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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H] 74화 - 가면을 쓴 그 녀석(4)

시어하트어택, 2020-12-07 07:57:20

조회 수
121

“이... 이 자식, 아직 살아 있었나!”
장 박사의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린다. 조제 쪽을 돌아보자, 어느새, 조제는 상반신을 일으키고 나무에 기대앉았다. 하지만, 조제 또한 피투성이에 숨이 가쁘다.
“하... 외제니... 내가 널 지켜 줬어야 했는데... 그래도 다행이야. 네가 나보다 낫다. 너를 사귄 보람이 없지는 않구나.”
“이 자식... 이 자식을 완전히 끝내 놨어야 했는데!”
장 박사는 외제니에게 향하던 공기폭탄을 서둘러 조제 쪽으로 돌리고, 조제의 주위를 맴돌던 공기폭탄도 기폭시킬 준비를 한다. 저렇게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고, 말밖에 할 줄 모른다면, 터뜨려 죽이는 건 시간문제다! 오른손을 휘둘러 기폭시킨다!
됐다...
터진다!
그런데...
“어... 뭐야...”
움직이지 않는다. 올라가지 않는다. 장 박사의 오른팔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본다.
조제의 오른손이 꽉 붙잡고 있다. 장 박사의 오른팔을.
“놓지 못해, 이 자식... 아, 손만 있었군. 그렇다면 떼는 건, 어렵지 않지!”
장 박사는 주먹으로 내리쳐 가며, 조제의 오른손을 오른팔에서 떼어낸다. 그렇게까지 어려운 건 아니지만, 어찌나 꽉 잡았던지 잡은 자국이 오른팔 옷자락에 선명히 남아 있다.
“발악도 여기까지인 것 같군. 그럼 너부터 보내 주겠다. 잘 가라!”
“좀 전에 당신이 그렇게 말했었지...”
“이 자식! 아직도 발악할 힘이 남아 있어!”
“자기 자신을 모르면 항상 위태롭다고.”
“뭐... 뭐?”
“밑을... 밑을 잘 봐.”
조제의 말에 장 박사는 무의식중에 밑을 내려다본다.
손?
조제의 왼손. 어느새 왼손이, 장 박사의 가슴팍을 붙잡고...
바로 그때...

퍽-

직격... 직격했다!
장 박사의 턱에 바로, 정확히 들어갔다!
“으... 그... 극...”
이 엄청난 충격, 엄청난 통각! 그리고 온몸을 날려 버릴 정도의 폭발력! 턱에서부터, 온 머리에 전해진다. 방금 전까지의 의기양양함을, 마치 쓰나미와도 같이, 덮어 버린다! 제대로 비명도 못 지를 정도로!
‘이... 이 자식... 왜 이렇게 폭발력이 센 거야? 단 한 방인데, 무슨 화산이 폭발하는 것 같잖아...’
털썩-
장 박사의 몸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하지만 그 통증은 크게 전해지지 않는다. 턱에서 전해지는 찌릿함이 그 온몸에서 전해져 오는 통증을 못 느끼게 할 정도다. 정신이 흐릿해진다. 마치 안개에 들어가서 시야가 흐려지는 것 같이.?

