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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쓰기로 했던 창작 관련 근황. (+ 추가)

Lester, 2021-07-21 21:01:55

조회 수
1162

1. 이사온 지 7개월차임에도 근처에 특별히 문화 활동을 할 곳이 없는데, 그나마 도서관이 가까워서 종종 책을 빌리러 다녀왔습니다. 이번에 빌려 읽은 것은 "디테일 사전 (도시편)"이었죠. 이사 오기 전에 집 근처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 중에 "트라우마 사전"이라는 게 있는데, 생김새가 비슷해서 봤더니 같은 작가더군요. 이름에서 보다시피 둘 다 소설작법에 관한 책으로 후자가 트라우마 즉 캐릭터의 '과거'나 '성격'을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면, 전자는 도시편이라는 부제에서 보듯이 소설의 배경 중 '도시'에 관해 전반적인 것을 알려줍니다. 즉 이 배경엔 어떤 사물이 있을 법하고, 어떤 일이 벌어질 법한지를 알려주죠. "트라우마 사전"은 괜찮겠다 싶어서 구매하긴 했는데, "디테일 사전"도 구매할까 생각중입니다.


2-1. 모 커뮤니티에서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게 되어 거기서 새로운 소설을 연재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좀비물을 쓸까 다른 범죄물을 쓸까 고민이 들더군요. 커뮤니티 성격도 그렇고 제가 당시 필요하던 것도 액션성이다 보니 처음엔 좀비물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액션성은 좀비물이 아니어도 살릴 수 있고(액션물보다는 스릴러로서의 성격이 더 강하죠), 좀비의 생태나 기타 여러가지에 대해 사전 설정을 해둬야 할 게 많은 것 같아 접었습니다. 아직도 미련은 있습니다만, 기왕 쓸 거라면 일단 기존에 존재하는 작품의 팬픽 형식으로 쓸 생각입니다. 완전한 창작은 소위 '짬'이 쌓였을 때 하면 편할 것 같으니까요.


2-2. 그래서 범죄물로 결정됐고 (지금의 포럼에서 연재하는) 코스모폴리턴과 같은 세계관을 사용하면 무방합니다만... 주인공과 주변인물 및 최종보스를 설정하는 게 또 일이더군요. 그래도 좀비물에 비하면 훨씬 편했습니다. 코스모폴리턴의 주인공 콤비의 성격을 뒤집으면 절반 이상은 끝이니까요. 그래서 일단 정리하자면...

?① 주인공은 (일단은) 소수정예 불량배 패거리의 두목, 강도질로 부자되는 게 목적

?② 코스모폴리턴과 달리 철저한 악당...으로 써 볼 예정

?③ 굳이 비교하자면 GTA 온라인 혹은 세인츠 로우 1&2와 비슷함

이 중에 ②에서 '악당...으로'라고 말을 흐린 이유는, 지금도 약간 고민되기 때문입니다. 불량배 패거리인 만큼 주된 활동은 민간인에 대한 범죄활동이거나 갱전쟁일 것이고, 그만큼 주위에 끼치는 민폐도 상당하겠죠. 이런 상황이라도 동료간의 의리는 상당한 걸로 설정하는 게 전개에 유리합니다만, 이를 얼마만큼 묘사할지가 문제가 됩니다. 과도하면 늘 그렇듯이 범죄자 미화가 되니까요. 그렇다고 자기가 나쁜 놈이라는 걸 자각하면 코스모폴리턴과 다를 바 없어지고. '여럿이서 뭉쳐 다니며 남들 조지는 데엔 자신만만하지만 더 큰 힘을 만나면 도망치기 바쁜', 소인배 스타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3-1. 다시 코스모폴리턴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이전 글에서 썼듯이 더위 때문에 도무지 글이든 그림이든 도저히 하기가 힘들더군요. 가만히 있어도 (공복 때문인지 더위 때문인지) 속이 메슥거리고 머리가 아프니 원... 게다가 요새는 예전처럼 욕 먹는 게 무섭고, 가능하면 헛수고 안 하고 완벽하게 만들어 올리고 싶어서 공을 들인답시고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슬럼프도 아니고 게으름이죠. 더구나 '헛수고 안 하고 완벽하게'라는 말 자체도 어폐인 것이, 제가 그럴 만한 능력이 안 된다는 건 누구보다 제가 잘 알지 않겠습니까.


