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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소설가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1960)의 소설 "이방인(L'Etranger)" 의 주인공 뫼르소(Meursault)는 권총으로 아랍인을 쏘아 죽여버리고 다른 아랍인도 그렇게 절명시켜 버려요. 그는 체포되지만 어떤 구체적인 이유도 말하지 않고, 태양빛이 매우 강하고 또한 더워서 어쩌고 할 뿐이죠. 그런 뫼르소는 결국 사형판결을 받게 되죠.
분명 이 소설은 이상해요.
처음 읽었을 때도 그렇고, 지금 생각해도, 그의 행동 그 자체도 그가 말하는 동기도 받아들이는 결과도 불합리한 것. 뫼르소가 그냥 살인을 하고 싶어서도 아니었을 것이고, 아랍인들을 죽이게 된 동기는 분명 그들이 뫼르소의 친구 레이몽(Raymond)과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데에 있었다는 게 작중에 보이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인간이 합리적인 사고를 한다는 전제가 현실에서 지켜지지 않는 것을 보면 이 소설의 상황이 이상하지만 소설 밖의 현실도 다를 게 없다는 것에 또 허탈해지죠. 그래서 이방인은 정말 대단한 소설인 것일지도...
이제 현실로 눈을 돌려보죠.
국내에서 일어난 사건 중 이런 것이 있어요.
“누구 한명 그냥 고소하고 싶었다” 땀닦던 男 음란죄로 신고한 女, 2021년 9월 27일 조선일보 기사
참 황당한 일이죠.
생면부지의 남성은 무고당했고, 그를 무고한 여성은 억지주장과 거짓증거를 제시하고, 무고당한 사람이 무고한 사람에 대한 법적대응을 예고하자 결국 "누구 한명을 그냥 고소하고 싶어서 아무런 이유없이 신고를 하게 됐다" 라고 밝히며 사과했다고...
고소당한 사람이 불기소처분을 받고 고소한 사람이 사과하는 이것으로 된 것일까요.
이방인의 뫼르소와 달리, 억지주장과 거짓증거로 고소한 사람은 순전히 이 사건의 귀책사유가 순전히 자신에 있는데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부과될지는 의문이예요.
창작물 속의 부조리도 이렇게 현실이 간단히 넘어 버리네요.
이러니 악마가 힘겹게 산다죠. 인간이 악마의 영역을 너무 많이 차지해서 악마의 일자리가 하루가 멀다하고 연일 급감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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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
2021-10-03 00:07:40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이치에 따라서 저지른다고 생각하는 시대는 한참 전에 지나지 않았나 싶어요.
묻지마 살인이라던가 하는 것도 있고 말이죠. 사실 저런 시대가 있었던 게 아니라, "무조건 이치에 따라 저지른다"고 착각한 시대가 과거에 있었을 뿐이 아닌가 싶어요. 옛적부터 그냥 화나니까, 짜증나니까, 아무 이유없이 저지르는 범죄는 많았을 테니까요.
그런데 이젠 살인이 아니라 고소까지 묻지마로 하는 시대가 되었네요. 이건 생각도 못했어요. 묻지마 고소라니. 그냥 생각을 그만둘래요.
마드리갈
2021-10-03 13:59:22
합리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저지르는 일에 누군가가 죽거나 회복불능의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는데 정작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제도가 그들을 보호하고 있어요. 심신미약이니 심신상실이니 하는 이유로. 그렇게, 합리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사람의 방종의 자유를 보호하는 제도가 과연 얼마나 오래 갈까요? 당장 20세기 전반의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이 그렇게 "민주주의의 자살" 로 표현되는,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과정으로의 전체주의의 이행이 가능해졌어요.
물론 아무리 발달된 제도라고 해도 비합리적인 사람의 행동을 확실히 차단하지는 못해요.
하지만, 그 행동의 가격이 비싸다면 부조리를 줄일 수는 있어요. 문제는 아직 제도가 그 비용을 무고의 피해자에 전가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