“여기야! 여기!”
“응? 앨런 씨! 벌써 와 있었어요?”
“아니야. 나도 방금 왔어!”
희미한 의식 한가운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장 박사는 겨우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일단 상황파악을 한다. 고등학생 몇 명이 조제와 외제니 앞에 서 있다.
“조제, 그리고 외제니잖아!”
“괜찮아? 괜찮아?”
본다. 틀림없는 미린고등학교 교복이다. 그냥 캐주얼 남방을 입은 남자 한 명도 있고... 그리고 머리모양으로 봐서 저 사람들은...
“앨런 에반스, 조세훈... 그리고... 남궁현애잖아.”
장 박사는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그리고 곁눈질로 살짝 본다.
현애가 외제니의 몸 여기저기에 손을 대 보고 있다. 세훈과 앨런, 그리고 뒤따라 온 니라차가 심각한 표정으로 현애를 바라보고 있다. 잠시 후 현애가 뭔가 다행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보인다. 살짝 보니 손에서 냉기가 피어 나오고 있다. 외제니의 다친 부위를 냉찜질해 준 게 확실하다. 외제니가 고개를 흔들며 몸을 일으켜 세우는 것도 보인다.
그때다.
“어? 저기 좀 봐!”
세훈이 누군가를 가리키며 말한다. 살짝 보니, 장 박사 자신을 가리키며 말하는 게 아닌가!
“누구? 누구?”
“봐봐! 저기 저쪽에 또 한 명 쓰러져 있잖아!”
“대학생인가? 정장 입은 거 보니까 대학생은 아닌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20대 초반 정도 얼굴이고... 대체 누구지?”
“우리가 아는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이럴 수가, 이렇게 지척이라니! 표정은 애써서 숨겼지만, 장 박사의 눈은 덜덜 떨고 있다. 여태껏 살아온 75년 중 이런 위기는 없었다. 그야말로 승승장구하던 지난 세월. 목숨이 위협받을 정도의 위기는 겪어보지 않던 그다. 그렇기에 그에게 이 상황은 더욱 충격적이다. 모든 것이 끝나 버릴 위기인 이 상황이!
“조제! 괜찮아?”
“아... 좀... 여기저기가 쑤시네.”
머리를 흔들며 몸을 일으켜 세운 조제를 친구들이 둘러싸고 있다. 어느새 몇 명이 더 와 있다. 주리는 오토바이에서 내리고, 메이링이 조제와 외제니를 번갈아 보더니, 두 사람에게 묻는다.
“혹시, 너희를 공격한 그 사람, 누구야?”
외제니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보여준다. 장 박사의 신분증, VP재단 연구원증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뭐야... 장주원 박사님이 왜?”
메이링과 앨런 모두 눈앞에 보이는 것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앨런이 다시 한번 묻는다.
“혹시, 다른 사람 신분증을 잘못 가져온 거 아니야?”
“아니에요. 확실해요!”
외제니는 강한 어조로 말한다.
“저희를 공격한 그 사람이 자신을 ‘장주원 박사’라고 했고, 이런 신분증도 분명히 갖고 있었다고요! 얼굴은 분명 다르지만, 다른 사람을 사칭해서는 말할 수 없는 정보까지 술술 말했다니까요!”
“뭐, 뭐어어어어!”
“그게 정말이야!”
현애, 세훈, 주리, 니라차, 메이링, 앨런.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래, 혹시 장주원 박사님은?”
연락해야만 한다. 누구에게든! 하수인이 아니라도 좋으니!
AI시계의 버튼을 누르자... 그럼 연락이 되리라.
누르려는데... 누르려는데...

