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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H] 91화 - 숨 막히는 시간(1)

시어하트어택, 2021-01-23 20:54:02

조회 수
124

발레리오의 저택 정문 앞.
“안되긴 뭐가 안돼요.”
유가 텀블러 모양의 폭탄을 왼손으로 잡고 막 흔든다. 손에서 나오는 것. 남자의 눈에도 보인다. 전류가 흐르고 있지 않은가! 고장나는데!
“안돼! 안된다니까! 줘!”
남자는 진땀을 뻘뻘 흘리며 절박하게 말한다.?
“못 주겠는데요.”
남자가 손을 뻗자 유는 마치 놀리기라도 하듯 휘휘 돌리며 계속 텀블러 모양 폭탄에 전기를 흘려넣는다. 폭탄의 겉면에, 스파크가 몇 번 번쩍인다.
“하지 마! 하지 마! 터져 버린다고!”
“음, 방금 뭐라고 했죠?”
뒤에서 들리는 또다른 누군가의 목소리.
남자가 휙 돌아보니, 경찰 2명이다.
“아저씨, 방금 뭐랬죠, 뭐가 터진다고요?”
“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 경찰 아저씨들!”
사이, 민, 유가 경찰들을 보더니 반갑게 소리를 높인다.
경찰 중 한 명은 진언.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엘더 경위다. 특히 엘더 경위의 얼굴은 많이 밝아졌다. 전과 비교하면 조금 진중해졌기는 하지만.
“분명히 이거, 당신이죠.”
진언이 홀로그램에 사진 몇 장을 띄워 보여준다. 아파트 단지의 쓰레기통, 지하철역 입구에 있는 쓰레기통, 공원의 쓰레기통 등등.
“아니야! 나는 아니라고!”
“그래요? 그럼 현장에서 찍힌 이 사진들은 뭐죠?”
진언이 제시하는 또다른 사진들. 얼굴의 윤곽, 입 모양이, 지금 앞에 있는 야구모자 쓴 남자의 얼굴과 매우 일치한다. 그중 한 장은, 누군가가 시사이드 센터 바로 옆에서 찍은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증거물이요.”
유가 엘더 경위에게 텀블러 모양의 폭탄을 내민다.
“어? 이게 뭐야?”
“저 사람이, 터진다고 하던데요.”
“어? 그래?”
“혹시나 해서 망가뜨려 놨으니까,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아, 그래... 고맙다.”
엘더 경위가 텀블러 모양 폭탄을 받는다. 이어 엘더 경위는 남자를 돌아본다.
“자, 가시죠! 미란다 원칙은 이따가 말해 줄 테니까, 일단은 저기 차에 타시고.”
“아니, 나는 안 했다고요! 아니라는데 자꾸...”
남자가 그러건 말건, 엘더 경위는 남자를 끌고 길가로 간다. 진언이 엘더 경위를 막 따라가려던 차, 민과 눈이 마주친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진언은 진중한 표정을 풀고 민에게 웃어 보인다.
“잘 지냈어?”
“뭘 그런 걸 다 물어보고. 하루 안 본 건데.”
“할머니하고 할아버지, 잘 지내시지?”
“에이, 잘 있어.”
“하하하, 삼촌을 이 정도로 걱정하는 조카는 아마 나밖에 없을 거다.”
민은 대답 대신 히죽 웃는다.
“그래. 나는 또 바쁘니까, 이만 간다.”
“또 봐!”
엘더 경위를 따라가는 진언에게 민은 손을 흔들고, 곧바로 진언은 순찰차에 올라탄다. 순찰차가 가는 것을 본 사이와 민 일행은 저택 앞을 떠나, 다시 학교를 향해 돌아간다.

발레리오의 저택.
메이링의 옆 홀로그램에 나타난 건 두 사람의 얼굴. 왼쪽에는 엘더 박사, 오른쪽에는 자비에의 얼굴이다. 두 사람이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을, 몇 명은 알고는 있다. 하지만 이렇게 두 사람의 얼굴을 대비하며 공통점을 보여주니, 한 눈에도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금세 동일인물임을 알 수 있을 정도다.
“그럼... 그럼 이제 말씀드리겠습니다.”
메이링의 목소리가 울먹인다.
“장 박사는... 장 박사는 동면인들에게 베라네를 주입해 초능력을 부여하고 그들을 사회에 풀어 혼란을 일으키고자 했습니다. 엘더 박사가 맡은 12등급 시설에 대한 공격 시도는 바로 베라네 및 동면인 탈취에 그 목적이 있었습니다. 이제 엘더 박사가 VP재단 본부 연구소에서 마지막으로 포착된 날의 정황을 설명하자면...”
메이링의 표정이 더욱 진중해진다.
발표를 계속하려는데...
말이 멈춰 버렸다!
“으... 읏...”
메이링의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얼굴이 잔뜩 벌게져서는,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메이링 씨?”
“메이링 씨! 왜 그래요? 무슨...”
현애가 막 뭔가 말해 보려는 그때.
“크... 윽...”
턱 막힌다. 숨을 쉬기가 어렵다. 그와 동시에, 땅바닥에 풀썩 쓰러진다.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저택 안에 있는 사람들, 전부. 뭔가가 산소를 빼앗고 있는 것 같다. 살짝 찬 기운을 뿌려 본다. 산소가 어디론가 빨려들어가고 있는 게, 눈에 희미하게 보인다!
“어떤 녀석 짓이냐... 도대체!”

