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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영어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마드리갈, 2021-09-14 21:22:24

조회 수
200

중국이 외국에서 배울 것이 없다고 선언한 적이 있었죠. 이제는 아예 영어 자체를 멀리하기 시작했어요.

중국에서의 영어교육 열풍은 개혁개방노선으로의 자연스러운 이행을 가져왔고, 그 결과 중국은 세계의 경제에서 단일국가로서는 2번째로 크게 성장해 왔어요. 한때 중국 전역을 달구었던 "미친영어" 라는 영어학습법처럼, 중국의 영어학습열은 결코 식지 않을 것으로 보였어요. 게다가 아시아의 어느 국가들보다도 영어를 쓸 수 있는 고학력자들이 많은 나라가 바로 중국이었죠. 일단 최근까지는 그러해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이야기가 꽤 달라질 거예요.
미국의 뉴욕타임즈에서는 중국의 이런 행보를 후진기어를 넣었다고까지 표현하고 있어요.
‘Reversing Gears’: China Increasingly Rejects English, and the World, 2021년 9월 9일 뉴욕타임즈 기사, 영어

당장, 지난달부터 중국 경제수도로 불리는 상해시에서 초등학생들의 기말시험에서 영어시험을 금지했어요. 이것을 필두로 한 영어금지 조치는 후진기어라고 비판받는 건 물론, 1950년대의 대약진운동(Great Leap Forward)를 패러디한 대후진운동(Great Leap Backward)라고도 야유당하고 있어요.
이것뿐만이 아니예요. 이미 중학교 및 고등학교에서는 해외에서 발행된 교재를 써서는 안되게 규제되고 있는데다 대입에서도 영어시험을 없앤다든지, 올해 여름부터는 영어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설학원체인에도 규제가 떨어졌어요.
대학도 자유롭지 않아요. 영어원서도 번역서도 대학교재로서 쓰이지 않도록 권고당하고 있는데다, 저널리즘이나 헌법학 같은 데에서는 그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어요. 이제는 교재의 저자가 학문적인 역량보다는 얼마나 선임자이고 또 당에의 충성이 강한지가 기준이 되고 있어요. 이렇게 중국의 탈영어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데다 아예 시대를 1950년대의 대약진운동이나 1960년대의 문화혁명으로 되돌리려는 시도가 강제되고 있는 것이죠.

이건 불과 수년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어요. 당시의 중국 정부는 외국어 학습을 강조했고 외국어 학습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을 역설했으니까요. 그리고, 영어문해력이야말로 좋은 직장, 해외유학, 그리고 정보에의 접근성 확보 등의 지름길이었는데, 이제는 그것조차 기대할 수 없게 되었어요. 영어능력을 보유한 인물은 의심스러운 해외영향을 지닌 요주의인물로 간주되고, 그리고 이런 사람이 늘어나면 민심이반이 가속화되니까 이제 앞으로의 세대를 영어를 모르는 사람들로 육성해 낼려는 게 중국 정부의 새로운 복안으로 보이네요.

이렇게, 중국은 영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마찬가지로, 영어도 중국을 필요로 하지 않겠죠. 
이것이 긴 세월이 지나면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는 정확히는 예측할 수 없지만, 최소한 중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폭증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이고, 중국의 입지가 확대될 거로 보이지도 않아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8 댓글

대왕고래

2021-09-14 21:27:23

놀랍기는 한데 이상하지는 않네요. 원래 이상한 방향으로 나아가던 집단이라 그런가...

깜깜한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그냥 이상하지가 않으니까 그러려니 싶을 정도에요. 막을 수도 없을 거 같고...

마드리갈

2021-09-14 21:36:10

21세기의 시작 직후의 중국은 정말 도전적이었죠.

물론 어설픈 것도 많고 메이드 인 차이나는 여전히 불량품이나 모조품의 상징이고 했지만 중국의 변모는 정말 놀라운 것이었어요. 게다가 경제규모에서 일본을 능가하고, 이제는 중국의 시대라고 생각해도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중국어를 배우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하는 목소리도 도처에서 나왔죠. 짐 로저스같은 세계 유수의 특급투자가는 연일 중국을 칭송하고...


