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창작물 또는 전재허가를 받은 기존의 작품을 게재할 수 있습니다.
“여보세요?”
발레리오가 누군가에게서 전화를 받는다.
“아, 발레리오 씨, 저 파비안입니다.”
“자네는 왜? 설마 이리로 오고 있는 건가?”
“네. 지금 수영 씨와 같이 가고 있어요.”
“왜? 자네 오지 말라고 했잖아! 거기서 쉬고 있으라고 했지!”
“하지만 이미 늦었어요. 여기 별장지구 바로 앞이거든요.”
파비안의 어조는 부드러우면서도 분명하다.
“혹시 그 장 박사라는 사람이 어디 있는지 정보는 있나요?”
“있지. 경찰에서 그의 대략적인 위치 정보를 알아냈어.”
“그럼, 거기 좌표 좀 찍어 주세요!”
“알았네. 대신 자네 안전은 보장하지 못해.”
발레리오는 전화를 끊고 잠시 한숨을 내쉰다. 아무리 생각은 해 놨다고 하지만, 왜 이렇게 오늘은 변수가 많은 건지... 잠시 후, 그는 다시 전화를 건다.
“레이먼드.”
“예, 이사장님.”
“거기 메이링 변호사하고 다른 사람들도 다 같이 있나?”
“예, 있습니다.”
레이먼드라고 불린 요원이 바로 대답한다.
“지금 내가 찍어 주는 위치로 출발해라. 나도 그리로 갈 것이다.”
“알겠습니다.”
주인 없는 저택의 거실. 몇 차례 폭발의 여파로 거실 안에는 성한 것이 하나도 없다. 여기저기 가구, 도자기, 책, 나뭇가지 등 여러 가지 물건들의 파편이 널브러져 있고, 커튼도 군데군데 찢겨서 마치 다 해진 천조각이 너덜너덜 달린 것 같다.?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장식장 뒤쪽에서, 누군가 비틀거리며 나온다.
현애다.
군데군데 긁힌 상처가 났고 머리는 조금 헝클어졌다.
“아... 아읏...”
잔뜩 앓는 소리를 하며, 조금은 비틀거리면서도 거실 한가운데 서서 숨을 탁 내쉰다.
역시나.
평소라면 산소가 많이 들어왔겠지만, 아무리 크게 숨을 들이마셔도, 텁텁하다. 아니, 이제는 머리가 띵해진다. 확실히 알겠다. 이 안에, 산소가 점점 떨어지더니, 눈에 띄게 확 떨어졌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왜... 컥... 왜 안 걸리지?”
전화를 걸어 아무에게나 연락해 보려고 해도 전화 신호음만 갈 뿐, 전화를 받지 않는다.
“왜 이러지, *프로도?”
“여기, 전파 방해가 걸려 있어요.”
“그... 그래?”
“이 저택 안의 통신망만 뭔가로 절단된 듯 막혀 있네요.”
전화도 할 수 없다면, 바깥에 큰 소리로 알리기라도 해야 하는데, 창 바깥에 보이는 거리는 한적함을 넘어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지금은 평일 낮 시간대. 여기서 아무리 외친다 한들, 누군가 들어 주거나 할 확률은 적어진다. 조제가 소리를 친다고 하더라도!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최대한 빨리 이 저택을 빠져나가는 것뿐이다. 현애뿐만 아니라, 조제 역시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거기에까지 생각이 닿자, 현애는 재빨리 조제를 잡아끌고 저택을 나서려 한다. 하지만 아까와는 달리 잘 움직일 수 없다. 아까는 어떻게 그런 힘이 났나 의문이 들 정도로, 너무 무겁다. 조금씩 질질 끌릴 뿐, 움직이기가 힘들다...
“제발 좀... 움직여라... 아니, 일어나 좀, 제발...”
그래도 조금씩 끌다 보니 움직인다. 최대한 앞에 있는 잔해들을 치우면서 끌다 보니, 그래도 현관 앞까지는 끌고 갈 수가 있다.
이제,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데...
“어, 뭐야.”
뭔가가 턱 하고 가로막은 듯한 느낌.
계단 밑에, 뭔가가 버티고 있는 것 같다. 그와 동시에 밀려오는, 목구멍의 텁텁함, 그리고 그 공기가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
그리고 보인다.