그 시간, 발레리오의 저택 근처.
알레한드로는 초조한 얼굴로 장 박사와 통화하고 있다.
“예... 보스. 주신 것, 무사히 그 저택에 집어넣었습니다.”
“잘 했다. 안전장치도 다 해 놨겠지?”
“예.”
“수고했다!”
장 박사의 목소리가 화색을 띤다.
“그리고, 마르코 티머만은 어떻게 했나?”
“일단 주의를 끌기 위해 인근에 풀어 놨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어떤가?”
“저택 안의 생명 신호가 전부 없어지면, 보스가 말씀하신 자료들을 모조리 빼 올 계획입니다. ”
“잘 하고 있다. 끝까지 수고해 주기 바란다.”
전화를 끊고, 알레한드로가 잠시 망도 볼 겸해서 주위를 스윽 돌아본다. 예감이 안 좋다.
“그 녀석, 아무래도 신경쓰여...”
자꾸 신경 쓰인다. 마르코를 쫓아온 시저가. 그런 불길한 예감을 품고, 알레한드로는 휙 돌아본다.
역시나, 알레한드로의 눈에 들어온 건...
시저다! 시저가 마르코와 몸싸움을 하고 있다!
“아니, 이러면 내 정신이 온통 저기 팔려 버리잖아!”

“마르코... 마르코! 내 말 좀 들어!”
“......”
시저는 몸싸움하면서도 계속 마르코에게 말을 건다. 여전히 마르코는 말을 듣지 않고, 말없이 시저와 몸싸움할 뿐이다.
“아니, 도대체 누군데. 누가 너를 이렇게 만든 거냐고!”
시저의 몸에 느껴진다. 마르코가 자신을 미는 이 힘. 보통의 힘이 아니다. 마르코 정도의 덩치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힘... 도대체 뭐란 말인가?
그러다가, 시저가 마르코의 정수리를 문득 본다. 평소와는 다른 느낌. 뭔가가 마르코를 마치 거미줄에 싼 것처럼 칭칭 감싸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것도 전에는 잘 느끼지 못했던, 초능력의 아우라 말이다.
“이것 때문인가? 설마 이게...”
그것을 보자, 시저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한 저택의 주위로 깔린 희미한 실 같은 것들이.
“저건, 저건 다 뭐지?”

한편 발레리오의 저택.
“윽... 숨을... 못 쉬겠어...”
저택 안에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며 괴로워하고 있다. 앨런은 쓰러져서 숨을 헐떡이고 있다. 겨우 일어서려고 하는 조제와 외제니도, 뭔가가 붙잡고 있는 듯, 일어서지를 못한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현애는 계속 목을 포함한 머리를 차갑게 하며 정신을 잃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머리가 핑핑 도는 건 어찌할 수가 없다. 숨을 못 쉬니까 정신도 점점 흐려지고...
“야, 여기... 여기...”
세훈의 흐려져 가는 목소리가 들린다. 현애를 부르고 있다.
“왜, 왜 그래?”
“이거, 밑에 뭔가가... 있는...”
“응? 바닥에?”
세훈은 고통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숨이 막힐 지경이라 말이 잘 안 나오니, 대신 손바닥으로 바닥을 쓸어 보인다.
“바... 바닥은 왜?”
그리고, 현애도 바닥을 쓸어 본다.
순간.
몇 주 전이었을 거다.
앙드레의 흔적을 조사하기 위해 자비에, 아니 엘더 박사와 함께 폐건물을 조사했을 때였다. 거기서 싸웠던,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 그랬다. ‘마리오네트 씨’라고 불렀지...
마리오네트... 실! 투명한 실!
현애의 손에 바로 짚이는 것, 그것이다!
곧바로 실에 냉기를 흘려넣어 본다. 그러면 이 실들이 어디서 왔는지, 그 ‘마리오네트 씨’가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있을 테니.
“야! 현애야! 그러면 늦어!”
“에? 파라 씨, 조심해요! 실이 발에 감기거나 했을지도 모르는데...”
그런데... 이상하다. 파라는 정상적으로 말을 하고, 숨도 가쁘게 쉬지 않고... 전혀 고통스러워하지 않는다. 어떻게 된 걸까?
“이거 의족이잖아! 그리고, 일어서면 괜찮은 것 같아. 녀석이 의족에까지는 능력을 안 쓴 것 같아. 내가 찾아볼게. 최대한 빨리!”
“고, 고마워요, 파라 씨!”
파라가 급히 어디론가 달려간다. 시야가 조금씩 흐려져 간다. 사람들이 다들 일어서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발레리오와 비토도. 두 사람 다, 머리를 감싸고 있다. 그러고 보니, 뇌에 산소가 안 통한 채로 몇 분이 지나면 뇌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 생긴다고 했다. 위험하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최대한 빨리 그것을 찾아야 하는데...