그런데 그런 중국의 역량은 딱 여기까지인가 보네요.

태산은 먼지 하나 마다않고 바다는 물 한방울 마다않는다는데...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어쩔 수 없어요.

順天者存逆天者亡이라는 중국 고전의 한 구절이 생각날 뿐...

마키

2021-09-14 22:21:20

장난감 업계(?)도 과거엔 그야말로 산업폐기물이란 말도 모자른 조악한 불법복제품 천지였다면 지금은 그래도 하청으로 쌓은 기술력은 거짓이 아닌지 최근 중국 메이커에서 정식 라이센스로 꽤 괜찮은 품질의 하이엔드 토이를 여럿 만들고 있죠.


문제는 압도적인 인구와 시장을 내세운 중국발 전매상이 이쪽 바닥의 새로운 죄악이 되었다는 점이랄까요(...).

마드리갈

2021-09-15 15:44:24

경험이라는 게 정말 중요하죠. 말씀하신대로 제조업에서의 경험축적이 확실히 중요하고, 그래서 중국에서 제조된 물품도 고품질의 것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예요. 20세기 말엽부터 "세계의 공장" 으로 불려왔던 중국에서 추진중인 산업경쟁력 강화프로젝트인 "중국제조 2025" 또한 그러한 자신감의 표출이었어요. 특히나 내수시장으로서는 부동의 최다인구를 기록하는데다 구매력이 큰 사람들이 많다 보니 여러모로 선순환이 되어 왔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전매상도 대거 활약해서 별별 난리가 나기도 하고...


그런데, 이제 영어로부터 멀어지기로 작정한 중국이 그 경험의 소산을 스스로 버리려고 하고 있어요. 이제부터의 중국은 지금까지의 중국과는 분명 달라지겠지만 그 변화가 중국 자신에 득이 될지는 부정적이예요.

Lester

2021-09-14 23:03:54

어째서인지 제딴에는 머리 좀 굴렸다고 틀어막았지만 결국엔 자충수가 됐던 나폴레옹의 대륙봉쇄령이 생각나네요. 중국 시장 자체가 일방적인 관계 때문에 메리트가 점점 떨어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영어 금지라... 내수만으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죠? 그것도 다 까 보면 충성경쟁하느라 통계 조작했을 것인데.

마드리갈

2021-09-15 16:08:14

중국의 전반적인 기조 자체가 중국은 역사의 승리자이자 세계의 중심이라는 사고방식에 경도되어 있어요. 그래서 이제 대놓고 세계를 적으로 여기는 태도 또한 전혀 숨기고 있지 않아요. 남중국해의 영유권 주장의 핵심인 구단선(九段線, Nine-dash Line)이라든지, 제1도련선, 제2도련선 같은 태평양에서의 중국의 영향권을 설정한 작전개념 또한 탐욕 그 자체.


남중국해에 대해서는 5년 전에 쓴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중재재판 원천무효주장 기사 및 논평을 참조해 보시면 좋아요.

저렇게 중국측이 상정한 남중국해 구단선(빨간색 점선)은, "중국의 탐욕스런 혓바닥" 으로 불리기도 하는 것으로 주변국의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을 완전히 무시하고 구단선 동부의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및 필리핀의 영해조차 부정하는 것이죠. 이것은 이미 5년 전에 국제중재재판소에서 부정당했지만 중국은 그것을 무시하고 있어요.

제1도련선 및 제2도련선은, 문헌에 따라서는 제1열도선 및 제2열도선이라고 표현하기도 해요.

