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매체에서도 오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도 보통 일반적으로 적의 조직원을 임의로 처단하는 행위를 처형 등으로 묘사함을 생각해보면 전후가 뒤집힌 느낌이에요.

미군은 적어도 반군 조직원을 처단한다는 목적과 의도가 있다지만 탈레반의 행위는 아무리 고급스럽게 포장해도 살인 이외의 무엇도 될수가 없죠.

조금만 더 주의깊게 생각하면 어휘가 대상을 바르게 표현하는지를 알 수 있을 건데, 그것을 간과하다니, 이렇게 부주의해서야 되겠느냐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언제부터 탈레반이 자행하는 각종 살인행각이 정당화될 수 있었는지...

예전에 누군가가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당신은 당신이 쓰는 말의 의미를 다 알고 쓰는가?" 라면서 저에게 따졌어요. 저는 "그렇다. 모르는 말은 하지 않는다." 라고 대답해서 그의 말문을 막았어요. 이것을 뒤집어 보면, 자신이 모르는 말을 쓰는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는 사람이 의외로 많고, 그 연장선상에서 "처형" 과 "살해" 를 오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대세로 정착해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다 같이 무식하면 무식도 정당화되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눈먼 자들의 도시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죠.

Ego sum vox clamantis in deserto.

"그는 황야에서 홀로 외치지만 아무도 듣지 않는다" 라는 예언자 이사야의 말같이 되어가고 있어요. 지금이 그 구약성서 시대의 경구가 경계하는 상황이 만연하는 시대라니, 정말 다같이 무식하니까 문제없다고 그냥 넘어가는 세태 그 자체네요.

미친듯이 읽고 읽고 또 읽고 토론하는 영국인들의 일상이 명예혁명과 산업혁명, 그리고 팍스 브리태니카(Pax Britannica)를 열었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무식에 무식이 쌓이는 상황은 대체 무엇을 열지...

2022년 4월 23일 업데이트

국내 언론에서 여전히 "처형" 과 "살해" 를 구별하지 않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어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이래 우크라이나의 각지에서 민간인들을 집단살해하는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어요. 이것은 살해, 학살 등의 어휘로 표현되어야 하고 즉결처형 등의 어휘는 부적절해요. 처형이라는 말을 쓰게 되면 마치 러시아군의 행위가 우크라이나인들이 범죄자였으니까 정당하게 형집행을 했다는 말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이런 것은 왜 고치지 않을까요. 우크라이나의 지명을 우크라이나식으로 바꾸는 데에는 열심이었으면서...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유엔 “러, 즉결 처형 등 우크라서 한 행위 전쟁범죄 해당할 수도”, 2022년 4월 22일 헤럴드경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