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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의 일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체계적인 입시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진학정보지였고, 저도 매달 구독하기까지는 않았지만 학교 도서실에 비치된 것을 읽기도 하고 좀 중요한 정보가 나온 것은 서점에서 구매하고 그랬습니다.
그 중 어떤 진학정보지에 나왔던 부정행위 미화의 논리를 펴는 칼럼이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그런 것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일어났던 입학시험에서의 해프닝이었다는데, 인디언 부족들은 "어려울 때에는 서로 도와야 한다" 라는 조상의 격언에 따라서 같은 부족의 사람들이 시험을 치면 그렇게 답안을 공유하고 시험부정을 저질러서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고.
그 기고자는 대체 무엇을 바라고 진학정보지에 그런 칼럼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의도가 좋다고 해석하더라도 명백한 문제는 하나 있습니다. 언어의 의미를 슬쩍 바꾸어 버려서 논점을 흐려 버리는 화법을 구사한 궤변이라는 것.
그 기고자가 그 기고문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다른 국회의원들이 개인 승용차나 관용차로 국회에 등원한 것과는 달리 자신은 택시로 등원했다는 것을 상당히 자랑스럽게 여겼던 것 같은데, 글쎄요.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말같지 않은 말로 사람들을 속인 것이야말로 질나쁜, 그리고 악독한 행위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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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대왕고래
2021-03-13 22:25:24
요즘 부정행위를 저지른 거에 대한 안좋은 소식이 뉴스에 많이 나오고 있더라고요. 이전에도 부정행위에 대한 논란은 여럿 있었죠.
저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고, 그런 사람들이 숨쉬듯이 부정행위를 해서 그게 수면 위로 드러난 걸까 싶네요.
게다가 꼭 보면 그런 사람들은 남들보다 수십배는 더한 이득을 받고, 그에 대한 패널티는 이득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고 그렇더라고요. 정직하게 사는 사람은 뭐가 되는건지...
SiteOwner
2021-03-14 13:14:58
각종 부정행위가 갑자기 요즘이 타락해서 문제가 불거진 게 아니고, 장기간에 구조적으로 축적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고등학생 때 읽었던 진학정보지의 칼럼 또한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때도 끝없는 남탓과 부정의 합리화는 있었습니다. 사회문제는 한반도를 장기간 지배한 일본 탓, 격동의 현대사를 이끌어 온 구 집권세력 탓 등등. 그러니 무슨 문제가 있을 때마다 남탓하는 게 아주 자연스러웠는데다 사회의 룰을 지키지 않는 훌륭한 피난처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사회의 주력이 되고 나서도 그때의 사고방식에서 탈각하지 못하니 끊임없이 남탓을 합니다. 앞으로 등장할 세대가 또 그들 탓을 하며 그들을 부정해 버려야 이 악순환이 끝날 것인지...
그런데 이것보다도 더 충격적인 것이 있습니다. 다음 기회에서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시어하트어택
2021-03-14 23:16:46
그러고 보니 저 예화(?)를 저도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때야 많이 미화되어서 나왔기에 일종의 문화상대주의적 감동(?)이 제 머리를 강하게 때렸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같잖은 말로 부정행위를 포장하려는 수작이었습니다.
일제잔재 타령도 그렇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나이 서열 문화 같은 것도 말은 '일제 잔재, 군사문화 잔재'라고 하는데 아직도 남아 있는 걸 보면, 역시 그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감탄고토에 더 가까울 것 같기도 합니다.
SiteOwner
2021-03-15 00:21:01
문화상대주의, 해체주의 등등을 이용한 그럴듯한, 그러나 기만적인 지적사기는 그냥 한 시대의 오류로 끝나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참 싫습니다. 이런 건 언제나 되어야 청산될지...
그렇습니다. 그렇게 싫어하는 대상의 영향을 배제하려면 스스로 발달하고 강해져서 극복하면 되는 것입니다. 남탓해서 뭔가 바꿀 수 있으면 얼마든지 하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사실 그렇게 문제의식이 많으면서도 해결을 안하는 것은 능력이 없거나, 있어도 일부러 모종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상황을 나쁘게 방치해 두는 것입니다. 어느 쪽이든 바람직하지 않은 것임은 분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