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잘 인용하는 말이 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느니, 역사를 잊으면 역사의 비극이 되풀이되느니 어쩌고 하는 것들인데, 그게 남을 지목해서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온갖 혼탁한 정쟁 속에서 언급조차 하지 않았던 것들이 꽤 있으니 말이지요.
특히 9월 15일, 9월 26일 및 9월 28일은 사회지도층이 놀랄만큼 동업자정신을 발휘했습니다.
9월 15일에 있었던 인천상륙작전과 9월 28일에 달성해 낸 서울수복은 6.25 전쟁의 비극을 극복하는 전환기가 된 사건이자 한강의 기적의 기초가 된 역사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울을 위시한 수도권에 살고 싶어하지만, 그 수도권이 적의 치하에서 자유롭게 된 건 왜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는 것인지. 그게 흑역사라서 다같이 잊자고 약속이라도 한 것 같습니다. 실제 그렇지 않더라도 결과적으로 그렇게 보입니다.
9월 26일에 일어난 우리나라 관련 주요 사건 중에는 이것이 있습니다.
25년 전의 그날인 1996년 9월 26일은, 우리나라의 건설회사가 팔라우에 건설한 교량인 코로르-바벨다오브 교량(Koror?Babeldaob Bridge)이 붕괴된 날입니다. 이것은 북서태평양의 섬나라 팔라우의 대재앙이자 우리나라 건설업의 흑역사, 그리고 당시의 사고공화국 기조가 국내에 한정된 것이 아니었음이 입증된 사건이었습니다. 이 4반세기 전의 뼈아픈 사건이 잊는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것인데, 이런 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풍조, "K-망각" 이라고 이름붙여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모두에 언급했던 그 담론이 타자가 아니라 이 나라를 향하는 게 분명합니다.
코멘트가 많이 밀렸습니다.
코멘트는 10월 1일 저녁때부터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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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ter
2021-10-01 02:39:18
사실 어째서인지 저 명언도 일본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때 자주 사용되지만, 정작 우리 자신에 대한 경각심에 대해선 전혀 인용된 적을 보질 못했네요. 아마 저 명언이 필요 없는(?) 이유는, 우리끼리 싸우면서 서로의 과거사를 일일이 들춰내주니 그런 것 아닐까요? 그래봤자 뭐하겠습니까, 과거만 있고 미래가 없는데. 아니, 현재도 없다고 봐야할 것 같네요. 이러다가 하나둘씩 퇴화하는 걸까요?
SiteOwner
2021-10-04 20:47:00
특정대상에 대한 혐오의 심리를 설명하는 논리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자신이 가진 혐오스러운 속성을 타자에 전가하여 타자에 대한 혐오를 전가하는 방식으로 만족을 얻는. 지금 우리나라의 사조가 이런 식으로 흐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 대상은 고정되어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 일본, 국내의 경우 보수주의자 및 영남지역이 그 대상으로. 다른 경우면 인종차별이다 사상의 자유 침해다 지역감정 정당화다 난리칠 거면서 말이지요.
우려하신 것처럼 하나둘 퇴화한다면 그나마 대비할 시간이라도 주어지겠지요. 그런데 그것보다 상황이 더욱 나쁠 수도 있습니다. 즉 한꺼번에 몰락하여 그냥 그것으로 끝나는 상황이 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입니다.마키
2021-10-02 08:05:55
21세기도 이미 20퍼센트나 지난 지금도 걸핏하면 붕괴사고가 터지는데 다리가 무너지고 백화점이 무너지던 90년대에서 하나도 변한게 없어보인다는건 과언일까요...
SiteOwner
2021-10-04 20:47:08
사실,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문제가 심각합니다.
올해 초여름 광주에서 있었던 건물붕괴사고는 4반세기 전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같이 관련자들은 모두 피신한 뒤에 일어난 것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다수 희생된 것입니다. 게다가 이 사고는 불과 2년 전 여름 서울 잠원동에서 있었던 건물붕괴사고의 문제점이 확대재생산된 것이기도 해서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
사고공화국은 반갑지 않으며 부활해서도 안됩니다. 그런데 현실은 다른 것 같습니다.