공기 방울이.
아까의 것들보다 훨씬 크다. 사람 세 명 정도는 충분히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그리고 그것은, 현애와 조제를 ‘보고 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두 사람이 있는 방향으로 똑바로 날아오기 시작한다!
“이런...”
뛰자... 다시 거실로 뛰어들어간 현애는 다락방 쪽으로 올라가는 계단 쪽에 서서 상황을 살핀다. 벌써, 공기 방울은 현관을 넘어 거실 안에 들어왔다.
“뭐, 뭐 저렇게 빨라!”
분명히 이곳의 상황은 밖에서는 보이지 않을 터다. 하지만 저 공기 방울은 저렇게 마치 눈이 달린 것 같이, 정확히 현애를 쫓아오고 있다!
“이... 이 자식, 반드시...”
숨이 잘 안 쉬어지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눈앞에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공기 방울을 막아보기 위해, 온몸에 또다시 냉기를 두른다. 이번에야말로, 저것을 반드시 멈추고 만다! 그렇게 다짐하고 나니, 잔뜩 어질러진 거실 안이, 마치 초겨울이라도 된 듯 한기에 가득 덮인다. 이 정도면, 저 공기 방울은, 미처 현애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얼어 버릴 것이다!
“좋아, 이대로, 이대로면...”
현애는, 이대로 능력을 쓰기만 한다면 공기 방울쯤이야 얼려 버리는 건 한순간이라고 확신했다. 그로부터 몇 초 후까지는.
다음 순간.
“저, 저게 도대체...”
더 빨라졌다.
그 커다란 공기 방울이.
거실 안에 가득찬 냉기를 머금고는, 더 맹렬하게 속도를 내서, 현애의 바로 눈앞까지 다가오고 있다!
잠깐...
거실 전체가 차가워졌는데, 더 빨라졌다고?
순간적으로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한다.
아까도 공기 방울들이 냉기에 닿자, 움직임이 빨라졌다. 이번의 것도 마찬가지다. 냉기로 가득 찬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속도가 빨라졌다는 건...
그 순간.
현애의 머릿속에 전구가 켜진다.
“아... 알겠다!”
한발 물러선다. 계단 쪽으로 한 걸음.
공기 방울과 격돌하기까지 몇 초밖에 안 남았다.
계단에 몸을 밀착시키고, 두 손을 계단에 댄다. 계단에 냉기를 흘려보낸다. 그것을 감지했는지, 더 빨라진다. 이제 1초면 격돌할 것이다. 온 힘을 계단에 집중한다. 제발, 제발 생각대로 되어야 하는데!
후...
산소가 부족해서 숨을 쉬기가 힘들지만 어떻게든 숨을 들이마신다. 이제 바로 눈앞이다. 약 15cm도 안 되는 거리에, 공기 방울이 왔다. 이 정도 거리에서 폭발한다면, 죽는 건 둘째치고 시체조차 온전하게 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복잡한 생각은 현애의 머릿속에 들어 있지 않다. 온 생각, 온 신경은, 두 손에 쏠렸다.
과연...
다가온다.
그리고 공기 방울은,? 현애의 얼굴을 점점 덮기 시작한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마치 머리부터 온몸이 누군가의 손에 잡아 끌어져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다.
덮인다, 덮인다...
이윽고, 현애의 온몸이 완벽히 공기방울의 안에 들어갔다. 막혀 가던 숨이 조금이나마 뚫리는 느낌은 들지만, 지금은 전혀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숨을 틀어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 공기 방울, 혹시라도 호흡 같은 걸 감지해서 지금 터진다면, 흔적조차 남지 않을 것이다... 왠지 그런 느낌이 든다!
지나간다...
지나간다...
지나간다...
보인다.
저 큰 공기방울이, 현애를 완전히 벗어났다!
“하...”
공기방울 안에서 벗어나자, 분명히 산소가 적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심호흡이 저절로 될 정도로 크게 긴장했다. 그건 그렇고, 아직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공기 방울은 점점 계단을 타고 올라가고 있다.
“제발... 제발...”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계단 위 다락방인데, 거기까지는 올라가야 하는데...”
