로 에스텔의 방에 돌입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정작 뭐라고 말하긴 어색한 분위기만 감돌았다.
하다못해 내가 평범하거나 멋진 자세로 모습을 드러냈다면 모르겠는데, 엎어진 수레에서 튀어나오는 바람에 거꾸로 바닥에 처박히며 등장한 상황. 금방 자세를 바로잡긴 했지만, 아무래도 조금 전까지의 추한 모습이 걸려서 무게를 잡기도 힘들었다.
‘진짜 뭐라고 해야 하지……?’
목을 옥죄어오는 것 같은 어색한 분위기. 이를 타파하기 위해 고심 끝에 내가 선택한 건 결국 평범한 화제였다.
“그……옷이 잘 어울리네요, 에스텔.”
뒤죽박죽인 머리 때문에 어색하게 내뱉은 말이긴 했지만, 막상 말하고 나서도 그리 잘못된 발화라고 여겨지진 않았다.
지금 에스텔은 나와 만난 이래 최고로 치장한 모습.
‘오드리가 사소한 변화도 칭찬해줘야 한다고 했었지?’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내가 고른 선택지는 오답이었던 모양이다.
“…왜 온 건가?”
내 말에 한참 동안 대답을 하지 않던 에스텔은 무언가를 씹어 뱉는 것처럼 힘겨운 어투로 말문을 열었다.
“그야 에스텔을 돕고 싶으니까요.”
“지금 그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미 아버지께서 모두 결정하신 일이니.”
무언가 좋지 않은 기억이라도 떠올랐는지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떨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에스텔의 늠름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겁에 질린 아이와 같은 태도. 그 모습에 나는 로즈마리가 말한 사실을 확실히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에스텔은 소여 백작을 거스르는 행위조차 떠올릴 수 없다.’
어린 코끼리를 말뚝에 사슬로 묶어 두면 성체가 된 이후에도 도주하지 못한다고 했던가?
지금 에스텔의 상태는 그렇게 자란 성체 코끼리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사슬을 부순다고 해도 그녀는 다른 사슬에 시달릴 터.
“아뇨, 아직 끝나진 않았어요.”
판단을 마친 나는 에스텔을 향해 진중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아직 에스텔이 선택하지 않았으니까.”
나는 자신이 조금 비겁하다고 여기면서도, 선택권을 에스텔에게 넘겼다.
“여기 오기 전에 로즈마리에게 들었어요. 에스텔이 왜 소여 백작에게 전혀 저항을 못 하는 지.”
“…….”
“로즈마리에게는 에스텔을 반드시 구하겠다고 그랬어요. 솔직히 저도 그렇고 싶고요. 하지만 에스텔을 보는 순간 제 마음대로 정해선 안 될 것 같더라고요.”
내가 선택해 에스텔을 구한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보어헤스와 소여라는 두 가문을 동시에 상대해야 할 테니. 거기에 보어헤스 백작은 사도로서 명백히 나보다 윗줄에 있는 만큼, 정면 승부에서 승산도 낮겠지.
하지만 동시에 쉬울 것이다.
결국 선택하고 고생하는 건 나 혼자가 될 테니까. 내가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찾아내 실행하면 될 테니까.
그러나 그렇게 내가 선택해서 에스텔을 ‘내가 기억하는 에스텔’로 되돌려 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소여와 보어헤스라는 두 백작가를 막아낸다고 해서 에스텔이 진정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어쩌면 단순히 그 둘 대신에 ‘그레고르’라는 새로운 사슬을 거는 것뿐이지 않을까?
‘그래서야 소여 백작이 한 일과 다를 바가 없어.’
그렇기에 선택은 에스텔이 직접 해야만 한다.
“에스텔이 원한다면 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에스텔을 결혼식 날까지 구출해 낼 거예요. 하지만, 에스텔이 거부한다면 저는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선택해주세요. 제가 뭘 하길 바라는지를…….”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환멸스럽지 않은가?”
무언가 생각하듯 조용히 허공을 바라보던 에스텔이 무거운 입을 열었다.
그런데 환멸?
“그게 무슨?”
“인형.”
“…….”
“보어헤스 백작은 그렇게 말하더군. 인형을 상대로 억지로 단둘이 밤을 보낼 필요도 없다고 말이야.”
그 자식은 또 그런 말까지 했나?
녀석의 재수 없는 면상에 주먹을 처박을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었지만, 나는 이를 티 내지 않고 에스텔의 말에 집중했다.
“그대가 기억하는 늠름한 기사 에스텔은 허상이다. 그저 백작님이 원하는 대로 기사 놀이를 하던 인형이 있을 뿐이지. 그런 인형이 경멸스럽지 않던가?”
“음, 글쎄요.”
경멸이라?
“사람이란 게 다 그렇지 않나요?”
“뭐?”