“저기, 뭐라고 부르면 되죠?”
누가 장 박사의 앞에 서 있다. 분명 이 여학생, 현애다!
“여기저기 다치신 것 같은데...”
“그... 그래! 나도... 나도 좀 냉찜질 좀...”
장 박사는 자기도 모르게 입이 벌어진다. 기회다... 이건 기회다! 목표, 목표가 바로 장 박사의 눈앞에까지 다가왔다! 압축된 공기를 집어넣어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저 녀석! 저 개자식이야!”
외제니가 장 박사를 보더니 화들짝 놀라 소리지른다.
“저 녀석이라고! 저 녀석이 장주원 박사야! 자기 입으로 그렇게 말했어!”
순간 정적이 흐른다.
장 박사.
그리고 현애, 세훈, 주리, 메이링, 앨런, 니라차 사이에.
“에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세훈이 헛웃음을 짓는다.
“맞아! 누가 봐도 젊은 사람인데, 설마 회춘했다는 건 아니겠지?”
니라차도 못 믿겠다는 말투다.
“너희들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그 자리에 쓰러져 있던 조제가 벌떡 일어서서 장 박사를 노려보며 소리지른다.
“힘이 남아 있을 때 저 망할 놈의 자식을 아주 밟아 주고 싶다고!”
“그래. 사실 나도 뭔가 이상했어.”
현애가 장 박사에게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한다.
“이 사람한테 다가갈 때, 혹시나 해서 냉기를 살짝 내 주위에 둘러 봤거든? 역시나, 이 사람의 손끝에 냉기가 닿는 순간 뭔가 빨려 들어가는 게 보이더라. 혹시 이 사람, 공기 능력자인가?”
“맞아, 맞아!”
조제와 외제니가 한목소리로 말한다.
장 박사는 그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사람들을 똑바로 본다.
“그래. 내가 바로 VP재단의 종신연구원, 장주원 박사다. 베라네 덕분에 다시 젊어졌기는 하지만. 유감이군. 다들 알아 버렸으니. 또 익숙한 얼굴도 몇 명 있는데, 미안하게 됐군.”
조제와 외제니에게서 방금 듣기는 했지만, 장 박사 스스로가 그렇게 말하니 다들 충격을 받았는지, 그 자리에서 굳어 버린 것만 같다.
“하지만 이건 말해 두지. 결코, 나를 잡을 수 없다. 나를 막을 수 없단 말이다.”
“잠깐만요, 박사님, 박사님!”
메이링이 급히 장 박사를 불러 세우려 하지만, 장 박사는 몸을 돌려 천변 산책로 쪽으로 가더니, 그대로 뛰어내리는 것이 아닌가!
“뭐야, 천변으로 뛰어내린 건가? 빨리 찾아!”
다들 다급히 개울가로 내려간다. 그리고 샅샅이 뒤진다. 갈대밭, 산책길, 여기저기.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도.
“이거... 완전히 귀신처럼 사라져 버렸잖아.”
“미안해.”
주리가 여기저기 찾던 조제와 외제니를 보고 말한다.
“내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장 박사를 붙잡아 둘 걸 그랬어.”
“그때 안 잡고 뭐 했어!”
외제니가 목소리를 확 높인다.
“빨리! 그 녀석을 잡아야 해! 빨리!”
외제니는 부들부들 떨며 외친다.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장 박사를 향한 분노에 차오르는 눈으로 여기저기 노려보며.
“주리의 말이 맞아, 외제니.”
함께 장 박사를 찾던 현애가 말한다.
“좀더 빨리 잡았어야 했어. 이미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을 거야.”
“그게 말이 돼? 말이 되냐고!”
외제니는 이번에는 현애를 잡고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소리 지른다.
“나하고 조제는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왔어! 그렇게 무책임하게 말할 수 있어?”
“외제니, 이제 좀 진정하고.”
메이링이 잔뜩 악을 써대는 외제니를 진정시킨다.
“아까 너희들이 공격당할 때 그 상황을 좀 다시 설명해 줄 수 있겠어?”
“아니, 상황 설명은 둘째치고요...”
“현애야, 왜?”
“아까 거기에서 마르코가 사라졌어요. 실종된 거죠...”
현애가 AI폰의 지도를 메이링에게 보여준다.
“마르코? 마르코 티머만 말하는 거야?”
“네. 아까 전에 전동 킥보드로 카페거리 쪽으로 향하는 것까지는 알아냈는데, 딱 우리가 만난 거기쯤에서 신호가 사라졌어요.”
“그래? 정말이야? 분명히 마르코였어?”
“네. *나라하고 *프로도가 확인해 줬어요.”
“너... 세훈아! 방금 뭐라고 했어?”
막 진정되려던 조제와 외제니의 표정이 또다시 일그러진다.
“마르코 티머만? 마르코 선배님 말하는 거야?”
황급히 묻는 조제는 못 믿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
그리고 외제니를 돌아본다.
사색이 된 얼굴로.
“설마 우리한테 외치던 그 목소리... 마르코 선배였어?”
“어떡해, 어떡하면 좋아!”
“너희들, 무슨 일이야?”
“아, 앨런 씨.”
조제가 괴로운 듯 머리를 흔들며 말한다.
“저희가 좀 전에 그 장 박사를 만나기 직전에, 막 저희한테 뭐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어요. ‘장주원 박사’ ‘공기’라고 들렸는데, 그 소리가 들리고 나서 자동차 소리가 들리고, 바로 다음에 장 박사가 나타났어요.”
“정말이지...”
앨런의 말에 조제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메이링을 돌아본다.
“변호사님!”
“아, 앨런.”
“빨리 찾아야 해요. 마르코를!”
“아... 알지.”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는 것은 주위에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고, 그랬다는 건, 단 하나! 마르코는 납치당했어!”
“그럼 어떻게 찾죠? 마르코 선배를 납치한 녀석들은 이미 멀리 가 버렸을 텐데!”
메이링에게 묻는 조제와 외제니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혔다.
“용서 못 해요! 그 녀석들!”
“진정해, 조제, 외제니. 안 울어도 되니까.”
그렇게는 말하지만, 메이링의 목소리, 표정도 무겁다.
“일단은, 장 박사님의 주변 사람들을 조사해 보자. 그러면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
“정말... 정말이겠죠?”
“그래. 아는 사람들을 최대한 끌어모아 도와 줄 테니.”
“부탁... 부탁해요!”
조제와 외제니는 이제 울상이다.
“꼭 찾아 주세요! 저희에게 정말 소중한 선배님이라고요!”
“걱정 마, 조제, 외제니.”
현애가 조제와 외제니를 끌어안는다.
“무사할 거야, 약속할게. 반드시 찾아낼 거라고 약속할게.”
“정말이지...”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0-12-08 21:06:57

