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등장인물부터...
부흐슈타벤입니다. 이름의 어원은 독일어... 철자가 Buchstaben이었던 것 같고, 뜻은 영어의 Spell입니다.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거나, 기록된 이야기들을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것을 좋아하는 괴담집에 깃든 유령입니다.
헤르시아입니다. 몽마와 뱀파이어의 혼혈로, 흡혈을 하거나 인간의 정기를 빨아먹거나 둘 다 가능합니다. 부계인 뱀파이어는 로열 블러드고, 모계인 몽마는 남자를 좋아하지만 왠지 이쪽은 여자를...... (도주) (끌려옴) 의상 자체는 사이퍼즈의 트리비아에게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간만에 들어가봤는데 트리비아가 이이뿨어... 여튼 그래요. 음... 수위가 19금 이상으로 넘어갈 일은 없습니다. 네. 그럼요. (왜죠)
하이지나입니다. 이쪽도 물론 사신이고요... 어원은 Hygiene(위생). 원한에 따라 움직이는 사신으로, 의료 사고를 일으켜 사람을 죽인 의료인들을 찾아 목숨을 뻇어갑니다. 원한에 의해 움직이는 사신이니만큼, 사고를 일으킨다고해서 다 뺏어가는 게 아니라, 의료 사고를 일으키고도 제대로 보상을 안 해주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키고도 모르쇠로 일관해 유족들의 원한이 하늘을 찌를때만요.
하이지나가 목숨을 앗아갈 때는 그 병원에 원래 입원해있었던 환자로 위장을 합니다. 그리고 그 병원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그녀가 난데없이 위장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죠. 위장할 때의 가명은 데이지, 혹은 로즈입니다. 그녀가 위장한 후 사라졌을 떄도 '퇴원했다'는 정도만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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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희 아이를 살려주세요... 제발요... "
아이의 부모는 마차에 깔려 하반신이 완전히 짓눌린 아이를 데려왔다. 플라티나 블론드에 푸른 눈(아다나의 눈은 사후 붉은 색이 된 것입니다), 어딘가 창백해보이는 아이였다. 아이나 부모의 복색을 보건대 부유한 집안은 아닌 것 같았다. 피를 거의 흘려가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간 두 사람은, 아이를 병원에 입원시켰다.
"하아... 간호사, 수술 준비해. "
"알겠습니다, 원장님. 그런데, 수술은 몇 시로 잡아둘까요? "
"흠... 3, 4시가 다 꽉 차있네... 다섯시로 잡아줘. "
"하지만 3, 4시에 스케쥴이 잡힌 환자들은 비교적 가벼운 환자들인데요.. 한 분은 골절에 한 분은 베인 상처... 그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바꾸는 건 안 될까요? "
"그 아이도 그렇고, 부모도 그렇고... 꽤 잘 사는 집안은 아냐. 수술시켜서 살려줘봐야 외상일 게 뻔하다고. "
"...... "
"아무튼, 그렇게 알아. "
"...... 네...... "
꽤 출혈이 심했던 아이는 두 번째 환자를 수술하는 도중 죽었다. 두 사람의 부모가 찾아왔을 떄, 의사는 보기 좋게 둘러댔고 아이의 부모는 아이를 데려가 장례를 치뤄줬다.
그리고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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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흐슈타벤,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말이야- "
"아아, 하이지나 씨. "
동공이 십자형인, 중고등학생 쯤 돼 보이는 여자가 찾아왔다.
"그런데, 무슨 이야기인가요? "
"크크, 상당히 교훈적인 이야기지! 오늘 모처럼만에 인간계로 나와서 심판역을 수행해줬거든. "
"심판역...? 미안하지만 사신들의 심판역 이야기까지 다 적게 돼면, 책이 너무 두꺼워져서 곤란해요. "
"적으라고 강요는 안 해. 일단 들어보고 결정해. "
"흠, 그럼 일단 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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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에, 어떤 아이가 병원에 실려왔었어. 마차에 제대로 눌렸는지 하반신이 완전히 망가졌지.
아이는 출혈이 심해 정신을 잃은 상태였고, 병원에 갔어. 그리고 의사는 아이를 입원시킨 후 일부러 수술 시간을 늦춰서 아이를 죽게 만들었지. 의사가 돈에 눈이 멀어서, 비교적 가벼운 환자들인데도 부자라는 이유로 아이의 수술 시간을 당기지 않았거든.
그리고 아이는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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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눈이 먼 의사인가요? "
"응, 그랬지. "
"하여튼, 돈독 오른 사람들이 문제라니까... "
"여기 있었군, 하이지나! "
"자, 잠깐... 헤, 헤르시아? "
"거기 꼼짝말고 있어. "
"오, 오지마! "
도서관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발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잠시 후, 무언가가 하이지나의 목을 끌어안았다.
