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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친구 중 츠바메족(つばめ族)이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키 173cm의, 동생과 거의 같은 키의 일본 카고시마현(鹿児島県) 출신의 여성으로, 한국어를 굉장히 잘하는 정도가 아니라 일본어를 아주 잘하는 한국인으로 보일 것 같은, 저와 비슷한 연배의 사람이었습니다.
츠바메는 제비의 일본어인데, 국내에서 흔히 말하던 그 제비족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츠바메는 과거 하카타(博多)-니시카고시마(西鹿児島) 구간의 카고시마본선을 운행하던 JR큐슈의 787계 특급열차로 운행되던 특급열차 츠바메. 일본국유철도 때부터 면면이 이어져 온 이 특급열차의 이름이 결국은 JR화 이후에는 JR큐슈에서 정착한 것이지요. 당시 1990년대에는 카고시마현이나 쿠마모토현(熊本県)에 사는 패션에 민감한 젊은 여성들은 주말이면 특급열차 츠바메를 타고 큐슈 최대의 도시인 후쿠오카시의 중앙역인 하카타역에서 내려서 하카타역 주변의 상가라든지, 아니면 지하철을 타고 조금 이동하면 나오는 후쿠오카시청 인근의 중심가인 텐진(天神)에서 쇼핑을 한 뒤에 그렇게 산 물품을 갖고 다시 하카타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특급열차를 타고 귀가하고 그랬습니다. 그게 바로 츠바메족입니다.
요즘은 통판도 발달했는데다 이제는 큐슈신칸센이 개업한데다 니시카고시마역도 재건축되고 이름이 카고시마중앙역(鹿児島中央駅)으로 개칭되어 완전히 달라졌다 보니 츠바메족도 예전같지 않게 쇠퇴했고, 그 구간은 787계 특급열차 대신 800계 신칸센이 운행됩니다.
그때의 그 친구는 요즘 어떻게 살고 있는지...
최근에 일본에서 츠바메족이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다 하니 그 친구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지금도 잘 지내고 있겠지요. 그래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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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Lester
2021-06-20 14:50:51
세상이 너무 빨라지면 역설적으로 느린 것을 찾게 되는 심리가 있더군요. 비단 속도만이 아니라 과거에 대한 미묘한 향수(?)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합니다. 뭐라고 해야 하나, 급작스레 나타난 신문물에 대해 적응하지 못하여 익숙한 것을 찾는 것과 비슷하죠.
츠바메족은 아니지만 비슷한 사례가 만화 "심야식당"의 한 에피소드에 나오는데, 여기서 다뤄진 것은 타케노코족입니다. 7~80년대 일본에 노상에서 디스코를 틀어놓고 군무를 추던 사람들이죠. 다만 극중 시점은 2000년대쯤 되는지라 타케노코족은 과거의 유산이 되었는데, 심야식당에 모인 어른 손님들이 얘기가 나온 김에 오랜만에 모여서 재현해 보기로 합니다. 막상 그 약속날에 비가 엄청 내려서 포기할까 했으나, 한 남자의 말로 다시 의기투합하면서 신문 한 구석에 자그맣게 실리거나 빗속에서 춤을 추느라 감기에 걸렸음에도 오랜만에 추억을 되새겼다는 훈훈한 결말입니다. 그 캐릭터의 말은 이러합니다.
"가끔은 바보가 되어 보죠. 그 무렵처럼요."
SiteOwner
2021-06-20 23:45:12
역시 말씀하신대로, 그런 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묘하게 아날로그적인 게 많다 보니, 집에는 카세트 테이프도 여전히 소장중이고, 당연히 카세트 테이프를 재생할 수 있는 오디오 기기도 갖추어 쓰고 있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해외여행이 자유롭던 시대에는, 웹에서 시각표검색을 하기보다는 책으로 나온 JR시각표를 이용해서 계획을 짜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사실 JR시각표 쪽이 웹검색보다도 더 능률이 높습니다만...
그러고 보니 저와 동생은 굳이 이름짓자면, 비틀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부산에서 국제고속여객선 비틀을 타고, 후쿠오카에 도착하여 쇼핑 및 관광을 하고 다시 돌아오는.
타케노코족, 재미있는 이름이군요. 죽순...그러고 보니, 나이트클럽을 잘 찾는 여성들을 죽순이라고 부르는 것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타케노코족은 노상이 활동무대지만...그런 타케노코족의 오랜만의 의기투합도 참 재미있는 이벤트입니다. 비에 젖었어도 마음은 따뜻해지는 것 같은...그러고 보니 우후죽순이라는 한자성어도 생각납니다.
휴식은 중요합니다. 그것처럼 가끔은 바보가 되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