“인형이라고 했는데, 자기가 생각해서 모든 걸 결정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부모에게, 선생에게, 친구에게. 그 출처와 정도는 다르지만, 사람은 다른 이에게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나 역시 오드리가 해준 말이 아니었다면 사도야행에서 도망쳤을 테니까.
“그러니까 소여 백작이나 보어헤스 백작이라면 모를까, 에스텔을 상대로 기분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저는 제가 본 에스텔의 모습을 믿으니까.”
“그런가…….”
그 말을 들은 에스텔의 미소는 조금 안심한 것 같은 기색이 서려 있었다.
“솔직히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아버지의, 백작님의 뜻에 어긋나는 삶을 산다는 게 어떤 감각인지 추측조차 되지 않아. 하지만……,”
“…….”
“한번은 그대와 로즈마리의 의사를 믿어보고 싶구나.”
“그 말씀은…….”
“구해다오, 그레고르.”
여전히 두려움을 느끼는지 떨리는 목소리. 하지만 에스텔은 내 시선을 피하지 않고 나를 똑바로 직시하고 있었다.
“내가 나로서 살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그러면 조금 서둘러야겠네요.”
에스텔이 도망칠 것을 선택한 이상 나 역시 바쁘게 움직여야 할 테니까.
“강림!”
사도의 갑주가 몸을 감싸는 것과 동시에 나는 창문을 통해 허공으로 솟구쳤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대로 변신해 날아가면 그만일 터.
‘하지만 왠지 그냥 가고 싶지는 않지?’
사도의 각력으로 점프한 이상 떨어지기 전까지는 아직 충분한 시간이 남아있으니까.
“소여와 보어헤스의 개새끼들은 들어라!”
판단이 떨어지자마자 나는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밤하늘이 부서져 나갈 것처럼 외쳤다.
“사도의 자격을 너희들에게서 훔친 것처럼! 3일 뒤 신부를 훔치러 오겠다! 그러면 잘 있어라 병신들아!”
그 말을 끝내는 것과 동시에 나는 박쥐로 변신해 밤하늘을 날아올랐다.
마음 같아서야 반응이 어떨지 보고 싶기는 하지만, 괜히 잘못했다가 보어헤스 백작이 뒤를 밟기라도 하면 곤란해질 터.
‘자 그러면 목적지로 가볼까?’
내가 아는 이 중 가장 사도에 대해 잘 아는 상대에게!
?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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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드리갈
2020-11-14 15:53:49
아무리 외형적으로 아름답다고 하더라도 그 사물이 지니는 함의가 아름답지 않다면, 그리고 그 함의를 아는 사람이 그 사물을 접했다면 아름다움은커녕 오히려 거부감이 느껴지기 마련이죠. 에스텔에게는 어머니 리슬 소여가 살았던 방이 딱 그렇겠죠.
리슬 소여는 소여 가문의 피해자이자 또한 딸 에스텔에게는 가해자였던 인물. 이미 죽은 어머니를 탓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겠지만, 그래도 에스텔은 대단해요. 물론 소여 가문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구조적으로 저항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에스텔의 심성은 소여 백작과도 어머니와도 달리 온전히 유지되어 있긴 하니까요.
이제는 에스텔에게 업시프트(Upshift)의 순간이 왔어요.
그레고르가 호쾌하게 욕설을 내지르고 날아오르는 것도, 그 업시프트의 선언이겠죠. 정말 통쾌해요!!
Papillon
2020-11-16 02:35:07
에스텔이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로즈마리의 노력이 9할입니다. 사실 다른 유모들은 로즈마리만큼 열심히 하질 않기 때문에, 에스텔을 제외한 소여 가의 사람들은 자기 유모랑 그리 친하지 않습니다.
SiteOwner
2020-12-28 23:07:36
참으로 답답했다가 통쾌하게 반전되었습니다.
파이널 판타지의 영상같은, 정략결혼의 장면이 생각나는 이 회차가 여러모로 인상적입니다.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그 방의 주인이 결코 에스텔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던 어머니였던 것, 그 방에서 보어헤스 백작이 에스텔을 능욕하려다 스스로 물러난 것, 로즈마리가 카트에 탄 그레고르를 밀어넣은 것, 그리고 선전포고를 한 그레고르의 비상의 출발점. 모두 한 방에서 일어난 것이군요. 이렇게 운명이 압축적으로 묘사된 것도 상당히 좋습니다.
그레고르와 에스텔에게 축복이 있기를.
Papillon
2020-12-31 23:10:12
파이널 판타지라. 의식하고 쓴 것은 아닌데 비슷한 느낌이었던 모양이군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JRPG 시리즈는 여신전생 시리즈이긴 한데, 그쪽은 연애와 관련된 내용은 참고하긴 힘든지라 파이널 판타지 쪽의 영향이 나온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