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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니 금지를 철회한 카타르의 움직임이 주는 의미

마드리갈, 2021-03-01 23:54:29

조회 수
129

무슬림 월드 하면 여성의 권리 및 운신의 폭을 이상할 정도로까지 좁히는 데에 고집스러운 이미지가 있어요. 물론 무슬림 월드라고 해서 모두 그런 게 아니고 상당히 세속화된 터키나 카자흐스탄 등은 서유럽 각국과 동등한 레벨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자유롭다 보니 일률적으로 그렇지는 않다는 의미예요. 그런데 이것을 뒤집어 말하면 이런 의미로도 통해요. 여전히 중세 수준의 여성차별을 어떻게든 정당화하는 국가도 있다는.

실제로 카타르(Qatar)가 그러했어요.
왜 과거형인가 하면, 비치발리볼 대회에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 선수들의 비키니 착용을 금지했던 카타르가 독일 선수들의 대회참가거부 및 독일 비치발리볼 선수연맹의 보이콧 지지라는 역풍을 맞아서 그 방침을 철회했으니까요.

관련기사가 2건 있어요.
German beach volleyball duo shun Qatar over bikini ban, 2021년 2월 23일 도이치벨레 기사, 영어
Officials in embarrassing backflip on beach volleyball bikini ban, 2021년 2월 25일 야후 스포츠 오스트레일리아 기사, 영어

카를라 보르거(Karla Borger) 선수가 한 말이 인상적이예요.
"우리는 거기서 우리의 일을 하는 건데, 일할 때 입는 옷을 이유로 거부당한다."
그렇게 간결한 비판과 함께 대회참가를 거부하고, 이 보이콧 방침을 독일 비치발리볼 선수연맹이 지지하기까지 하자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결국 이달중에 비치발리볼 토너먼트를 개최할 예정이었던 카타르에서는 이전에 "주최국의 문화 및 전통을 위해서" 라는 이유로 이 방침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어요. 그래서 복장에 제한을 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여 비키니 금지를 공식철회했어요. 사실 2019년에도 일시적으로 허용한 적이 있었지만 제한방침으로 돌아갔다가 역풍을 세게 맞고 나서야 자세를 낮춘 것이었어요.

문화, 전통 등을 내세우면서 역내에서도 역외에서도 각종 예외를 줄기차게 요구해 온 무슬림 월드의 행태가 이제 더 이상은 유효하지 않게 될지 아니면 단지 이번에 혹심한 역풍을 피하기 위해서만 고집을 꺾었는지는 아직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 세계도 변화에 직면해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보이고 있어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Lester

2021-03-02 10:45:54

비키니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만, 만화 "갤러리 페이크"의 히로인 사라 할리파는 중동 출신의 갑부 소녀로 고흐의 해바라기를 둘러싼 모종의 사건을 통해 '미를 숭배하는 악덕 미술상'인 주인공 후지타 레이지와 만나면서 작품의 히로인이 되죠. 정확한 출신지는 중동의 Q국이라고 하는데 Q로 시작하는 나라가 카타르밖에 없어서...


작품 특성상 사라는 고향과 그 문화는 잊지 않았지만 갑부 소녀라서 이미 서구권의 생활에 익숙해졌기에, 본인은 비키니 같은 것도 거리낌없이 입고 활동하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중동 출신의 다른 캐릭터와 만나면 크고 작은 마찰을 겪기도 합니다. '같이 모스크 가서 예배할래?'에는 응하지만 직접적인 연애관계는 사절한다든가... 작품의 마지막 장편 에피소드는 사라의 부모님이 남긴 위대한 유산을 둘러싼 음모 때문에 후지타가 카타르로 날아가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즐겨보는 만화에 카타르 이야기가 나와서 감상을 적어봤습니다.

마드리갈

2021-03-02 13:30:50

역시 중동국가 중에는 로마자 표기국명이 특이한 경우가 있어요. 카타르는 Q로 시작하는 유일한 국가이고, 이외에도 O로 시작하는 유일한 국가인 오만(Oman)이 있기도 하죠.


갤러리 페이크의 사라 할리파는 서구권의 생활에 익숙해진 무슬림 월드의 부유층 여성이 직면하는 여러 문제를 보여주고 있네요. 사실 이런 경우가 결코 과거의 문제나 창작물 속에 국한된 것만도 아니었어요. 작년에 쓴 글인 사형당한 공주와 연인 이야기를 떠올리며에 다루었던 사우디 공주에 대한 공개처형과 비슷한 일이 아랍에미리트에서도 일어날 조짐이 보여요. 두바이의 라티파 알 막툼 공주가 탈출을 시도했다가 아버지인 두바이의 에미르인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 아랍에미리트 부통령의 명령으로 체포, 감금된 사태까지 발생했고...무슬림 월드에서는 가족보다도 종교가 더 중요한 것인지 몇번이고 의심을 안 할 수가 없네요.


사실 카타르가 천연가스 및 합성석유에서는 세계적으로 패권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타국에 큰소리를 칠 수만도 없는 문제가 있긴 해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지독한 인권침해는 여러모로 비판을 받고 있고, 이미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 지금은 미국과 쿠웨이트의 중재로 해결되었지만 2017년에 촉발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및 이집트 등으로부터 단교당하는 등의 외교적 고립, 터키의 시리아 공습에 대한 찬동 등으로 자초한 문제가 하나둘이 아니예요. 게다가 미국에서 조 바이든이 신임 대통령이 되면서 트럼프 정권하에서 추진되었던 무슬림 월드 특정국에 대한 미국제 무기류 수출방침을 백지화시키고 있기에 군사력 증강을 꾀하는 카타르로서는 여러모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사실 천연가스와 석유 이외에는 이렇다할 천연자원도 없고 인적 및 물적자본 모두가 그다지 충실하지 않은 카타르는, 미국의 분노를 사게 되면 정말 끝장나거든요. 이미 에너지자원 수출 세계1위의 미국을 이길 방법 자체가 처음부터 없으니...

그러니 비치발리볼 대회를 유치했으면서 여성 선수의 비키니를 문제삼아서 또 화를 하나 자초해봤자 카타르가 얻을 것은 불리한 입장뿐. 게다가 반세기전의 오일쇼크의 기억이 완전히 소멸된 것도 아닌데다 카운터펀치도 이미 확실하게 있고 이번의 독일측의 보이콧 선언이 바로 그 제1타가 된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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