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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의 옥 그리고 러브라이브 슈퍼스타

마드리갈, 2021-07-20 14:08:14

조회 수
174

중국사를 배경으로 하는 문학작품에는 항간에 떠도는 노래가 미래상황을 예언하는 상황이 잘 나오죠.
그러한 참요(讖謠)에 대해서는 위정자들도 모르는 게 아니라서 밝은 위정자들은 그것을 통해 민심을 읽어 나태함을 경계한 반면 어두운 위정자들은 그러한 참요를 부르는 사람들을 죽이거나 그 노래 자체를 금지하여 입을 막는 식으로 대응했죠. 그런데 묘사된 사례는 후자의 것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저는 중국에 대해서는 이런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요.
중화문명 자체는 좋아하죠. 차이나드레스같은 아름다운 의복, 우롱차, 두반장, 굴소스 등의 발효식문화 등을 좋아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만 버블티나 펑리수 같은 것도 좋아해서 잘 먹는데다 중화권의 음악도 듣기도 하죠. 게다가 한자를 좋아하고 중국관련의 문학작품도 좋아하고, 한문 독해력이 있어서 중국의 고전이든 한국한문학이든 여러가지는 한문 원문을 그대로 읽을 수도 수도 있고 그러해요. 하지만 정치의 영역에서는 철저히 반중공의 입장이고 검열과 차별과 폭력이 일상화된 중국공산당의 체제를 척결대상으로 여기고 있기도 해요. 문화적인 영역에서도 분서갱유로 대표되는 반달리즘이나 문자의 옥이라고 불리는 역대왕조에서 자행된 온갖 기괴한 검열 또한 반대하고 있어요.

요즘 보는 애니에 러브라이브 슈퍼스타가 있어요.
이것은 러브라이브, 러브라이브 선샤인, 러브라이브 니지가사키학원 스쿨아이돌 동호회에 이은 러브라이브 TV애니메이션의 4번째 시리즈로, 도쿄 시부야구에 신설된 학교인 유이가오카 여자고등학교를 주된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여기에는 중국 상해 출신의 유학생 캐릭터도 등장하고 있어요. 이름은 당가가(唐可可)로, 일본어 음성에서는 "탕쿠쿠" 로 발음되고 있어요. 성우도 일본인이 아니라 중국인으로 코스플레이어 및 가수로도 활동중인 Liyuu.
실제로 일본 내에서는 중국 출신의 정주자도 많고, 일본여행 때 일본의 3대 차이나타운인 요코하마 모토마치 중화가, 고베 난킨마치 중화가 및 나가사키 신치 중화가를 모두 탐방했는데다 점포운영자들에도 화교가 많다 보니 손님을 대할 때에는 일본어로 말해도 가게 사람들끼리는 중국어로 대화하는 경우도 꽤 봤다 보니 저는 중국인 캐릭터 자체에는 딱히 반감도 호감도 없어요. 게다가 다른 일본산 창작물에서도 중국인이나 중국계 캐릭터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보니 딱히 새롭지도 않고 그런 거구나 싶기도 해요.

그런데 꽤나 웃기는 상황이 발생했나 보네요.
그 러브라이브 슈퍼스타가, 중국의 온라인 VOD 플랫폼인 빌리빌리(bilibili)에서는 제외되었다는 것.

이 장면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이고 있어요.


38초부터 보시면 되어요.

여기서 탕쿠쿠의 발언은 이러해요.

"우리에게 자유를!! 자유롭게 부활동이 불가능하다니, 잘못되었습니다. 부활동은 모두에게 평등해야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시죠? 자, 여러분, 같이 싸우지 않으시렵니까?" 라는 가두발언.


작중 배경인 유이가오카 여자고등학교는 음악과에 매우 공을 들이고 있어서 음악과의 경우 보통과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제복을 입는 한편 음악과 학생 중에서는 음악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라는 일종의 선민의식까지 있어서 스쿨아이돌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해요. 즉 집단적인 대세를 저렇게 대놓고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게 북경 천안문에서 있었고 현재는 홍콩에서도 벌어지는 일을 연상시킨다나요.


이런 문자의 옥이 현대에도 여전히 건재하고 있어요.

정말 이래서 역사는 돌고 도는 건가 싶기도 하네요. 게다가 중국을 의식해서 중국인 캐릭터를 설정하고 해봤자 도리어 중국에서 배척당한다는 것도 이렇게 여실히 드러나네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4 댓글

마키

2021-07-23 02:20:14

자유와 정반대에 위치한 중국 출신의 캐릭터가 자유를 외치는 부조리함과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작 고향에서 금지 조치에 취해지는 상황은 그야말로 아이러니의 극치네요.

마드리갈

2021-07-23 16:24:04

그렇죠. 정말 어이가 없었어요.

스쿨아이돌의 음악활동을 소재로 한 애니에 현실의 정치가 묻어 버리니 이런 이상한 꼴이 나 버리죠. 차라리 처음부터 저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았더라면 문제도 없었을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사실 중국에서의 일본산 창작물의 인기는 각 창작물 제작주체가 중국 시장을 의식해서가 아니었다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그러니 이번 사례는 두고두고 차이나머니 의식을 해봤자 역효과가 날 뿐이라는 것을 보이는 사례로 남을 거예요.

대왕고래

2021-07-26 22:46:05

학교에서 당연하게 자유를 언급하며 자유를 설파하는 거네요. 어찌보면 자연스럽네요. 자유는 당연하니까요.
당연하게 자유를 말하는데 당연하게 검열당한다니 이게 무슨 블랙 코미디일까요. 코미디는 현실이면 웃기가 힘든데 이건 심지어 현실이에요.?

마드리갈

2021-07-26 23:02:55

자유를 말하는데 그게 당연한 검열사유가 되는 건 그게 중국이니까겠죠.

중국에서는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은 공산당 뿐이죠. 즉 공산당이 중국의 뇌인 셈이죠. 스타크래프트의 오버마인드같은 그런 존재. 저렇게 자유가 없는 나라인 중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인 셈이죠.


자유가 있고 없고가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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