3-2. 그래서 그나마 양으로 승부가 가능한 그림은 싸게싸게 그려서 올리고, 소설은 가능하다면 에피소드별 분량이 늘어도 좋으니 일단 쓰자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특히 소설의 경우 '(정규 에피소드의) 주제를 결정하지 못했다, 마땅한 소재가 없다'는 이유로 며칠 몇 주를 날려먹고 있는데, 이럴 바에야 차라리 추가 에피소드로 설정놀음이라도 하는 게 좋지 않느냐는 생각이 이 글을 쓰다가 번뜩 드네요. 이제와서 보니 예전에 '추가 에피소드 하나에 설정 하나로 세계관을 넓히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을 어디선가 했던 것 같은데, 이미 명답을 내놓고도 또 헛된 시간을 날려버린 셈이 되네요. 참 부끄럽습니다.


(추가) 3-3. 글 쓰고 더 생각해 보니, 소설 연재가 부진한 이유를 하나 더 찾은 것 같긴 합니다. 뭐라고 해야 하나, 코스모폴리턴의 연재 '동기'가 모호해진 것 같아요. 나는 해결사물을 쓰고 싶은 건가, 추리물을 쓰고 싶은 건가, 액션물을 쓰고 싶은 건가? 생각해보면 제가 쓰고자 했던 건 그냥 적당히 '8~90년대 혹은 신스웨이브 느낌이 나는 버디 해결사물'이었는데, 뭔가 사건의 구성을 알차게 채우려다 보니 허구한 날 사건만 구상하느라 시간을 보낸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염두에 뒀던 것은 가상도시의 소개와 '여유로운 분위기'였는데 말이죠. 모델로 삼았던 것도 유쾌상쾌한 시티헌터와 엔젤하트, 그리고 명색이 추리물의 대선조이지만 엄청난 트릭은 없었던 셜록 홈즈 시리즈였는데... 현재 소장 중인 셜록 홈즈나 시티헌터&엔젤하트 스캔본(??!)을 복기하면서, '사건을 최대한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법'을 강구해야겠습니다.




이렇게 방침을 세웠으니, 이제는 지키는 일만 남았네요. 글이든 그림이든 무조건 하나는 해서 올리겠습니다.

Lester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7 댓글

마드리갈

2021-07-21 23:57:06

창작 관련으로 이렇게 가닥을 잡으셨군요. 좋아요.

기존작인 코스모폴리턴을 유용하여 캐릭터의 성격을 만들기로 결정하셨군요.

흥미롭게 읽고 있다 보니 신작에도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렇게 상당히 구체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창작 관련의 구상과 구체화를 알 수 있으니까 저에게도 상당히 도움이 되어요.


유익한 글에 깊이 감사드려요. 잘 읽었어요.

Lester

2021-07-22 13:50:20

이런저런 핑계로 연재가 지지부진한 작품임에도 재밌게 봐주신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마드리갈

2021-07-30 14:51:38

그러면 여기에 대해서도 보충 코멘트를 추가해 볼께요.


디테일 사전, 트라우마 사전...이렇게 유용한 레퍼런스가 있네요.

게다가 디테일 사전은 도시편도 있고 시골편도...어떤 것인지 궁금해지네요. 안그래도 다음달 쯤에 책을 여러권 살 예정인데 저것도 포함시킬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 하네요. 유용한 정보에 감사드려요.


경제학을 공부하면 우선 시작하는 게 경제학이 상정한 인간상에 대한 간략한 정리죠.

