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누구 한명 그냥 고소하고 싶었다" 라는 끔찍한 발상

마드리갈, 2021-09-28 14:47:22

조회 수
129

프랑스의 소설가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1960)의 소설 "이방인(L'Etranger)" 의 주인공 뫼르소(Meursault)는 권총으로 아랍인을 쏘아 죽여버리고 다른 아랍인도 그렇게 절명시켜 버려요. 그는 체포되지만 어떤 구체적인 이유도 말하지 않고, 태양빛이 매우 강하고 또한 더워서 어쩌고 할 뿐이죠. 그런 뫼르소는 결국 사형판결을 받게 되죠.

분명 이 소설은 이상해요.
처음 읽었을 때도 그렇고, 지금 생각해도, 그의 행동 그 자체도 그가 말하는 동기도 받아들이는 결과도 불합리한 것. 뫼르소가 그냥 살인을 하고 싶어서도 아니었을 것이고, 아랍인들을 죽이게 된 동기는 분명 그들이 뫼르소의 친구 레이몽(Raymond)과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데에 있었다는 게 작중에 보이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인간이 합리적인 사고를 한다는 전제가 현실에서 지켜지지 않는 것을 보면 이 소설의 상황이 이상하지만 소설 밖의 현실도 다를 게 없다는 것에 또 허탈해지죠. 그래서 이방인은 정말 대단한 소설인 것일지도...

이제 현실로 눈을 돌려보죠.
국내에서 일어난 사건 중 이런 것이 있어요.

참 황당한 일이죠.
생면부지의 남성은 무고당했고, 그를 무고한 여성은 억지주장과 거짓증거를 제시하고, 무고당한 사람이 무고한 사람에 대한 법적대응을 예고하자 결국 "누구 한명을 그냥 고소하고 싶어서 아무런 이유없이 신고를 하게 됐다" 라고 밝히며 사과했다고...
고소당한 사람이 불기소처분을 받고 고소한 사람이 사과하는 이것으로 된 것일까요.
이방인의 뫼르소와 달리, 억지주장과 거짓증거로 고소한 사람은 순전히 이 사건의 귀책사유가 순전히 자신에 있는데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부과될지는 의문이예요.

창작물 속의 부조리도 이렇게 현실이 간단히 넘어 버리네요.
이러니 악마가 힘겹게 산다죠. 인간이 악마의 영역을 너무 많이 차지해서 악마의 일자리가 하루가 멀다하고 연일 급감하니까.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대왕고래

2021-10-03 00:07:40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이치에 따라서 저지른다고 생각하는 시대는 한참 전에 지나지 않았나 싶어요.

묻지마 살인이라던가 하는 것도 있고 말이죠. 사실 저런 시대가 있었던 게 아니라, "무조건 이치에 따라 저지른다"고 착각한 시대가 과거에 있었을 뿐이 아닌가 싶어요. 옛적부터 그냥 화나니까, 짜증나니까, 아무 이유없이 저지르는 범죄는 많았을 테니까요.

그런데 이젠 살인이 아니라 고소까지 묻지마로 하는 시대가 되었네요. 이건 생각도 못했어요. 묻지마 고소라니. 그냥 생각을 그만둘래요.

마드리갈

2021-10-03 13:59:22

합리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저지르는 일에 누군가가 죽거나 회복불능의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는데 정작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제도가 그들을 보호하고 있어요. 심신미약이니 심신상실이니 하는 이유로. 그렇게, 합리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사람의 방종의 자유를 보호하는 제도가 과연 얼마나 오래 갈까요? 당장 20세기 전반의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이 그렇게 "민주주의의 자살" 로 표현되는,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과정으로의 전체주의의 이행이 가능해졌어요.


물론 아무리 발달된 제도라고 해도 비합리적인 사람의 행동을 확실히 차단하지는 못해요.

하지만, 그 행동의 가격이 비싸다면 부조리를 줄일 수는 있어요. 문제는 아직 제도가 그 비용을 무고의 피해자에 전가한다는 것...

Board Menu

목록

Page 1 / 302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 중입니다. (250326 추가)

6
  • new
Lester 2025-03-02 160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SiteOwner 2024-09-06 352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SiteOwner 2024-03-28 207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237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15
  • update
마드리갈 2020-02-20 3922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1050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6032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641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2155
6033

이번주의 피로가 지난 수년간보다 더 크게 느껴지네요

  • new
마드리갈 2025-04-09 7
6032

"자칭 히로스에 료코 용의자 체포" 의 충격

  • new
SiteOwner 2025-04-08 17
6031

러시아의 첩보센서는 영국 영해에까지 들어와 있습니다

1
  • new
SiteOwner 2025-04-07 28
6030

적성국보다 동맹국이 나쁘다고 말한 결과

2
  • file
  • new
마드리갈 2025-04-06 34
6029

형해화에 무감각한 나라

  • new
마드리갈 2025-04-05 31
6028

계엄-탄핵정국은 이제야 끝났습니다

6
  • new
SiteOwner 2025-04-04 76
6027

학원 관련으로 여행에서 접한 것들 몇 가지

2
  • new
마드리갈 2025-04-03 37
6026

애니적 망상 외전 10. 일본에 펼쳐진 시카노코

2
  • new
마드리갈 2025-04-02 58
6025

이제 일상으로 복귀중

2
  • new
마드리갈 2025-04-01 47
6024

조만간 출장 일정이 하나 잡혔는데...

3
  • new
시어하트어택 2025-03-31 76
6023

최근 자연재해 소식이 많이 들려오는군요

3
  • new
시어하트어택 2025-03-28 80
6022

4개월만의 장거리여행

2
  • new
마드리갈 2025-03-26 48
6021

천안함 피격 15년을 앞두고 생각해 본 갖은 중상의 원인

2
  • new
SiteOwner 2025-03-25 56
6020

감사의 마음이 결여된 자를 대하는 방법

2
  • new
SiteOwner 2025-03-24 52
6019

발전설비, 수도 및 석유제품의 공급량에 대한 몇 가지

2
  • new
마드리갈 2025-03-23 57
6018

일본 라디오방송 100주년에 느낀 문명의 역사

2
  • new
SiteOwner 2025-03-22 59
6017

어떤 의대생들이 바라는 세계는 무엇일까

2
  • new
SiteOwner 2025-03-21 68
6016

옴진리교의 독가스테러 그 이후 30년을 맞아 느낀 것

2
  • new
SiteOwner 2025-03-20 59
6015

여러모로 바쁜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 new
SiteOwner 2025-03-19 56
6014

"극도(極道)" 라는 야쿠자 미화표현에 대한 소소한 것들

2
  • new
마드리갈 2025-03-18 60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