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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야? 네가 나를 위험에 빠뜨리다니? 그건 아니지.”
오히려, 미켈은 주먹을 꽉 쥔다.?
“이건 기회야. 나한테나, 내 동업자들한테나, 다시 없는 기회라고. 그렇지 않으면 왜 나나 다른 업자들이 태양석을 찾지 못해 안달이겠어?”
“아니, 미켈 씨...”
현애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는지 미켈을 한번 돌아본다. 미켈의 눈이 빛나고 있다.
“당신도 그걸 찾고 있었어?”
“당연하지. 여기 여행업계에서 그걸 안 노린다는 게 이상한 거야.”
“그런데 태양석이란 게 뭐길래 다들 그렇게 찾는 데 혈안인 거야?”
“그거?”
미켈이 잠깐 뜸을 들인다.
“보석이야. 먼 옛날에 살던 이레시아인들이 만든 보석. 매우 희귀한 거라서, 소장 가치도 매우 높고,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지.”
“그... 그래?”
현애의 눈이 휘둥그래진다.
“그거 혹시 사진 같은 거 있어?”
“아니, 아직 여기 업계 종사자들 중에 그걸 눈으로 본 사람은 한 명도 없어. 기록으로 알아낸 것일 뿐이지.”
“정말? 그럼 기록이 전부 거짓일 수도 있잖아? 안 그래?”
“아무튼, 기록들을 종합해 볼 때 테르미니의 유적 어딘가에 있는 것만은 확실해. 자세한 건 내 동업자 중 하나가 잘 알고 있어.”
“그래...”
“이제 가자. 너도 충분히 저기서 사진도 찍고 해야 할 거 아니야.”
미켈이 앞서 내려가고, 현애가 뒤따른다. 문을 닫기 전, 한번 뒤를 돌아 풍경을 한번 더 눈에 담는다. 혹시라도 잊어버릴까 봐 말이다.
“자, 여기, 여기!”
한편 그 시간. 다른 일행은 사진을 찍는 데 여념이 없다. 호수 너머로 보이는 산이나 쇼핑몰, 테르미니 시가지 배경으로는 꽤 많이 찍었는지, 이제는 아치형 공간 내부에 있는 조각상 옆에서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단체로 펄쩍 뛰기도 한다.
기분이 매우 들뜬 세훈은, 이윽고 한 조각상 옆에 가서 포즈를 취하며, 막 사진을 찍으려고 한다. 그때...
“어... 엇?”
갑자기, 세훈 옆에서 이상한 기척이 들린다. 끼기긱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다.
“아니, 이런 데 문이 다 있어?”
그리고 다음 순간.
세훈의 눈에 누군가가 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그 사람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자...
“아니, 네가 왜 여기서 나오는 거야?”
“까, 깜짝이야!”
현애와 세훈은, 서로 눈이 마주치자 금방이라도 뒤로 넘어갈 듯 뒷걸음질치며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건 내가 할 소리야! 너는 왜 또 하필이면 거기 있냐고!”
그리고 세훈의 눈에 또 들어온 한 사람은...
“파울리 씨!”
현애의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내려오고 있다.
“왜 파울리 씨도 거기서 나오는 거예요!”
그리고 아직 통로에서 완전히 나오지 않았음에도, 세훈의 눈에 어렴풋이 보인다. 미켈의 얼굴과 몸 여기저기에, 아직 미처 떨어지지 않은 끈끈이 줄들이 눌러붙어 있다. 검은 재킷이라 그런지 흰 끈끈이가 더 두드러져 보인다.
“무슨 일 있었어요? 거기 옷에 붙어 있는 건 다 뭐예요?”
“아, 이건...”
미켈은 당황했는지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입을 떨며 마치 마비가 온 것처럼 말하지 못한다. 그때, 현애가 세훈의 귀에다 대고 뭐라고 한다.
“뭐...? 습격을 받아?”
“맞아.”
“누... 누구한테?”
현애가 또다시 세훈의 귀에다 대고 뭐라고 몇 마디 하자...
“하... 알았어. 일단은 나만 알고 있을 테니까, 다른 사람들에게는 언제 말할지 생각해 보자. 알겠지?”
“그래.”
“왜 하필이면 여기서도 싸움이야... 왜!”
세훈은 한탄 섞인 한숨을 내뱉는다. 하마터면, 그 소리가 다른 일행에게 들릴 뻔했다는 걸 알고 바로 입을 틀어막기는 했지만. 그래도 세훈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진 건,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다.
이윽고 현애와 세훈, 미켈이 아치형 공간에서 다시 나와 또다른 곳으로 사진을 찍으러 가려는데...
“어?”
“왜 그래, 세훈아?”
“저기 저 사람들 왜 저러냐?”
세훈이 가리킨 곳에는, 한 관광객 일행이 심각한 표정으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고 있다. 전화를 하지 않는 다른 일행들은 저마다 격앙된 얼굴을 하고서 한마디씩 하고 있다.
“아니, 왜 가이드가 없어져?”
“가이드가 몇 분 안에 증발해 버린다는 게 말이 되냐고, 이게!”
