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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에 주방에서 음료를 갖고 오면서 이런 문구가 하나 생각났어요.
이 글의 제목에도 등장하는 "식물성 오징어로 만든 한우육회구이" 가 바로 그것이죠. 그리고 이것은 어구 속의 사안이 좌충우돌하다 보니 존재할 수도 없는 사물인데...

저렇게 명백히 모순에 가득찬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의외로 꽤 볼 수 있었어요.
대학가에는 외래문물을 무조건 배격해야 한다면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참 질기게도 포진해 있었어요. 칼 마르크스도 블라디미르 레닌도 한국인이 아니고 한국에서 활동한 적은 없었다 보니 외래문물을 배격해야 한다는 말의 설득력은 확실히 보였어요.
그에 앞서, 고등학생 때에는 이런 일도 있었죠.
한문수업 때 낸 과제로 별의별 욕을 다 들은 적이 있었어요. 과제를 수행해서 제출했는데, 글씨가 왜 학생이 쓴 것 같지가 않고 한자에 아주 익숙한 사람이 손쉽게 쓴 것같냐고. 그러면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그나마 한 부분도 글씨가 보기싫거나 엉망으로 알아보기도 힘든 상태가 되어야 학생답다는 것인지. 교사가 자기 과목을 성실히 수행하는 학생을 싫어하고 미워할 수도 있다는 건 그때 제대로 배웠어요. 그래서, 당시 그 교사에게 원한을 품은 저는 그 교사에게 보이도록 욕설을 담은 한시를 한 수 써놨고, 적대적이었던 그 교사의 태도가 그 이후로는 바뀌었어요. 

학생으로서의 생활영역 밖에서도 모순덩어리의 것은 꽤 보였는데...
이건 나중에 언급할 기회가 생기는대로 언급해야 할 것 같아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대왕고래

2021-04-12 21:58:53

외국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척화비를 세운다니, 흥선대원군이 보고서는 저건 뭐하는 양아치냐 하면서 어이없어 웃겠네요.

잘 쓰니까 뭐라고 하는 교사는... 음... 그냥 생각이 들지가 않아요. 뭐지? 싶어요, 그냥. 잘하니까 혼낼거면 왜 가르치는거야...

마드리갈

2021-04-13 00:25:00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이, 모순이 좌충우돌해서 정말 못봐줄 레벨이죠.


그때의 기억, 실로 충격이었죠.

공부를 잘 하면 우호적인 시각이 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적어도 저에게는 그게 그렇지가 않더라구요. 그래서 화나고 비참하고, 왜 김삿갓이 욕설같은 한시를 많이 남겼는지 이해가 안 될 수가 없었죠.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를 내면 인정받는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껴본 때가 대학에 진학해서였다는 게 그나마 다행인 건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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