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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도 벌써 12번째가 됩니다.
이번에 소개할 곡은 국내에서는 꽤 낯선 소련의 노래입니다. 일단 들어보겠습니다.

물론, 저는 소련의 체제를 옹호할 목적이 전혀 없으며, 어디까지나 예술작품 그 자체에 집중하여 이것을 소개하는 것이니 오해없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정치분란을 위해서 작성된 것도 아닙니다.


이 곡의 제목은 흔히 나샤 데르자바(Nasha Derzhava)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확한 러시아어 제목은 가사의 첫 행인 "다 즈드라스트부예트 나샤 데르자바(Да здравствует наша держава)", 즉 "우리나라 만세" 로, 영어권에서는 Long Live Our State라는 영역제목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곡은 제2차 세계대전에 한참 진행중이었던 1943년에 소련의 작곡가 보리스 알렉산드로비치 알렉산드로프(Борис Александрович Александров, 1905-1994)가 작곡한 애국적인 노래로 한때 소련의 국가 공모전에도 출품되었지만 아버지인 알렉산드르 바실레예비치 알렉산드로프(Александр Васильевич Александров, 1883-1946)가 1938년에 작곡한 음악이 1944년에 소련의 국가로 채택되면서 탈락했습니다. 그리고 소련이 해체된 지금에는 소련 국가는 가사만 바뀐 채 러시아의 국가로 계승되어 있습니다.


이 곡은 음악 자체로도 매우 장중하고 품격있는 음악일 뿐만 아니라 가사도 공산주의 찬양 부분을 제외하면 아름답습니다.

특히 좋아하는 부분은 마지막의 코러스 부분의 것. 조금 옮겨 보겠습니다.

저 멀리 소련의 국경으로부터 크렘린의 오래된 탑까지

마을과 도시가 성장한다, 황금빛 들판도 꽃피면서.

그리고 모든 알곡과 함께, 새로운 기계 소리와 함께

온 나라가 자라고 더욱 강해진다, 위대한 우리나라가!!


연주에 발랄라이카, 가르모쉬카 등의 러시아의 전통악기가 사용되기도 하여 역시 러시아의 음악으로서의 정체성도 잘 드러내고 있는 이 곡은 비록 소련의 국가로는 채택되지는 못했지만, 소련의 공식행사에서는 매우 자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1975년의 10월 혁명 기념식(전체영상 바로가기)같은 소련의 국가적 행사에서.



참고로, 알렉산드로프 일가는 소련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악의 명가입니다.

보리스 알렉산드로비치 알렉산드로프는 이 "우리나라 만세" 의 작곡가, 아버지인 알렉산드르 바실리예비치 알렉산드로프는 소련 국가의 작곡가일 뿐만 아니라 소련시대는 물론이고 현재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러시아의 명문 악단 알렉산드르 앙상블(Ансамбль Александрова)의 설립자로, 소속이 러시아군인 터라 붉은 군대 합창단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알렉산드로프 앙상블 연주로 감상해 보겠습니다. 1972년 영상입니다.

지휘자가 바로 이 곡의 작곡가 보리스 알렉산드로비치 알렉산드로프. 군복을 입고 있는 것은 그가 실제로 중장 계급의 군인이기도 해서 그렇습니다.



이 노래의 칭송의 대상이었던 소련은 그가 84세의 생일을 이미 넘은 1991년 12월 26일에 해체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는 1986년에 이미 알렉산드르 앙상블의 지휘자에서 물러나 있는 상태로 만년을 보내는 중이었는데, 과연 그가 몸담았고 칭송했던 소련의 멸망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그런데, 이 노래가 예기치 못한 곳에서 국가로 채택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몰도바의 북동부가 분리되어 탄생한 미승인국인 트란스니스트리아(Transnistria)의 국가가 바로 이 곡의 멜로디를 채택하였기에 이렇게 된 것입니다. 사실 몰도바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이 루마니아의 동부영토를 분리시켜 만든 소련의 위성국인데, 그 위성국이 소련이 약화되면서 분리주의 운동으로 다시 분리되고 그 분리된 신생국이 소련의 노래를 이어받아 국가로 삼았다는 것은 무슨 역사의 아이러니일까요.


아직도 소련시대를 살고 있다는 국가인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는 가사가 새로 쓰여진 보리스 알렉산드로프의 곡이 이렇게 방영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보리스 알렉산드로비치 알렉산드로프의 생애 동안에 일어난 일이었는데, 그는 이 상황을 알고 생을 마쳤을까요. 만일 상황을 모두 알았다면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요. 그것이 궁금해질 따름입니다.



다음 시리즈의 키워드는 닌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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