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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의 춘추전국시대의 인물 중에 상앙(商鞅)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상앙이라는 호칭은 본디 공손앙(公孫鞅) 또는 위앙(衛鞅)으로 불렸던 그가 진의 정치가로서 상(商) 지역을 영지로 하는 후작으로 임명되어 생긴 것입니다. 그는 열강 중 진(秦)을 부국강병으로 만드는 데에 그 기틀을 다진 인물로 진왕 정(政), 이후의 진시황이 중원을 처음으로 통일하게 된 것도 재상으로서의 그의 공이 절대적입니다. 그러나 급진적이고 가혹한 법제로 백성의 원성을 사게 되고, 결국 자기가 만든 법에 국외망명도 불발되어 결국은 머리와 몸통과 팔다리가 찢기는 끔찍한 사형방식인 거열형에 처해졌고 그의 시신은 성난 군중들이 씹어버려 온데간데없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의 일족도 모조리 멸문지화를 당했음은 물론이고 재산도 남김없이 몰수되거나 파괴되었습니다.
이 상앙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만, 딱 한가지 그래도 재평가를 해 주고 싶은 건 있습니다.
그의 급진적이고 과격한 법제에 그 자신도 예외는 아니었다는 것.
그래서 자신이 그 법에 구속되어 예외가 없음을 자신의 희생으로 보였다는 것 자체는 자명합니다. 혹자는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을 자승자박으로 평하지만 저는 약간 다르게 해석하고 싶군요. 법 앞의 평등을 과격한 방향으로 보여준 실증적인 사례라고.
그리고 2300년도 더 지난 오늘날에 그 상앙을 다시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즘의 세태에 겹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약칭 공수처가 담당하기로 한 1호 사건에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의 해직교사특별채용의 건이 배당되었다 보니 여러모로 충격받는 사람들이 많나 봅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러려고 공수처 만들었나" 라고. 누가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의 화법이 재현되는 건 기분 탓은 아닐 겁니다.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수사할 목적으로 독립적인 기관을 만들어서 운영하겠다는 취지가 관철된 이상 그 기관은 목적에 맞게 운용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여권측 인사라도 성역없이 수사하겠다는 것은 최소한 소기의 목적달성으로의 길을 걷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 오래전의 상앙보다도 못하다는 것인지, 불리하게 여겨지니까 바로 태세전환이라니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2300여년 전의 고대인보다 나은 게 있기는커녕 당파성과 진영논리에 자신들의 신념마저 곧바로 걷어차는 행태를 보이니...
게다가, "이러려고 공수처 만들었나" 라는 발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사용했던, 지극히 권위주의적이고 후안무치한 발언이었던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라는 것과 통사구조가 동일합니다. 역시 극과 극은 통하는지, 그렇게 적폐 적폐 운운했던 사람들이 닮을 게 없어서 그 적폐세력 수장을 닮습니까.
법 앞의 평등을 몸소 실천한 고대인을 자승자박이니 자업자득이니 하는 비판은, 당파성과 진영논리로 끝없이 예외를 만드려는 현대인이 쓸 표현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인생이 공수래 공수거라고 해서, 공수처도 그래야 하는 건 아닙니다. 애초에 한자도 다릅니다.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아래의 2개 기사를 참조해 보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1호 사건’ 조희연 택한 공수처… 與 “이러려고 만들었나 자괴감” (2021년 5월 11일 조선일보)
여권 인사들, 공수처 '조희연 1호 수사' 비판 목소리 (2021년 5월 16일 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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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
2021-05-16 23:19:55
기사를 보니까 "다른 거 다 많은데 왜 이게 먼저냐" 하고 말하는 건데, 무엇을 먼저 할지는 그 부서의 판단이니 이유가 있겠죠. 잘못된 거면 고치는 게 맞으니 "왜 하냐"가 아니라 "확실하게 처리하고 더 큰 것도 처리해라"가 맞을 거 같은데...
SiteOwner
2021-05-21 20:50:13
일단 필요에 의해 기관을 설립했으면 그 기관을 믿고 맡긴 뒤 결과를 검증해야겠지요. 그게 순리입니다.
그것 대신에, 이러려고 만들었나 운운하며 설립취지를 스스로 뒤엎는 언행을 하는 건 필요에 의해 기관을 설립했다는 취지가 거짓말이라는 것밖에 안됩니다. 취지가 거짓말이니 믿고 맡기지도 않고, 결과는 나오지도 않았는데 첫 수사사건이 결정된 건만으로도 난리가 납니다. 순리를 거스르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겠습니다.
앞으로 두고 보시면 더 끝내주는 코미디가 펼쳐질 것입니다. 여유있게 관망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