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큭!”
투드득-!
보어헤스 백작의 입에서 고통에 찬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와 함께 바닥에 떨어져 흩어지는 갑주 조각들. 본디 회색이었던 그 파편들은 지상에 떨어짐과 동시에 담겨있던 신력을 잃고 금색으로 화했다.
금강 갑주.
보어헤스 백작이 사력을 다해 얻은 무적의 권능. 그 권능이 다시 무너져 내렸다.
‘이번에도 막지 못했는가?’
벌써 몇 번이나 공방을 주고받았는가?
자신이 더 강하다는 그레고르의 선언. 그 광오한 말을 부정하기 위해 보어헤스 백작은 쉬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쳐 왔다.
‘그럴 리 없다.’
보어헤스 가의 최강자인 자신이 결코 약자일 리 없다.
그런 현실을 부정하기 위해 보어헤스 백작은 계속해서 정면으로 그레고르의 앞에 나섰다.
하지만 현실은 냉엄했다.
부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승자는 언제나 저 사내, 그레고르.
무적이라 착각했던 금강 갑주는 계속해서 부서져 나갈 뿐이었다.
‘빌어먹을.’
“컥!”
몸을 일으키려고 조금 힘을 줬을 뿐인데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내장 조각이 섞인 걸 보아 심한 내상을 입었다는 의미일 터.
사도의 특성 덕에 죽지는 않겠지만 그뿐. 정상적인 몸 상태로 돌아가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여기서 패배를 인정하고 몇 시간 정도 휴식을 취해야만 하겠지.
하지만 보어헤스 백작은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나는 최강이다.’
최강.
어린 시절부터 가문의 어른들은 보어헤스 백작의 귓가에 그 단어를 속삭였다.
너는 보어헤스 백작가에서 만들어낸 최고 걸작이다.
너는 최강의 육체를 타고난 인간이다.
너는 최고이자, 최강. 결코, 패해서는 안 된다.
마치 세뇌라도 하는 것처럼 매일 그에게 들려주던 말.
하지만 당시 어렸던 보어헤스 백작에게 그런 것들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궁금해하던 것은 오직 하나뿐.
‘어머니는 어떻게 된 걸까?’
그는 태어나서 한 번도 자신의 어머니와 만날 수 없었다.
딱히 무슨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보어헤스 백작가의 모든 아이가 그랬을 뿐.
가문의 사람들에게 물어도,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호통이 돌아올 뿐이었다.
그가 진실을 알게 된 것은 그가 차기 가주의 위치에 앉게 된 이후.
어머니는 그를 만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가 태어난 지 오래지 않아, 그의 어머니는 ‘처분’당했다.
이유는 그리 대단치 않았다.
보어헤스 가의 여성이 된 이래, 비약과 비술을 동원해 그녀는 끊임없이 아이를 낳았다.
수없이 반복된 임신과 출산.
그녀의 몸은 완전히 망가져 있었고, 어느새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가치’를 상실한 그녀는 가문의 지침에 따라 처분당했다.
가축과 다름없는 삶과 도축과 같은 죽음.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보어헤스 백작의 최강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자신은 최강이어야만 했다.
어머니는 최강의 존재를 낳기 위해 숭고한 희생을 한 것이다.
결코, 가축 따위처럼 비참하게 죽은 게 아니어야 했다.
광기에 가득 찬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실상은 ‘범인’에 가까웠던 그의 정신은 그런 합리화 없이는 버틸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정신을 지켜주던 그 장벽이 무너지려고 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머릿속에서 수없이 교전을 반복해보아도 답이 나오질 않았다.
이대로 간다면 필패.
지금의 보어헤스 백작으로는 도저히 상대를 이길 방도가 없었다.
그래, ‘지금의’ 보어헤스 백작으로는.
“‘그걸’ 쓰겠습니다.”
보어헤스 백작이 작게 중얼거리자, 그의 눈앞에 한 환영이 나타난다.
나타난 것은 온몸에 흉터가 가득한 거구의 전사. 그러나 기이하게도 전사의 머리는 인간의 것이 아닌 기이하게 뒤틀린 코끼리와 같았다.
샤우그너 판.
산맥의 옛 군주.
[진심인가?]
그는 침중한 목소리로 보어헤스 백작의 말에 반문했다.
[굳이 지금 이길 필요는 없다. 비록 패배할지는 몰라도, 그대는 충분한 강자. 다시 싸운다면 반드시 이길 수 있을 것이다.]
호탕한 장군처럼 느껴지는 목소리와는 대조적으로 그는 자신의 사도를 걱정하듯 말을 이어갔다.
그럴 수밖에.
