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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기사에 나온 이 사진을 보면, 국경수비대원은 말을 탄 백인이고, 단속받는 아이티인 2명은 흑인이라서, 아무런 정보없이 본다면 백인에 의한 흑인 차별같이 보이거나 노예사냥같이 보일 여지도 있어요. 이 사진 하나만으로도 오해의 여지가 있는데, 기사에서는 난민을 쫓아낸다고 썼으니 저 국경수비대원은 천하의 악인같이 보일지도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된다면, 제대로 오도(誤導)된 거예요. 본의이든 아니든 간에.
쟁점은 3가지로 압축되어요.
첫째, 저 사진 속 아이티인은 정말 난민인가.
둘째, 국경수비대원에 대해 채찍 타령하며 비난한 게 잘못인가.
셋째, 누가 저 사진을 찍었는가.
첫째 쟁점에 대해서는 3년 전에 쓴 글인 "예멘 난민" 문제의 국제법 및 국내법적 관견에서 이미 다루었어요.
누군가가 난민으로 인정받으려면, 1951년에 제정된 국제법인 난민지위조약에서 정의한 난민의 정의에 부합해야 해요. 요건은 3가지로, 국적이나 상주국 밖에 있을 것, 박해로 인한 공포가 있는 충분한 근거를 갖출 것, 국적국의 보호 자체가 원치 않는 것이거나 불가능할 것. 이 세 요건이 모두 갖추어져 있는 사람이 난민으로 인정될 수 있어요. 그리고 난민을 수용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수용국의 국내법의 판단에 맡겨져 있어요.
저 아이티인들은 위의 요건 중 1가지밖에 만족되고 있지 않으니 난민이라고 말할 수 없어요. 그러니 일단 그들의 지위는 불법체류자이고, 불법체류자에 대한 국경수비대원의 법집행은 정당한 업무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죠. 난민이 아닌 사람을 난민이라고 단언해 버린 시점에서 위의 기사는 이미 정당성을 상실했어요.
둘째 쟁점에 대해서는 소거법을 써 볼께요.
미국의 국경은 매우 길어요. 북부의 캐나다와의 국경도 남부의 멕시코와의 국경도 매우 길어요. 그래서 순찰은 헬리콥터나 자동차로 수행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차량이용이 여의치 않으면 말을 타고 임무를 수행하는 경우도 있어요. 사진에 나온 지형은 역시 자동차 운행에는 적합하지 않고 지역도 넓으니 말을 타고 이동해야겠죠. 만일 헬리콥터를 타고 추적하면 사파리에서 밀렵하는 것처럼 무자비하다고 비난하겠죠. 자동차를 타고 추적하면 치어 죽이겠다는 의도가 이미 전제된 미필적 고의 운운할지도요?
그리고, 저 상황에서 말고삐를 채찍처럼 휘두른 것을 잔혹하다고만 매도할 수도 없어요. 살상무기인 총이나 도검을 꺼내지 않은 것만으로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볼 여지는 정말 없을까요?
셋째 쟁점은 아직 알 수 있는 정보가 없으니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저 구도로는 진실을 호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있어요.
정확한 것은 미 국토안보부의 진상조사가 나와봐야 판단가능하겠지만, 적어도 조선일보가 난민 개념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작성된 기사를 공개한 것만은 분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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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21-09-24 22:16:22
감정에 호소하는 기사를 쓴 거네요. 그래도 되는건가? 싶네요.
난민 문제는 좀 심각하게 생각해야하는 문제지, 이렇게 감성에 호소하고 몰아갈 문제가 아닐텐데...
마드리갈
2021-09-24 23:42:16
용어의 개념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외신기사를 대충 읽고 사진이 그렇게 보이니 적당히...
이럴 것 같으면 국내언론이 왜 있는 걸까요. 한국어 서비스를 하는 해외언론도 있는데. 이런 기사가 언론사의 존립에 대한 자기부정의 효과를 준다는 것은 생각지도 않는가 봐요.
이전에 "킴 캠벨의 리더쉽" 에 웃다에서 지적한 것이 여전히 유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