이것은 접근저지 및 영역거부(Anti-Access/Area Denial, A2/AD)라고도 불리는 중국의 대외전략으로, 원래는 미국이 소련 및 중국의 위협에 대한 방어선으로 생각했던 제1열도선 개념을 중국이 역이용한 것이죠. 게다가 제1열도선은 남중국해에서는 구단선 그 자체이고, 제2열도선은 일본의 서부 태평양안을 대부분 포섭하는 개념으로 미국의 역외영토인 괌 및 사이판을 완전히 둘러싸고 있는 것이죠. 아래의 지도를 보시면 이해가 빠를 거예요.


img_0c2b03950029cab253ad17af16549b77494483.jpg

지도출처

「第1列島線」日本が防衛も/米軍?討 ?中衝突想定で

(제1열도선 일본이 방위도...미군 검토 대중국 충돌상정으로, 2017년 9월 17일 오키나와타임즈 기사, 일본어)


바로 이렇게 동아시아 전체를 중국의 영향하에 두고, 영어를 배제하여 중국인이 해외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중국이 내수를 꽉 잡아두고, 내수로도 충족이 안된다면 영향권 내에 있는 국가들을 복속시켜 중국의 역외시장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노정하는 것이죠.


이런 중국의 의도가 과연 얼마나 성공적일 것인지는 미지수이지만, 고립을 자초하는 국가가 융성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보니 심히 의문스러워요. 게다가, 말씀하신 것처럼 중국의 각종 통계는 조작투성이인데다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는 국가이니 버블이 터진다면 그 버블을 합리적으로 연착륙시키기보다 특정 경제주체를 반동분자로 몰아서 죽이는 쪽으로 갈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아요. 사실 중국의 모 대기업그룹이 파산 직전이라고 하고, 이게 표면화되면 동아시아 각국의 자본시장에 큰 타격이 가해질 것도 예견되는데...

마드리갈

2023-01-09 13:51:47

2023년 1월 9일 업데이트


중국에서 2021년부터 단행한 영어교육 규제가 중국인의 영어실력 저하로 직결되고 있음이 드러났어요.

EF에듀케이션퍼스트가 전세계 112개 비영어권 국가를 대상으로 한 2022년 영어능력지수에서 중국이 62위를 기록했어요. 2020년에 38위, 2021년에 49위를 기록한 데에 이어 직전연도에서 13위 떨어진 것이죠. 게다가 어린 나이일수록 영어실력이 낮은 것으로도 평가되었어요.

이렇게 영어교육을 멀리하면서 영어는 중국 부유층의 전유물이 되어 있고 영어능통자들이 인플루언서로 등극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요. 이렇게 영어를 멀리한 결과 중국인의 평균적인 영어구사력은 떨어지고 영어가 특정인들의 독점대상이 되는 이것은 바로 중국 정부가 스스로 만들어낸 모순인 것이죠. 이제 와서 영어교육을 강조할 것으로도 보이지 않아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중국인 영어 실력이 세계 62위로 추락한 까닭, 2023년 1월 9일 조선일보 기사

마드리갈

2023-08-08 22:07:26

2023년 8월 8일 업데이트


중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코로나19 이전의 마지막해였던 2019년의 1분기에 370만명이었던 것에 반해 2023년 1분기에는 1.4% 수준을 간신히 넘는 52,000명 수준에 그쳤어요. 특히 소비수준이 높은 유럽, 미국, 일본 및 한국의 관광객이 급감하여 질적으로는 더욱 심각한 상태. 이것의 주된 원인으로서는 간첩행위의 범위를 확대한 반간첩법의 확대에 있어요.

사견으로는 이것의 기저에 중국의 반외세성향의 연장선이라고 보고 있어요. 영어를 멀리하는 풍조가 만들어졌고 외국인을 우호적으로 볼 생각도 포기한 그런 상황에서 중국을 매력적인 관광지로 볼 사람이 남아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까요. 어딘가의 투자가들이 그렇게 중국여행을 단념한 사람들을 바보로 여기겠지만, 중국인의 눈에는 그도 잠재적 간첩이라는 것에 아무런 변함이 없어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2019년 1분기 370만→올해 5만... 중국 찾는 관광객 급감, 무슨 일?, 2023년 8월 5일 조선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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