지금 보어헤스 백작이 하려는 일은 순간의 힘을 대가로 미래를 깎아 먹는 행위에 불과하니까.
어리석은 이가 아니라면 하지 않을 짓. 그러나 보어헤스 백작은 지금만큼은 어리석어지기로 했다.
“네, 굳이 해야만 하겠습니다. 저는 최강이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최강은 항상 이겨야만 하죠.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목숨 따위는 아깝지도 않습니다.”
[……알겠다.]
망설임이 담긴 대답.
하지만 그 말을 끝으로 보어헤스 백작의 눈앞에 샤우그너 판의 환영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그의 가슴에서 느껴지는 따끔한 통증.
‘그것’의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군요.”
보어헤스 백작은 투구 아래에서 미소 지으며 자신의 적을 바라보았다.
그레고르.
분명 자신보다 약했던 자이며, 지금 자신이 이길 수 없는 적.
그의 성장은 실로 놀라워서 가능한 한 살려서 가문에 편입시키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이윽고 자세를 잡은 보어헤스 백작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금기 발동. 고지에서 내려온 공포.”
?
*** ***
?
뭐지?
갑작스럽게 보어헤스 백작의 분위기가 변했다.
나는 그 기이한 사실을 감지하자마자, 다시 자세를 잡았다.
조금 전까지의 전투는 분명히 내 판정승.
이전 결투에서와는 달리, 보어헤스 백작은 나와의 정면 승부에서 철저히 열세에 놓여 있었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겠지.
근력, 속도, 감각, 내구.
이 네 가지 중 보어헤스 백작이 우위에 선 것은 내구력뿐. 그마저도 나의 공격이 뚫을 수 있는 수준이라는 걸 고려하면 내가 우위에 설 수밖에 없을 터다.
하지만 그것은 고작해야 정면 승부의 결과일 뿐.
전투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나는 보어헤스 백작을 따라갈 수 없다.
그는 변방에서 끊임없이 전쟁을 겪어온 전사.
이드라의 영지에서의 싸움, 그리고 블레어와의 결투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싸움이란 걸 한 적 없는 내가 경험으로 견줄 수 있는 이가 아니다.
방심할 수는 없겠지.
나는 모든 감각을 보어헤스 백작에게 집중시켰다.
열, 소리, 동작 감지, 칠감.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탐지 수단들. 그 모든 것이 보어헤스 백작의 상태를 훑는다.
하지만 어떤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다.
여전히 보어헤스 백작은 중상을 입은 상태 그대로일 뿐이다.
‘기우인가?’
그렇게 내가 살짝 방심하려던 찰나.
보어헤스 백작의 신형이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게 무……컥!”
경악하는 것보다 먼저 그의 권격이 복부에 틀어박혔다.
‘설마 그 짧은 순간에?!’
감각을 속인 건 아니다.
늦긴 했지만, 분명 감각은 평소와 똑같이 그의 움직임을 감지해냈다.
문제는 그 속도.
‘감지하고 이를 인식하는 사이에 공격이 들어왔다고?’
보어헤스 백작이 그렇게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단 말인가?
기존에 그가 냈던 속도를 생각한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움직임이다.
‘대체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한 거지?’
그런 나의 의문에 답해준 것은 바로 보어헤스 백작이었다.
“권능 발동. 축지.”
내 반격을 우려했는지, 보어헤스 백작의 몸에 신력이 깃들더니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들어간다.
축지. 뜻을 풀이하면 땅을 접는 기술.
‘대지를 매개로 한 공간 이동인가?’
개념 자체야 어렵지 않았다.
샤우그너 판은 산맥의 군주. 산맥 안에서의 이동을 구현한 권능이라고 보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내가 경악한 것은 저 권능 때문이 아닌, 보어헤스 백작의 현 상태 때문.
‘금강 갑주를 발동한 상태로 권능을 발동했다고?’
권능이란 애초에 한 번에 하나씩만 발동할 수 있을 텐데?!
물론 예외는 있었다.
이를테면 이전에 블레어가 보여준 지옥 강림.
그건 일단 발동만 하면 그 이후는 자기가 알아서 성장하는 권능이다. 그렇기에 지옥 강림이 발동 중인 상태에서도 사도가 마음대로 권능을 행사하는 것이 가능할 터.
하지만 금강 갑주는 그런 타입이 아니었을 텐데?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저런 변신형 권능과 다른 권능을 동시에 발동하는 건 불가능하다. 애초에 그런 것이 가능했다면 나부터가 사용했을 테니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유감스럽게도 고민은 길게 이어질 수 없었다.
쿵-!
보어헤스 백작이 다시 움직였고, 나 역시 이에 화답하듯 움직였다.