슬금슬금 계단을 내려간다. 그러면서도 계단에서는 손을 떼지 않고 계속 냉기를 주입한다. 올려다보니 계단 위는 어느새 잔뜩 얼어서, 마치 얼음 그 자체로 계단을 만든 것처럼 되어 버렸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 안전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계속 냉기를 주입한다.
어느덧, 공기 방울이 다락방 위로 완전히 올라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얼핏 보이는 다락방 안쪽은 잔뜩 얼어서, 마치 냉동창고처럼 변했다. 공기 방울은 다락방에 완전히 들어가고도 모자라, 더욱 높이 올라가는 듯하다. 하지만 그만두면 안 된다. 냉기 주입을 멈췄다가는 저 공기 방울이 다시 현애를 향하게 될지 모른다.
“좀 더... 좀 더!”
할 수 있는 데까지 냉기를 불어넣는다. 다락방 꼭대기를 향해.
그리고 그 순간!
펑-
“호오, 됐나!”
귀를 울릴 정도의 폭발음에, 장 박사의 귀가 쏠린다. 돌아보니, 그 주인 없는 저택의 지붕은 완전히 날아갔고, 여기저기 잔해가 날아갔고, 수증기 같은 것도 펄펄 날리고 있다. 밖에서 봐도 지붕을 잃은 저택의 몰골은 처참하기 그지없다.?
“됐어... 이 정도 폭발이라면, 결코 살아남지 못할 거라고! 내 모든 것을 끌어모은 폭탄이란 말이다! 큰 피해를 주지 않는 게 이상하다고!”
장 박사는 자기도 모르게 큰소리로 외친다. 이번에야말로 성공... 성공일 것이다. 저 정도로 크게 폭발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건 이상하다. 장 박사는, 그렇게 확신한다.
흥분을 감추지 못한 장 박사는, 다시 전화를 집어 든다.
“파칸, 파칸! 지금 오고 있다고 했지?”
장 박사는 전화를 들자마자 전화 너머의 파차치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자기 할 말부터 늘어놓는다.
“조심해서 와라. 주변에는 적들이 많이 깔렸다. 근린공원에서 오른쪽으로 돌아서 50m 정도 오면 붉은 담의 저택이 하나 보일 거다. 그 밑에 내가 있으니, 빨리 서둘러라! 녀석들이 오기 전에!”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아, 이미 왔지.”
장 박사의 귀에 들리는 건 다른 목소리다.
파차치의 목소리가 아니다.
도대체 이건...
“보이는데? 거기 전화를 들고 떨고 있군.”
“네 녀석... 대체 누구냐!”
“네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지. 내 가족의 목숨을 앗아가 놓고 태연하게 말씀하시던 분이 누구시더라?”
알겠다... 이 목소리. 장 박사 자신에게 이토록 치를 떨 정도의 목소리라면!
“테렌스 엘더... 이 자식... 나를 속여...”
장 박사가 주먹을 꽉 쥐고서 열을 올리고 있는데...
“장주원 박사, 유감이군.”
또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이번에는 전화가 아닌, 바로 몇 m 앞에서.
돌아보니...
“나는 자네를 믿었는데.”
발레리오다. 그 옆에 외제니도 서 있다.
그의 얼굴을 보자, 장 박사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한다.
거기에다가...
“박사님, 저도 유감입니다.”
메이링까지! 옆에 시저와 마르코도 함께다.
“설마설마했던 건데...”
메이링의 목소리가 떨린다. 장 박사의 눈도 떨린다.
하지만 끝은 그게 아니다.
“끝났어, 당신.”
이 목소리는, 이 차가우면서도 날이 선 목소리는...
현애가 서 있다.
거기에 비틀거리며 선 조제도 함께.
“인제 그만 포기하시지. 다 끝났으니까.”
그 뒤로는, 총을 겨눈 VP재단 요원들도 있다. 그리고 다가오는 두 사람의 경찰관, 그리고...
그들 사이에 선 부하, 파차치.
“드디어 찾았어. 수수께끼도 풀었고.”
엘더 경위가 장 박사를 똑바로 보고, 펄펄 끓을 듯하지만 절제된 목소리로 말한다.
“이제 도망칠 데는 없어, 장주원 박사.”
거기까지라면 아마 평범한 체포조겠거니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너, 너, 너는...”
장 박사의 눈앞에는, 손녀 루비가 말없이 서 있다. 울먹이는 눈을 하고서.