미켈은 서둘러 그 관광객 일행에게서 시선을 돌린 채, 빠른 걸음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로부터 약 1시간 후, 오전 11시경.
유람선 한 척이 테르미니호의 선착장에 들어온다. 이윽고 유람선이 완전히 선착장에 멈추자, 유람선에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내린다. 다들 싱글벙글한 얼굴이다.?
그리고 그 먼발치에서, 푸른 조끼를 입은 남자가 유람선을 보고 있다. 푸른 조끼의 남자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그 중에 키 크고 검은 머리의 남자가 이끄는 한 단체 관광객 일행. 그를 보자마자, 푸른 조끼의 남자의 얼굴이 곧바로 확 일그러진다.
“파울리... 이... 이 자식이...”
?그 광경을 보자마자, 푸른 조끼를 입은 남자가 급히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여... 여보세요?”
“이, 이봐, 카이린, 무슨 일이야?”
“실패했어... 이토다도 실패했다고!”
카이린이라고 불린 푸른 조끼의 남자가 덜덜 떨리고 있다.
“거기에다가 그 파울리의 동업자라는 여자까지 그대로 활보하고 있어!”
“그... 그래?”
전화 너머의 여자의 목소리도, 카이린의 목소리처럼 확 올라간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아?”
“대략 2시간쯤 전에, 내가 이토다에게 부탁했어. 파울리가 호수 사원으로 가는 것 같으니까, 혹시 만나면 처치해 달라고.”
“그리고... 이토다는 한 번 물은 건 절대 놓지 않는 성격이잖아!”
전화 너머의 여자의 목소리도 적잖이 놀란 기색이 역력하다.
“매쿨도 실패하고... 모리스도 실패... 이토다도...”
“잘 들어, 페넬로페. 아마도 우리가 직접 상대할 수밖에 없겠군.”
카이린은 전화를 하면서도 전화를 들지 않은 왼손 주먹을 꽉 쥔다.
“나도 마찬가지겠지만,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꽤 힘든 싸움이 될 테니.”
“그건 그렇지만, 아직 ‘에시모’가 있잖아?”
“에시모?”
페넬로페라고 불린 여자의 한 마디에 카이린이 별안간 무릎을 탁 친다.
“그래! 한번 에시모한테도 연락해 봐야겠어. 에시모라면 파울리 패거리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시간이 지나, 오후 6시, 테르미니 시내, 카사 데 토르나도 호텔 근처의 번화가 ‘마운틴 로드’. 고지대에 위치한 호텔 아래에 있는 번화가로, 길거리 어디서든 붉은 외관의 호텔이 올려다보인다.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번화가에는 메인 스트리트 위주로 식당과 의류 매장, 쇼핑몰 등이 늘어서 있다. 시간도 마침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서, 식당마다 사람들의 줄이 늘어서 있다.
마운틴 로드 한가운데에 있는 석조 분수대는 마운틴 로드의 약속장소 중 하나다. 여러 종족의 조각상이 하나씩 있는데, 한가운데에 이레시아인이 팔을 높이 들고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고, 그 주위를 인간, 살테이로인, 옥타콘인 등의 종족들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그 분수대 앞에 현애와 세훈 두 사람이 우두커니 서서 두리번거리고 있다. 두 사람의 시선은 각자 다르지만, 찾는 사람은 하나다.
“분명히 여기로 온다고 하지 않았나?”
“맞아. 조각상 분수대가 있는 광장이라면... 여기잖아. 맞지?”
“6시가 이제 좀 지났는데... 왜 안 오지?”
“그러니까.”
“이따가 거기 쇼핑몰에서 다시 모이자고 했는데... 시간 안에 갈 수 있으려나.”
시간이 한 5분 정도 지나는 동안, 두 사람의 주변에 잠깐 머물렀다 간 사람만 해도 100명 정도는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이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어, 먼저 와 있었네?”
“미켈 씨!”
“파울리 씨!”
미켈이다. 현애와 세훈이 손을 흔든다.
“여기야, 여기!”
미켈 역시 현애와 세훈을 보자, 멋쩍게 웃는다.
“미안, 내가 좀 늦었나?”
“아니, 늦지 않게 왔어. 1, 2분 정도야 뭐.”
“자, 기다리느라 수고했어. 그러면, 바로 가자고.”
미켈은 바로 메인 스트리트를 따라 걷는다. 현애와 세훈이 뒤따라 걷고, 약 2분 정도 걷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리에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 목적지에 이르기 직전에는 앞에 있는 사람들을 밀고 지나가야 하나 할 정도가 되었다. 어느덧, 미켈이 발걸음을 멈추자, 붉은 전구로 글자를 만든 한 레스토랑이 눈에 들어온다. 이름은 ‘에스카를라타’. 출입문에는 줄이 2개 있는데, 앞에 종업원이 한 명 서 있고, 옆에는 코드 인식 장치가 있다. 한쪽에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고, 다른 한쪽은 그냥 코드만 찍고 들어간다.
“이거... 무슨 차이야?”
“예약이 되어 있으면, 그냥 들어갈 수 있지.”