이어지는 것은 충돌.
하지만 충돌의 결과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달랐다.
“크윽!”
내가 밀리고 있어!
단순히 근력 때문만은 아니다. 그쪽은 여전히 내 쪽이 우위에 서 있었다.
원인은 그의 주먹에 실린 권능.
‘네 개. 아니 다섯 개인가?’
그야말로 권능의 폭풍 그 자체.
그것이 만들어낸 결과는 나의 철저한 열세였다.
‘빌어먹을.’
얼마나 저걸 더 유지할 수 있지?
저런 상태를 무한적 유지할 수 있을 리는 없다. 분명 한계가 있겠지.
‘버티자.’
각오를 굳히며 나는 다시 보어헤스 백작과 격돌했다.
?
*** ***
?
일격이 교차할 때마다 공간이 으스러진다. 대지는 과자처럼 부스러지고, 허공은 터질 듯이 비명을 지른다.
모르는 이가 본다면 지상에 강림한 신들의 전투라 착각할 만한 전장.
하지만, 소여 백작의 눈에는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묘하군.’
그의 눈에 비친 보어헤스 백작은 이상하기 그지없었다.
고작해야 몇 분 전.
보어헤스 백작은 철저하게 열세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가 새로운 기술을 발동한 이래, 전투의 흐름은 완전히 뒤집혔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의 계획이 다시 본 궤도로 돌아오는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비록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가긴 했지만, 보어헤스 백작이 승리만 한다면 모두 원점으로 돌아온다.
여기에 더해서, 에스텔을 미끼로 저 평민 사도를 자신의 손안에 넣는다면?
‘이번 사도야행은 반드시 승리한다.’
결투 초에 보어헤스 백작을 압도하던 자다. 마음을 꺾기만 한다면, 최고의 패가 될 터.
예상할 수 있는 최고의 결과.
하지만 이 예측은 갑자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원인은 변해가는 보어헤스 백작의 움직임.
강력하다.
그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일격에 무수한 권능을 담고, 움직임에도 두, 세 개의 권능이 동시에 발현된다.
초월자인 사도를 다시 한번 초월한 힘.
하지만 그 동작에서 무예의 흔적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어떻게 된 거지?’
보어헤스 백작은 전사였다.
그는 전투마법사.
소여 가문의 마도기사들에 비하면 부족할지 몰라도 평생 무술을 단련한 이다. 그렇기에 이전에 그의 동장은 무예의 이치가 담겨 있기 마련이거늘.
‘저래서야 산거인(山巨人, Troll)이나 식인귀(Ogre) 같은 괴물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그저 야성과 강력한 신체 능력에 의존하는 전투법.
솔직히 말해서 그의 상태가 정상인지 의심이 될 정도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그런 그의 의문에 답해준 것은 전혀 예상외의 존재였다.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군요.”
스테파니. 쿠엔틴 회장의 비서이자 아틀락나차의 사도.
그녀의 입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리석은 짓?’
보어헤스 백작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단 말인가?
“무슨 의미지?”
하지만 그의 질문에 스테파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 빌어먹을 년이.’
그야말로 철저한 무시.
자신이 평민에게 이런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에 손이 움찔거리며 허리춤에 있는 검을 찾는다.
물론 사도인 그녀를 벨 수는 없다.
‘하지만 쿠엔틴 회장을 인질로 잡는 것 정도는 가능하지.’
물론 정치적으로는 악수이고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의 긴급성을 강조하며 밀어붙인다면 어떻게든 묻어버리는 것도 가능할 터.
그러나 다행히도 그가 검을 뽑는 일은 없었다.
“스테파니.”
조용히 울려 퍼지는 쿠엔틴 회장의 목소리.
아무런 지시도 없이 그저 이름을 불렀을 뿐이거늘 스테파니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소여 백작을 향해 돌아가는 그녀의 얼굴.
투구 밑으로 가려져 있지만 어째서인지 그를 노려보는 것 같은 느낌에, 소여 백작은 서둘러 검에서 손을 떼었다.
“저건 단순한 안전장치 제거입니다.”
“안전장치 제거?”
“본래 사도는 한 번에 하나의 권능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신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신력은 신의 힘. 무한에 가깝죠. 하지만 사도의 영육이 버틸 수 있는 신력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겠지.”
바다의 물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수도관이 버틸 수 있는 물은 한계가 있는 법.
그렇다면 안전장치라는 설마?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에 소여 백작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만약 그의 가정이 사실이라면 이는 심각한 위기.
‘확신이 필요하다.’
“설마 옛 군주의 신력을 한계 이상까지 끌어오는 것인가?”