하지만, 장 박사는 팔짱을 낀 채로 잠시 말이 없다가, 고개를 들고 말을 꺼낸다.
“하지만 너희는 이건 몰랐지.”
자기 앞에 모인, 현애와 발레리오를 위시한 사람들, VP재단 요원들을 보고, 장 박사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길은 여기에만 있는 건 아니다. 편견은 나를 가두는 족쇄이니!”
장 박사가 말을 마친 순간, 짙은 수증기가 그를 둘러싼다.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목록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채색이야기] 면채색을 배워보자| 공지사항 6
|
2014-11-11 | 7231 | |
공지 |
오리지널 프로젝트 추진에 대한 안내| 공지사항 |
2013-09-02 | 2345 | |
공지 |
아트홀 최소준수사항| 공지사항
|
2013-02-25 | 4690 | |
11 |
[전재] 피자를 만들어보자냥| 스틸이미지 4
|
2013-03-01 | 481 | |
10 |
월요일날 올리게 될 설정의 간단한 개요.;ㅁ;| 설정 3 |
2013-03-01 | 160 | |
9 |
[전재] 역대 하기와라 유키호의 성우의 I Want,키라메키라리| 영상 2 |
2013-03-01 | 1190 | |
8 |
[전재][번역] 두근두근 죠죠리얼 Girl's Side 캐릭터 소개란 번역| 설정 10 |
2013-03-01 | 3708 | |
7 |
[오리지널] Seulet의 캐릭터 설정| 설정 5 |
2013-03-01 | 1082 | |
6 |
[오리지널] 3.1절이라서 그린 그림| 스틸이미지 4 |
2013-03-01 | 1112 | |
5 |
[오리지널] 미쿠미쿠?| 스틸이미지 4
|
2013-03-01 | 747 | |
4 |
[전재] 러브라이브! 2nd PV-Snow halation| 영상 4 |
2013-02-28 | 558 | |
3 |
[전재] 동방으로 건방진☆딸기우유 [손발오글 주의]| 영상 3 |
2013-02-28 | 805 | |
2 |
[전재] 가사 뒤에 「커넥트」를 붙히면 이렇게 된다 - by 니코동| 영상 3 |
2013-02-27 | 423 | |
1 |
[전재] 요즘 고래가 사용하는 바탕화면| 스틸이미지 12
|
2013-02-26 | 2047 |
4 댓글
마드리갈
2021-02-22 13:16:50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군요...
산소부족의 상황하에서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공기방울의 위협에 직면한 현애에게도, 결국 긴 꼬리가 잡혀서 포위되고 만 장주원 박사에게도 아직 끝은 오지 않았고,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대체 장주원 박사는 무슨 복안이 있길래 그렇게 자신있게 대처할 수 있는 걸까요. 미래를 본다든지, 아니면 주변을 아예 원자 단위로까지 바꿀 정도의 능력이 있는 건가...
시어하트어택
2021-02-27 10:55:26
기본적으로 '공기 조작' 능력은 벗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걸 또 어찌 운용하느냐가 관건이 되겠지만요...
SiteOwner
2021-03-21 20:20:02
변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쓸 수 있는 선택지의 수가 적다는 의미도 됩니다.
상대에게는 "적을 제거하기만 한다" 라는 목표만 달성하면 되지만, 그 상대를 저지해야 하는 쪽에서는 단순히 저지만으로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닐 테니까요. 발레리오가 저 상황하에서도 최대한 냉정을 유지하는 것이 정말 대단합니다.
공기방울은 유도능력이 있는 것처럼...정말 무서운 상황일텐데, 현애의 과감함이 위기를 돌파했습니다. 역시 대단합니다.
아무리 장주원 박사가 악한이라도, 그도 사람이군요.
손녀 루비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안 약해질 수가 없으니, 보통 저 정도의 상황에서는 포기해야 하는데, 저기서 또 뭔가를 하면 화만 더 키울 것 같습니다. 안타깝끼 그지없습니다.시어하트어택
2021-03-21 23:25:02
공기방울이 호흡을 감지해서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면 꽤나 유용한 유도 능력이 됩니다. 아예 숨을 참아야 은폐가 가능할 정도니까요.
손녀 앞에 선 장 박사가 이제 어떻게 할지는... 과연 그도 할아버지였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