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책가방에 대한 1990년대의 무의미했던 탁상공론

SiteOwner, 2021-01-24 12:47:36

조회 수
163

일요일의 오후를 느긋하게 보내면서 예전, 특히 1990년대를 떠올려 보고 있습니다.
중학생, 고등학생 및 대학생으로서 살았던 1990년대의 그 시절은 역시 책가방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성립되지 않겠지요. 게다가 당시에 책가방에 대한 무의미했던 탁상공론도 있었다 보니 그것도 같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흔한 학생용 책가방을 이용하기보다는 스포츠백을 이용했습니다.
특히 선호하는 것이 반원형으로 아래가 평평한 테니스 가방. 시중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서 용량이 크고, 특히 바닥이 넓고 평평해서 교과서, 문제집, 도시락 및 체육복을 가방 안에서 잘 엎어지지 않도록 기능적으로 수납가능한 물건이어서 특히 좋았습니다. 게다가 나중에는 테니스를 했다 보니 여러모로 유용하게 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불량학생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나 봅니다. 교내에서는 물론이고 신문, 방송 등의 언론에서도.
스포츠백이 학생답지 않다고 어쩌고저쩌고.
당시 어린 제 귀에도 이상하게 들려 그런 담론에 이렇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뭔 미친 소리야!!"

배낭형의 흔한 학생용 책가방은 도시락을 넣었을 때 엎어지는 경우도 있는데다 보통 당시의 학생용의 백팩이 그렇게 정교한 물건은 못 되었던 터라 낭패를 겪은 적도 있었고 적재능력의 문제로 다른 가방을 여러개 들고 다녀야 하는 문제도 있었는데 그런 건 안중에도 없고 명확한 개념정의도 없이 학생답지 않다고 비판하는 것은 또 뭔지.
스포츠백을 들고 다닌다고 학교에서 잔소리를 들은 적도 있었고 속칭 "빠따" 로 약칭되는 체벌이 가해지기도 하는 등 한때는 스포츠백 사냥도 있었습니다만, 학생 및 학부모의 반대의 목소리가 커져서 결국은 좌절되었습니다.

게다가 결정적인 사건 중의 하나.
중학교 3학년 때에 학교내에 가방끈 자르기 사건이 횡행했는데, 스포츠백을 상대로 한 경우는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묘하게 미수로 그쳐버렸습니다. 제 가방도 그 피해를 입었는데 손잡이 한쪽이 반쯤 잘린 것으로 끝났습니다. 당시에 불량학생들이 스포츠백을 애용한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러모로 추론해 보면 범인이 신원을 특정당하는 일을 피하려고 무차별테러를 가장하되 진짜 다 잘라 버리면 스포츠백의 소지자에게 맞을 것은 겁나서 그렇게 대략 타협을 본 것 같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는 스포츠백이 교내에서 학생용 가방의 주류를 차지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스포츠백을 나쁘게 보는 풍조도 찾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대왕고래

2021-01-26 21:58:09

쓸떼없는 부분 하나하나까지 규제하고 혼내려던 이상한 사람들이 많았죠.

요즘도 그런 사람들이 있을까요? 없을 거 같진 않네요.

그런 이상한 사람들이 올바른 마냥 이상한 규제를 하고 다니는 상황도 없을 거 같지가 않네요.

SiteOwner

2021-01-27 20:22:27

그저 모든 것을 틀어쥐고 마구잡이로 휘두르려는 사람들, 물론 있습니다.

그런데 예전같이 무턱대고 우격다짐으로 하는 게 아니라 굉장히 교묘하게 지능적으로 통제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작게는 소규모 친목집단에서부터 크게는 국가의 시스템을 관장하는 경우까지. 그래서 그런 것들을 보면 인류가 진보한 게 아니라 단지 영악한 쪽으로 정교해졌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런 작은 사회의 폐해는, 그 작은 사회가 소멸하든지, 아니면 떠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Board Menu

목록

Page 1 / 293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 new
SiteOwner 2024-09-06 127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SiteOwner 2024-03-28 150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167
공지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

10
마드리갈 2023-12-30 348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12
  • update
마드리갈 2020-02-20 3845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973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5949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561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1064
5843

부정확한 인용은 신뢰도 하락의 지름길

  • new
마드리갈 2024-10-02 10
5842

역시 10월 1일에는 이런 것들이 나와줘야죠

  • new
마드리갈 2024-10-01 14
5841

사흘 뒤 출국. 어디를 가볼지 고민중입니다.

4
  • new
시어하트어택 2024-09-30 67
5840

폴리포닉 월드의 시마나가시(島流し)

2
  • new
마드리갈 2024-09-29 26
5839

돌솥비빔밥 발원지 논란 (+ 추가)

4
  • new
Lester 2024-09-28 72
5838

시대가 바뀌어도 수입차 악마화는 여전합니다

2
  • new
SiteOwner 2024-09-27 40
5837

하시모토 칸나, NHK 연속TV소설의 주인공으로

  • file
  • new
마드리갈 2024-09-26 38
5836

경기도 국번으로 걸려오는 스팸전화의 유력한 이유

2
  • new
마드리갈 2024-09-25 43
5835

철야의 노래

2
  • new
마드리갈 2024-09-24 46
5834

이제서야 콰이콰이(快快)를 주목하는...

2
  • new
SiteOwner 2024-09-23 49
5833

'오늘부터 가을입니다' 라는 이상한 계절감각

4
  • new
마드리갈 2024-09-22 81
5832

모차르트의 미발표곡,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발견되다

1
  • file
  • new
마드리갈 2024-09-21 54
5831

장수의학의 발전에 주목받는 동물에 대해 간단히

  • new
SiteOwner 2024-09-20 57
5830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라는 담론이 이렇게 표면화되었습니다

2
  • new
SiteOwner 2024-09-19 59
5829

무선호출기가 화제가 된 레바논의 동시다발 폭발사건

4
  • new
SiteOwner 2024-09-18 112
5828

평온히 추석이 끝나가는 중에 2033년 문제

2
  • new
SiteOwner 2024-09-17 60
5827

의외로 친숙한 페르시아어 어휘와 러시아

2
  • new
SiteOwner 2024-09-16 65
5826

"시골" 이나 "경향(京郷)" 에서 느껴지는 거부감

2
  • new
마드리갈 2024-09-15 68
5825

멕시코의 판사직선제가 초래할 것들

2
  • new
마드리갈 2024-09-14 71
5824

당장 추석연휴가 시작되는 마당에 여름 날씨라니...

4
  • new
마드리갈 2024-09-13 84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