손을 분리하는 조제 엔히크스의 능력이 바로 이럴 때에 유용하네요.

장주원 박사는 사실 75세이지만, 20대로 보일 정도로 젊어진 게 문제의 베라네라는 물질이네요. 여러모로 베라네가 논란과 소동의 정점에 있는 대단한 물질이예요. 게다가 그 장주원 박사가 젊어진 것뿐만 아니라 갑자기 종적을 감추는 능력도 가진 모양이네요.


마르코 선배가 혹시 살해당하기라도 한 걸까요...

상황이 꽤나 급박하게 돌아가네요.

시어하트어택

2020-12-09 23:00:14

이제부터 또 본격적인 싸움이니만큼 분위기가 좀 많이 어두워졌죠... 장 박사와의 싸움만 있는 건 아니고 여러 적들과의 싸움들이 이어지는 것이기는 합니다만.

SiteOwner

2021-01-23 18:50:38

기술이 크게 진화한 미래사회라도 역시 20대와 70대는 외견상 드러날 수밖에 없는 듯하군요.

그런 사회상이 엿보이니까 그건 그것대로 재미있습니다만, 사실 이 장면은 진짜 1초 뒤를 장담할 수 없는, 누군가가 죽어야 끝날 지독한 싸움이라는 것. 이것을 다시 생각하니 두배로 섬뜩해지기도 합니다.

아무리 강한 상대라도 턱을 단련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니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복싱에서 어퍼컷이 왜 강한지도 바로 이런 데에 이유가 있기 마련이지요.


그러면 질문 하나.

이 세계의 지구인의 노화수준은 어떤지요? 현실세계와의 간략한 비교를 부탁드려 봅니다.

시어하트어택

2021-01-24 23:08:38

정말 죽음을 각오하게 되면, 그야말로 뭐든 하게 되지요. 조제와 외제니 역시 친구들이 도우러 와 주지 않았다면, 죽었을 겁니다.


설정상 노화수준은 기술이 발전했으니 약간 늦춰졌다고 해야 하나... 자세하게 설정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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