“그렇겠죠. 사도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물론 저런 짓을 할 이유는 없지만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무감정해 보이면서도 묘하게 보어헤스 백작을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저런 꼼수에 매달리는 약자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평소의 소여 백작이라면 감히 귀족을 비웃는다고 경을 쳤겠지만, 지금 그러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막아야 한다.’
그의 계획에 보어헤스 백작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그런데 그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자멸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죽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 인간으로 남아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신력이란 인간의 것이 아닌 힘.
그걸 지나치게 받아들인 인간의 영혼이 어떻게 변질할지 아무도 장담할 순 없다.
‘하지만 어떻게?’
대체 누가 저 상황에 개입할 수 있단 말인가?
다른 사도들이라면 가능하겠지만 과연 그들이 이 상황에 개입할까?
‘그럴 리가 없지.’
손 하나 대지 않고 한 번에 둘이나 되는 경쟁자를 제거할 기회다. 바보가 아닌 이상 개입할 이유가 없을 터.
‘어떻게 해야 하지?’
그렇게 보어헤스 백작이 고민에 빠진 찰나, 한 사람이 서서히 투기장의 벽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
========================================================================================================
새벽에 강아지가 아파서 24시간 동물 병원에 다녀오는 바람에 늦었습니다.
다음 번에는 가능한 늦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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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마드리갈
2020-12-27 20:28:36
우선, 위로의 말씀을 드리겠어요.
저도 예전에 개를 길러본 적이 있었다 보니 이해하고 있어요. 개가 아프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든지...
강아지의 상태는 이제 괜찮아진 것 맞나요? 고생 많이 하셨어요.
언제든지 편하실 때에 활동해 주시면 되니까 사과하시지 않으셔도 좋아요. 개인생활이 있고 나서의 포럼이니까요.
게시물 등록순서를 맞추기 위해 운영진 권한으로 게시물 주소를 변경해 두었으니 참조를 부탁드릴께요.
감상평은 별도로 코멘트할께요.
Papillon
2020-12-31 03:08:34
괜찮다고 하기도 힘들고 아니라고도 힘들다고 할까요? 다행히 큰 병은 아니었습니다만, 당장 낫는 병도 아닙니다. 가능한 한 쉬게 하는 것이 좋다더군요.
마드리갈
2020-12-28 21:40:08
보어헤스 백작에게 저런 가정사가...
어머니는 처분당한 거였군요. 그래서 만날 수 없었던 것...
그렇다 보니, 어머니의 죽음을 헛되이 할 수 없다는 의식이 앞설 수밖에 없었겠네요.
그런데 그게 그의 운명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예측이 힘드네요. 확실한 것은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다는 것.
스테파니의 존재가 역시 주목되네요. 그녀 또한 사도이군요. 그리고 평민 출신.
대체 어떤 경력을 지닌 인물인지...
Papillon
2020-12-31 03:17:00
SiteOwner
2021-02-10 22:57:25
보어헤스 백작같은 캐릭터는 여러모로 안타깝게 여겨지면서도 그와 동시에 호의적인 판단을 해 줄 수 없는 캐릭터군요. 어머니가 맞이한 끔찍한 최후가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야 하는 사명이 있지만 걸어온 길이 바람직하지도 않은 그런 상황에 놓인. 아무리 인간의 판단력에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역시 정당화나 합리화는 무리입니다.
읽다 보니 소련의 공산주의자 니콜라이 부하린(Николай Бухарин, 1888-1938)이 생각났습니다.
그가 반동으로 몰려 대숙청 시기에 희생되기 직전 아내에게 편지를 남겼습니다. 그의 아내는 그의 편지를 암기하자마자 불태우고 매일 외우고 외우며 언젠가는 남편이 복권되리라는 희망을 품고 인고의 세월을 견뎠습니다. 결국 부하린은 60년이 넘어서야 겨우 복권되었지만 얼마 있지 않아 소련은 해체되었습니다. 세계최초의 공산국가인 소련이 출범하면서 벌인 부지기수의 악행을 생각하면 부하린 또한 공범인데다, 이미 나라가 망해 버렸으니 그의 아내가 60년이 넘도록 그렇게 애쓴 것도 아무 소용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 부하린과 아내의 이야기에서 보어헤스 백작이 읽히기도 합니다.Papillon
2021-02-14 04:14:47
보어헤스 백작은 육체적으로는 강하지만 동시에 약한 캐릭터지요. 체제가 잘못된 것을 알아도, 이를 뒤엎을 힘이 없자 역으로 이에 최대한 순종하는 인물. 안타깝긴 하지만 합리화될 수는 없는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