“정말?”
“우리처럼 말이지.”
미켈이 코드를 찍고, 유유히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선다. 진홍색 위주의 인테리어가 현애와 세훈의 눈을 사로잡는다. 커튼에서부터, 테이블, 양탄자, 방석 등에 이르기까지, 진홍색과 황토색이 어우러져 있다. 테이블마다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데, 안쪽에는 조금 더 넓고 편안한 자리에서 식사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따로 방이 있는 곳은 예약석인 듯하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 예약을 한 거야?”
“정확히는, 내 동업자들.”
“동업자들?”
현애가 되묻는다.
“미켈 씨? 혹시 이 레스토랑에 미켈 씨의 동업자들이 있다는 거야?”
“아, 있지.”
세 사람은 조금 안쪽으로 들어간다. 그러자, 예약석이 여럿 있는 깊숙한 공간이 나온다.
“봐, 저기 다 있잖아.”
미켈은 그 중에 한쪽 구석에 있는 예약석을 가리킨다.
“어디?”
“저기, 저기.”
미켈이 가리킨 곳을 보니, 남자 2명과 여자 2명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다. 한 명은 푸른 머리카락으로 보아서 이레시아인이고, 다른 한 명도 외계인 같다.
“저기로 가면 돼. 식사는 근사한 거 차려 놨으니까, 다들 먹으면서 이야기하자고.”
미켈이 먼저 예약석으로 가서 손을 흔들자, 미켈을 본 세 사람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 미켈 왔구나!”
“이야, 무사하네! 오늘 하루 종일 누구 습격 받았다며?”
“어. 스코프 녀석들. 그것도 세 명씩이나.”
“세, 세 명?”
꽁지머리를 한 이레시아인 남자가 화들짝 놀란다.
“하, 고생했겠다, 너. 그래도 콘라트보다는 덜한 녀석들이었겠지.”
“그래. 나도 콘라트만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치가.”
미켈의 동업자들도 콘라트라는 이름만 들어도 주먹을 꽉 쥐고 온몸을 부르르 떤다.
“어떻게 또 행운을 거머쥐나 했더니 다들 우리한테 기어오르려고 하고 말이야.”
“자, 자! 잠깐 좀 말들은 조금 있다가 하자고.”
미켈은 현애와 세훈에게 손짓한다.
“자, 들어와! 소개하지.”
현애와 세훈이 들어오자, 미켈이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여기는 우리 크루야. 이름은 ‘테르미니 퍼스트’고, 여행 가이드, 유적 발굴업 등을 하고 있어. 모두 초능력자고.”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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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SiteOwner
2021-05-21 21:02:00
문제의 태양석이라는 것, 일단 실물을 본 건 없으나 기록상으로는 존재하는 물건이군요. 그러니, 최대한 보수적으로 말하자면,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전설의 보석이라는 것. 해외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간간이 보이는 트레저헌터들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갑자기 엉뚱한 데에서 문이 생겨서 사람이 나오다니, 정말 놀라겠습니다.
그나저나 콘라트의 악명은 정말 자자하군요. 이미 죽은 사람인데 아직도 그렇게 공공의 적으로 언급되는 걸 보면...
시어하트어택
2021-05-23 16:00:24
일단은 3부의 키 아이템이니만큼, 언젠가 반드시 나오기는 할 것인데,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시기를 고민중입니다. 중반으로 할지, 후반으로 할지, 아니면 최후반이 좋을지 등등...
그만큼 악명을 심하게 퍼뜨렸으니, 죽은 뒤에도 그 악취가 남아 있는 건 당연하죠.
마드리갈
2021-05-22 13:04:11
위기는 곧 기회. 미켈의 도전정신이 굉장하네요.
역시 잘 살아 있으면, 설사 위태로운 상황에 몰리더라도 치명타를 모면할 수는 있으니까요.
그런데 태양석이라는 건 대체 무슨 능력을 갖고 있길래...
그러고 보니, 어제 알게 된 광물 중 차로아이트(Charoite)라는 것이 있어요. 1978년에 소련의 사하공화국을 흐르는 차라 강 주변에서 발견된 것에 유래하여 지명을 따서 명명된 규산염광물인데, 아직 세계에서 유일하게 차라 강 주변에서만 보고되었어요. 존재 자체는 1940년대에 알려져 있지만, 불투명하고 외양이 매력적이지도 않다 보니 그냥 관심 자체가 없는 광물이죠. 태양석과는 정반대의...
카이린과 페넬로페가 꾸미는 흉계, 이번에는 또 뭘까요.
테르미니 퍼스트의 구성원들이 모두 초능력자들이군요. 지금까지 초능력 덕분에 안전했겠죠?
시어하트어택
2021-05-23 16:03:02
태양석에 대해 현재로서는 명확한 실체가 드러난 건 아니겠지만, 그것이 세상에 다시 모습을 보일 경우 발견한 쪽은 적어도 큰 돈을 벌어들일 수 있겠죠. 그것의 능력은 둘째치고서라도요.
일행이 모두 초능력작인 것도, 뭔가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그것은 나중에 드러나게 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