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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H] 148화 - 소니아와의 내기(2)

시어하트어택, 2021-09-04 13:08:58

조회 수
124

미켈 위에 둥둥 뜬 망치가 뿅뿅거리는 소리를 자꾸 내고, 그런 미켈을 사이에 두고 묘한 기류가 흐른다.
“......”
현애와 비앙카는 말없이 소니아를 노려본다. 그걸 보고서도 소니아는 제법 여유롭다.
“현명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너희도 저 꼴이 될 거야. 나를 쓰러뜨리기 전까지는, 내가 만든 환각 속에서 결코 일어나지 못하지!”
소니아가 얼핏 보기에, 현애와 비앙카 모두 불안하게 뒤쪽을 자꾸만 돌아보고 있다.
“어, 다들 여기서 나가고 싶어서 그런가 보군?”
“......”
“하지만 그냥은 안 되지. 쉽게 놔 줄 수가 없거든. 조금이라도 내게 적대적인 행동을 하려는 순간, 얼마든지 여기 파울리 녀석이나 바리오 녀석처럼 만들어 줄 수 있으니까. 생각 잘 하라고!”
소니아의 말을 듣다가, 현애와 비앙카가 한번 서로를 흘끗 돌아본다.
“아, 둘이 작당하는 건 안 돼. 그런 건 내가 잡아낼 수 있으니까, 꿈도 꾸지 말라고.”
순간 현애의 가슴 한쪽이 뜨끔거린다. 방금 소니아가 했던 말은,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대책을 의논하려고 했던 것까지는 맞다. 하지만, 어떻게 알아낸 거란 말인가? 다시 한번 비앙카를 돌아보려고 하자...
“안 되지!”
온몸이 찌릿거리더니, 정수리에 살짝 가벼운 충격이 가해진다. 올려다보니, 미켈을 내려친 그 망치가, 어느새 현애의 머리 위에 떠 있는 게 아닌가!
“경고했을 텐데. 허튼수작을 부리면, 여기 파울리 녀석처럼 될 거라고.”
“......”
“여기를 나갈 방법이 두 가지 있지. 첫째는, 여기 비앙카가 결계를 풀면 나도 풀어 줄 거야. 하지만 이건 비앙카가 반대하겠지. 안 그래, 비앙카?”
비앙카는 소니아를 노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렇다는군. 그러면 또 하나의 방법을 알려 주지. 이게 너희들한테는 더 쉬울 거야.”
소니아는 현애와 비앙카를 한 번 더 본다. 아무 말 없이, 둘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눈으로 소니아를 노려본다. 그러자 소니아는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아주 간단하게, 테스트도 할 겸 내기를 하나 하는 거야. 어때?”
“무슨 내기를...”
“간단하면서도, 아주 오래 된 방식의 내기지. 수천 년 전의 조상들도 즐긴 놀이이고, 또한 도박이기도 하고.”
그렇게 말하며, 소니아가 오른손에 주먹을 쥐고 얼굴 높이까지 올려 보인다.
“자, 확률은 33%. 뭔지는 알겠지?”
뭐라고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소니아의 표정과 자세만 봐도 단번에 알 수 있다.?
조금조금씩 펴려고 하는 소니아의 손동작은, 뭔가를 하려고 한다.
바로, 가위바위보를!
“가위바위보? 그래... 이건...”
현애가 미소를 짓자마자, 소니아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말한다.
“자신 있다고 하려는 거겠지!”
방금 현애가 내뱉으려던 말이다. 분명 저건 감으로 뱉어 본 말이겠지만... 그래도 좀 떨리는 건 사실이다. 조금 전까지 보여 준 일련의 모습이, 마음을 읽는 것 같아 보였던 건 사실이니까. 그저께 만났을 때 굳이 따로 찾아와서 주의를 시킨 것도 그렇고...
비앙카가 현애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자, 현애는 바로 말한다.
“괜찮아, 비앙카 씨. 내가 그냥 할 테니까.”
“괜찮겠어?”
“괜찮다니까. 많이 이겨 봤어.”
“말투가 꽤 자신이 있는데? 그래 봤자 별 쓸모는 없지만.”
“과연 그럴까?”
잠시 현애를 노려보던 소니아가, 의외로 현애가 자신 있어하며 밀리지 않자, 흥미로웠는지 한번 이를 내보여 웃는다.
“좋아, 두 번 먼저 이기는 쪽이 이긴 거다. 알겠지?”
소니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현애와 소니아 두 사람은 주먹을 높이 든다. 자신만만한 표정을 하며, 소니아가 다시 말한다.
“패기는 좋네. 하지만 너희가 선택한 거다. 못 이긴다면, 너희 앞에는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지, 잘 알지?”
“알지...”
“그럼 간다!”