"어딜 도망가, 내 정기 어쩔거야? "
"니 정기? 또 뺏어먹었어? "
"그, 그게 아니라...... "
"그 의사 내가 점찍어놨었는데, 아깝게 됐어. 힝... 모처럼 별식이었는데... "
"이거 놓고 말해- "
"아무튼! 내 정기 어쩔거야? 니 정기라도 내놓을테냐!! "
"그건 거절한다. 이거 놓고 말해라! "
"싫어! "
"두분 다, 도서관에서는 좀 얌전히 있어주세요... "
"알았어... "
"자, 하이지나 씨. 얘기를 마저 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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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죽은 후, 날 찾아온 건 아이의 유적이 아닌 그 병원에서 일하던 간호사였어. 그건 지금도 상당히 의외라고 생각하지만...
보통은 유족들이 날 찾아오게 마련인데, 아마도 그 간호사는 양심에 찔렸었나봐.
그래서 난 그 병원으로 가서, 그 의사가 어떤가 보기로 했지.
내가 입원한 병동에는 나를 제외하고 환자가 다섯 명 있었어. 세 명은 부유한 집안의 자제여서 그런지 부모님이 매일 병문안도 오고, 가끔 고급 과자들을 사 와서 나에게도 조금 나눠주곤 했지. 나 역시 이번에는 부유한 집안의 딸로 위장하고 들어갔지만, 부모님은 멀리 출장을 가셔서 오지 못 하는 형편이라 그 얘기를 했더니 의사가 아주 좋아 죽더만.
나머지 두 환자들은 병원비를 낼 형편은 돼지만 부유한 건 아니었어. 그러니까, 부모들이 아이의 병원비를 내는 것 외에는 생활비를 쓰고 있지 않았지. 병문안도 자주 오지 못 한데다가, 병문안을 올 때도 거의 빈 손으로 와서 내가 받은 과자들을 좀 나눠주곤 했어.
일단 난 간호사의 말이 사실인가 알아보기 위해 데네브라는 부유층의 아이와 마르코라는 조금 가난한 집의 아이를 관찰하기로 했지. 식사 시간에는 밥을 주는 사람이 따로 있어서 관찰할 수 없었지만, 오전과 오후에 의사가 문진을 올 때 둘을 대하는 태도가 묘하게 달랐어. 데네브와 마르코는 둘 다 팔을 다쳐서 수저질은 커녕 등도 긁기 힘들었는데, 데네브가 무언가를 부탁했을 때는 상냥한 표정으로 일관하더니 마르코가 무언가를 부탁하자 네가 알아서 하라는 투로 말하곤 가 버리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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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병원비를 낼 여력은 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도 차별 대우를 하나요? "
"응. 병원비 뿐 아니라 약값도 내야 하는데, 마르코의 집에서는 약값을 부담하기가 힘들었던거지. "
"그런가... "
"그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마인드가 그래. 가난한 집 아이들은 똑같은 치료를 해 줘도 와상이니 뭐니 하며 치료비를 안 낼 게 뻔하다. 그러니까 성의를 좀 덜 보여도 된다. 아주 어이없는 녀석이지. "
"그러네요... 아니, 그보다 두 사람... 좀 떨어지면 안될까요...... "
헤르시아는 여전히 하이지나의 목을 끌어안고 꼭 붙어있었다.
"으응? 왜에- "
"신경쓰여요... "
"난 신경쓰지 말고 하던 거 마저 해. "
"아니, 그럴 수가 없...... "
"야, 야... 네 정기 이따가 줄게 좀 놔줘...... "
"싫어- 너 그 얘기 하고 도망만 벌써 몇 번째냐? "
"도대체 얼마나 빚을 지신겁니까... "
"꽤 됐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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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환자들의 식단을 짤 떄도 그 의사의 태도는 완전히 달랐어. 데네브의 식단에는 있는 반찬이 마르코의 식단에는 없다던가, 혹은 데네브와 달리 마르코에게는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상태가 안 좋은 재료들을 써서 준다거나... 그리고 약이라던가 다른 것들에서도 묘하게 달랐지. 하지만 내가 그 녀석의 목숨을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따로 있었어.
어느 날이었어. 응급 환자가 들어왔는지 다들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지. 병실에 있기도 따분하고 해서 병실 밖을 돌아다니다가 난 그 의사가 하는 얘기를 듣고 말았던거야.
그 때는 정오였어. 환자의 부모를 돌려보낸 의사는 환자를 병실로 옮기기 위해 침대에 눕히고 창고 쪽으로 갔어. 수액을 가지러 갔나 했더니 수액은 무슨. 자기가 마실 커피를 가지러 갔던 거였어. 심지어는 환자 앞에서 담배까지 뻑뻑 피우면서 하는 말이 아주 가관이야. 수술을 세시로 잡으라고 하면서, 한시, 두시는 꽉 차서 안되겠다는거야.