이런 거예요. 인간은 합리적 사고를 할 수 있고 그 사고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이 가정이 있기에 인간의 여러 행동을 각종 수식과 그래프로 설명할 수 있는 거예요. 그리고 이것을 개별 행위자 차원에서 분석한 게 미시경제학, 국가경제시스템 차원에서 분석한 게 거시경제학, 그리고 세계 차원에서의 각국, 특히 자신이 가격을 설정할 수 있는 대국과, 국제시장가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소국 차원에서 분석한 국제경제학으로 세분할 수 있는 것이구요. 이 경제학이 상정하는 인간상은 범죄에서도 마찬가지로 통용된다고 봐야 할 거예요. 그러니 레스터님께서 상정한 범죄자상, 즉 떼로 몰려다니는 것에는 자신만만하고 큰 힘에는 혼비백산하는 그런 인간상은 확실히 일관성 있고 이야기를 전개하기가 더욱 편리해져요. 사실 사회의 룰을 지키지 않고 쉽게 날로 공돈 먹으려는 자가 의협심 운운하는 것이 더 이상하니까요.


결국 이번에도 레스터님께서 정답을 도출하셨어요. 사건을 최대한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법이 관건이라고.

그리고 전 보충 코멘트에서 이렇게 부가하고 싶어요. 일관성 있는 인간상의 정립이 선결조건이라고. 즉 어떻게든지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자가 의로울 리 없다는 것.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가족이나 친구가 취업 고민을 하는데 "너, 그럼 강도짓 해라" 내지는 "외모 좀 되니까 몸팔면 되겠네" 같은 조언 따위는 절대 안하잖아요?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윤리적인 골조가 서 있으니까 그렇게 말할 수 없는 거죠. 그와 동시에, 어디를 털어야 안 잡히고 떼돈을 벌 수 있을까를 찾아다니는 강도가 인간의 존엄성을 논하면서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그런 인간상은 도움이 되지 않죠. 바로 그런 거예요.


그나저나 사용하신 사투리가 재미있어요. "싸게싸게" 라는 것.

순간 무슨 비용을 낮추는 건가 싶었는데, 의미하신 건 "빨리" 였군요. 여기서는 "퍼뜩" 이라는 말이 빈번히 쓰이고, 간혹 "쫓아가" 가 쓰이기도 해요.

Lester

2021-07-30 17:32:16

1. 디테일 사전은 목차(YES24)를 보시면 알겠지만 (현대, 현실물 기준) 장소를 늘어놓고 '이 장소에는 어떤 사물과 어떤 느낌이 있는지'를 풀어놓고 있습니다. 저도 배경을 묘사할 때 이름만 멋지게 짓고 느낌을 잘 살리진 못하는 것 같아서 기회가 되면 구입해 볼 생각입니다.


2~3. 결국 사건의 핵심은 인물(이 경우 범인)이라는 원론으로 돌아오긴 합니다만, 제가 고민하는 부분은 이 '범인'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범행을 저지르거나 사고를 치는 과정에서 '얼마나 복잡하게 할 것인가'가 문제죠. 악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미 저지른 전과가 있다면 주인공 일행은 어디서부터 따라가며 방해하기 시작할 것인가, 앞으로 저지르려는 범행에는 어떤 트릭을 넣을 것인가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 참고작품을 게임, 만화, 드라마, 소설 등 폭넓게 잡다 보니 '매체마다 사용자의 재미를 위해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간과하지 않았나 싶지만요. 악당의 '그릇'은 어느 정도이고 그 '그릇'이 허용하는 내에서 악행을 저지르고 퇴장시키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4. 모르는 사이에 사투리가 나왔나 보네요. 다소 피곤한 것도 있고 생각 가는 대로 썼더니 그랬나 봅니다.

SiteOwner

2021-08-02 21:18:52

창작 관련의 근황은 이렇게 따로 올려주셨군요.