한편 제12호 사원 하층부.
작업자들 사이에 끼어서 가는 비토리오와 파라가 서로 소곤소곤 뭐라고 말을 주고받는다.
“우리는 그럼 어느 쪽을 도와야 하는 거죠, 비토리오 씨?”
“돕다니요?”
“슈뢰딩거 그룹하고 테르미니 퍼스트 둘 중에 하나 말이죠.”
“아니오, 그 어떤 곳도.”
“네... 네?”
파라가 어찌나 놀라서 반문했는지, 순간 옆에 가던 작업자들이 흘끗 돌아본다. 그걸 보자 비토리오는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말한다.
“조용히 해요. 사람들이 다 듣는다고요!”
“그래요... 알겠어요... 비토리오 씨가 말하려던 게 뭐죠?”
“어느 쪽이든, 태양석을 가져서는 안 돼요. 누구의 것이어서도 안 되죠.”
“그 말인즉...”
순간 파라는 비토리오의 말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그리고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대략은 짐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비토리오 씨, 비토리오 씨나 발레리오 씨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잖아요!”
“알죠... 저와 형님은 각오했어요.”

한편 상층부의 방.
현애와 소니아가 내민 오른손은, 모두 주먹을 쥐고 있다. 현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소니아는 얼핏 봐서는 허탈할 법도 하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웃음을 흘리고 있다.
“하, 하, 하...”
“왜 웃어? 비겼는데.”
“역시, 처음에 승부가 나 버리면 재미없지. 안 그래?”
소니아는 현애를 똑바로 보고 웃는다. 마치 마음을 다 읽고 있다는 듯 말이다.
“자, 기대는 하고 있겠지? 승부는 이제부터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어느새, 소니아의 뒤로 보이는 배경은 우중충한 하늘로 바뀌었고, 해도 약간 빛을 잃었다. 소니아는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연다.
“좋아, 그럼 승부는 이제부터다.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나야말로.”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비앙카를 한번 돌아보며, 현애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한다.
“준비는 됐지.”
“좋아, 그럼 간다!”
소니아가 외침과 동시에, 주먹을 조금 전보다 더 꽉 쥔다. 현애도 마찬가지다. 잠시 후 둘의 입에서, 동시에 나온다.
“가위... 바위...”
비앙카가 불안한 눈으로 둘을 번갈아본다. 동시에, 둘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한 마디.
“보!”

그 시간, 사원 하층부의 발굴작업 현장. 작업자들이 곳곳에서 유물을 파내는 작업을 하고 있고, 키릴은 그 작업 광경을 지켜보다가, 벽에 등을 탁 기댄다.
“이상하다. 이 때쯤이면 소니아로부터 연락이 오기로 했는데...”
키릴은 초조하게 중얼거린다.
“설마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아니면...”
뭔가가 온다는 기척이 느껴진다. 한 무리의 사람들. 문득 키릴이 돌아보니...
“휴, 그럼 그렇지.”
키릴의 근처로 지나가는 사람들은 일군의 작업자들. 다들 헬멧을 쓰고 있어서 누가 누군지는 자세히 알지는 못하겠지만, 작업하러 가는 사람들인 건 확실하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비토리오 씨, 이제 다 온 거죠?”
“네. 작업자들이 이제 발굴 현장으로 가는군요.”
“과연 어느 쪽에서 나올지...”
바로 그 시간, 비토리오와 파라가 서로 소곤소곤 이야기를 주고받는 걸 지근거리에서 듣는 또 한 사람이 있다. 자신이 아는 그 익숙한 목소리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그는 바로 파라의 어깨를 짚는다.
“여기는 웬일인데, 파라!”
파라에게도 익숙한 목소리. 돌아본다.
헬멧 아래로 보이는 어깨를 짚은 남자의 얼굴은 다름 아닌, 자라!
“자... 자라! 너야말로!”
파라가 뭐라고 하려 하자, 자라는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댄다.
“아... 알았어. 왜 온 거야?”

현애와 소니아가 손을 내민다.
현애가 내민 건 가위.
소니아가 내민 건 주먹.
현애는 안도했는지 깊은 숨이 터져 나온다.
“지금은 좋겠지. 하지만 좋은 것도 지금 이 순간까지다.”
첫판에서 졌음에도, 소니아의 입에서는 의미심장한 말이 나온다.
“그건 무슨 뜻이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지금부터 곧 알게 되겠지.”
“허튼수작 부리지 마, 소니아.”
지켜보고 있던 비앙카가 끼어들려고 하자, 뭔가가 옆에서 튀어나와 비앙카를 붙잡는다. 동화 속에서 나오는 사슴이 두 발로 걸어와서 비앙카를 붙든 것이다.
“끼어들지 말고, 비앙카 블랑샤르. 잠자코 보기나 하라고.”
“내가 어떻게 보기나 하겠어?”
“그건 이제부터 보여 주도록 하지. 기대하라고.”
소니아는 다시 주먹을 쥐고 머리 높이로 든다.
“자, 그럼 또다시 간다!”
소니아가 다시 한번 호기롭게 외친다.
순간, 현애의 온몸을 마치 뭔가가 가볍게 붙잡는 듯하다. 거기에다가, 과장이 가득 섞여 흐려지고 우르릉거리는 하늘은 덤이다. 그런 것과 상관없이 현애 역시 주먹을 쥐고 내밀 준비를 하기는 하지만, 좋지 못한 예감이 오는 건 어쩔 수 없다. 그 불길한 기운이 소니아로부터 온다는 것도 말이다.
“가위... 바위...”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나온다. 그리고 현애는 본다. 소니아의 ‘이겼다’는 듯한 미소를! 뭐란 말인가, 도대체. 저 확신에 찬 미소는!
“보!”