사실 한시, 두시에는 수술 일정이 있는 게 아니라 데네브와 다른 환자들의 재활 치료가 있는 날이었어. 응급 환자가 있는데도 수술을 미룬 걸 보면, 환자는 가난한 집안 태생인가봐. 환자는 죽어가는데도 의사라는 녀석이 담배나 뻑뻑 피고, 차나 마시고 있으니... 정말 한심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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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그 의사에게 있어서 환자는 돈이었던거네. 그러니까 의료비를 낼 능력이 없다면 응급환자라 하더라도 치료를 해 주지 않는다는건가... "
"그런 셈이지. "
"뭐 그런 사람이 다 있냐. "
"그래서 인간들은 참 재밌단말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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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내가 그렇게 해서 움직이게 된 거지.
나는 공주님께 가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전부 얘기했어. 그리고 공주님께 주머니를 받고 돌아오자마자 주머니를 풀었지. 그리고 그 날 저녁, 의사는 예전에 자기가 받았던 환자(아다나)가 당했던 사고를 그대로 당했어. 그리고 의사는... 나였지. 나도 간호사에게서 그 사고 내용을 들어서 대충 어떤 내용인지는 알고 있었어.
그 녀석을 침대에 올려놓고, 수액도 꽂아두지 않은 채 한동안 수다를 떨고 있으려니 그 녀석, 상당히 시끄럽더군. 자기가 저질렀을 때는 몰랐나보지?
"이제 네 죄를 뉘우칠 수 있겠는가? "
"죄? 죄라고? 그게 무슨...! "
"빈자와 부자를 차별한 죄. 그리고 목숨과 재산을 천칭에 올린 죄 말이다. "
"훗, 후훗... 하하하... 어이가 없군. 그 사람들이 그런 대우를 받는 건, 순전히 돈이 없기 떄문이야. 거래를 할 떄는 확실히 받아두는 게 좋잖아? 댓가를 받을 수 없는 거래는 하는 게 아니지. "
"그래? 그럼 나도 너에게 댓가를 줄 테니, 거래를 하나 하지. "
"쿠후후... 그래? 너같은 어린아이가? "
"네 목숨. "
"!!"
"네 목숨을 내놓지 않으면, 넌 수술대에서 내려올 수 없어. "
"그런...!! "
의사가 몸을 일으키자, 옆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 옆의 마수들은, 인간의 고기를 상당히 좋아하거든. 네 하반신을 던져주니까, 잘 먹던데. "
"!!"
"몇해 전에도 이런 일이 있어서 어린아이가 죽었지. 자, 이제 네 차례야. 먹어치워버려. "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바닥쪽에서 무언가가 올라와 의사를 통째로 삼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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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지금까지 들어왔던 얘기 중 최고였습니다. 적어놔야겠네요. "
"그렇지? 아무튼, 그래서 헤르시아 몫의 정기는 없어. "
"이럴 줄 알았지. ......그런 인간의 정기라면 보나마나 맛도 없겠지? "
"아마도. "
"그런데, 그 인간... 어떻게 됐으려나? "
"글쎄. 명계에서 그 아이를 만나지 않기만을 빌 수밖에. 정말 잘못 만났다간, 몇만년동안은 환생하면서 사산될 게 뻔하니까. "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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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마드리갈
2020-01-12 23:38:27
소설을 읽다 보니 예전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의료사고...벌써 13년 전이네요.
오빠의 장기투병생활 도중에 의료사고가 있었고, 그래서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되었죠. 결국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나서 검사 후에 그 병언의 의사가 했던 말이 지금도 생각나네요. 대체 무슨 병원에서 어떻게 치료를 받았길래 상황이 이렇게 되었냐고. 수일만 늦었으면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나중에 의료사고를 낸 병원의 의사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환자 상태가 의사 책임이냐고.
그 의사의 병원은 폐업했고, 다른 곳에서 다른 이름으로 병원을 열었다는데 잘 될지...
이야기 속의 그 의사는 징벌을 받았지만 현실의 그 의사는 지금도 살아 있겠죠. 하지만 잊지 않고 있어요.
SiteOwner
2020-01-23 23:44:18
공리주의의 맹점을 여기서 보았습니다.
게다가, 인간을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보면 어떻게 되는지도 아주 선명히 드러납니다. 우물에 독을 타는 사람에게는 나중에 그 우물의 물을 마실 날이 올거라는 격언도 같이 생각나고...
위에서 동생이 말했던 것, 지금도 저에게는 큰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극복은 했습니다만 사실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고, 게다가 저 자신이 도량이 넓은 것도 아니다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