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즘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청소년 정당가입을 추진하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서, 뭐랄까, 우려가 안 될 수가 없습니다.
복잡한 고찰까지는 아니더라도 바로 짚이는 쟁점이 3개 있습니다.
첫째는 책임능력에 대한 문제.
굳이 민법의 구체적인 조항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인간에는 권리도 그에 상응하는 의무도 부여됩니다.
그런데, 청소년 정당가입에 대해서는 권리만을 말하고 있지, 구체적인 상응하는 의무를 얼마나 어떻게 부담할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습니다. 즉, 청소년 정당가입이 권리만 있고 의무는 없는 모종의 특권층을 양산할 위험도 충분히 있습니다.
둘째는, 파벌의식의 조장과 그에 따른, 법제도로 보장되는 학교폭력의 위험성.
보통 싸움나기 좋을만한 3대 화제가 정치, 종교, 성별이라는데, 이것이 과연 청소년의 정당가입으로 번질 때 어떤 문제가 일어날까요?
성인들은 진짜 오늘만 사는 인간이라든지 하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함부로 싸우지 않습니다. 여러모로 손해가 날 것이 뻔하니까, 그리고 합법적으로 상대를 얽어매서 꼼짝못하게 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말이지요. 그런데, 학교라는 울타리 및 소년법 등의 각종 제도로 보호되는 청소년이 과연 얼마나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지는 의문입니다. 게다가 정당가입을 모종의 학교폭력의 정당화기제로 쓸 위험도 없지 않습니다. 대학생들조차 누군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찍어내기 위해 개별 학과나 학부, 또는 각종 동아리 단위의 파벌을 만든다든지 해서 폭력을 정당화하는데, 고교생이 그러지 말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리고 구성원 대부분이 성인이어서 잘못된 행동에 큰 책임을 전적으로 져야 하는 대학과는 달리 고등학교에서는 과연 그게 제대로 적용될지 의문입니다.
셋째는, 민주시민교육의 방법과 정당가입이 동의어가 아닌 점.
사실, 민주시민교육이 반드시 정치와 동일해야 할 의미도 없고, 정말 중요한 것은 자율과 자치입니다. 즉 학내자치활동을 통해 어떻게 협력하고 어떻게 경쟁하는가를 직접 실천하는 편이 더욱 좋다는 건 두번세번 말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국내의 고교 상황을 보면 그런 학교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결국 정당가입 등은 새로운 형태의, 더욱 질나쁜 주입식교육의 확장이 될 수도 있는데 그런 점은 몰라서 못 보는지, 알고도 무시하는지...
정치를 아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리고 생활의 많은 영역은 정치와 이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정치에 일찍부터 절여지고 혹사당해도 된다는 의미는 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됩니다. 그리고, 갓 들어온 사람들에게 많은 권한을 선뜻 내주는 단체란 없습니다. 청소년들의 생각과는 달리, 노회한 정치인들은 이것이 자신들에게 어떤 손익을 줄지 열심히 계산중일 것이고, 청소년들은 그 데이터의 일부일 테니까요.
저의 3가지 쟁점에 대해서는 아래의 기사를 같이 참조해 보시면 더욱 이해가 잘 될 것입니다.
선관위 “만 16세 정당가입 허용하자”...청소년들 ‘환영’ (2021년 6월 4일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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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댓글
Lester
2021-06-05 04:50:16
극단적으로, 진짜 극단적으로 봤을 때 히틀러 유겐트 같은 게 생겨나는 건 아닌지 정말 무섭습니다. 소위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고 하죠. 가뜩이나 (자체심의상 자세히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만) 여느 정치단체들이 이념과 이득을 위해 싸우는 것도 무서운데, 그걸 청소년에게까지 넓힌다? 요즘 말로 나라를 반으로 갈라서 죽일 셈인가 궁금합니다.
SiteOwner
2021-06-05 14:22:20
그 우려가 결코 기우인 게 아닐 것 같습니다.
