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심의하는 "정부 합동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 의 내용이 공개되었어요.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은 2018년의 7억 2760만톤 대비 99% 감축한 750만톤으로 억제된다고 하네요.
게다가 석탄발전은 완전히 없어지고 천연가스발전도 26.8%에서 7.5%로 대폭 감축할 것이라는데 그렇게 화력발전을 줄인 것을 원자력발전으로 대체하는가 하면 그건 또 그렇지가 않아요. 전체 발전량의 61%를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공급하여 2018년 대비 64배로 급성장시키고, 원자력의 비중은 천연가스발전보다도 더 낮은 7.0%로 억제한다는 것. 게다가, 동북아그리드라는 이름으로 중국, 러시아 등지에서 전기를 수입해 올 것도 포함되어 있어요.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보도를 참조하시길 부탁드릴께요.
원전 발전 7%로 줄이고, 中·러시아 전기 수입 추진, 2021년 6월 24일 조선일보 기사
[보도설명자료] ?2050 탄소 1억t 배출전망..석탄발전 선택지 남겨둬?,?2050년엔 무탄소사회 목표, 태양광·풍력 3%→60% 로? 보도 관련 (6.24 세계,조선), 2021년 6월 24일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보도자료
물론 이것은 확정된 것이 아니고, 정부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감안해야겠어요.
그러나, 문제가 있어요.
바로 생각나는 건 4가지.
기술적으로 가능한가, 경제적으로 가능한가, 정치적으로 가능한가, 앞의 3가지가 모두 가능하더라도 이렇게 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
유라시아대륙 동안의 중위도의 온대-냉대기후대에 위치한 우리나라에 풍력과 태양광이 정말 답인가를 따져보죠.
이미 여기에서 기술적인 문제가 따르고 있어요. 세계에서 풍력발전의 비중이 가장 높은 덴마크의 경우 비교적 고위도인데다 국토의 대부분이 평지이고 바람의 방향도 연중 거의 일정하게 강하죠. 게다가 베스타스(Vestas)같은 풍력발전설비 1위의 기업도 있어요. 이런 덴마크에서는 이미 2019년에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전력의 80%를 충당하고 있는데다 전체 전력생산량의 57%가 풍력에 의존하고 있어요. 게다가 세계최고의 에너지 공급안전도인 99.9% 이상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죠. 이 덴마크는 고위도에 입지하는터라 일조량은 적고 태양광은 전력 전체의 3%를 차지할 뿐이죠. 비록 확장세를 타고 있기는 해도.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여름의 남동계절풍, 겨울의 북서계절풍이 있는 등 바람의 방향도 세기도 고르지도 않아요. 게다가 봄과 가을에는 바람이 미약하죠. 이런 상황에서 풍력으로 안정된 전력공급이 된다는 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사기를 치거나겠죠. 태양광도 마찬가지로, 우선 국토의 입지도 어중간한데다, 당장 가동가능한 시간이 하루에 평균 12시간에 불과해요. 또 한 가지. 광량이 충분치 않다면 유의미한 발전은 불가능해요. 어차피 효율 100%의 에너지전환도 불가능한데, 태양광 에너지 이상의 전력을 생산해 낼 수 있다면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하는 것이죠.
지표면 1㎠가 1분당 받는 평균 태양복사에너지량은 0.5칼로리.
이것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전국토에 태양전지가 설치되었다고 가정해 보죠. 우리나라의 면적은 100,363㎢니까 이것을 이용해서 낮 12시간 동안의 평균태양복사에너지량을 계산하면 7.226136×1019칼로리가 되는데, 현재기술로 연구개발된 가장 높은 효율의 태양전지가 47.1%를 기록하니까 실제로 전력으로 변환가능한 에너지는 3.4035100560×1019칼로리가 되네요. 이것은 시간당 2.83625838×1018칼로리니까 와트로 변환할 경우 3,298,568,449,364,213.5와트, 그러니까 330만 기가와트가 되죠. 이것만으로 보면 태양광으로 신고리 3호기 용량의 235만개 이상의 전력을 조달가능하니까 태양광으로 전력자립, 아주 식은죽 먹기인데, 그럴까요?
국토의 전역에 자라는 동식물 또한 태양광이 필요하다는 것을 간과하면 바로 이렇게 태양광 만능론에 빠지는 것이죠. 그리고 시간당 752테라와트의 전력을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공급할 때 태양광을 최대로 써야 한다면, 가장 고효율의 태양전지를 쓰더라도 최소한 국토면적의 22.8% 정도를 차지하는 22,880㎢의 국토가 필요하게 되어요. 물론 안정되게 전력공급이 된다는 보장이 없는데다, 실제로 현재 구입가능한 태양전지의 효율은 저 정도로 높지 않고 20%대니까 전국토의 54% 가량을 태양전지로 뒤덮어야 해요. 참 현실성 높네요.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게 경제적으로 가능한지는 의문이 있어요.
2008년쯤이었나요? 광우병 괴담이 전국을 휩쓸 때, 수도가 민영화되면 물값이 미친듯이 올라버린다는 선동이 굉장히 잘 먹혔었죠. 전기료가 그렇게 폭등하는데 얼마든지 감당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그런 사람이 진짜 신념에 충실한 건데, 최근 13년 동안 그런 사람을 본 적은 없었어요.
어딘가에서 이런 모든 걱정을 해소하는, 이를테면 무한동력원 같은 것을 발명한 천재가 기술적, 경제적 문제를 다 해결했다고 치죠. 그래도 정치적 문제가 남아 있어요. 그 정치적 문제는 바로 북한 문제.