우선 좋은 레퍼런스의 소개 및 창작프로젝트 설계도를 이렇게 접할 수 있게 된 점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디테일 사전, 트라우마 사전, 정말 좋은 레퍼런스입니다.

미술 쪽을 어떻게 해 보겠다고 동물 컷, 인물 컷, 타이포그래피 등의 각종 레퍼런스를 사서 공부하기도 하고 지인으로부터는 신화, 판타지 관련의 사전을 물려받기도 했던 게 생각납니다. 미술 쪽은 결국 만드는 재능은 없다 보니 나중에 사진관련으로 유용하게 쓰였습니다만...


잘 생각하셨습니다. 좀비물이라는 건 일단 진입장벽은 높고 대중성에서는 의문이 있습니다.

게다가 좀비물이 좀비물로서의 개성을 얻기 위해서는 "그 세계에서의 좀비란 무엇인가?" 라는 전제가 만족될 것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인 좀비물도 그렇고, 좀비랜드 사가처럼 좀비들이 아이돌 그룹을 하는 굉장히 희소한 경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목적하신 범죄물을 쓰신다면, 복잡한 캐릭터를 만들기 보다는 "비정파" 스타일로 가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흔히 말하는 하드보일드의 한자어 번역입니다. 그게 오히려 몰입하기 좋습니다. 독자가 읽어 보고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를 떠올리며 몰입하기 좋으니까요.


최근에 개최중인 올림픽에서 태권도 경기를 좀 봤는데, 발펜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발로 갖다 발라 점수를 얻는 게 참 보기 뭐했습니다.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직후의 스타일처럼 시원시원하게 승부를 내던 게 그리워집니다. 그렇다 보니 Lester님의 소설이 "이거야말로 액션물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귀감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도 커집니다.


그나저나 조회수가 엄청나군요.

요즘은 검색엔진의 봇을 차단해 두었는데도 간혹 이런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Lester

2021-08-03 22:04:23

1. 레퍼런스는 일단 다다익선이라는 말이 정말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실제 몇몇 작가들(주로 만화가)의 후일담에서도 '이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하는 얘기가 꽤 많더라고요. 자칫하면 저처럼 레퍼런스 수집만으로 만족하고 말아버리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 레퍼런스는 어떻게 쓰는 게 좋겠다' 하고 최대한 가능성을 파악한 뒤에 연재까지 하는 끈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압박감에 시달리지 않도록 가끔은 간단한 소재로 적당하게 쓰고 넘어가는 것도 필요할 것 같고요.


2. 해당 신작은 지인(들)을 등장시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구상해서 그런지 작정하고 악당으로 묘사하기가 꺼림칙한 면도 있습니다. 일단 (등장 순서로서의) 1등의 허가는 떨어지긴 했는데, 다른 경우는 잘 모르겠어요. 오히려 이런 것에 얽매여서 못 쓰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일단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인공은 제 캐릭터로 확고히 굳혀 놨으니, 어디쯤에서 지인을, '의도한 대로' 퇴장시키느냐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3. 기대해 주시는 건 감사합니다만 제가 그런 논란을 뛰어넘을 정도로 잘 쓸 수 있을지도 정말 모르겠습니다... 특히나 요즘은 더위 때문에 오락가락 하다보니, 사소한 것도 제가 의도한 게 맞는지 헷갈리기도 하더군요. 그렇다고 쉬는 것도 너무 오래 쉬었으니 슬슬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아니, 뭐라도 해야죠. 뭐라도.


4. 조회수는 저도 대체 어떻게 된 건지 하나도 모르겠네요. 검색봇이라기엔 제 글만 유독 높은 게 더 이상합니다. 본문과 댓글에 포함된 알라딘과 예스24의 링크 때문일까요?

SiteOwner

2021-08-08 17:28:30

조회수의 폭증에 대해서는 정확한 것은 특정할 수는 없습니다만, 말씀하신 링크도 부분적인 원인이 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로그 분석을 해보니까 이곳저곳에서 접속해 왔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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