일단 역사 속의 사례로서는 언급하신 나치독일의 히틀러 유겐트라든지, 중국 문화혁명 당시의 홍위병, 소련 및 북한의 피오녜르(Пионер, 북한식 표기 삐오네르) 같은 사례도 있습니다. 히틀러 유겐트와 소련 피오녜르는 그냥 국가 자체가 붕괴할 때 같이 소멸해 버렸지만, 중국의 홍위병은 모택동의 지령에 따라 전국 각지에서 온갖 린치 및 반달리즘을 실천했다가 문화혁명이 끝나자 바로 용도폐기되어 버렸습니다. 그 홍위병 출신들은 극히 일부는 자신들의 과거를 자랑스러워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과거를 숨기고 비참하게 살아가거나, 그렇게 살다가 길지 않은 삶을 마감하거나, 정체가 들켜 제 명에 못 살고 남의 손에 죽었거나 한 상태입니다. 그 꼴이 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지구상에 존재할지도 의문입니다.
그 다음은 실제 각급학교 및 대학사회의 실태.
학교폭력은 대체로 제도권의 눈치를 보게 됩니다. 달리 말하자면, 공권력을 무시하고 공공연히 자행되는 학교폭력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고등학교 일진이든, 대학 운동권의 지명수배자든 간에 경찰에 안 잡히려 어떻게든 애를 쓰지 경찰에 맞서는 경우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청소년의 정당가입이 허용된다면 이러한 학교폭력에 대한 전제가 완전히 뒤바뀔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행위가 특정정당 소속이기에 악행이 선행으로 뒤바뀌거나 역으로 선행이 악행으로 뒤바뀌는 경우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런 진영논리가 학교를 흔들어놓는 것에 최소한의 가치체계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이미 현재에도 음성적으로 횡행하는데 이게 정치적 권력을 등에 업고 진영논리로 무장한다면? 그 뒤의 결과는 배드엔딩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실 위의 문제가 다 해결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습니다.
성년이 되든 그 이전에 죽든간에 청소년기는 언젠가는 끝나는데 그 청소년기 동안에 정당에 가입해서 활동한다 하더라도 청소년으로서의 활동기간은 정말 짧습니다. 현행법상에서 성인은 19세부터인 터라 예의 기사에 나온 것처럼 16세부터 정당가입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청소년으로서의 활동기간은 최장 3년. 법령과 제도의 정비라는 게 얼마나 느리게 진행되는지를 알면 그 3년이란 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이나 낼 수 있는 목소리는 제한적이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여기에서 모순이 생깁니다.
그 청소년당원이 성인이 되어서도 청소년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면, 두 경우 모두 문제가 됩니다. 그들이 청소년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다면 어차피 기성의 성인이라고 해서 불가능하다는 법도 없기에 청소년당원은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들이 청소년당원의 입장을 대변할 수 없다면 그들을 대체하는 새로운 청소년당원이 충원되어야 하는데 기존의 청소년당원은 제대로 한 것도 없이 물러나야 하고 그들의 뒤를 잇는 차기 청소년당원들도 똑같은 길을 걸을 게 예약되어 있습니다. 청소년당원이라는 타이틀로 3년간 부려먹히고 대표성을 스스로 상실하든지 타의로 상실당하든지 용도폐기, 이게 진짜 청소년을 위한 것일까요? 어림없는 소리입니다.
또한, 정당법에 따라 당원은 당비를 납부해야 하는데, 당비에 대해서는 정당법 제31조에 당비납부의 의무만 정해져 있을 뿐 구체적인 당비의 납부에 대해서는 당헌에 위임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당비의 납부능력에 따라 권리의 범위가 달라지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도외시하고는 단 한발짝도 나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기대도 안합니다. 소년법 등의 여러 법령에서 정하는 청소년 보호 등을 포기하겠다는 최소한의 의무부담 주장도 안 하는데 당비 납부문제 같은 것을 생각할 머리 따위가 있을리 만무합니다. 소년법 제59조에서 정의하는, 18세 미만의 범죄자를 처벌할 때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징역 15년으로 감형하는 조항 따위는 더더욱 알 리도 없고 알아도 폐지하자는 말은 안할 것입니다. 안되면 청소년이잖아요 하고 도망갈 구멍은 있어야 할테니까요.
마키
2021-06-05 15:36:12
개인적으로는 정치를 기본이나마 가르쳐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투표권조차 주냐마냐로 논란인 시대에 정당활동은 어림도 없는 소리죠...
그런 것은 일단 나이를 먹어 성인이 되어서 접해도 늦지 않을텐데 말이죠.