우리나라의 전력망은 중국이나 러시아와는 이어져 있지 않아요. 이것을 이으려면 그 사이에 있는 북한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중국과의 전력망 연결은 영국-노르웨이간 해저케이블에 의한 고압직류송전체계(High-voltage Direct Current Electric Power Transmission System, HVDC) 등이 있어서 북한을 경유하지 않고도 가능하죠. 하지만 러시아와의 전력망 연결도 그렇게 가능한지는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요. 물론 태평양 및 대서양 해저에 통신용 해저케이블이 부설되어 있기는 하지만, 전력용은 그렇게 긴 해저케이블 사례가 아직은 없으니까 그게 문제.
그리고 이미 무한동력원을 발명했으면 굳이 북한의 존재로 발생하는 저런 리스크를 짊어질 이유가 없어요. 그러니 아무 의미도 없어요.
앞으로, 전기는 국산이지만 원료는 수입이라는 말도 구시대의 유물이 되겠네요.
그리고, 자주국방, 식량안보, 에너지주권, 탈일본 등을 말하는 사람들이 이 에너지정책을 어떻게 평가할지도 주목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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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대왕고래
2021-06-27 01:20:11
탈원전 탈원전 하는데 그 대책이 더 훌륭하거나 맞먹는 에너지원이 아니라, 수입으로 대체하는 것이나 풍력 태양열같은 기존의 방식이면 좀 그렇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해요. 원자력만큼의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건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 설마 나름의 분석을 하고 내놓은 안이겠지 하고 생각하고는 있지만요.
마드리갈
2021-06-27 01:54:15
사실, 저런 정책결정에는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게 몇 가지 있어요.
일단 대략 이런 것이죠.
첫째, 현재 수립하는 정책이 현재의 기술수준을 상정하는 게 아니라 아직 등장하지도 않은 미래의 기술 등의 만족되지 않은 선결조건에 기반하고 있는 문제가 있어요. 물론 연구결과에 따라 미래에 현재보다 더 나은 기술이 등장할 가능성은 분명 있어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문제이고, 현실에 반영될 정책을 만드는 데에는 신뢰할 수 있는 현존의 기술을 전제해야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 마련이예요. 기술발전 등의 특이점이 생기면 그건 그때 궤도수정하면 되는 것이죠. 일례로, 항공기 기술은 발달했지만, 최근의 기술성과가 경제성 향상에 편중되어 있다 보니 고속화 등 다른 분야는 발전이 크게 둔화되거나 오히려 퇴화한 곳도 있어요.
둘째, 항상 중요한 것은 밀도의 문제. 이것을 도외시한 정책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어요.
밀도개념은 여러 방면에 쓰여요. 특히 교통량, 통신량, 통화량, 에너지의 생산 및 분배 등과 같은 유량개념에서는 밀도개념은 필수적인 전제이고, 그 점에서 풍력이나 태양광은 대안이 될 수 없어요. 바람의 세기, 방향, 계절별 일조량 등이 계절에 따라 천차만별인 우리나라에서는, 필요한 전력량을 전력망에 공급해 줄 수 있을만큼의 밀도가 만족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요.
셋째, 입지의 문제를 생각해요 하죠. 우리나라는 덴마크나 독일같이 일정 방향으로 센 바람이 연중 불어주는 것도 아니고, 독일의 경우 북서부의 해안지대가 아니면 그 조건을 만족하는 지역이 없어요. 게다가 미국이나 스페인같이 일조량이 충분한 사막이 있는 것도 아니죠. 사실 입지를 생각하지 않는 솔루션은 그 자체로 훌륭해도 정작 현장에서는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죠. 네덜란드식 유리온실이 우리나라의 환경에서 환기불량, 높은 유지비, 높은 연교차에서의 내구성 저하 같은 문제를 일으킨 사례도 있었어요.
넷째, 사실 이번 결정은 이미 정해진 결론을 합리화하려는 속칭 "답정너", 즉 정해진 답에 그냥 대답이라 하라는 강요의 합리화인 경우가 많아요. 정부에서는 탈원전에서 한발 후퇴하는 형태로 소형 모듈형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 언급도 했는데 이번에 발표한 자료에서는 그 이야기가 빠졌어요. 즉, 의사소통이고 뭐고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그 탈원전 이념만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보도되어 문제가 발생하니까 확정된 건 아니라고 면피성 반박...그런데, 이미 SMR 관련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점에서, 조용해지면 또 반복하겠죠.
이렇게 4가지 쟁점, 사실 지금 정부의 부동산정책에서 발생하는 온갖 문제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어요.
쟁점 1은, 미실현 소득에의 과세, 쟁점 2는 공급의 확대가 아닌 금융제재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잘못된 기조, 쟁점 3은 내집마련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국민정서 무시, 쟁점 4는 "쇼통" 이라고 비판받는 정책집행 및 "내로남불" 로 대표되는 정책관. 무서울 정도로 맞아떨어지죠? 바로 그런 거예요.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 안 샐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근거없는 자존심이고...
마드리갈
2022-02-04 15:12:42
2022년 2월 4일 업데이트
중국과 러시아에서 전기를 수입하여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복안은 실현하기 전부터 위기를 맞고 있어요.
중국의 경우 호주에 대한 경제보복을 시행했다가 자국의 전력난이 심화되는 등의 역풍을 맞고 있고, 우크라이나 및 몰도바의 친서방 행보에 대한 천연가스 무기화에서 보듯이 러시아는 언제든지 변심할 수 있어요. 이러한 리스크를 회피하기는커녕 오히려 끌어들여서 도움이 될 것이 없는 게 명백한데도 이걸 추진하겠다면 사고능력이 없거나 다른 목적이 있어서겠죠.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동서남북] 중·러의 볼모로 잡힌 에너지 안보, 2022년 1월 25일 조선일보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