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같은 멜로디의 다른 노래의 11번째 글은 중국의 국가(国歌)와 그 국가에 얽힌 사연에 대한 것입니다.
중국의 국가는 흔히 의용군행진곡(義勇軍行進曲)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의용군진행곡(義勇軍進行曲)인데, 이것은 원래부터 국가로서 쓰이기 위해 만들어지지는 않았고 그 태생이 영화음악입니다. 또한 원래 현재 중국의 공산당 정권이 쓰던 곡도 아니고 국민당 정권에서 쓰였다가 국공내전에서 승리한 공산당 정권이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하면서 국가로 채택되었다가 문화혁명 때 버려졌다가 극적으로 부활한 극적인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면 원곡을 들어 보겠습니다.
1935년에 중국에서 제작된 항일영화 풍운여아(風雲児女, 풍운의 소녀)의 오프닝입니다.
이것은 청대 말기에서 문화혁명기에 걸쳐 생존했던 중국의 시인 전한(田漢/톈한, 1898-1968)이 가사를 썼고, 일본에 건너가 활동중 사망한 중국의 작곡가 섭이(聶耳/녜얼, 1912-1935)가 멜로디를 만든 곡입니다. 게다가 이 곡은 영화음악으로뿐만 아니라 중화민국 국민혁명군 제5군의 제200사단의 사단가로서도 사용되었습니다. 즉, 항일을 위한 음악이었지 모택동 공산정권을 위한 음악은 아니었지만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선언일이 있기 직전인 1947년 9월 27일에 잠정적으로 국가로 채택되었습니다.
정작 중일전쟁에서 싸우고 만신창이가 된 국민당 정권은 국공내전에서 패주하여 대만으로 쫓겨가면서 이 음악도 뺏기게 되었고, 이후 국가를 따로 제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국가조차도 올림픽에서는 연주하지 못하고 국기가라는 다른 음악으로 대체해야 합니다. 국명인 중화민국을 쓸 수도 없고 말이지요.
저 의용군행진곡은 일시에 폐지될뻔 했습니다.
작사가 전한은 문화혁명의 광풍이 불기 시작하자 일본유학 경력을 이유로 비판의 대상이 되어 투옥되고 1968년 12월에 옥사해 버렸습니다. 사후 2년이 지난 1970년에는 아예 4대 악한으로 규정되고 1975년에는 공산당의 당적에서까지 영구제명되어 기록말살형에 처해졌습니다. 그러나 1979년에는 복권되고 1982년에 의용군행진곡이 다시 중국의 국가로서의 지위를 회복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렇게 연주됩니다. 멜로디도 가사도 동일합니다만, 원래의 목적과는 완전히 달라진 별개의 노래가 되었다는 것이 꽤나 미묘하게 느껴집니다.
이 영상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 행사가 열렸던 2019년의 것.
지난 8월 11일에 썼던 글인 군대에서의 국기게양식에 대한 의문 하나에 첨부한 영상에도 잘 나오는 중국의 국기게양방식이 여기에도 잘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을 쓰는 국가는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대만이 국제연합(UN)에서 축출되고 공산당 정권이 중국의 정통정부로서 공인된지 50년을 맞는 이 시점에, 작사가의 경력을 이유로 버려질 뻔한 운명을 맞기도 했고 애초에 공산당 정권을 위해 만들어지지도 않은 이 노래가 이렇게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기이합니다.
다음 시리즈의 키워드는 알렉산드로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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