SiteOwner
2021-06-05 15:52:58
그렇습니다. 사실 정치는 생활의 영역에 이어져 있기에 이것을 배제할 수는 없고, 저 또한 정치가 학교교육에서 배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정당가입이라는 수단으로 이루어지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정치라는 것은 갈등과 문제의 해결을 위한 상호작용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일단 동류집단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현안의 해결에서부터 단련이 되어야 사회인이 되어서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과 만났을 때 대응이 되는 것입니다. 당장 게임에서도 튜토리얼 모드라는 것이 있고, 또한 난이도 조정이 가능합니다. 그냥 처음부터 최고난이도로 최종보스를 이겨라 하면 과연 누가 그걸 해내겠습니까. 그런 것입니다.
사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학내자치활동을 장려하면 문제의 상당부분은 해결됩니다.
비슷한 연령대 및 출신지역의 학생들이 모인 초중고 각급학교조차 학생들의 의견이 제각각으로 엇갈리는 게 보입니다. 이것들을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교사가 학생 위에 선 권위로 할당하거나, 학생 내의 인플루언서들에게 맡기거나, 학생자치활동으로 해결하는 선택지가 나올 수 있습니다. 각 방법을 각각 현실의 정치에 대입하면 첫째의 방법이 관선 단체장의 임명이나 상부에서의 배급, 둘째의 방법이 계파정치 내지는 패거리정치, 셋째의 방법이 자치의회 등의 합의체 구성에 의한 민주주의적 의사결정입니다. 세번째의 방법이 피치자와 통치자가 동일하고 또한 결과에 책임지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이걸 실천하면 되는 것이고, 학교는 학생들에게 필수지식 및 소양의 전수 및 심판자의 역할을 수행하되 나머지는 최대한 학내자치활동에 일임하면 되는 것인데 이 간단한 것을 버리고 꼭 멀리 돌아가려고 합니다.
일본의 학원물에서 잘 보이는 학내자치활동은 이럴 때만큼은 참조가 안 되나 봅니다.
그리고, 해외사례를 그렇게 잘 언급해도, 정작 해외의 고등학생 학생자치활동이 교내 차원뿐만이 아니라 전국, 심지어는 국제레벨에까지 신장되어 있는 것도 거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이런 현실은 과연 희극일지, 아니면 비극일지 바로 답을 할 수 없겠습니다.
SiteOwner
2022-01-11 19:59:36
[2022년 1월 11일 추가]
정당법 개정안이 통과하여 정당가입연령의 하한선이 16세로 낮아졌습니다. 이에 따라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라도 대한민국의 국적을 지니고 있다면 생일이 지나서 16세가 되는 날부터는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는 여야가 따로 없군요. 게다가 외국의 사례를 인용해서 정당성을 말하는 목소리도 있고. 학내자치활동은 틀어막으면서 정당가입은 허용하는. 진짜 미래를 생각하는 것인지는 다시 묻고 할 필요도 없어 보입니다.
이하의 기사에서 더욱 자세한 것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고1부터 정당 가입 가능…학교 현장선 기대·우려 교차 (2022년 1월 11일 연합뉴스)
SiteOwner
2023-01-27 22:28:32
[2023년 1월 27일 추가]
결국 청소년의 정당가입이 허용되어도 의미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청소년이 학교의 일정에 매여 있는 이상 사실상 활동시간도 태부족이고 현행 법령상으로도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커리큘럼도 거의 없습니다. 학내 자치활동의 장려로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게 하는 것이 우선인데 그걸 안하고 엉뚱한 것부터 시행하니 이런 문제가 안 일어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참고할 만한 기사를 하나 소개합니다.
16세 정당 가입해도 활동 제한... 허울뿐인 권리 (2022년 3월 3일 경남도민일보)
SiteOwner
2023-03-12 17:01:56
[2023년 3월 12일 추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부의 이탈표 발생이 추정되는 상황하에서 비명계(非明系) 의원 40여명의 이름과 지역구가 적힌 살생부가 공여되고 있어서 파란이 일어나고 있고 낙인찍기에도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것의 작성자는 알려진 정보에 따르면 현행 정당가입연령에 미달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예비당원으로 알려진 청소년입니다. 확실하지도 않은 이런 정보에 원내 제1당이 휘둘리는 작태가 앞으로 더 크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고 또한 다원적인 사고가 발달하지 않은 청소년들이 정치에 참여할 때의 역기능 또한 이 사태로 잘 보이고 있습니다.
더 자세한 사항은 아래의 기사를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온라인 떠도는 ‘반란군 살생부’… 의원 40여명 전화번호까지 공개 (2023년 3월 1일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