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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고 즐겨보는 영상물에는 이런 특징이 있어요.
대체로 평온하고, 악역이 없거나 있더라도 영향력 자체가 미약하여 결과가 장난 정도에 그치는 정도의.
그리고 배틀, 이세계, 도박, 호러 등에는 내성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많이 달라져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어요.
우선 배틀물의 경우는 이런 작품들을 좋아하고 있어요.
우선은 죠죠의 기묘한 모험 1, 2, 3, 4, 5부 애니.
특히 그 중에서 2부 전투조류를 고평가하고 있어요. 궁극생물 개념, 죠셉 죠스타의 기발한 역전전략, 적이지만 굉장히 신사적이고 무사도에 충실하여 마냥 증오할 수만도 없는 적, 고령인데도 젊음을 유지하는 일종의 롤모델이 된 리사리사의 존재 등...
20세기 여명기의 북해도 및 사할린을 배경으로 한 골든 카무이 또한 상당히 좋아하게 된 애니로 거명할 수 있어요. 문명과 원시가 점이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라든지, 의외로 판이 커서 등장인물의 국적, 혈통 등의 스펙트럼이 넓다든지 하는 것도 아주 신기한 것이죠. 물론 괴상한 인물과 잔혹한 묘사에는 기겁하지만...
이세계물 중에서는 이런 것들을 좋아하고 있어요.
거명하는 것들 모두 시장의 평가는 미묘하지만...
마왕님, 리트라이! 의 경우는 일단 성우진이 화려하죠. 츠다 켄지로, 사토 리나, 모리쿠보 쇼타로, 세키 토모카즈, 토요사키 아키, 토마츠 하루카, 우치다 나오야, 나바타메 히토미, M.A.O 등의 초호화 성우진을 자랑하고, 기묘하게 오해받는 주인공이 그냥 오해받는 채로 대활약하는 게 재미있기는 한데 작화수준은 빈말로도 칭찬해 줄 수 없고 결국 시장에서도 참패했어요.
이세계 치트 마술사도 재미있게 본 것으로, 보통 일본 애니의 다수가 장신의 여자캐릭터를 많이 등장시키지 않는 것에 비해 주연 캐릭터인 아즈마 린이 니시무라 타이치와 거의 비슷한 키로 묘사된 것도 마음에 들었고 스토리라인도 그럭저럭 괜찮긴 했는데 그 이상의 장점이 없었다 보니 성공은 불가능했다고 보고는 있어요.
그리고 또 하나의 것은, 저, 능력은 평균치로 해달라고 말했잖아요! 애니.
일단 오프닝 영상은 좋았어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개그가 많다 보니 가볍게 즐겁게 감상할 수는 있었지만, 묘하게 대충대충 넘어가는 게 많아서 보면서 2기가 나오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예상이 적중했어요.
도박 관련으로는 카케구루이를 상당히 재미있게 감상했어요.
사실 카케구루이는 소재도 키비쥬얼도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특히 색채설계가 그다지 좋지 않다 보니 피로감이 들었는데, 실제로 애니를 보고는 흡인력이 굉장히 강해서 결국 1기, 2기 모두 다 보게 되네요. 물론 지금도 여전히 카케구루이 내에서 등장하는 각종 도박에는 거부감이 강한 상태이긴 해요.
요즘 즐겨보는 호러물에는 귀멸의 칼날, 이세계 피크닉 등이 있어요.
귀멸의 칼날은 밤중에 보기에는 여전히 좋지 않다 보니 방영당시에도 휴일 낮시간에 감상해 왔고 지금도 생각날 때에는 그 방침을 유지하고 있어요. 여전히 온갖 끔찍한 몰골의 요괴 캐릭터는 적응되지 않지만...
이세계 피크닉은 각종 인터넷 괴담을 소재로 하는 애니인데, 의외로 매력적이네요.
작품의 모티브가 된 것이 소련의 스투츠가르키 형제가 쓴 소설인 노변의 피크닉(Пикник на обочине, Roadside Picnic) 및 그 소설을 영화화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Андрей Тарковский, 1932-1986)의 1979년작 영화인 스토커(Сталкер, Stalker)라는데, 타르코프스키라는 이름이 수년 전에 꿈에 나왔고 그 꿈 속에서 그런 이름으로 불린 적이 있다 보니 어쩌면 이 애니와의 만남이 우연이 아니라 이미 수년 전부터 예견되었던 필연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꿈에 의외의 인물이 나오는 경우 참조).
이렇게 애니를 다시 봐 오면서 느끼고 있어요. 취향도 내성도 이전보다는 확연히 넓어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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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
2021-03-13 23:05:18
저는 원래 TV나 영화, 애니 같은 영상물을 잘 안 보는 스타일이고, 뭔가 보려고 해도 장르가 한정되네요.
개그나 액션 위주로 보는 편이에요. 아니면 동생이 고른 영화를 같이 보러 가기도 하고요. 동생은 저보다는 광범위하게 장르를 고르는 편이라, 공포 관련으로도 보고 그랬네요. 그것도 코로나다 뭐다 해서 요즘은 같이 못 봤지만요.
