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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의 대학가에는 사회과학서점이라는 서점이 있었습니다.
다른 서점들이 각종 문학, 시사교양서적, 잡지, 전공서적 등을 다양하게 취급하는 것과 달리 사회과학서점은 "사회과학전문" 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했던 저는 다녔던 대학은 물론이고, 타대생 중에도 지인이 좀 있다 보니 다른 대학가에 갈 기회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사회과학서점도 몇 군데 있었던 것도 기억합니다. 물론 사회과학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던 터라 저도 그 서점들을 방문하여 인벤토리를 확인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단 한 권도 사지 않았습니다.
일단 사회과학을 표방하면서도 갖추어진 책이 편중되었습니다. 공산주의, 정치경제학, 종속이론 관련 책은 그나마 많았습니다만, 대학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예의 서적들에서 표방하는 사조와 반대되는 책은 전혀 없었습니다. 정기간행물도 구비되어 있었습니다만, 역시나 당파성이 강했습니다.
일부러 점원에게 물어봤습니다. 이러이러한 책도 사회과학도서인데 있으면 좋겠다, 혹시 주문서라도 써 놓을 수 있다면 하겠다고 물어 보았더니 대답이 이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런 책과 안 친해요. 그런 책은 다른 데 가서 사세요."
게다가 그렇게 경영상태가 좋은 것도 아닌 듯해서, 이미 1990년대 후반에도 경영난이 눈에 보일 정도였습니다.
위치가 좋은 것도 아니고, 광고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이제는 그런 서점은 기억은커녕 존재조차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잊혀졌습니다. 하나둘 문닫아 없어졌기에.
이 세상이 그런 책과 안 친하니까 없어진 게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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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20-12-22 00:10:59
굳이 그렇게 편중된 책만 팔아봤자 무슨 이득이 있었을까 싶네요. 무슨 전공책 파는 서점도 아니고.
전공책 파는 서점은 그나마 전공책이 꾸준히 팔리니까 전공책만 파는 의미가 있지, 그런 서점은 당연히 다양하게 책을 팔아야 이득이 있을텐데... 그냥 그 시대에 유행하던 무언가가 있었던 걸까요?
SiteOwner
2020-12-23 19:53:28
보통 그런 "사회과학서점" 은 운동권들의 아지트 역할도 하면서, 당시 제도권에서 소외되었던 대학가 사람들의 내핍경제의 타개책으로 기능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예의 서점이 대학가 내에서의 일종의 시현효과를 가지기도 했습니다. 즉 그런 서점에서 책을 사면 사회문제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지식인이라는 타이틀이 붙기도 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계가 있었습니다. 문화와 관점의 다양성을 처음부터 배제하였다 보니 결국 그들만의 리그로 남았는데다, 언제나 그 책이 그 책인 인벤토리상의 문제로 주객이 전도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단명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