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8년 9월에 쓴 글인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전반의 옛 전화사기에서,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게 아닌 1990년대 및 2000년대에도 얼마든지 개인정보 유출은 발생할 수 있었고, 그 원인이 정보보안에 대한 의식박약에 있음을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이라고 해서 딱히 나아진 게 아닌 게 명백해졌습니다.
이 보도를 보시면, 경악할만한 쟁점이 꽤 많이 있다는 게 보일 것입니다.
[제보는Y] 군밤장수의 '수상한 봉투'...펴보니 '건강검진결과서' (2021년 3월 21일 YTN)
기사내용을 요약하면 이렇게 3행으로 가능하겠습니다.
- 건강검진결과서는 군밤봉투로 재활용되고 있었다.
- 식품포장에 쓰이는 자재가 고물상에서 조달된 것이다.
- 여기저기서 비용절감을 이유로 한 날림처리가 만연해 있다.
아무리 고도의 보안시스템을 사용하더라도, 이렇게 기록물 자체가 유출되는 상황에서는 백약무효입니다.
백화점 고객명단이나 핸드폰 가입자명단 등이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버려진다든지, 대학 행정실에 가서 주소와 연락처가 기재된 학생명부를 요구하면 바로 출력해 준다든지 하던 1990년대 및 2000년대의 상황에 비해 나아진 게 없습니다.
게다가, 군밤을 담는 봉투가 고물상에서 조달된 폐지를 사용한 것이라는 점도 경악을 금치 못할 일입니다. 이것이 최소한의 상식과 도덕도 없는 행위라는 것은 가타부타할 이유조차 없을 정도입니다.
문서파기에서도 식품포장재의 조달에서도 비용절감을 빙자한 이런 일이 횡행하는데다 대책 또한 비용절감이 우선입니다. 직원실수 운운하며 그 담당직원을 처벌하면 문제가 가장 값싸게 해결되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만...
참으로 대단한 일입니다.
이렇게 새 역사가 만들어집니다. 정보보안과 위생관념의 부재가 비용절감을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가 선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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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OBiN
2021-03-24 20:59:10
20년쯤 전에도 똑같은 상황을 본 기억이 있어요. 개인정보가 인쇄된 전산용지로 붕어빵이나 호떡을 담는 봉투를 만들어서 쓰더라는 게 기사 내용이었는데(1997년, 2001년) 1~2년쯤 지나니 흰색이나 황갈색의 새 봉투로 거의 대체가 된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글 제목을 보고서 이런 옛날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일이 또 나오니까 황당하다고밖에 할 수가 없네요.
SiteOwner
2021-03-25 21:57:07
이런 더러운 데에서만은 잘도 유지되는 전통이군요.
제 기억을 더듬어 보면, 1980년대에도 이런 게 있었습니다. 호떡 봉투가 미군부대에서 나온 전산용지 폐지로 만들어졌다든지 하는 것을 실제로 보기도 했다 보니...그게 1990년대, 2000년대는 물론이고 2020년대가 된지도 두해째인 올해에도 여전히...
철퇴를 맞고도 이게 다시 슬금슬금 부활했다니 정말 끈질깁니다. 이번에 실패하면 안될 일입니다. 제발 이게 과거의 이야기로 끝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