마드리갈
2021-03-14 00:12:23
그러시군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감상하는 그 자체가 나쁘거나 비난받을만한 건 아니니까요.
게다가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다 굳이 안 맞는 것을 봐야 할 의무도 없으니까요.
돌아보면 이전에는 영상물을 거의 안 봤다가, 애니를 보기 시작하면서 영상물 시청의 비중이 조금 높아졌다가, 요즘에는 애니의 장르도 폭이 넓어졌어요. 그래도 여전히 영상물 감상의 비중은 문화생활에서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네요. 그런데도 이렇게 변화가 많이 느껴지는 게 참 신기해요.
Papillon
2021-03-15 02:17:18
저의 경우에는 다른 건 다 보는데 묘하게 로맨스 장르는 그리 흥미가 생기질 않더군요. 로맨스 판타지나 러브 코미디까지는 괜찮은데, 순수 로맨스는 영 몰입이 힘듭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요.
호러의 경우에는 좋아하는 편인데, 국내에서는 제 취향이 좀 마이너한 편이라서 정작 '호러 장르'라고 보고서는 실망하는 일이 많습니다. 제 취향은 "13일의 금요일"처럼 캐릭터성 있는 슬래셔 무비나, "괴물(The Thing)"처럼 특수효과를 활용한 크리처 호러 영화입니다. 그런데 호러 영화라고 해서 보면 열에 아홉은 "주온" 같은 점프 스캐어 위주의 귀신 영화나, 일종의 사이코 스릴러 영화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마드리갈
2021-03-15 12:56:17
확실히 커버되는 취향이 확장되더라도 몰입이 힘들거나 보기에 껄끄러운 것들이 좀 있죠. 저에게도 그런 장르가 좀 있어요.
빠삐용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순수 로맨스에 몰입이 힘든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어요. 저도 간혹 그렇거든요. 특히 실사영상물의 경우에는 배우의 현실세계 속 위상이 모종의 필터처럼 작용한다든지. 애니의 경우는 성우는 목소리로만 등장하고 다른 것들은 모두 작중의 세계에 맞춰서 만들어진 것이라서 장벽이 덜 느껴지지만요.
장르의 분류도 뭔가 아쉬운 점이 있긴 해요.
이미 도서의 경우는 십진분류같은 체계가 있긴 한데, 음악이나 영상물의 경우는 그 정도까지 정교한 분류체계가 있는지는 적어도 저는 들어본 적은 없어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저로서도 비슷한 게 있어요. 클래식 음악이라고 해도 사실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의 소편성 음악과 후기낭만파의 대편성 음악은 일단 연주의 편성이라든지 작곡기법, 사용하는 악기 등 여러 면에서 같은 장르로 묶을 수 없는데 그걸 그냥 일괄적으로 클래식이라고 하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특히,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60-1911)의 음악을 싫어하는 저로서는 누군가가 제 음악취향을 알고 접근해 와서는 말러의 교향곡에 대해 찬사를 늘어놓으면 굉장히 당혹스럽죠. 도서만큼은 아니더라도 좀 더 세분화된 분류가 있다면 어느 정도 선택에 도움이 될건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마키
2021-03-15 17:51:41
최근 가장 재밌게 본건 걸즈 앤 판처 였네요.
관심사가 제2차 세계대전에 멈춰있다보니 대전기의 개성넘치는 전차들이 최신 3D 그래픽으로 움직이고 포를 쏜다는 모습이 참으로 감격스러웠죠. 가장 의외였던건 초중전차 마우스가 현실과 다르게 대전차전으로 아군 최고최강의 전력이 되었던 점.
그밖에 재밌게 본 작품으로는 액션으로는 Fate/Zero, DARKER THEN BLACK, 일상으로는 히다마리 스케치, GA 예술과 아트디자인 클래스, 개그로는 일상, 순정으로는 허니와 클로버 정도가 기억나네요.
마드리갈
2021-03-15 19:13:38
걸즈 & 판처는 정말 획기적이었죠.
그러고 보니, 군사관련에는 관심이 있었다고 해도 관련 창작물은 별로 접하지 않았죠. 제 경우는 주로 냉전기 및 그 이후의 현대 군사관련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다 접한 영상물도 대체로 전쟁영화나 첩보영화였어요. 그런데 소녀들의 스포츠 전차도라는 것은 확실히 획기적인 기획이었는데다 등장하는 전차 또한 이전에는 잘 모르던 영역인 20세기 전반의 것이고, 걸즈 & 판처 또한 감상영역을 크게 넓힌 애니임에 틀림없어요.
언급하신 애니 중 히다마리 스케치도 참 따뜻해서 좋아요.
히다마리 스케치를 처음 봤을 때, 지친 마음이 이렇게도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기적이었죠. 게다가 특유의 작화는 처음에는 묘하게 위화감이 있다가 어느새 금방 동화되어 이제는 히다마리 스케치 고유의 매력이 잘 느껴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