현애가 내민 건, 꽉 쥔 주먹.
그리고 소니아가 내민 것은...
소니아의 손을 보기 전에 소니아의 얼굴을 한번 본다. 웃고 있다. 그렇다는 건, 졌다는 것. 소니아의 손을 본다. 손바닥을 쫙 펴고 있다.
졌다, 이번 판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하하, 어때? 이제 네가 처한 상황을 좀 알겠어?”
“무슨 수작을...”
“하하, 수작이 아니야. 여기는 내 능력으로 만들어진 공간이고, 너희들은 내 능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거지. 무슨 말인지 알겠어?”
하지만, 소니아가 진짜로 품은 생각은 따로 있다.
‘흥! 네가 아무리 가위바위보를 잘 한다고 해 봤자, 내 능력에 이길 수 있기나 하겠어? 나는 네 생각을 읽을 수 있다고. 네가 무슨 수를 쓸지는, 실시간으로 내게 읽히고 있단 말이야. 수작은 접어 두라고!’
그리고 소니아의 눈에 보인다. 현애가 다음에 뭘 낼지.
가위, 가위다! 아까 주먹을 내서 졌으니 당연하긴 당연하겠지만.
“너는 내 경고를 받아들이고 함부로 나서지 말았어야 했지. 그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 파울리네 패거리하고 함께 다닌 건 그 누구도 아닌 오로지 네 선택이고.”
소니아의 눈에 보인다. 현애가 고민하는 모습이. 가위를 낼지, 주먹을 낼지,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건 소니아의 예상 안쪽에 있다. 현애가 뭘 내든, 소니아는 이긴다. 생각을 모두 읽고 있으니까.
“자아, 그럼 마지막이다. 알고 있지?”
“아, 알지.”
현애 옆의 비앙카의 표정이 조금 불안해 보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사슴이 꽉 붙잡고 있으니 그렇게 크게 문제 될 건 아니다. 승리의 조건은 모두 갖춰졌다. 이제 내기만 하면 된다!
‘음, 음, 보자기로 바꾼다고? 하지만 문제 될 건 없어. 네 생각은 내가 다 읽고 있으니까!’
됐다. 소니아의 승부의 수가 정해졌다. 거기에다가 몸이 약간 가벼워진 것 같은 기분. 완벽하다!
“그럼 간다!”
“가위, 바위, 보!”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1-09-04 19:59:57

소니아의 능력은 일종의 공간장악력에 환각생성능력이 복합된 것일까요. 아직 정체를 알 수는 없지만 굉장히 기분나쁘게 보이네요. 게다가, 떠다니는 망치가 사람의 머리를 때리는 것도 굉장히 성가시기 짝이 없어요. 동화 속의 사슴이 두 발로 걸어와서 비앙카를 붙잡은 것 또한 매우 기괴하고 공포스러워요.


가위바위보의 경우의 수,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굉장히 복잡하죠. 각종 논리퀴즈를 보면 정말 장난이 아니예요. 그리고 이번의 것은 그냥 논리퀴즈가 아니라 운명이 걸려 있는...그런데 여기서 소니아가 읽지 못하는 역선택이 나온다면...

시어하트어택

2021-09-05 21:05:01

소니아의 진정한 능력은 아무래도 저 독심술+미래예지 능력이겠죠.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저기서 상대방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봐도 됩니다. 0.33의 확률을 1로 만들어 버리는 건 확실히 강한 능력이라고 봐도 되겠죠.

SiteOwner

2021-09-18 15:34:12

소니아의 능력, 끔찍하군요.

문제의 공중에 뜬 망치는 삐에로 복장을 한 킬러라든지, 개그 캐릭터 가면을 한 은행강도 등이 연상됩니다. 저 망치가, 사람의 몸 정도는 간단히 짓부숴 놓을 수 있는 철퇴나 프레스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게다가 사슴이 걸어나와서 사람을 붙잡는 모습은 기괴해서 아무 생각도 하기 싫어집니다.


가위바위보에서 이길 수 없다면 이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가위로 베거나 바위로 치거나 보로 보쌈해버리거나...

시어하트어택

2021-09-19 23:32:35

오너님의 부가설명을 듣자니 저도 괜스레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지는군요. 저런 동화 속의 이미지가 잔혹함의 표상이고, 그것이 사람들 앞에 실제로 나타났다면 정말이지 패닉 그 자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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