그 시간.
“도대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 거냐...”
저택 밖에서 상황을 살피는 알레한드로 역시 초조하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서 안이 보이는 것도 아니니 불편할 따름이다. 실을 조금 쥐고 흔들어 본다. 움직임이 느껴진다. 알레한드로의 움직임에 맞춰 움직이는 게. 하지만, 그런 움직임이 몇 개 줄어든 게 감지된다. 누군가가 줄의 통제에서 벗어났다는 건데...
“아무래도 심상치 않군. 내가 직접 가 봐야 하나?”
알레한드로는 초조하게 상황을 살피며 말한다.
“하지만 이쪽도 꽤 좋지는 않은걸. 마르코도 뭐가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살짝 본다. 마르코가 있는 곳을.
“제발... 제발 마르코! 말 좀 들어!”
시저가 마르코를 붙잡고 얼굴을 온통 붉히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실... 이 실들... 얼마나 꽁꽁 묶인 거길래 이렇게 팽팽해!”
하지만 헛수고만은 아니다. 마르코를 두르고 있던 실들이 조금씩 느슨해져 가고 있다. 시저의 손에 부드럽게 바뀌어 가고 있다.
“좀... 좀 빠져라, 좀!”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알레한드로는 진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통제권을 다시 가져오려고 안간힘을 쓴다. 손에서 뻗어 나온 투명한 줄들을 더 세게 감아쥔다. 통제권을 잃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더 세게.
하지만... 쉽지 않다. 점점 느슨해진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마르코 쪽은 그나마 좀 나은데, 저택 쪽이 문제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밖에서는 도무지 보이지 않으니. 드론이라도 띄워야 하나?
알레한드로는 고민한 끝에, 주머니에 들어 있던 드론을 꺼낸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날려 보낸다. 저택 안으로. 그저 안을 좀 살피기만 하면 된다.
됐다... 됐다! 창문의 빈틈을 통해, 들어갔다!
저택을 향해 뻗은 실들을 더 꽉 잡는 동시에, 드론을 통해 안을 관찰한다. 분명, 분명히, 거실 안에 사람들이 모여 있을 터다. 드론을 거기로 보낸다. 조금씩, 조금씩. 점점 가까워진다. 주방을 지나, 복도다. 됐다. 됐다. 됐다. 이제...
그때.
뭔가 보인다!
“어... 엇, 뭐야!”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1-01-23 21:47:57

현행범을 잡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예요.

사실, 범죄라는 게 어떻게든 단서를 남기게 되어 있죠.

아무리 잘 위장하고 숨겨도 언젠가는 그게 드러나야 하거든요. 폭탄의 겉이 너무 튼튼하면 폭발로 발생하는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하고, 아무리 위장을 위해 철저히 밀봉시킨 독도 언젠가는 미량이라도 노출되어 적용대상에게 주입되어야 하는 거니까요.


공기를 조작하는 능력 앞에 정말 장사가 없네요.

문제의 실마리, 이제는 잡힐 수 있는 것인지...

시어하트어택

2021-01-24 22:46:10

사실 저렇게 얌전히 잡혀가는 게 저 남자에게는 최선의 결말일 겁니다.

안 그렇다면 구타를 당했든지 했을 테니까요.


공기 조작 능력은 이리저리 연구해 보니 참 응용도가 높더군요.

SiteOwner

2021-02-27 21:08:25

끔찍한 사건을 겪으면 사람이 달라지는 법입니다. 엘더 경위의 아픔은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지만...

저는 그나마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벌써 14년 전이군요. 참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역시 아무리 준비하고 해도 뭔가 어디서 계획이 틀어지기 마련입니다.

언제나의 일상다반사도 그런데, 그보다도 큰 계획이 그렇지 아니란 법은 없는 것이지요.

산소부족을 일으켜 모두를 쓰러트릴 수 있게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 것이지만 파라의 다리가 의족이라는 사실까지 잘 파악한 건 아니었군요. 하긴 그것까지 모두 면밀히 파악한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 같습니다.

시어하트어택

2021-03-01 21:34:57

말 그대로 일망타진을 노리고 한 것이기에, 저 정도가 되었다면 거의 성공입니다만... 한 가지의 변수가 저렇게 걸려 버리죠. 뜻대로 계획이 안 되는 건 적측만 아니라 주인공측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디나 마찬가지인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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